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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들 - 세상을 나눌 것인가 맞들 것인가
신동준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분야의 책인들 그렇지 않을까마는, 역사책은 쓰는 사람에 따라 그 모양이 참 다르다. 사실 나는 역사에 정답이 있는 줄 알았었다. 역사를 보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줄 알았다. 일어난 사건이 하나인데, 어떻게 또다른 역사가 존재하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역사책을 읽을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역사책마다 하나의 사건을 보는 다른 관점이 존재하고, 한 인물에 대한 또다른 관점이 실려있다. 그래서 역사책은, 읽을 때마다 놀랍다. 일본 영화 [라쇼몽]을 보면서 느꼈던 충격을,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경험하곤 한다.
이 책 [왕의 남자들]은 리더쉽이란 측면에서 조선조의 인물들을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조선의 10명의 왕과 각각의 왕들과 때로는 보조를 맞추고, 때로는 대립하기도 했던 대표적인 관료들을 아울러 살펴보는 식으로 한 장이 구성되어 있고, 전체 10장으로 이루져있다. 글쓴이는 신동준. "[월간조선]과 [주간동아] [위클리경향] [이코노믹 리뷰]의 컬럼에서 동양 3국의 역대 사건 및 인물에 관한 기존의 왜곡된 평가를 바로잡는 등 역사의 대중화 및 리더쉽 이론의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책앞날개)고.. 그래서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기존에 내가 읽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김종직, 민비(명성황후), 유성룡, 김상헌, 조광조, 정조 등 그간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었던 인물에 대해서는 비판을, 유자광이나 선조, 연산군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인물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인물됨을 재고해볼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배신과 음모의 귀재라고 생각해왔던 유자광에 대해 글쓴이는 "김종직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유자광에 대한 명예회복은 시급한 과제다."(p143)라거나 소설 [혼불]의 이야기를 빌어 "자식을 낳으려면 유자광 같은 자식을 낳아야 한다."(p125)라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조선 후기의 성군으로 칭송되는 정조에 대해서는 "군주로서 신하들과 지혜를 다투고, 현실과 동떨어진 도학군주를 자처하고,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화병을 키우고, 기만적인 '막후정치'를 시행하고, 결정적인 시기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p234)인, "세종에 버금가는 호학군주였으나 여러 측면에서 그에 비견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p234)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물평이라는 게 공정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다 보니 분명 공과(功過)를 함께 가졌을테고, 평가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공(功)이 커 보일 수도, 과(過)가 커 보일 수도 있겠다. 이런저런 역사책을 읽으며 사건이나 인물을 보는 관점이 나와 비슷할 때는 반갑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역사와 사람을 보는 안목을 좀더 키워나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책에 잘못된 글자와 문맥상 어색한 문장들이 너무 많다. 차례의 "9장 정조, 체제공과 김종수"를 비롯 , 269쪽 "일제 강점이 그가 주도한 광무개혁이 뜻밖의 성과를 올리자, 일본이 러일전쟁이라 비상수단을 동원해 이를 무산시키고 강압적으로 조선을 병탄한 결과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문장, 274쪽에 등장하는 난데없는 연필무늬 등.. 편집과 교정에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조선시대의 열 명의 왕과 그들의 측근 스무명의 리더쉽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 [왕의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