중국무협사 동문선 문예신서 115
진산 지음 / 동문선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진냥의 본가 바로 앞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합포구청이라고 멋들어지게 지어놓았으나 행정구역 개편 덕에 합포구가 사라지면서(...) 도서관으로 되태어난 '마산시립합포도서관(별칭 가고파 문화 센터)'. 그런데 이곳이 대단한 겁니다. 불과 시립도서관으로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위시한 엄청난 장서를 보유하고, 신간도 제법 퓽퓽... 또한 초중학생도 드나드는 시민도서관 주제에 [고문실의 쾌락]이나 [한국의 춘화] 같은 사춘기 청소년에게 여러모로 나쁜 영향을 끼칠 거 같은 책도 버젓히 비치되어 있질 않나. 아무튼 진냥은 본가에 오면 반드시 여기서 책을 읽습니다. 마산 사시는 분께는 대추천. 경남대학교 부근이에요.

하여 설날 연휴 동안 집에서 읽을 책을 물색하는 도중에 발견한 책이 [중국무협사]입니다. 무협에 제대로 심취한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를 책이군요. 하지만 진냥은 한창 무협에 빠질 법한 시기에 판타지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랄까 그 무렵의 여학생이라면 보통 할리퀸이나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야 하지 않냐...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협俠이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중국 역사의 전개 중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해왔는가, 현대까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방대한 참고서적을 배경에 두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예시와 이야깃거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협객, 이름난 비밀결사, 일본의 무사도와 서양의 기사도 간의 비교, 심지어 통속무협소설의 시작에서 발전까지. 논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같은 내용이 얼마간 반복되는 면이 있지만 이 정도의 내용을 이만한 페이지로 축약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무협이라는 것을 다루면서도 무당산이니 아미파니 하는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기껏해야 소림사에 대한 서술이 몇 줄. 하지만 그 점은 현대 무협소설 작가인 양우생의 말로서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협소설 중에서 '협俠'이 '무武'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영혼이고 '무'는 육체이며, '협'은 목적이고 '무'는 '협'에 이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가 있고 '협'이 없을 바에는 '협'이 있고 '무'가 없는 편이 낫다'

그밖에도 진냥이 좋아하는 인물인 전국시대의 자객 예양이나 형가 같은 인물을 협의 시작으로 분류했다던가, 활약한 여성 협객이라던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은 어느 홍콩의 무협소설가의 독자에 대해 묘사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관리, 교수, 학자, 문화계 명사들, 대학생, 중고등학생에서 보통 시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고위층 독자들은 그의 문필을 감상하고, 중간층 독자들은 그의 정서와 운치를 감상하며, 하층 독자들은 그의 줄거리를 감상한다'

장르 문학을 쓰는 사람들로서 이정도의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작품 외적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겠지요. 달리 말해서 저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이상 뭐라고 불평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것이겠습니다마는...(먼 산)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협俠 처럼 광대한 중국 민족의 공감과 애정을 얻을 수 있는 코드는 흔치 않거든요. 음음.

내일은 연휴가 끝나고 도서관이 다시 개장합니다>ㅁ< 실컷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이에이!


나는 무협소설 중에서 ‘협俠‘이 ‘무武‘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영혼이고 ‘무‘는 육체이며, ‘협‘은 목적이고 ‘무‘는 ‘협‘에 이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가 있고 ‘협‘이 없을 바에는 ‘협‘이 있고 ‘무‘가 없는 편이 낫다.

정부 관리, 교수, 학자, 문화계 명사들, 대학생, 중고등학생에서 보통 시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고위층 독자들은 그의 문필을 감상하고, 중간층 독자들은 그의 정서와 운치를 감상하며, 하층 독자들은 그의 줄거리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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