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5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진정한 승자들의 역사 ㅣ 한국사傳 5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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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傳 5권을 읽었다. "KBS<한국사傳>의 마지막 주인공들!"이라는 소개문구를 보고서야 tv프로그램 한국사傳이 종영된 것을 알았다. 이 무심함.. 그러니까 지난번 책 한국사傳 4권을 읽었을 무렵엔 프로그램이 끝난지 한참 뒤였음에도 "다음 방송은 꼭 시청해야지" 운운했던 것은 나의 무관심의 소치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KBS의 역사프로그램은 없는 건가 걱정이 되어서 부랴부랴 검색을 해 보니 "역사추적"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미 방영 중에 있음을 보고서야 안심이 되긴 했다. 역사스페셜로부터 시작된 KBS의 역사프로그램이 역사의 대중화에 얼마나 기여했던가는 나 같이 역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조차도 역사라는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로 증명되는 바...

 

     각설하고. "도대체 사람 이야기는 왜 재미있을까?"(p6)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책 [한국사傳 5]를 읽었다. 앞서 읽었던 3권과 4권에서도 흥미로운 인물들을 많이 다루었지만, 특히 이번 5권에서 다룬 인물들에 관심이 더 많이 갔다. 한국사傳 5권에 실린 인물들은 이순신, 장영실과 같이 초등학생들도 이름을 알 만한 유명한 인물들도 있지만,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낯선(나에게만 "낯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들도 여럿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게 된 몽수 이헌길과 여성의병장 윤희순, 그리고 들어는 봤지만 어떤 인물인지 자세히 몰랐던 독립운동가 최재형 등.  그 외에도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와 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나 역시 한국사傳의 제작진과 같은 의문을 던져본다. 도대체 사람 이야기는 왜 재미있을까?!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보통 사람들에 비해 큰 그릇의 신념을 가졌던 인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인물들의 삶도 훌륭했지만, 특히 최재형, 전형필, 윤희순..

   최재형이란 인물. 놀랍다. 함경도 경원 출신의 노비의 자식이었다는 그가 러시아로 가게 된 사연. 러시아인 선장 부부에 의해 길러졌고, "러시아 국적을 가진 자산가로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으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p67) 그의 삶은 보통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안중근이란 유명한 이름 뒤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그의 참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고맙다.

   얼마전에 읽었던 문화재청에서 펴낸 책 [수난의 문화재]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간송 전형필의 삶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어쩌고 하는 속담은 그에게만은 해당되지 않을 듯하다. 그가 단순한 부자로 만족해 살아갔더라면 우리는 소중한 문화재들을 많이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전형필은 결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다. 그의 문화유산 수집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독립투쟁이었다."(p111)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게 된 여성의병장 윤희순의 삶은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그저 수동적인 삶을 영위했던 전통여성상을 지워버리게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다루고 있는 민족의 영웅 이순신에 대해서는 뭐 달리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

 

   다양한 사진자료와 전문가들과 관련인들의 의견을 통해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한국사傳. 역사의 대중화라는 큰 목적을 가진 tv프로그램으로서도 썩 괜찮았지만 글을 통해 만나는 한국사전도 참 좋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7장 붓과 총을 들었던 여성 의병장 윤희순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윤희순의 저서는 "일성록"인지 "일생록"인지 아님 그 둘 모두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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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감동한 논어
사쿠 야스시 지음, 장원철.박홍규 옮김 / 김영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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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이시습지이면 불역열호아~ 한자로 당장 쓰라면 쓰지는 못하겠지만 한자시간 첫머리에선가 배웠던 기억이 나서 잊혀지지 않는 문구.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문구는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찾아옴에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였던가.... 공자의 행적과 어록? 논어에 대한 나의 사전 지식은 그 정도 뿐이었다. 공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4대 성인으로 꼽힐만큼 뛰어난 사상가 정도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뛰어나다고 하니 그런가 했을 뿐 그가 왜 훌륭한 인물인지 오히려 지리적으로 나와는 먼 거리에 살았던 소크라테스에 대해 아는 것보다 공자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적었고 지금도 그렇다.

 

    궁금했다. 공자가. 그리고 논어가.. 논어에는 대체 무슨 이야기가, 어떤 말씀이 실려있는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가 읽고 이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닐 것 같다는 선입견이 강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에서 제일 쉬운 논어 읽기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으며, 제목은 "고등학생이 감동한 논어"이다. 이해력이 부족한 터라 "쉽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뭔 말이야 싶을 정도로 난해하지는 않을꺼라는 기대를 하며 펼쳐든 책.

 

    논어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글쓴이는 사쿠 야스시라는 일본인 교사. 2004년까지 교단에 있으면서 "교단에 섰을 당시, 학생들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교사로 뽑히는 등 매우 인기 있는 교사였다"(책 앞날개)라고 한다. 교단에서 한문을 가르치면서 논어에 대한 강의를 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재미없고 어려워 하는 것을 보고, 글쓴이가 "마치 나 자신이 공자이고 학생들이 제자인 것처럼 [논어]를 가르쳤"(책을 내면서 중에서)더니 훨씬 흥미를 보이는 학생들의 반응을 경험했단다.

