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앤디 워홀까지
엘리자베스 런데이 지음, 최재경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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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최고의 즐거움을 체험한다. 바로 살바도르 달리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이렇게 자문한다. 이 살바도르 달리는 오늘 또 어떤 경이로운 일을 벌일 것인가?"(p344)  살바도르 달리가 했다는 이 "명언"인지 망언인지를 몇 번이나 되뇌여봤다. "살바도르 달리" 대신 내 이름을 넣어서 소리내어 읽어도 봤다. 아.. 이건 자신에 대한, 자신의 삶에 대한 최고의 예찬이 아니던가. 이 오만한 사내가 이런 오만한 "명언"을 남겼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게 되었고, 이 이상한 사내의 특이한 콧수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 범상치 않은 사내의 작품은 이미 초등학교 때 미술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는데, 화가의 이름은 몰랐어도,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무언지는 몰랐어도 그 작품은 너무나 특별하고도 강한 인상으로 머리 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작품의 제목도 이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기억의 고집". 흐물거리는 시계. 그림이라면 "사진 같은 그림"이 잘 그려진 것이라고 생각했던(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내 예술관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주었던 그림.. 시계가 어떻게 이렇게 흐물거릴 수 있지.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걸까.. 하는 놀라움을 선사했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이었다.

 

   나는 예술 분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예술에 대한 심미안은 아마도 타고나는 것인가 보다. 타고나지 못한 예술에 대한 감각을 보충해보고 싶어서 관련 서적을 찾아서 종종 읽어보곤 하지만, 그럴수록 어렵다. 외계어를 읽고 있는 듯한 낯섬이랄까.. 매번 벽 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 책은 그나마 그런 느낌이 덜했다.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사생활"이란 낱말 때문이었다. 고고한 예술가들의 접근하기 어려운 작품세계에 대한 수준높은 담론이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측면을 훔쳐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으리라..

 

   글쓴이는 "엘리자베스 런데이." "미술과 건축, 도시설계, 음악, 문학 전문 작가"라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글쓰기를 하는... 이 책에서 글쓴이는 "얀 반에이크"로부터 "앤디워홀"에 이르기까지 서른여명의 미술가들의 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술사에 관한 책, 혹은 미술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종종 읽어봤지만, 작품활동에 대한 설명과 시대적 배경, 작품에 대한 설명을 내가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해두고 있는 책이 상당수였다. 컬러판으로 실린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으로, 그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한 듯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책앞날개에서 글쓴이가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글만큼이나 쉬운 단어들로 예술가들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적었다. 다행히도..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작품 밖의 일상생활까지 "예술적인 것"은 아니었나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로 널리 알려진 반 고흐. 반 고흐보다 더 불행했던 뭉크. 뭉크의 "절규"는 과장되고 희화화된 패러디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작품이 실제로 뭉크가 처했던 절망스런 삶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멋진 조각상의 대명사인 "다비드상"을 통해서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미켈란젤로를 상상할 수 없었는데, 그가 잘 씻지 않았을 뿐더라 감정과잉이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 없다. 카라바조의 살인이나 호퍼의 가정폭력, 잭슨 폴록의 알콜 중독과 비극적인 죽음 역시 예상 밖의 일이라 놀라웠다. 글 첫머리에서 인용했던 명언을 남긴 살바도르 달리의 기행은, 예술가들이 가진 괴짜 근성으로나 이해가 가능할 것 같다.  아... 이 상식밖의 사람들의 행적이란... 시대를 무시하고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을 한 자리에다 모아두면 엄청난 참극이 벌어지거나 각본이 필요없는 난리법석의 시트콤이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며 책을 읽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서 언급된 많은 "작품"들이 책에 실려있지 않았던 것. 책 말미에 "위대한 예술가들의 대표작"이 실려있긴 하지만 글쓴이가 언급한 상당수의 작품은 누락되어 있어 일일이 찾아보는 불편함이 있었떤 책이었다. 그러나 글쓴이의 말대로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는 미술작품들을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감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p9)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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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사진과 카메라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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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의 보급과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요즘은 사진과 카메라가 "일상생활"이다. 특별한 일을 기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찍던 때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닌데 말이다. 온갖 걸 다 찍어댈 뿐만 아니라 쉽게 찍고 쉽게 없앨 수 있는 사진. 지금은 그렇다. 사진 찍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오히려 함부로 찍어대는 사진 때문에 초상권 침해나 사생활 유출이 염려스러운 때다.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뭐 이런 시대착오적인 제목의 책이 다 있나(!) 싶었다. 이 책은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꿈꾸는 사람들"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책의 첫번째 책이다. 독특한 제목도 흥미를 끌었지만 개화기의 조선에 새로운 서양의 문물이 처음 들어왔을 때 그것들을 낯설어했을 혹은 신기해했을, 때로는 거부감을 가지기도 했을 당시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아 무척 기다려지기도 한 책이다. 책 뒷날개에 실린 이 시리즈의 제목들 대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배어난다. 근대의학과 병원을 다룬 2권의 제목은 "우두를 맞으면 소처럼 변한다고?"이고 전기와 전구를 다룬 3권의 제목은 "마귀가 건청궁에 불을 밝혔구먼!"이다. 재미있는 제목 때문에라도 펼쳐보고 싶은 책일 것 같다.

