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 우주 탐사의 역사와 탐사선이 바라본
마이클 벤슨 지음, 맹성렬 옮김 / 세용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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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땐가 세용출판사의 [지질학, 생태학, 생물학으로 본 지구의 역사]를 읽었었다. 큼지막한 판본에다 실감나는 그림이며 사진으로 인간의 역사 뿐만 아니라 동식물, 자연환경과 함께 해 온 지구의 역사를 무척 재미있게 다룬 책이었다. 책에 실린 다양한 볼꺼리는 어른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재미를 주었던지 어린 내 조카는, 그 책을 그림책 마냥 넘기며 재미있어 했다. 이번엔 같은 출판사의 [우주]다.  이 책은 지난번 책 [지구의 역사]와 시리즈로 기획되고 있는 책인 듯, 크기며 외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책 속의 구성은 많이 다르다. 이 책 [우주]는 우주에 관한 화보집 같은 책이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이 책의 본문이 때때로 사진의 부수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그게 바로 내가 의도했던 바입니다. 만일 독자들이 우주선의 유리창문을 통해 우주의 괴기스럽고도 매혹적인 광경들을 보는 것처럼 느낀다면, 나는 이 책이 크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p11)라고 말한다. 그래. 이 책은 읽는 재미보다도 "보는" 재미가 훨씬 더 큰 책이다. 쉽사리 볼 수 없는 멋진 우주의 사진들로 눈이 즐겁다.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노라면 놀랍고 신기하다. 아직까지도 과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겐 짐작조차 불가능한 우주 공간에서 찍은 태양, 지구, 수성, 화성, 토성, 목성의 사진이란... 뭐랄까 뭔가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과학적인 책임에도 서정적인 글쓰기가 오히려 인상적인 책이기도 했다. 이 넓고넓은 세상에, 지구조차도 먼지만한 크기로 비교되는 이 무한 우주 공간 속에 생명체라고는 우리 뿐인가 하는 의문..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글쓴이는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말했듯이 그 어느 경우이든 그 답은 똑같이 인류에게 충격이 될 것입니다."(p120) 그렇다. 우리, 그러니깐 인간 외에 뭔가 고차원적인 지능을 가진 생물체가 우주 어딘가에 있을 꺼라는 생각은 놀랍기 그지 없지만, 또 한편으로 이 넓고넓은 세상에 인간만 존재한다면 그건 또 얼마나 외롭고 공허하려나...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과학시간에 늘상 외웠던 "수,금,지,화,목,토,천,해"의 순서대로 행성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무인 우주선이 태양계 행성들을 탐사해 온 순서(지구와 달, 금성, 태양, 수성, 화성, 소행성들, 목성계, 토성, 천왕성, 해왕성)로 씌어"(p8)져 있는 것이다.  사실 학창시절에 과학을 무척 어려워했고 과학 중에서도 지구과학으로 분류되는 분야는 더욱 어려워했었다. 나의 경험 한계 밖에 있었기 때문일까,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궁금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짐작이 안 되는 범위였기 때문이리라. 우주라는 공간을 생각해보고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우주 탐사의 역사와 탐사선이 바라본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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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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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마르크 함싱크.

    "1973년 부산 출생 / 7살때 벨기에로 입양.......현재 영국계 보험회사에 근무 중이다. / 모국어인 네덜라드어 외에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어어 등 현대 언어는 물론 그리스어, 라틴어, 한문 등 총 13개 국어에 능통한 멀티링구어이다." 책 앞날개에 소개된 이 책의 저자 마르크 함싱크의 이력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접했을 때,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다룬 책이라는데, 사도세자와 "마르크 함싱크"라는 이국적인 이름이 쉽사리 연결 되지 않아서 호기심이 더 크게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책을 받아들고 저자의 간단한 이력을 읽고나서는 책도 책이지만 글쓴이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져버렸다. 인터넷 포털을 통해 찾아낸 저자에 대한 정보는 그러나, 책에 소개된 간단한 이력과 별다를 바가 없다.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라는 것, 그리고 이 책이 첫 작품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 부시 일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베이비 시터"라는 소설도 썼었다는 것 정도를 새롭게 알아냈을 뿐이다.

 

 

   이야기의 시작.

