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 -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해부학 연구
마르셀로 G.지 올리베이라 외 지음, 유영석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넓고 읽은 책은 많다..?

    특이한 책을 만났다.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이란 제목의 책. 다빈치코드의 영향 탓일까..? 그 책과 영화 이후론 미술가의 이름이 담긴 책들을 접할 때면, 다빈치코드와 같은 그런 느낌을 기대하고 책을 접하게 된다. 얼마전에 읽은 "렘브란트의 유령"이 그랬고, 지금 막 읽기를 끝낸 이 책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도 그랬고. 내 머리속으로 이미 이 책은 어떤 내용이겠지 하고 짐작, 혹은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기 때문일까? [렘브란트의 유령]이나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을 읽으면서 다소 실망했다. [렘브란트의 유령]은 그저 유명화가의 이름만을 차용한 볼꺼리에 치중한 이야기 구성이란 점에 실망을 했지만, 이 책은 너무나 과학적인 책이라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전혀 맞닿는 부분이 없어서.

   

   제목의 "비밀"이란 단어. 나는 그 단어를 이런 식으로 해석했다. 미켈란젤로는 하느님 혹은 예수로부터 엄청난 계시를 받고 그 비밀을 그가 그린 그림 속에 숨겨두었던 것이다! 라거나 르네상스기를 살았던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분석해 보니, 그 이후에 벌어질 엄청난 역사적인 사건들을 예언한 듯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았으며, 그 예언들은 사실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는 둥의 그런 비밀을 파헤치는 책 쯤으로 짐작했던 했던 것은 나의 괜한 공상이었나 보다.

   이 책의 두 저자 질송 바헤토와 마르셀로 간자롤리 지올리베이라는 한 명은 의사, 한명은 화학연구소의 교수. 책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저자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한다. 아주 과학적인 직업을 가진 그들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장벽화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의과대학 시절의 질송 바헤토가 처음으로 접한 시스티나 천장벽화의 모습.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나는 내가 다니고 있는 의과대학의 해부학과에서 주최하는 긴 일정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내 머리속에 온통 해부학 공부에 관한 생각 밖에 없었는지, 나의 눈에는 그 그루터기가 해부도 속의 대동맥궁으로 보였다."(p18).  부처님 눈에 부처만 보이고 거지 눈엔 거지만 보인다더니.. 의사 눈엔 모든 것들이 사람의 인체로 보이는 것일까...? 그 후 몇몇 학술논문을 통해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대해 그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연구자들이 있음을 알고 그는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이 책의 첫 장에선 미켈란젤로의 삶에 대해 아주 간략히 서술하고 있다. 회화보다는 조각에 관심을 더 기울였고, 다른 예술가들과는 끊임없이 불화했다는 그의 모습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그 다음 장부터는 시스티나 천장벽화의 각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해부학적 지식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의 저술의도 또한 그런 것이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 중 한 사람이 남겨 놓은 위장된 해부학 실험의 도상학적 결과물을 드러낼 것이다."(p24)  저자들의 설명을 따르자면 미켈란젤로는 해부학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시스티나 천장벽화의 그림 부분부분에서 해부학적 지식을 차용한 이미지들이 아주 많다는 것. 천장벽화의 각 부분과 해부학드로잉을 나란히 두고 비슷한 점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더러 놀랍기도 했지만 놀라움보다는 오히려 억지 연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 나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말이 될까..? 하지만 난 그랬다. 저자들의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그것이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죽은 미켈란젤로를 깨워서 "당신이 정말 그런 의도로 그림을 그렸던 거요..?"하고 물어보고 싶었던... 하지만 뭐, 과학적인 사고를 지닌 저자들이 그렇다는데 믿어야 하겠지 싶기도 했고..

  그간 잘 몰랐던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좀 더 알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작품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어 눈이 아주 호사로운 책이었다는 점 정도로 나는 이 책에 만족해야할까 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나의 앎이 이 정도 밖에 되지 못해 저자들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크 아메리카니즘을 논하다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윤홍석 옮김 / 북돋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명백하게 부도덕한 사명을 가진 그들? 미국에 관한 이야기.