 

  이 책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는 1883년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촬영국"을 세웠던 황철을 중심으로, 개화기의 사진과 관련한 사건들을 동화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황철"이라는 이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봤다. 황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 사진을 처음으로 들여왔다고 할 수 있는 이들 김규진, 김용원, 지운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황철이지만, 이 책의 화자는 가상의 인물인 길삼식이라는 소년이다. 삼식이는 할아버지의 놀음과 지주의 횡포로 집안이 기울어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한양을 떠도는 거지가 된 녀석이다. 그러니까 그 즈음의 하층민을 대표할만한 소년이랄까.. 글쓴이는 "나는 이 책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머리글 中)고 말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사진기가 들어왔을 때 "보통 사람들"의 반응과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마법상자"라고 불린 사진기. "마법상자에 그림자만 잡혀도 그 사람은 일 년 안에 죽고, 집을 비추면 그 집안은 일년 안에 망하고, 나무를 비추면 일년 안에 시들어 바짝 말라 죽는다는"(p31) 그 무시무시한 물건은 아이들을 삶아서 가루로 만들어 넣어서 만든단다. 당시 사진기에 대한 공포(?!)의 정도를 짐작케한다. 그러나 그 사진기가 사람을 죽게 하는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사람을 죽여서 만든 가루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 초기 개화파에 대한 반발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공포감이 점차 묽어져가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말미에는 "황철의 사진학교"라는 장을 마련해 "사진의 역사", "최초의 사진사들", "황실의 사진 촬영", "우리 조상들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겐 전혀 공포스럽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버린 사진이지만,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사진이 들어왔던 때의 재미있는 사연들이 소개된 책이다. 개화기의 신문물을 통해 당시 민중들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교육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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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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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사람들의 반성문을 읽다..

어느새 12월이라는 말만큼 식상한 표현이 또 있겠냐만은, 것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기에 쓴다. 어느 새 12월이다. 벌써... 이왕 식상하게 쓰는 것 좀더 식상하게 써 보자면.. 그렇다. 뭐 이렇다 할만하게 해 놓은 일은 하나도 없는데, 하릴없이 나이만 또 한살 느는 게 부담스러운 12월이다. 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그렇건만 올해는 더 그렇다. 한번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차분히 계획할 수 있는", 그런 다소 뻔한 일이 필요한 시점 12월.

 

  다소 뻔한 제목의 책을 한 권 읽었다. [반성]. 2010년 12월 1일이라는 다소 뻔한 시점에, 다소 뻔한 제목으로 1판 1쇄를 발행한 책 [반성]. 다른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어떤 "반성"을 할까 궁금해서 펴든 책이다. 이렇게 "뻔하다"는 말을 자주 써서 책을 만든 사람들을 식상한 사람들로 평가절하하고픈 결심 따위는 하지 않았음은 밝혀두어야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다. 책을 펴든 시점의 내 기분이 그랬다는 것일 뿐. [반성]이라는 시의적절한 제목에 끌렸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을 펴든 결정적인 이유는,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이순원 외 지음"이라는 글쓴이들의 이름값 때문이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의 글을 한 권의 책에서 한꺼번에 만나기도 힘들거니와, 그간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에서나마 감동을 준 글들을 쓰신 분들의 이름이었으므로....

