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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 아르키다모스 vs 페리클레스 ㅣ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6
육혜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평점 :
지금은 남들 읽는, 평균 정도치의 책은 읽는 것 같은데,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게 늘 후회스럽다. 내가 세상을 보고 사고하는 폭이 좁은 이유가 순전히, 어려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의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땐 그 후회스러움이 배가 된다. 이런 책들을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때늦은 아쉬움 때문일까...
이번에 읽은 책은 자음과 모음에서 시리즈물로 출간하고 있는 역사공화국 법정 시리즈 중에서, 세계사법정의 여섯번째 책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 아르키다모스 VS 페리클레스]이다. 예전에 tv에서 역사상의 라이벌을 가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소개하는 역사프로그램을 즐겨본 기억이 있다. 가끔 공개된 역사수업에서 모의재판이나 가상극화형식의 토론을 본 기억도 있고.. 역사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므로 당시 인물의 입장이 되어 역사적인 상황을 이해해보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한 권밖에는 못 읽어봤지만 이 시리즈물이 청소년들에게는 꽤나 재미있게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라는 제목으로 스파르타의 국왕이었던 아르키다모스가 아테네의 정치인이었던 페리클레스를 상대로 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아테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졌다는 사실보다 이 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우리가 스파르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개선이다. 그러니까 아르키다모스가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조국 스파르타의 진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p14), "스파르타식 완벽학습"등의 "혹독한 군대식 교육으로 악명을 떨친 나라로만 기억하고 있"(p15)는 것이다. 스파르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아테네에 대해서는 현대민주정치의 표본으로 이상화해서 생각하고 있으나 아르키다모스에 의하면 그것은 두 폴리스에 대한 왜곡된 이해일 뿐이라는 것. 3차례에 걸친 재판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실감나게 소개되고 있다. "재판 첫째날"에는 두 폴리스가 속했던 당시의 그리스에 대한 소개와 아네테와 스파르타라는 폴리스에 대한 설명, 그리고 두 폴리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정과 과두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재판 둘째날"에서는 페르시아전쟁 후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했던 아테네가 델로스동맹의 맹주로 떠오른 이야기,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에 대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진다. "재판 세째날"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에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패배하게 된 과정과 이유, 그리고 이후의 그리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소개되고 있다. 재판의 과정에서는 크세노폰, 솔론, 플루타르코스, 니키아스, 알키비아데스, 리쿠르고스, 리산드로스 등의 증인이 등장해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한다.
하나의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어 좋았다. 각주를 통해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설명은 역사적 상황을 수월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요소였다. "교과서에는"이란 코너를 통해 교과서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역사이해의 관점과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상황을 비교해보게 함으로써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실제인물의 입장이 되어 역사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어렸을 때 이런 책을 많이 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