 

    해외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라가 아마도 미국 아닐까...? 미국. 어렸을 때부터 뉴스에서 미국을 "美"자 한 글자로 줄여서 표현하는 걸 봐온 터라 그런지 나는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인 줄 알았다. "미국에 사는" 이모 혹은 고모를 자랑스레 얘기하는 친구들도 종종 봤던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 미국에만 가면 다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땐가, 같은 동네에 살던 내 짝의 가족이 미국으로 초청 이민을 갔었다. 그리고 한 두어핸가 후에, 그 가족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친구분이기도 했던 그 아이의 아버지께선 종종 우리 집으로 놀러오곤 하셨는데, 그 때마다 술을 과하다 싶게 마시곤 하셨고, 그 때마다 하시던 이야기는 미국에서 겪었던 말 못할 고생에 대한 것이었던 듯하다. 언어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했던 일에 울분을 터뜨리곤 하셨다.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에 들어가느라 이미 한국의 재산은 정리했던 터였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도 적응하기 힘들어 하시던 그 분은 술로 세월을 보내다 몇 해 후 돌아가셨다. 그 가족을 보면서 처음으로 미국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나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듯 하다. 또 하나, 당연히 "미국=美國"이라 생각했었는데, 같은 한자권인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미국=美國"이 아니라 "米國"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놀랐었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알게 되면서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 차라리 추악한 나라임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미국인들이 "명백한 사명"이라 스스로 천명했던 서부개척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현재의 미국의 모습을 아주 신랄하게 꼬집어내고 있는 책이다. [Joke, 아메리카니즘을 논하다]는 제목만 보고선 미국에 대한 농담만 잔뜩 실어놓은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미국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와 함께 살펴볼 Joke가 함께 수록된 책이다. 읽으면서 "이 책 좀 위험하지 않나.."하는 소심증이 더해진 고민을 했다.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더할나위없이 강력한 힘의 우위를 자랑하는 나라, 미국을 다각도로 꼬집는 책을 보니, 괜한 위축감에 어린 고민과 함께 통쾌함이 교차한다.  이 책은 "이상한 나라 미국, 그 중에서도 現 부시정권"에 대한 비틀기이다. 야구를 좋아하고, 40대까지 알콜 의존증이 있었으며, 신을 열렬히 믿지만 포용력을 갖지 못하고 전쟁을 일삼으며, 멍청한 "부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워하고 싶지만, 미국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과 힘 때문에 드러내놓고 미워하기 힘든 나라 미국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다 시원할 정도..

 

 그 중에서 "사형의 이유"라는 조크 하나를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부시 대통령은 결국 전쟁 범죄인으로서 국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부시는 화난 얼굴로 홍조를 띠면서 소리쳤다. "이라크에서는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하나의 나라에 대해 잘못을 저질렀을 뿐인데 사형이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다!" 그러자 재판관은 안색의 변화 없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사형하는 것은 이라크 때문이 아니다. 앞으로 몇 개의 이라크와 같은 나라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당신이야말로 긴박한 위협이 예측되기 때문에 '예방적 선제공격'을 취한 것이다.""

   9.11이후 2002년 9월 발표한 '부시독트린'을 비아냥 거린 이런 조크. 통쾌하다. 결코 아름답지도 않으며, 세계의 경찰국의 자격도 없는 나라 미국의 추악하면서도 현실적인 면을 살피기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학생이 꼭 풀어야 할 창의영재 수학 퍼즐 Level 1 - 영재성 계발 도서관
삼성수학연구소 지음, 송선범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신문을 펴든 적이 있었다. 관심을 끄는 내용이 별로 없어 이면저면 대충 훑어보다가 마침 퍼즐문제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퍼즐이나 십자말 풀이 같은 퀴즈란을 보면 그냥 못 넘어가는 호기심에 재미있어 보였다. 규칙은 간단했다. 가로 9칸 * 세로 9칸에다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채워넣되, 같은 줄에는 한번 쓰인 숫자가 중복될 수 없다는 것. 그 퍼즐이 뭔지도 모르고 대충 덤벼들었다가, 그날 오후엔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퍼즐칸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면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런 퍼즐을 "스토쿠"라고 한다는 걸 알고 한동안 스토쿠 푸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친척 아이에게도 스토쿠문제를 알려줬었는데(물론, 초등학생용으로 쉽게 나온 것이 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문제를 푸는 모습이 보기 좋았었다. 산만한 아이였는데, 퍼즐을 풀면서도 집중력도 높아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숫자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수학이란 과목을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 너무 마음에 든다.