 

   헝클어진 머리, 아마도 예닐곱살 정도로 짐작되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의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배가 지나온 자리에 일고 있는 파문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표지의 흑백사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20명의 글쓴이들이 쓴 반성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반성문이래서 이 분들이 뭘 잘못해서 쓴 것이라기보다는 마음 속에 "짐"으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지난 삶에 대한 고백이라고 해야할까나...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을 뿐, 살아온 내력도 다르고 반성의 주제도 다르지만, 책 표지 속의 물결마냥 잔잔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들이라는 생각, 책을 덮으면서 했다.

 

   남의 반성문을 읽으면서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글을 읽으면서 자주, "아, 맞아. 나도 이랬어."하며 나를 뒤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 실린 글 중 상당부분은 가족에게 상처준 것에 대한 반성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상처,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준 상처. 나 역시 부모님께 잘못한 일이 많았지만, 그 잘못을 잘못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 많다는 것, 새삼스레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해 놓은 것 없이 맞이하는 12월에 대한, 그러니까 내 생활에 대한 반성도 해 보게 된다.  

 

   어쩜 반성문조차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고, 이름난 문인들의 글이라 그런지 짧은 글에서 삶의 깊이가 배어나는 듯했다. 마음 한켠에 돌멩이를 던진 듯  내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덜 후회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며 잘한 일 못한 일을 매일 돌아보던 때처럼, 그렇게 짧은 간격으로 내 삶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작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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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 아르키다모스 vs 페리클레스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6
육혜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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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남들 읽는, 평균 정도치의 책은 읽는 것 같은데,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게 늘 후회스럽다. 내가 세상을 보고 사고하는 폭이 좁은 이유가 순전히, 어려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의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땐 그 후회스러움이 배가 된다. 이런 책들을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때늦은 아쉬움 때문일까...
 

  이번에 읽은 책은 자음과 모음에서 시리즈물로 출간하고 있는 역사공화국 법정 시리즈 중에서, 세계사법정의 여섯번째 책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 아르키다모스 VS 페리클레스]이다. 예전에 tv에서  역사상의 라이벌을  가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소개하는 역사프로그램을 즐겨본 기억이 있다. 가끔 공개된 역사수업에서 모의재판이나 가상극화형식의 토론을 본 기억도 있고.. 역사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므로 당시 인물의 입장이 되어 역사적인 상황을 이해해보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한 권밖에는 못 읽어봤지만 이 시리즈물이 청소년들에게는 꽤나 재미있게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라는 제목으로 스파르타의 국왕이었던 아르키다모스가 아테네의 정치인이었던 페리클레스를 상대로 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아테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졌다는 사실보다 이 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우리가 스파르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개선이다. 그러니까 아르키다모스가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조국 스파르타의 진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p14), "스파르타식 완벽학습"등의 "혹독한 군대식 교육으로 악명을 떨친 나라로만 기억하고 있"(p15)는 것이다. 스파르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아테네에 대해서는 현대민주정치의 표본으로 이상화해서 생각하고 있으나 아르키다모스에 의하면 그것은 두 폴리스에 대한 왜곡된 이해일 뿐이라는 것. 3차례에 걸친 재판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실감나게 소개되고 있다. "재판 첫째날"에는 두 폴리스가 속했던 당시의 그리스에 대한 소개와 아네테와 스파르타라는 폴리스에 대한 설명, 그리고 두 폴리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정과 과두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재판 둘째날"에서는 페르시아전쟁 후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했던 아테네가 델로스동맹의 맹주로 떠오른 이야기,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에 대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진다. "재판 세째날"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에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패배하게 된 과정과 이유, 그리고 이후의 그리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소개되고 있다. 재판의 과정에서는 크세노폰, 솔론, 플루타르코스, 니키아스, 알키비아데스, 리쿠르고스, 리산드로스 등의 증인이 등장해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한다.