 

   책은 크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논어 중에서 같은 주제로 묶을 수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묶어서 글쓴이가 해석한 논어의 구절이 먼저 소개되어 있고, 그 다음엔 그렇게 해석한 이유, 근거 등을 간략히 설명, 그리고 마지막엔 논어의 한자 원문과 일반적인 해석이 실려있는 식이다.

 

   이 책을 통해 논어를 접하면서 느낀 점은 "논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여러 곳에서 기존의 정통적인 해석과 자신의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히고 있고, 자신의 견해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글쓴이의 해석에 반박할 정도의 지식이 없어 그저 수용할 뿐이지만, 더러는 과연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쉬운 해석으로 논어에 대해 두려움없이 접근하게 해 준 점은 고마워해야겠다. 이 책을 통해 멀게만 느껴지던 공자와 논어에 대해 살짝 맛을 본 기분. 나의 면무식에 이 책이 발판을 마련해주길... 가까이 두고 때때로 보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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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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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예전에 [누가 왕을 죽였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먼저 접했던 책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라 내용의 상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한동안 역사가 "이덕일"이라는 저자의 이름만 붙어있으면 무조건 읽고보자며 펼쳐들었던 책들 중의 한 권이기도 하다. 사실 "역사"라면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진리라 여겼던 내게 역사가 이덕일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낯섬과 놀라움과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역사" 분야의 책을 좋아하고, 얄팍한 독서이력의 절반쯤은 역사책으로 채우게 만든 사람이 바로 "그"이기도 하다.

 

     [조선왕 독살사건] 1권을 읽었다. 오랜만에 펼쳐든 그의 책, 반가웠다. 이 책 [조선왕 독살사건]은 예전에 읽었던 [누가 왕을 죽였는가]를 개정해서 다시 펴낸 [조선왕 독살사건]에 내용을 추가하여 두 권의 책으로 분권하여 다시 펴낸 책인 듯 하다. [누가 왕을~]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충격이지만 이 책 [조선왕 독살사건]의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다. 태정태세문단세~하며 외웠던 왕조국가의 지존인 바로 그 조선의 "임금"이 3명중 한명꼴로 타살된 의혹이 있다니...! 왕 뿐만 아니라 차기 왕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세자들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1권에서 다룬 타살 의심을 받고 있는 인물들은 그간 다른 역사서를 읽으면서도 "타살되었을 것 같다"고 여겼던 인물들도 있지만 병사나 자연사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섞여 있기도 했다. 문종과 연산군, 선조가 바로 그런 인물들. 연산군이나 선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 둘은 그 즈음에 다른 이유로 사망했더라도 크게 애석할 것까진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문종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오래 살았더라면 부왕 세종보다 오히려 더 훌륭한 왕이 되었을지도 모를 문종의 역량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의 죽음으로 초래된 그의 아들 단종의 짧고도 한스런 삶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보다도 "만약에" 그가 그렇게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 나와 같은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문종의 죽음뿐만 아니라 예종과 인종, 소현세자의 죽음은 조선사의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들이 좀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땠을까가 자꾸 궁금해지는 건 나뿐만은 아닐테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버리 인물들의 죽음에 강하게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책.

 

   역사책을 읽으며 몰랐던 역사적 지식을 얻게 되는 점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기에  책을 읽으며 글쓴이의 역사를 보는 독특한 관점뿐만 아니라 그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을 통해 조선시대라는 큰 틀의 역사흐름을 읽어나갈 수 있는 점은, 책값 이라고 생각하련다. 하지만 책값 못하는 책이 많은 시대에 이 책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기에 고맙다. 그간 역사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나 보다."하고 무심히 지나쳐왔고 그랬기에 놓쳐왔던 행간의 의미를 두 눈 크게 보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예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럴 듯한 정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말맞추기를 하고 있는 실록에 대해서도 "그러나 이는 앞뒤 기록을 비교 검토하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기록이다."(p158)고 글쓴이는 역사를 보는 방법 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사료 해석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역사학계의 정설이라고 굳어져왔던 견해들과는 다른 견해를 보이는(예를 들자면 연산군과 월산대군의 부인 박씨와의 관계에 관한 것 등 p224) 그의 견해가 매우 그럴 듯해 늘 설득당하고 만다. 서문에서 "이 책의 어떤 부분은 분명 우리 역사에서 묻어 두고 싶은 어두운 과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어둡고 밝음을 떠나,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모두 밝혀질 필요가 있다."(p8)는 글쓴이의 말에도 역시 찬성. 자신의 박식함으로 읽는 이를 눌러버리지 않고, 독자와 역사를 연결시켜 주기 위해 무던히 애쓴 흔적이 보이는, 재미있는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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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지식 렉시콘 - 유럽의 상식사전
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지음, 도복선 옮김 / 보누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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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한 권의 책으로 잡학의 진수를 보여주마~!

