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알라딘구입 32,450
독창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까치글방, 1993년 8월)
결혼 ♣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05년 7월)
웃음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악셀 하케 지음, 토마스 마테우스 뮐러 그림, 조원규 옮김, 북라인, 2002년 7월)
여행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현태준/이우일, 시공사, 2004년 9월)

 

 

 

 

8월6일 알라딘구입 60,830
문학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민음사, 2004년 5월)
결혼 ♣결혼의 변화 - 하♣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솔출판사, 2005년 7월)
범죄 ♣한국의 연쇄살인♣ (표창원, 중앙M&B-랜덤하우스중앙, 2005년 6월)
건강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국일미디어, 2005년 5월)
문학/실존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01년 11월)
심리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에코의서재, 2005년 7월)
건강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다밋, 2005년 8월)

  

8월20일 알라딘구입 0 (26,480 에서 예치금 8,820 마일리지 적립금 17,660 차감)
문학 ♣백년의 고독 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년 1월)
문학 ♣백년의 고독 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년 1월)
창작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2002년 2월)
영화 ♣내 인생의 영화♣ (공지영 외, 씨네21, 2005년 7월)

8월22일 예스24구입 8,310 (12,960 에서 예스머니 3,400 OK캐시백 1,250 차감)
외서 ♣On Love (Paperback)♣ Alain de Botton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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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
우리는 대개 무엇을 얼마나 더 가질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갈망이 실제로 채워지지 않았을 경우엔 절망하고 분노한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라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앞만 보고 내달린다.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부나 명성만큼 다른 누군가는 그 결핍에 고통받고 힘들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애써 외면한 채 말이다.

2. 72
나는 입이 마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손이 떨린다는 것은 외과 의사가 본능적으로 환자를 놓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무엇보다 나를 추슬려야 한다. 의사가 무너지면 환자는 바로 죽음의 경계를 넘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3. 135
누구에게나 지독한 한 시절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지독함도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엔 아름답게 변하곤 한다. 50년을 뛰어넘은 어느 노부부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4. 140 나환자
인간의 역사랑 이렇게도 가혹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같은 병에 감염될지도 모르면서 지금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박해하고, 내가 오늘 두 다리로 멀쩡히 걷는다고 해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얕잡아보는 것이 우리들이 아니던가. 인생은 내일 아침에 숨을 쉰다는 보장이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너나없이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손에 넣은 듯 자만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5. 155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수 많은 약들. 하지만 이 약들 중에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아무리 의사라도 마음의 병까지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6. 163
사람이 죽고자 하는 결심을 하는 데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개선될 기미가 없을 때, 잠이 들면 잊히지만 눈을 뜨면 다시 그 고통이 엄습할 때 사람들은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순간적으로 마비된 경우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 불행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7. 175
"세상에서 젤로 무서운 게 먼지 아니껴? 총알은 안 보이고 폭탄은 어차피 운이라 눈이 뒤집히면 하나도 안 무섭니더. 제일 무서운 게 착검하고 육박전하는 기라요. 서로 벌건 눈을 마주보고 칼로 찌르고 막 기리대는데, 그때는 내가 못 기리면 상대가 나를 기리뿜니더. 무조건 죽기살기로 총검을 휘두르는 깁니더. 육박전이 끝나면 바지에 오줌이 줄줄 흐르니더."

