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5권을 읽었다. "KBS<한국사傳>의 마지막 주인공들!"이라는 소개문구를 보고서야 tv프로그램 한국사傳이 종영된 것을 알았다. 이 무심함.. 그러니까 지난번 책 한국사傳 4권을 읽었을 무렵엔 프로그램이 끝난지 한참 뒤였음에도 "다음 방송은 꼭 시청해야지" 운운했던 것은 나의 무관심의 소치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KBS의 역사프로그램은 없는 건가 걱정이 되어서 부랴부랴 검색을 해 보니 "역사추적"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미 방영 중에 있음을 보고서야 안심이 되긴 했다. 역사스페셜로부터 시작된 KBS의 역사프로그램이 역사의 대중화에 얼마나 기여했던가는 나 같이 역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조차도 역사라는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로 증명되는 바... 각설하고. "도대체 사람 이야기는 왜 재미있을까?"(p6)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책 [한국사傳 5]를 읽었다. 앞서 읽었던 3권과 4권에서도 흥미로운 인물들을 많이 다루었지만, 특히 이번 5권에서 다룬 인물들에 관심이 더 많이 갔다. 한국사傳 5권에 실린 인물들은 이순신, 장영실과 같이 초등학생들도 이름을 알 만한 유명한 인물들도 있지만,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낯선(나에게만 "낯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들도 여럿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게 된 몽수 이헌길과 여성의병장 윤희순, 그리고 들어는 봤지만 어떤 인물인지 자세히 몰랐던 독립운동가 최재형 등. 그 외에도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와 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나 역시 한국사傳의 제작진과 같은 의문을 던져본다. 도대체 사람 이야기는 왜 재미있을까?!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보통 사람들에 비해 큰 그릇의 신념을 가졌던 인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인물들의 삶도 훌륭했지만, 특히 최재형, 전형필, 윤희순.. 최재형이란 인물. 놀랍다. 함경도 경원 출신의 노비의 자식이었다는 그가 러시아로 가게 된 사연. 러시아인 선장 부부에 의해 길러졌고, "러시아 국적을 가진 자산가로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으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p67) 그의 삶은 보통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안중근이란 유명한 이름 뒤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그의 참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고맙다. 얼마전에 읽었던 문화재청에서 펴낸 책 [수난의 문화재]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간송 전형필의 삶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어쩌고 하는 속담은 그에게만은 해당되지 않을 듯하다. 그가 단순한 부자로 만족해 살아갔더라면 우리는 소중한 문화재들을 많이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전형필은 결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다. 그의 문화유산 수집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독립투쟁이었다."(p111)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게 된 여성의병장 윤희순의 삶은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그저 수동적인 삶을 영위했던 전통여성상을 지워버리게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다루고 있는 민족의 영웅 이순신에 대해서는 뭐 달리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 다양한 사진자료와 전문가들과 관련인들의 의견을 통해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한국사傳. 역사의 대중화라는 큰 목적을 가진 tv프로그램으로서도 썩 괜찮았지만 글을 통해 만나는 한국사전도 참 좋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7장 붓과 총을 들었던 여성 의병장 윤희순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윤희순의 저서는 "일성록"인지 "일생록"인지 아님 그 둘 모두인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