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글쓰는 사람들의 반성문을 읽다..

어느새 12월이라는 말만큼 식상한 표현이 또 있겠냐만은, 것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기에 쓴다. 어느 새 12월이다. 벌써... 이왕 식상하게 쓰는 것 좀더 식상하게 써 보자면.. 그렇다. 뭐 이렇다 할만하게 해 놓은 일은 하나도 없는데, 하릴없이 나이만 또 한살 느는 게 부담스러운 12월이다. 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그렇건만 올해는 더 그렇다. 한번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차분히 계획할 수 있는", 그런 다소 뻔한 일이 필요한 시점 12월.

 

  다소 뻔한 제목의 책을 한 권 읽었다. [반성]. 2010년 12월 1일이라는 다소 뻔한 시점에, 다소 뻔한 제목으로 1판 1쇄를 발행한 책 [반성]. 다른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어떤 "반성"을 할까 궁금해서 펴든 책이다. 이렇게 "뻔하다"는 말을 자주 써서 책을 만든 사람들을 식상한 사람들로 평가절하하고픈 결심 따위는 하지 않았음은 밝혀두어야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다. 책을 펴든 시점의 내 기분이 그랬다는 것일 뿐. [반성]이라는 시의적절한 제목에 끌렸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을 펴든 결정적인 이유는,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이순원 외 지음"이라는 글쓴이들의 이름값 때문이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의 글을 한 권의 책에서 한꺼번에 만나기도 힘들거니와, 그간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에서나마 감동을 준 글들을 쓰신 분들의 이름이었으므로....

 

   헝클어진 머리, 아마도 예닐곱살 정도로 짐작되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의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배가 지나온 자리에 일고 있는 파문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표지의 흑백사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20명의 글쓴이들이 쓴 반성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반성문이래서 이 분들이 뭘 잘못해서 쓴 것이라기보다는 마음 속에 "짐"으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지난 삶에 대한 고백이라고 해야할까나...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을 뿐, 살아온 내력도 다르고 반성의 주제도 다르지만, 책 표지 속의 물결마냥 잔잔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들이라는 생각, 책을 덮으면서 했다.

 

   남의 반성문을 읽으면서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글을 읽으면서 자주, "아, 맞아. 나도 이랬어."하며 나를 뒤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 실린 글 중 상당부분은 가족에게 상처준 것에 대한 반성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상처,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준 상처. 나 역시 부모님께 잘못한 일이 많았지만, 그 잘못을 잘못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 많다는 것, 새삼스레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해 놓은 것 없이 맞이하는 12월에 대한, 그러니까 내 생활에 대한 반성도 해 보게 된다.  

 

   어쩜 반성문조차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고, 이름난 문인들의 글이라 그런지 짧은 글에서 삶의 깊이가 배어나는 듯했다. 마음 한켠에 돌멩이를 던진 듯  내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덜 후회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며 잘한 일 못한 일을 매일 돌아보던 때처럼, 그렇게 짧은 간격으로 내 삶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작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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