8. 183
평일 낮 고속도로를, 그것도 모든 규칙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운전하던 자기에게 난데없이 중앙선을 넘은 트럭이 돌진하고 그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배에는 30센티미터 길이의 수술 자국이 나 있고, 옆구리에는 네 개나 되는 드레인 호스가 끼워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소중한 다리 한쪽이 사라져버렸을 때, 과연 어느 누가 그 상황을 운명이라도 순응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무려 한 달간을 팬텀현상(유령현상)에 시달렸다. 인간에게 바디이미지란 무서운 것이다. 인간은 뇌의 기억 단위 안에 스스로의 바디이미지를 치밀하게 저장하고 있다.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몸의 일부가 사라져버리게 되어도 뇌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9. 224
대개 혈압이라는 것은 주로 심장이 펌프질을 하는 압력에 의해 좌우되며, 심장이 피를 모아서 힘차게 짜주면 그 압력으로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 곳곳으로 피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심장박동이 힘차지 못하고 꿈틀거리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심세동이라고 한다. 심장마비 환자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 심세동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10. 244
얼굴 색깔이 검어지고 눈에 황달기가 보여 검사를 한 결과 만성간염에 이은 간경화였다. 이 병은 대단히 무서운 병이다.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하고 좋은 섭생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 그에게 일을 그만둘 것을 권해야 했다. 간염이 동반된 간경화 환자가 과로를 한다는 것은 매일 독약을 들이키는 것과 같다.

11. 282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고학력에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표정이 심각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병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
이것도 분명 인간에게 주어진 정신적 엔트로피의 문제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법칙에 따르면, 폐쇄계에서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면 결국 그만큼 쓰레기가 쌓이므로 외부에서 새로운 무엇인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수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자체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 언젠가는 쓰레기만 쌓여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감정은 어떻까. 소위 이성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들의 포로가 되어 '고상한 척'하고 사는 사람들은 정신 에너지의 고갈로 뇌 속에 찌꺼기만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솔직하게 노동하고 사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라는 이름의 '어색한 노동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함으로써 뇌 속 기쁨의 센서가 낮게 세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행복의 총량은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은 것일까.

12. 이 책에 부쳐 - 김근태
오래 전에 어떤 스님께서 자비심이란 "나를 상대와 똑같이 낮추어 상대방의 슬픔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생각납니다.

***
그럴 때는
손에 넣은 듯
수 많은 약들
무서운 게
결심을 하는 데는
진료를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감소함으로써 뇌 속 기쁨
오래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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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5
젊은 날, 오로지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그 맑은 눈에 어른들이 당당하지 않게 보여, 그들처럼은 살지 않으려 했다. 중학교 1학년때인가,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작문 숙제에 나는 선생 아닌 다른 것은 무엇이라도 좋다고 썼다가 심한 꾸중을 들었다. 선생인 아버지와 친척들, 그리고 학교 선생들에 대한 반항 탓이었다. 그러나 나도 선생이 되었고, 나의 선생들처럼 당당하게 살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젊은 벗에게 말하고 싶다. 당당하게 살아라!

정혜신
21
정신과에서는 환자들의 개인력을 기술하는 난의 첫 줄에 '출생시 환영받지 ㅁ소한 아기'였는지 '환영받은 아기'였는지의 여부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아기가 태어날 때 부부가 심각한 갈등 때문에 아기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거나 엄마가 직장일 때문에 아이를 낳을 형편이 되지 않아 지우려 애를 쓰다 실패하여 태어난 아기는 아니었는가 등을 살핀다. 존재 자체가 거부되는 상황에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정신과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 요소인 것이다. 출생시부터 거부당한 인생들은 대체로 살아가는 내내 이러한 주변 감정으로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혐오하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생긴 아기에게 편안한 사랑을 주기 어려울 것이며, 아이의 존재 자체가 자기 앞날의 장애물이라고 인식하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무의식 중에 자신의 미래가 얼마나 험난할지 예측한다. 아기의 미분화된 세포 속에 각인된 이런 힘겨운 감정들은 그 이후 아이의 삶 전체의 바탕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25
지나친 몰입은 반이성의 결과이며 자기성찰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선택하는 흔한 행동양식이다.
...
많은 사람들은 삶의 어느 순간 무조건적인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된다. 사춘기에 연예인에게 빠지는 것처럼 발달의 한 과정으로서의 몰입도 있다. 이런 종류의 몰입은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 소멸한다. 몰입 과정에서 인간은 자기 에너지의 극한을 체험하게 되는데 이는 몰입의 긍정적 측면이다. 어린 시절 새의 알을 품으며 가슴 설레었다는 안철수 사장처럼 유전인자에 각인된 강렬한 몰입적 성향으로 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몰입에 저항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몰입에 압도되어 생의 다른 기능들이 마비되지도 않는다. 그들의 몰입은 특별한 부작용 없이 있는 그대로 그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때의 몰입은 타고난 자기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몰입은 정상적 범주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몰입은 '원치 않는 아이'로 시작된 내 정신과 의사생활을 보상하기 위한 과다한 인정욕구에서 시작된 신경증적 증상이었다. 외피는 정신과에 대한 열정이라는 근사한 소재를 둘렀지만 속질은 존재 자체를 거부당한 불행한 인생의 자기부정과 다를 바 없었다.
...
거부당한 사람들은 강렬하게 몰입한다.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병적인 동기에서 시작된 몰입과 집중은 삶을 뒤틀리게 한다.

