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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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뇌용량의 한계일까나..? 책 앞부분의 구구절절이 슬픈 사연들을 다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책 뒷부분에 실린 사회주의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깊이 사무친다. 앞부분의 이야기들도 인간사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했지만, 특히 우리 역사의 흐름과 깊은 관련을 맺으며 희비가 교차된 혁명가들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땐, 붉은색의 강렬한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라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을지 기대도 됐지만, 한편으론 그저그런 시시껄렁한 연애이야기면 어떡하나 하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뒤흔든"시리즈 중의 몇권을 재미있게 보았지만, 가장 최근에 읽은 한권의 "뒤흔든" 시리즈에 적잖이 실망한 터였기에.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사 속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에 비춰보자면 말이다.

 

      일제강점하의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그닥 많은 책을 접하지 못했다. 대충만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모습은 그저 암울하고, 짓눌려서 멍든 것 같은 우울한 느낌이었다. "나쁜 놈"들에게 수탈당하면서도 끽 소리 한번 못 내는 약한 민중들의 모습이거나, 혹은 달걀로 바위치기 식으로(이런 평가를 하고 있는 나를 그들은 기회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반동으로 볼지 모르겠다.) 그 "나쁜 놈"들에 대항하다 철저히 탄압받은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연상되기 때문일까.. 하지만 얼마전에 본 영화 [라디오데이즈]는 그 시절의 경성을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음을 생각케 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두 부류의 고난으로 얼룩진 삶을 외면해버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것처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말이다. 조국의 독립을 생각하며 뛰어다니던 사람들조차도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야했다. 그 모습이 내 머리속에 그려진 것처럼 그저 암울한 것만은 아니었을테다.

   

     그리고 이 책에선,  한발짝 더 나아가 나의 얕은 사고력으론 상상하기 힘들었던 그 시대의 청춘남녀들의 "연애사건"을 담고 있다. 연애사건이라. 그 시대 사람들도 연애를 했던가? 시대는 이제 막 전근대적 봉건 국가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된 험난한 시기이다. 그로부터 길게는 1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부장적, 남성우월적 유교적인 가치관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이 널려있는데, 그 시대에 연애라...?  남들에게 들킬까  숨어서 조용히 한 연애도 아니고 경성을 "뒤흔들" 정도로 떠들썩한 연애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라니 일단 구미가 당긴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연애사건들은 현재의 관점에서도 가히 파격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그 시대의 모던보이 모던 걸.  기존의 인간상과는 다른 개성을 가진 인간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그들은 요즘의 연예인과 비슷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그렇잖아도 눈에 띄는 그들이 사랑의 도피행각이나 동반자살 사건을 일으켰으니 얼마나 관심의 대상이 되었겠는가.  [사의 찬미]를 불렀다는 성악가 윤심덕에 대해선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연인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보다 이 책을 통해 살펴본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기구하다는 말밖에 뭐 더 할말이 있으랴.

     "발가락이 닮았다"와 관련한 염상섭과 김동인 간의 잡음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그 즈음에 "모델소설"을 둘러싼 논쟁이 한 여자(소설가 김명순)의 삶을 그렇게 파탄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를 비웃지 말고 나의 운명을 비웃어 다오"라는 그녀의 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녀를 둘러싼 괴소문 때문에 끝내는 미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삶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있을까. 화가 나혜석과  소설가 김명순의 이야기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연예인을 둘러싼 근거없는 뜬 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연상케 했다.