  글쓴이는 아마도 이런 다짐을 하며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고 싶은 것이 무언지 정확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앎에 대한 욕구 자체는 충만해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정보를 다 섭렵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이 책이다."(p8)  이 책을 "잡학"이라고 분류해버린다면 글쓴이가 기분이 나쁠런지는 모르겠지만 잡학이라는 단어에 나쁜 의미는 두지 않았음을 먼저 밝혀둔다. 소위 "잡학"이라 분류되곤 하는 것들과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책과 같은 구성의 책은 또 처음이다. 잡학이라고 뭉뚱그려 이것저것 다양한 토막상식들을 실은 책에도 어떤 일정한 분류 기준이 있곤 했지만 이 책엔 없다.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글쓴이의 생각이 닿는데로  온갖 잡다한 지식들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책! 특이하다. 누군가의 상식메모사전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그보다는 정처 없이, 골몰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즐기고 노니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p9)는 글쓴이의 말처럼 이 책은 알아둬서 손해볼 것 없는 토막상식들을 손바닥 하나 정도의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는 데 그친다. 순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아무쪽이나 펼쳐지는 데로 읽어도 무방할 책.

 

   유명격언, 과학상식, 문학 작품 속의 등장인물, 각종 미신, 나라마다 다르게 부르는 도시 이름, 월드컵 최고 기록 따위. 글쓴이는 정말 잡다한 것들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덕분에 나 역시 글쓴이를 따라 정처없이 내 관심 밖에 있던 분야들에 대해서도 기웃거려 볼 기회가 되었다. 좋았다.

   하지만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글쓴이가 오스트리아 출신 인물이라 그가 기술한 잡다한 상식들이 대부분 유럽과 관계된 것들이라는 것이 그랬고, 이 책을 읽는 과정이 좋게 이야기하자면 "온갖 길들이 무궁무진하게 나타나"(p9)는 산책길이었지만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어디로 갈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방황이기도 했다는 게 그랬다. 심심할 때 펼쳐들면 토막지식과 함께 관심의 범위를 넓히게 해 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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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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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내가 접해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역사책을 한 권 읽었다. "불륜의 한국사". 이 책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 지 독서의 범위가 좁은 나로서는 다소 고민이 된다.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글쓴이의 주관적인 역사를 보는 관점과 상상력이 짙게 배어나고 있는 역사서.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일지는 모르겠으되, 이 책은 역사서라기보다는 "팩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3부로 나누어지는 이 책에서는 고려와 조선 역사에서 "불륜"이라 일컬을만한 사건들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여섯 장면을 담고 있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탓인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섯 부분의 이야기 중에서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던 이야기는 양녕대군의 아들 이혜와 "공민왕"에 대한 이야기 뿐, "환향녀" 김씨에 관한 이야기, 의기 "강아"에 대한 이야기, "조위와 신종호", 종계변무와 관련된 역관 홍순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들이라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일괄적으로 "불륜"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불륜倫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나 있음'이라"(p12)는데, 그러한 의미에서의 불륜이라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서산군과 구지", "공민왕" 정도만이 그런 범위에 넣을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닌가 싶기 때문에..

   책에서 첫번째 주제로 다루고 있는 우의정 장유의 며느리 김씨의 경우엔 병자호란이라는 특수한 사정 아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농락을 당했을 뻔 자발적으로 불륜을 저지르고자 함이 아니었잖은가.. 송강 정철을 연모한 나머지 자미紫微라는 원래 이름보다 강아江娥 역시 임진왜란이라는 특수한 사건 때문에 몸을 버렸을 뿐, 정철을 향한 마음만은 누구보다 어여쁘지 않았던가.. 종계변무와 관련한 역관 홍순언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극적이었다! 사람을 향한 홍순언의 따뜻한 마음과 그로 인한 아름다운 결과를 보여준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일까..?"하고 몇번이나 되물을 정도였다.



   진정 이건 "불륜"이라고 분류하고 싶은 두 인물은 양녕대군의 자녀 서산군과 구지, 공민왕  세 인물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공민왕은 시대가 만들어낸 불안함이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안타까웠다.

 

   각 인물에 대한 서술 뒤에 관련 인물을 찾아나선 글쓴이의 기행문이 실려 있다. 주로 관련인물들의 묘소를 직접 찾아나서서 그들의 생애를 되새김해보는 것은 역사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글쓴이의 기행문에는 글을 통해 살펴본 각 인물에 대한 글쓴이의 따뜻한 시선과 추모의 마음이 짙게 배어났다. 덕분에 그간 잘 몰랐던 역사 속 인물들을 한걸음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을 마련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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