손석춘
109
그랬다. 불행하게도 난 아주 일찌감치 돈의 힘이 빚은 세상의 모순에 눈떴고, 책읽기에 몰입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
철학과에 입학해 가장 즐거웠던 것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였다. 책상 위에 책들이 시나브로 늘어나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구내식당 점심값으로 어머니가 준 돈까지 밥을 거르며 모았다. 시간이 날 때면 당시 가장 책이 많았던 종로서적으로 가 진열된 책들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
내가 살던 현실을 온전히 설명해줄 이론적 갈증에 시달렸다. 닥치는 대로 책을 사서 파고든 것도 그 시기였다. 철학과에 있었지만 현실을 천착하는 철학 강의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조정래 - 인생은 단 1회의 연극이다
134
그 가난에 찌든 숨가쁜 생활 속에서도 아버지는 유난스러울 만큼 자식들 도시락을 신경 써 챙겼다. 클 때 반찬 없는 밥이나마 제때제때 먹지 않으면 그 부실이 평생 간다는 것이었다. ... 그런데, 아버지는 정작 서울로 올라와서 10년 넘게 점심을 굶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지난 뒤였다. ... 뒤늦게 목메고 가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 병상에서 '태백산맥' 완간을 기다리던 아버지는 내가 연재 1회분 반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돌아가셨다. 그 즈음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책이 잘 팔지로 있었다. ... 팔십 평생 동안 제대로 된 호강 한번 해보지 못하고 빼빼 마른 몸으로 지긋지긋하게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속울음으로 가슴이 미어지고, 죄스러움이 한없이 사무친다.

141
많은 사람들이, 내 소설 속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실감난다고 말한다. 분명 그럴 것이다. 나는 가난한 이야기를 쓸때 거의 파지를 내지 않는다. 글이 어디선지 모르게 피어오르며 슬슬 풀려간다. 그 반대로 잘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때는 왜 그리 낯설고 서먹서먹하고, 뻑뻑한지 알 수가 없다.

148
내가 스스로에게 세운 금기 사항은, 신문에 연애소설을 쓰지 않는다, 하는 제법 거창한 것에서부터, 두꺼운 서류봉투는 재활용한다, 하는 사소한 것까지 꽤나 많다. 그런 것들을 한 번 마음 정하면 나는 세월의 길고 짧음을 가리지 않고 어김없이 실천해 나갔다. 그것은 대학생 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치열하게 살기로 작정했던 것의 실행이었다.
...
내가 대하소설을 연달아 세 편씩 써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마음먹음의 실천일 뿐이다. 그런 미련스러운 노력 말고 무엇이 우리 인생을 책임질 수 있고, 우리 인생에 빛을 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타고난 재능보다는 미련스러운 노력을 믿고자 했다. 타고난 작은 재주도 치열한 노력을 바치면 커진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실패한 인생을 용납할 수 없었고, 더욱이 가난에 원수를 갚아야 했던 것이다. 남들이 의아해하는 나의 의지, 열정, 실천, 그런것들의 뿌리에는 가난이 있었다. 나를 키운 건 가난이었고, 가난이 나의 힘이었다.