     요즘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연인들의 동반자살 소식. 하지만 100여년전의 사회에 대한 내 고정관념 같은 것 때문인지, 홍옥임(홍난파의 조카라는 사실이 내겐 놀라웠다.)과 김용주 두 동성애자의 자살사건이며, 카페 여급 김봉자와 의사 노병운의 한강 투신 자살, 기생 강명화와 모던 보이 장병천의 동반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박헌영과 주세죽, 김단야와 고명자, 박진홍과 이재유, 김태준까지.. 최린과 나혜석.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하고 알만한 그 당시의 유명인사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의 실타래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지... 지금과 같은 인터넷시대라면 연일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도 남을 떠들썩한 그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내겐 놀랍고도 기이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책을 읽다, 책앞날개에 실린 저자에 대한 간단한 이력만으론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저자 인터뷰까지 챙겨보았다. 저자의 첫 책이라고 하니, 앞으로 그의 책이 기다려질만큼 내겐 흥미로운 책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발하고, 흥미로웠던 경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들,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나만큼이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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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ㅣ 단숨에 읽는 시리즈
한잉신.뤼팡 지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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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유행에 한박자도 아니고 두박자쯤 느린 나는 사람들이 오래전에 보고 괜찮았다고 말하는 영화나 책들을 나중에서야 발견해내고는 혼자서 흥분하곤 한다. [캐러비안의 해적] 역시 그랬다.  캐러비안의 해적이란 영화를 몰랐음은 물론이고 그 유명하다는 조니뎁조차 몰랐던 나. 얼마전에야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접하고, 모험 영화에 그리고 조니뎁의 연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책으로 만나는 해적 이야기다. 이번엔 결코 남들보다 느리지 않게 만난 책이다. 6월 20일에 초판 발행된 책이니 아직 한달이 채 안된 따끈따끈한 신간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다. 해적도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내겐 "역사"가 항상 궁금하다.

 

 

   이 책은 주로 서양의 대항해시대로부터 1900년대 이전의 해적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의 해적, 그리고 고대와 최근의 해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지만 주가 되는 것은 서양 근대의 해적들. 풍부한 그림 자료 덕분에 책 제목처럼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긴 했지만 부족한 집중력 탓인지 책을 읽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 책읽기가 지체된 것은 "역사"와 떼놓고 말할 수 없는 "지리"에 약한 탓도 있을 테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이 낯설어 초반엔 지도책과 아울러 책을 봐야했는데, 게으름의 발동으로 대충 읽고만 탓에 오히려 책읽기에 시간이 많이 걸려버렸다. 나 같이 게으르고 배경지식 없는 독자를 위해, 책에서 언급되는 지명(해안, 섬, 만 등)과 관련된 지도도 중간중간에 실려있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그림자료에 비해 지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듯하다. 그 점 많이 아쉽다.

 

 

   책에 등장하는 해적들은 일괄적으로 설명해내기 힘든 독특한 개성들이 있다. 정규교육이라곤 접해보지 못한 무식꾼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해적행위를 책으로 써낸 해적들도 있었고, 한번도 상상해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여자해적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것처럼, 실수를 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낭만적인 해적은 현실세계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거의다가 잔인무도하고, 방탕하며, 타락한 범죄자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또하나. 드레이크경의 예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해적행위가 가끔은 해군력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해군의 일부가 해적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는 모습은 서양 해적의 특수한 모습일까나..

 

 

  영화나 문학작품을 통해 낭만적이고, 모험이 넘치며,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모습으로 미화된 해적이 아니라, 해적의 실상을 살피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오탈자*

p85 아래에서 4줄 그들의 대오가 -> 그들의 대오"에"

p178 아래에서 3줄 훨씬 큼 -> 훨씬 "큰"

p186 6줄 자금을 지워했고 -> 자금을 지"원"했고

등 몇몇 오탈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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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크 영웅전 ㅣ 통합논술 多지식 세계명작 42
플루타르크 지음, 정명숙 엮음, 김용달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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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역사를 모르고선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이야기되는 서양문화의 원천이라고 해야할까.. 고전을 읽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닐까. 곁가지로 흘러나온 물이 아니라 그 원천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뿌듯함 같은 것. 역사에 대한 관심이 아니더라도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대해선 그간 무척 궁금했다. 늘 읽어봐야지 생각은 했었는데 쉽게 기회가 닿질 않았다.

    대교베텔스만에서 나온 통합논술 多지식 세계명작 시리즈를 통해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쉽게 다가설 수 있어 좋았다. 본문 읽기에 앞서 먼저 책 뒤쪽에 간략히 실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먼저 살펴보자. 저자 플루타르크(46?~120?)는 "작가이자 철학자, 여행가"(p188)였으며, "평생동안 227편에 달하는 많을 글을 썼"(p189)으며, 그의 책은 "그리스, 로마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p189)다고 한다. 그의 영웅전에 대해서는 작품소개를 통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훌륭한 "역사서"로 알고 있었던 영웅전이 "결코 역사책이 아니"(p190)라는 사실. "플루타르크 역시 <영웅전>이 사실적인 일들만 기록한 역사서이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는 사람들에게 영웅들의 기쁨과 슬픔을 들려주고 싶어했지요. -중략- 그래서 그는 널리 알려진 소문이나 전설 등도 이야기로 엮었답니다."(p190) 으흠.. 그렇구나. 결코 사실만을 정확히 기록해낸 역사서는 아니구나. 내겐 이것조차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었다.