 

   하나의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어 좋았다. 각주를 통해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설명은 역사적 상황을 수월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요소였다. "교과서에는"이란 코너를 통해 교과서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역사이해의 관점과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상황을 비교해보게 함으로써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실제인물의 입장이 되어 역사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어렸을 때 이런 책을 많이 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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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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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소설책을 한 권 읽었다. 아....! 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이 탄성을 뭐라고 표현해야 정확할지 모르겠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답답했다. 아팠다. 울컥했다. 짠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웠다. 더군다나 이 놀라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니...!

 

  엠마 도노휴의 소설 [룸Room]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5살 잭이다. 이야기의 앞 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집"도 아니고 오로지 "방"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진행되는, 등장인물이라고는 잭과 그 아이의 엄마가 전부인, 때때로 올드닉이라는 얼굴 없는 사나이가 밤에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이지만 평범해 보이지 않는 잭과 그 아이의 엄마. 잭의 엄마는 19살의 대학생이던 어느 날 갑자기, 한 남자에게 납치당해 "방"에 감금을 당했고, 무수한 폭행을 겪었다. "방"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홀로 키웠으며, 잭이 5살이 될 때까지 7년을 그 방에 갇혀있었다.  잭에게는 "방"이 세상의 전부다. 태어나서 한번도 방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해 온 아이가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엄마"가 전부다. 엄마와 함께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씻고, 운동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잠을 자고 ....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방에 감금된 남자. 15년을 그 방에 갇혀있었던가... [룸Room]에서 잭의 엄마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같은 처지다. 그나마 오대수보다 나은 처지라면... 만두 뿐만 아니라 "그 남자"가 귀찮아하거나 번거로워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요구할 수 있고, 때때로 "일요일 선물"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등 그나마 오대수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는 "잭"이 함께 있었다는 것.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의 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잭"이 있었기에 그녀는 그 오랜 감금생활을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글쎄. 그녀가 잭을 처음부터 축복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끔찍한 감금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였다. 저주스럽지 않았을까... 방에 갇혀서 원하지 않던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그녀의 사고에 따라 어쩌면 이야기는 훨씬 더 비참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잭을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모정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때문이었을테다.  

 

   잭의 엄마가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비슷한 처지라고 말할 수 있는데 비해, "잭"은 전혀 새로운 존재다. 그 아이는 "방" 밖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는 방과 방안에 있는 것들이 세상의 전부이고 "진짜"일 뿐이다. 텔레비전 속에 등장하는 것은 그림이고 "가짜"다. 방 밖의 넓은 세상에 대해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잭은 오히려 엄마가 느끼는 구속감을 느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세상을 향한 "대탈주" 부분에서는 혹시나 일이 뒤틀릴까 싶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그 탈주가 성공했을 때는 너무나 기뻐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방" 밖의 세상에서 잭이 경험해야 할 수많은 것들이 염려스러우면서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내 주변의 것들을 자주 둘러봤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음이 이렇게 고마운 일일 줄은 몰랐었다.

 

 "왜 어쩔 수가 없어?"

  "더 잘 설명하고 싶은데. 엄마는 그리워."

  "해먹이 그리워?"

  "전부 다. 바깥세상에서 사는 게."

  나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내가 자기 말을 믿기를 원하니까 그러고 싶었지만 머리가 아팠다.

  "예전에 텔레비전 안에서 산 적이 있었어?"

  "말했잖아. 텔레비전이 아니야. 진짜 세상. 얼마나 넓은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엄마는 팔을 뻗어서 사방의 벽을 가리켰다.

  "방은 그중에서 아주 작고 구린 한 조각에 불과해."(p145)

 

 엄마의 사랑.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자유. 많은 사람들을 "진짜"로 만날 수 있는 기회. 

내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어 소중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새삼 생각하고, 고마워하게 된 건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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