151
나는 가끔 어느 때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혼자서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놀랄 만큼 글이 잘 되었을 때 그 행복은 절정에 이른다.

152
나는 선생 노릇도 글쓰기도 엄청나게 열심히 했다. 작가가 되고 교사가 된 것은 내가 바라던 대로 양쪽에 날개를 단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어찌 맘껏 날갯짓을 안 할 수 있으랴. 낮에는 가르치는 즐거움에 빠지고, 밤에는 글 쓰는 즐거움에 흠뻑 젖곤 했다.비록 셋방을 전전하는 처지였지만 보람과 활력이 넘치는 나날이었다.

158
짙은 어둠 속에 쏟아지는 비를 하염없이 내다보면서, 내가 왜 이러고 다니는가 하는 생각이 사무치며 눈물이 가슴을 줄줄이 적시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라, 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눈물과 함께 씹어 넘긴 말이었다. 남쪽으로 질주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황량한 겨울 들판을 바라보며, 언제까지 이러고 다녀야 하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소외감과 패배감 같은 것이 몰려들었다. 아니야, 두고 봐라. 반드시 큰 작품을 쓰고 말 테니까. 나를 위로하고 충동하며 아무에게도 보일 수 없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나는 마침내 1980년에 출판사를 넘겼다. 만 3년 만에 몇 년 동안 안심하고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 밑천을 장만했기 때문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돈 욕심의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호하게 뿌리쳤다. 그리고 걸신들린 것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이었으니 젊은 세월은 흔적 없이 사라진 다음이었다. 상처투성이의 젊은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글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20년 동안 글감옥에 즐겁게 가두었다.

장회익
169
문득 우리는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된다. 도대체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74
그러나 아무리 철학을 공부해봐도 내가 지녔던 의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나올뿐이었다. 어렴풋이나마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다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절대적으로 옳은 지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지식만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타당성 정도의 차이였다. 내가 깨달은 것은, 설혹 상대적일지라도 우리는 타당성 정도가 큰 지식을 추궁할 필요가 있으며 또 이것만이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점이었다.
...
이제는 더 이상 옳으냐 그르냐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타당성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만이 문제가 되었다.

박홍규
194
나의 20세기란 열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버릇처럼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쓴 40년에 불과하다.

217
패거리를 조종하는 정치적 요령꾼들이 대학을 움직이고 소수자를 배제한다. 대학은 이제 패거리 막가파 다수집단의 횡포로 움직여지고 있다.

218
대학만이 아니다. 나는 나의 가족이나 친족안에서도 이단이다. 나아가 초중고대 학교에서도 이단이어서, 그 어떤 동창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물론 나는 국가사회나 지역사회에서도 이단이다. 여기서 이단이라는 표현은 소수자라는 것으로 남에게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는 다른 의견의 소유자라는 것에 불과하다.

김진애
238
MIT 첫 1년은 내 인생의 카메오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영어를 잘못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알고 싶고 듣고 싶고 만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다. 어떻게 이렇게 머리가 부풀까, 날개가 돋을까, 가슴이 뛸까. 그 놀라움이 마냥 계속된 것만은 아니지만 몰입과 각성의 1년이었다.

247
나의 엄마나 뇌었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었다. "짐은 질 수 있는 사람에게 온단다."

홍세화
258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변할 수 없다. 다만 각박한 현실이 잠시 우리를 눈멀게 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라는 이름의 유일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경배하는 온갖 유령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긴장과 성찰이 요구된다.