   이 책은 "테세우스, 로물루스, 리쿠르고스, 누마, 페리클레서, 알키비아데스, 코리올라누스, 티몰레온, 술라, 키몬,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그라쿠스, 안토니우스, 브루투스, 갈바, 오토"(p191)등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담긴 모든 인물을 담아낸 책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엮은이의 선별기준에 따라 "테세우스, 솔론, 리쿠르고스, 알렉산더, 코리올라누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7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역사서나 신화를 통해 종종 들어왔던 인물들의 열정적이고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영웅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설정인가 보다.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각종 괴물(그 중에선 자신의 침대에 맞춰 사람의 키를 늘리거나, 잘라버린 기괴한 괴물 프로크루스테스도 있고, 전설적인 미궁의 미노타우루스도 있다.)들을 처치하고, 결국엔 아버지를 만나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 에게해의 명칭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솔론과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다던 철학자 탈레스가 친구였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파르타의 틀을 잡았다는 리쿠르고스에 관한 이야기와 감히 알렉산더 대왕에게 예의없이(?) 햇볕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 했다던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로마의 훌륭한 장군이었지만, 로마에 대한 배신감을 그 또한 배신으로 갚으려 했던 코리올라누스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때,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느껴지는 창피함이란...)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이야기까지...

   큼지막하게 들어간 삽화와 인물탐구/역사탐구/지리탐구/과학탐구 등을 통해 토막 상식을 알려주고 있는 점과 어린이들을 위한 쉬운 단어풀이까지 참 읽기 편한 책이었고 괜찮은 책이었다. 이 책을 발판으로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을 읽는 재미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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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은경 옮김, 이애림 외 그림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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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카와일드. 검색을 통해 살펴본 그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만만한 표정에 글쓰는 사람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차림새가 독특했다. 오.스.카.와.일.드.. 나만 몰랐던 이름일까?  무식하기에 할 수 있는 용감한 고백 하나를 해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오스카와일드란 이름을 처음으로 접했다. "오스카와일드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또 널리 사랑받는 영국 작가이다."(p267). 라는 설명을 보고있자면, 나 역시 예전에 한두번쯤은 주워들었을지도 모를 이름이지만 그저 귓등으로 들어넘기고 말았나 보다. 그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켜보기는, 그리고 키보드를 눌러 그 이름을 검색해보는 수고까지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행복한 왕자"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어려서 동화책을 통해서도 본 기억이 나고, 가끔은 tv인형극 등을 통해 본 적도 있는 듯하고 하다못해 잡문 따위에 인용된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라도 읽어본 듯 하다. 그렇게 여러번 접해본 행복한 왕자의 저자가 "오스카 와일드"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서양의 어느 나라에 구전되어 오는 동화이거나 안데르센의 작품 정도겠거니 했을뿐  한번도 저자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던 그 행복한 왕자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만났다.

  

