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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예전에 [누가 왕을 죽였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먼저 접했던 책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라 내용의 상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한동안 역사가 "이덕일"이라는 저자의 이름만 붙어있으면 무조건 읽고보자며 펼쳐들었던 책들 중의 한 권이기도 하다. 사실 "역사"라면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진리라 여겼던 내게 역사가 이덕일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낯섬과 놀라움과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역사" 분야의 책을 좋아하고, 얄팍한 독서이력의 절반쯤은 역사책으로 채우게 만든 사람이 바로 "그"이기도 하다.
[조선왕 독살사건] 1권을 읽었다. 오랜만에 펼쳐든 그의 책, 반가웠다. 이 책 [조선왕 독살사건]은 예전에 읽었던 [누가 왕을 죽였는가]를 개정해서 다시 펴낸 [조선왕 독살사건]에 내용을 추가하여 두 권의 책으로 분권하여 다시 펴낸 책인 듯 하다. [누가 왕을~]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충격이지만 이 책 [조선왕 독살사건]의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다. 태정태세문단세~하며 외웠던 왕조국가의 지존인 바로 그 조선의 "임금"이 3명중 한명꼴로 타살된 의혹이 있다니...! 왕 뿐만 아니라 차기 왕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세자들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1권에서 다룬 타살 의심을 받고 있는 인물들은 그간 다른 역사서를 읽으면서도 "타살되었을 것 같다"고 여겼던 인물들도 있지만 병사나 자연사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섞여 있기도 했다. 문종과 연산군, 선조가 바로 그런 인물들. 연산군이나 선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 둘은 그 즈음에 다른 이유로 사망했더라도 크게 애석할 것까진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문종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오래 살았더라면 부왕 세종보다 오히려 더 훌륭한 왕이 되었을지도 모를 문종의 역량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의 죽음으로 초래된 그의 아들 단종의 짧고도 한스런 삶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보다도 "만약에" 그가 그렇게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 나와 같은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문종의 죽음뿐만 아니라 예종과 인종, 소현세자의 죽음은 조선사의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들이 좀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땠을까가 자꾸 궁금해지는 건 나뿐만은 아닐테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버리 인물들의 죽음에 강하게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책.
역사책을 읽으며 몰랐던 역사적 지식을 얻게 되는 점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기에 책을 읽으며 글쓴이의 역사를 보는 독특한 관점뿐만 아니라 그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을 통해 조선시대라는 큰 틀의 역사흐름을 읽어나갈 수 있는 점은, 책값 이라고 생각하련다. 하지만 책값 못하는 책이 많은 시대에 이 책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기에 고맙다. 그간 역사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나 보다."하고 무심히 지나쳐왔고 그랬기에 놓쳐왔던 행간의 의미를 두 눈 크게 보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예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럴 듯한 정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말맞추기를 하고 있는 실록에 대해서도 "그러나 이는 앞뒤 기록을 비교 검토하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기록이다."(p158)고 글쓴이는 역사를 보는 방법 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사료 해석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역사학계의 정설이라고 굳어져왔던 견해들과는 다른 견해를 보이는(예를 들자면 연산군과 월산대군의 부인 박씨와의 관계에 관한 것 등 p224) 그의 견해가 매우 그럴 듯해 늘 설득당하고 만다. 서문에서 "이 책의 어떤 부분은 분명 우리 역사에서 묻어 두고 싶은 어두운 과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어둡고 밝음을 떠나,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모두 밝혀질 필요가 있다."(p8)는 글쓴이의 말에도 역시 찬성. 자신의 박식함으로 읽는 이를 눌러버리지 않고, 독자와 역사를 연결시켜 주기 위해 무던히 애쓴 흔적이 보이는, 재미있는 역사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