265
나는 인간을 알기 전에, 사랑을 느끼기 전에 증오를 배웠다. 그런데 그 증오의 대상에 또 다른 내가 있었다. 나는 분열되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딘가 응시하고 있는 듯했지만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었다. 자신을 향한 숯와 세상을 향한 혐오가 내 속에서 들

***
가질 수 있다는 것일 터이다.
일찌감치 모순에 눈떴고
책들이 시나브로 늘어나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시간이 날 때면
샅샅이 훑어보았다
닥치는 대로
한 번
그 인생을 적당히 살 수도 있고
단 한 번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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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연애/영국소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Kiss & Tell)♣ 알랭 드 보통 ★★★★☆
⊙ 알랭 드 보통 : 평범함에서 약간 벗어난듯한 구성, 글. 좋다.
⊙ 색다른 형식의 전기(傳記) 같은. 소설.

52. (새콤/한국단편) ♣카스테라♣ 박민규 ★★★★☆
⊙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이런 코드의 사람 좋지. 동질감에 반가운건지 이질감에 신기한건지. 이 새콤한 人.
⊙ 감정 없어 보이는, 그의 독특한 얘기들에 피식피식 웃음.
⊙ 우연히 비슷한 소재 : 무지개/구름/고시원/2.5

53. (화가/미국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
⊙ 매력적인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
⊙ ['북구의 모나리자'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의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

54. (심리/한국수필) ♣팝콘심리학♣ 장근영 ★★★★☆
⊙ 밑줄 많이 긋다. 귀에 쏙쏙 쉽게.

55. (드라마/한국수필) ♣드라마 아카데미♣ 김수현, 노희경, 박찬성, 이금주 ★★★★☆
⊙ 글씨, 책 재질 good
⊙ 책 '속담사전' '이솝우화' '아는 것이 즐겁다'
⊙ 취재, 스터디의 중요성
⊙ 인생, 사랑, 드라마 : 전개부의 네번쯤 갈등, 위기

 

 

 

 

56. (소설가/일본수필)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
⊙ 외곩수. 금욕주의.
⊙ 소설가의 기본 자세. 작가 정신

57. (인생/미국수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
⊙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 이상적인, 건강한 부부의 삶. 자연주의. 검소. 절제.
⊙ 노년, 죽음의 의미
⊙ 이런 생각을 가진 아내. 정신적 교감을 오래 나눌 수 있는 남편.
⊙ 따뜻하고 부드러운 책

58. (책/프랑스수필) ♣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
⊙ 프랑스 출판사 편집자의 책 이야기
⊙ 생소한 책제목의 끝없는 등장에 집중력 저하
⊙ 부족한 책

59. (생명/한국수필)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
⊙ 신화 + 생물학. 쉽다.

60. (독서/프랑스수필) ♣소설처럼(Comme un Roman)♣ 다니엘 페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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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독일/한국단편) ♣별들의 들판♣ (공지영, 창비-창작과비평사, 2004년 10월) 0701
00. (죽음/일본단편) ♣LAST♣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2004년 7월) 0701

 

 

 

 

50. (문학/한국수필)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샘터사, 2005년 3월) 0708-0709
51. (연애/영국소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Kiss & Tell)♣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생각의나무, 2005년 5월) 0708-0710
52. (새콤/한국단편) ♣카스테라♣ (박민규, 문학동네, 2005년 6월) 0717-0720
53. (화가/미국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강, 2003년 8월) 0625-0720

 

 

 

 

54. (심리/한국수필) ♣팝콘심리학♣ (장근영, 제이앤북-JNBOOK, 2005년 2월) 0723-0725
55. (드라마/한국수필) ♣드라마 아카데미♣ (김수현, 노희경, 박찬성, 이금주, 펜타그램, 2005년 6월) 0707-0725
56. (소설가/일본수필)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문학동네, 1999년 5월) 0725-0726
57. (인생/미국수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보리, 1997년 10월) 0523-0727
58. (책/프랑스수필) ♣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솔출판사, 2005년 3월) 07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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