     "단 한편의 장편소설로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었고, 유미주의 운동의 대표주자로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p267)는 바로 그 오스카와일드가 쓴 동화 9편이 실린 책이다. "童話".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들이 아닌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릇인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겨냥해서 만든 동화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행복한 왕자>나 <이기적인 거인>은 오스카와일드의 이름을 몰랐을 뿐 이전에도 들어봤던 이야기였다. <별아이>와 <젊은 왕> <왕녀의 생일>과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읽고서도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내게 잘 와닿지 않았다. "오스카 와일드가 쓴 9편의 환상동화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그의 유미주의 사상이다"(p270)는 작품해설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권력으로 사용하는 별아이. 사랑의 완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붉은 장미꽃을 피워내고자 했던 나이팅게일. 자신의 추한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고나서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난쟁이.. 그 속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천박한' 탐미주의자들에 대한 조롱과 조소의 의도"(p271)였기 때문일까.. 동화치고는 결말이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 <헌신적인 친구>는 인간의 이기심과 뻔뻔함 그리고 오스카와일드의 냉소와 독설이 한껏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 방앗간 주인. 그리고 처음엔 그 선한 성품 때문에 호감의 인물이었다가, 사지死地로 뛰어들어 죽음을 자청하는 어리석은 선함을 가졌기 때문에 역시 비호감이 되어버린 인물 한스. 비단 오스카와일드가 살았던 시대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존재할테다. "'왜냐하면 한스에게 내 손수레를 내어줄 참이었거든. 이젠 손수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군. 우리 집에 그냥 두기엔 너무 거추장스러운데 말이야.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해서 팔더라도 돈 한푼 받지 못할 테고. 이제 다시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시 말아야겠어. 너무 마음이 후해도 이렇게 매일 고생이니 원.'"(p61) 뻔뻔함이 극에 달한 저 방앗간 주인의 말을 들으며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혼자 중얼거렸다. 야 이 사람아. 그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수레 하나로 당신은 한스를 죽였단 말야!! 그간 인간을 보며 느꼈던 혐오감 따위가 글을 통해 표현된 듯해 통쾌하기하기도 했지만, 가슴 한 켠에 남는 허전함과 씁쓸함은.. 와일드 씨 이 허전함과 씁쓸함은 어떻게 해결해 줄 거요?!

 
 

    동화치고는 그 결말이 썩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오스카와일드를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비주얼의 시대, 비주얼의 책으로 다시 읽는 [오스카 와일드의 환상동화]"임을 자랑하고 있는 이 책. 오스카와일드만큼이나 당당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삽화며 구성이 참 독특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오스카와일드와의 첫 만남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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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 ㅣ 아비투어 교양 시리즈 2
크리스타 푀펠만 지음, 권소영 옮김 / 비씨스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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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많은 지식이 자리잡길 바라는만큼,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거나 읽거나 했던가를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생각컨대 "그렇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서 입맛이 쓰다. "교양", "신화". 이런 단어를 대할 때면, 스스로의 교양이 많이 모자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읽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식욕이 강하다고 해서, 내 빈그릇을 얼른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양시리즈" "세계의 신화"라는 단어보다는 "한 권으로 읽는"이라는 문구에 더 혹해서 이 책을 들고 말았다. 이 책을 펼쳐든 동기가 적은 노력으로 많은 걸 채워보겠다는 욕심의 발동이었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닥 두껍지 않은 책이다. 230쪽 남짓의 분량에 간간이 삽화와 사진까지 실려있다. 神話가 궁금했다. 역사책을 읽을때나, 특히 서양의 문화를 접할 때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신화와 관련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해, 내가 읽고 있는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막혔다. 책을 읽으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을 뿐더러 턱턱 숨이 막히는 이유를 처음엔 책의 산만한 구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수없이 등장하는 신화속의 인물들의 이름이 깔끔하게 정리해주지도 않을뿐더러, 세계의 각종 신화를 잡다하게 그냥 섞어뒀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다시 살펴보니, 글쓴이는 나름의 일정한 체계대로 세계의 신화를 묶고 나누어두었다. "창조신화 / 근원신화 / 신들의 이야기 / 신화의 영웅들 이야기" 라는 네 개의 큰 틀로 말이다.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책의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나의 책읽기에 대한 성의 부족 때문이었던 듯 하다.  글쓴이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세계의 신화에 대해 "아는 척 하기"라는 코너를 만들어 나 같이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토막상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신화와 각종문화 현상에 대해서도 과히 어렵지 않은 단어로 차분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긴 했지만, 아직 다 이해하진 못했다. "한권으로 읽"고 정리하기엔 아직 나의 배경상식이 많이 모자란 모양이다. 책을 펼쳐들 땐, 세계의 신화에 대한 입문서를 기대했지만, 이 책의 성격은 입문서라기보다는 "정리집"인 듯 하다. 다독도 필요하지만, 숙독도 필요하다. 신화에 대해 궁금할 때, 펼쳐볼 수 있도록 가까이 두고 여러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일단은 덮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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