 

   [창의 영재 수학 퍼즐]레벨1은 내가 짐작하기론  기본적인 사칙연산이 가능한 아이라면 입학전 아동과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범위의 아이들까지 풀기에 적절한 수준인 듯 하다. 구성은 "규칙찾기퍼즐",  "그림퍼즐", "도형퍼즐", "복면산 퍼즐", "논리 추론 퍼즐" "창의력 사고 퍼즐"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인인 내가 풀기엔 비교적 쉬운 문제들이다 싶었지만, 초등학생 저학년의 눈높이로 보자면 정복욕이 생길 것 같은 흥미로운 문제들이 많았다. 이 책에 실린 유형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규칙찾기퍼즐"에서는 수열의 빈 칸 혹은 다음에 올 숫자를 찾는 퍼즐이나, 그림 혹은 도형의 배열에 관한 문제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그림퍼즐에선 같은 그림 두 개 중에서 다른 부분을 찾는 퍼즐과 여러개의 그림중에서 같은 그림을 찾는 문제들. 이 부분은 아이들의 관찰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공책 뒷부분에 많이 그려져 있었던 미로찾기도 등장하고 칠교판을 통해 모양을 만들어 보는 퍼즐도 있다. 복면산퍼즐 부분을 아이들이 어려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쎄.. 어떨지 잘 모르겠다. 문제만 빡빡하게 들어있는 수학문제집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이런 문제집 괜찮은 것 같다.

 

   이런 책을 보면,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부지런해야 할 것 같다. 수학도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자꾸 접하도록 자극하고, 또 아이랑 함께 놀이하듯 수학문제에 접근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키워주는 부모의 역할이 이런 류의 책과 만난다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많이 읽는 편은 못 되지만,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종종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소위 "명화"라고 하는 서양미술 작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아, 그 빈틈을 메꿔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내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최근들어서는 서양미술작품을 소개하는 글이거나, 미술관 기행 같은 책들을 몇 권 읽기도 했고, [베르메르 vs 베르메르] 같은 화가이름이 들어간 소설을 읽기도 했다. 이 책 역시 그런 기대 때문에 펼쳐든 책이었다. 하지만 정말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책은 눈요깃거리 가득한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본 듯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심심풀이용 혹은 시간 때우기용 헐리우드 영화는 아니었다.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내게 이 책은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해 읽은 책인데..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 "영화 보듯 단숨에 읽은 소설""이라.. 책 띠지에 그렇게 광고되어 있다. 작가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그냥 일반 독자인 나의 사고 체계는 너무나 다른 모양인지 이 소설이 어디 "단숨에 읽"을 만한 그런 책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이 책엔 결정적으로 내가 기대했던(내 마음대로 기대했기에, 불평은 속으로만 해야하는 걸까..?) 렘브란트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대충 이렇다. 피오나 캐서린 엘리자베스 라이언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여자 주인공, 그 이름을 간단히 하자면 "핀"이다. 아버지가 눈감아준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듯한(? 그녀의 생부가 누구인지는 정확치 않다) 그녀와 생부로 추정되는 부하르트의 친척이 되는 영국 귀족 빌리는 부하르트로부터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 그 유산이란 것이 렘브란트의 작은 그림 한점, 그리고 한 채의 저택과 바타비아 퀸 호라는 배 한 척. 그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과정에서 영국에서 네덜란드, 남태평양의 섬으로 이어지는 모험담을 담은 책이라고 간단히 정리하면 되려나...?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련성이나, 사건의 개연성이 매번 "왜?"라는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Cack-arse Hamshanker! 내게 diareaky, tam-tit fannyBowz를 달란 말이야!" 그는 갑판실 바닥에 있는 버섯 모양의 배기구를 걷어찼다. "Yah Hoor! Yah pok-pok Ang oki mo amoy ang pussit."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p60) 이런 문장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하는 건지 나로선 감당이 불가능이었다. 이처럼 무작정 튀어나오는 출처불명의 언어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문맥을 고려해 그 의미를 해석하라는 역자의 뜻인 듯하지만, 도대체 저 사람은 뭘 달라고 하는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역사와 예술을 넘나든다. 칙릿과 미스터리를 뛰어넘는다."는 책 띠지의  말,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넘나들고 너무 뛰어넘어 나는 읽어내기 힘들었다. 성질에 안 맞다고 고용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들고 뛰쳐나와버리는 장면, 태풍에 난파되어 위험한 섬에 홀로 떨어진 주인공이 불을 피우고 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장면, 엄청난 보물이 숨겨진 남태평양의 섬에서 생부(라고 여겨지는)를 만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따로이 숨겨둔 엄청난 양의 보물로 두 주인공이 세상을 여유작작하게 살아갈 것 같은 장면의 엔딩까지.. 너무나 볼꺼리에 치중한 헐리우드 영화화를 염두에 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 Chick-lit이란 단어가 "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chick와 문학 literature를 결합한 신생 합성명사"라는 검색 상식정도랄까...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잡인열전 - 파격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조선의 뒷골목 히스토리
이수광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역사속 사람이야기를 좋아한다. 나에겐 숙제같은 "역사". 소위 말하는 정사류의 책도 좋아하지만,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비주류"의 역사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곤 한다. 예전엔 나의 관심 밖이었거나, 정보의 부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들어 유난히도 사람 냄새 나는 역사책이 많이 보인다. 제도나 정책변화의 나열이 아닌, 그냥 사람이야기..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인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잡인열전이라.. 왕이나 위인이 아닌 잡스러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잡스럽다"는 말은 좀 그렇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새로이 제목을 붙여보자면 "기인열전奇人傳"도 무방할 듯 싶다. "파격과 열정이 살아숨쉬는 조선의 뒷골목 히스토리"라는 소개가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줄 듯하다. 그동안 역사서에선 볼 수 없었던 낯선(? 나만 몰랐던 건가..?) 인물들의 가히 파격적이고, 때론 지나칠 정도로 열정을 소유했던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다.

