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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세계사
폴 존슨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영웅들의 세계사]를 읽었다. 책의 원제는 [Heroes]. 물론 평소 역사책에 관심이 많은터라 한국어판의 "세계사"란 제목에 끌려 이 책을 펼치긴 했지만, [지식인들], [창조자들]에 이어 "폴 존슨의 3부작의 완결판"이라는 이 번역판의 제목은 앞서의 책과 분위기를 맞추려면 [영웅] 혹은 [영웅들]이 더 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글쓴이가 "서양인"이라 그런지,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대부분 고대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사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드보라, 유딧, 삼손, 다윗,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부디카여왕, 헨리5세, 잔 다르크, 토마스 모어, 제인 그레이, 메리 스튜어트, 엘리자베스 1세, 월터 롤리, 워싱턴, 넬슨, 웰링턴, 제인 웰시 칼라일, 에밀리 디키슨, 링컨, 로버트 리, 비트겐슈타인, 패멀라 베리, 처칠, 드골, 메이 웨스트, 메를린 먼로, 레이건, 대처, 요한 바오로2세까지.......적지 않은 인물들을 다룬만큼 책의 분량도 400여쪽에 이를 정도로 두껍다.
어떤 사람을 가리켜 영웅이라 하는 걸까? 모두가 동의하는 영웅이란 과연 존재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이다. 제목은 "세계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거의다가 서양인으로 한정되어 있고, 글쓴이의 "영웅" 선정 기준이 내겐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다. 영웅의 선정 기준에 대한 문제는 결국 영웅의 정의에서부터 시작되겠다. 그간의 내겐 "영웅"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대개가 "전쟁 영웅"의 이미지 그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깊은 고민없이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이나 몽골 제국의 건설자 칭기스칸과 같은 인물들을 영웅이라 일컫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들의 대부분은 남성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그 생각들을...
하지만 글쓴이의 영웅들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이 책을 펴들기 전에 이 책에 등장할꺼라고 미리 짐작했던 알렉산드로스나 카이사르, 잔다르크 등 몇몇 인물에 대해서는 내 기준과 일치했지만 말이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글쓴이의 영웅들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 했던 인물들"인 듯하다.
글쓴이의 박학다식함을 통해 살펴보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놀라우리만치 강인한 면모와 함께 영웅들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면이 섞여 있어서 재미있었다. 전기문마냥 인물의 일대기를 하나하나 다루기보다는 인물됨이 드러나는 장면을 더욱 강조해, 마치 한 장의 사진을 보듯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는 방식 또한 좋았다.
"알렉산드로스는 계획한 바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옳은 일이며, 자신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불가사의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불굴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세상에 의지를 대신할 만한 것은 없는 법이다."(p61)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용기의 메세지 때문일테다.
나보다 아는 게 아주 많은 선배와 마주 앉아 많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서양사의 눈에 띄는 인물들의 행적이 궁금하다면, 그들의 삶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다면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영웅들의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