 

    책을 손에 들고서는 살펴봤다. 혹 내가 아는 이름이 있을까 하고..  책에서는 24명의 조선시대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 최고의 잡인들>과 <천하제일의 잡인들>로 크게 구분하고 있는데, 그 구분의 기준이나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다.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절대 아니고 "조선 최고의"라는 수식이 붙거나 "천하제일의"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그 사람들 가운데, 내가 아는 이름은 "장승업"이라는 "천하제일의 광인화가" 한명 뿐. 아차. 또 있구나 "천하제일의 수전노"라는 수식을 달고 있는 "자린고비". 하지만 자린고비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고, 자린고비편에서는 악착같이 "알뜰했던" 몇몇 인물을 소개하고 있으니, 정확히 알고 있었던 이름은 장승업 하나 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2008년 현재도 독특하고 개성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조선의 모습은 가히 놀랍다.  내가 알고 있던 소시민적이고 소박하고 평범한 조선시대의 민중이 아니라, 놀라움을 자아내는 특이한 인물들. 이 책에 소개된 24명의 인물을 선악의 기준으로 구분해 보자면, 좋은 쪽으로 분류될 사람은 많지 않다.

     "영조 때 평안도 감영의 천류고를 관리하는 고자庫子(창고지기 노비)였다"(p13)는 장복선과 천연두의 치료를 위해 애썼던 의원 이헌길 외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면에서 "최고"를 영위했던 인물이라 안타까웠다. 장복선은  처지가 딱한 사람들을 위해 천류고의 재물을 사용했으며, 그가 가진 것까지 내어준 의로운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노비였던 그는, 관청의 재물을 사사로이 사용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지만,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의 호소로 석방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그리고 이헌길이라는 의원은 천연두의 치료를 위해 애썼고, [마진기방]이란 책을 저술해 천연두 치료에 도움을 주었다는 인물이다. 두 인물을 보면서,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그외의 인물들은 이상한 쪽으로 재주가 발달한 인물들이 많았다. "조선 최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업복"은 그 재주를 이용해 부녀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며, 파계승 선탄의 이야기는 혀를 차게 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몇몇 인물은 "야한 쪽의 재주"가 너무 발달한 인물들이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성관념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100번도 넘게 과거 시험에 "대리"합격한 유광억이란 인물 역시 좋게 볼 수만은 없다. 그를 이용해 과거에 합격한 위정자들의 모습 또한 좋게 볼 수 없어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인간세상, 참 요지경이다. 정숙하고 점잖은 사람들만 살았을 것 같은 조선의 이면을 들여다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다 보니, 깊은 사연까지는 읽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선시대를 살아갔던 서민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을 제공해준 책이었다.      

 

 

잘못된 글자?

p93 마지막줄 박대평 -> 박막동?

p133 <명조실록> -> <명종실록>?

p186 꽹가리 -> 꽹과리 ?

p189 포복졸도-> 포복절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