   "시작은 단순한 보험 조사였다...... 중략....... 극동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대략 18세기 경에 쓰인 <진암집(晉菴集)이라는 책 역시 그런 절차를 밟기 위해 내 손에 들어왔다."(p5) 글쓴이는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아주 예전에 읽어서 지금은 내용조차 희미해져버린 책 [영원한 제국]의 시작이 생각났다. "취성록"이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우연찮게 정조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는..... 그러고보니 사도세자는 정조의 아버지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비극의 주인공들. 알려진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극적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 즈음의 이야기는 가려진 게 많은 것도 같다. 정파간의 이해관계로 당시의 사정을 알 만한 기록이 많이 소실된 듯....

 

   간단히 말하자면.

   소설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영조시대 정승을 지냈던 이천보, 그리고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에 대해 정사에는 지병에 의한 죽음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그들의 죽음이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서 죽은 것은 맞지만("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는 광고문구는 그러므로, 이 책의 내용과 다소 앞뒤가 맞지 않긴 하다.) 지금껏 알려져 온 바대로 노론 소론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립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자신의 동복동생이자 역성혁명을 꾀하고자 했던 화완옹주의 계략에 휘말려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한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늘 궁금했었다. 사도세자는 왜 그렇게 고립된 상황에서 죽어야 했던가가... 왜 자신의 생모인 영빈 이씨마저도 왜 사도세자 편을 들지 않았던가가 무척 궁금했었다. 이 부분에 대해 글쓴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아들은 구하기 틀렸지만 남은 딸은 살려야 한다. 지금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화완옹주의 처소에서 세자가 한 기행이 폭로될 것이고 중신들은 옹주도 연루시킬 것이 분명하다. 둘 다 잃느냐, 한 자식만 잃느냐? 그것으로 다가 아니다. 이를 방치하면 자신마저 무사할 수 없다. 자식 없는 늙은 후궁이 젊은 중전의 투기라도 받으면 그것이야말로 최후가 된다."(p293)고... 음... 그랬던 걸까.. 과연 그랬던 걸까... 글쓴이의 의견에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

 

    책을 덮으며.

   믿기지 않는다! 정녕 외국에서 자라 이 땅의 문화 밖에 있엇떤 사람의 글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적인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당시 조선에 대해서뿐만 이나라 중국 일본과의 관계며 동양문화에 대한 글쓴이의 앎은 이미 상식 수준을 넘어선다. 모국어(?)가 네덜란드어라는 글쓴이의 글이 이렇게 정서적인 이질감없이 읽혀지는 것은, 번역자의 공일까...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도세자의 죽음과 그 즈음의 조선의 역사의 진실이 궁금하다.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성이 참 흥미로웠던 책. [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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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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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결사라는 단어를 들으니 문득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 tv에서 자주 방영해 주던 로봇이 나오는 어린이용 프로그램들에는 선과 악의 대립이 뚜렷했었다. 지구 혹은 전 우주를 지배하겠다고 나선 사악한 세력들과 맞서 싸우는 "우리 편". 늘 "우리 편"의 승리로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그 승리의 과정은 늘 아슬아슬한 것이어서, 마음을 졸이며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 나는, 정말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악당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프리메이슨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조직의 성격이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걸 알았을 때도 뭔가 음모론적인 상상을 했던 게 사실이다.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조직이 세상을 자신들의 뜻대로 지배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이 책이 비밀조직에 관해 내가 읽은 첫 책이라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을테다. 하지만 다행히도(!) 올 봄이었던가 이와 비슷한 성격의 책 [다크플랜]을 접한 적이 있어, 이 책이 내게 주는 충격효과는 다소 약했다. [다크플랜]과 이 책 [비밀결사의 세계사]는 비밀결사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책이다. 600여쪽의 꽤나 두툼했던 [다크플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 같은 일반대중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서 세계의 역사가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까 의심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 [비밀결사의 세계사]는 비밀 결사에 의한 세계 지배와 같은 일관적인 주제를 형성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로스트 심벌>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댄 브라운 소설읽기의 쾌청한 이해를 위한 매력적인 역사교양서!"라는 책의 광고문구처럼, 프리메이슨이나 유대게이트, 시온수도회 등의 비밀 결사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그리고 [다크플랜]과 다른 점이라면 글쓴이가 우리 나라 사람이라 프리메이슨 등 서양의 비밀 결사 말고도 중국이나 인도의 비밀 결사에 관해서도 간단하나마 소개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번역된 글이 아니라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잇는 것은 프리메이슨과 유대인들의 조직에 관한 것이다. "그 모든 주장을 정리하면 일루미나티의 그림자가 보이는 역사적 사건으로 프랑스 혁명, 소련의 공산 혁명, 미국의 독립 혁명, 로마 교황, 케네디 암살, 찰스 맨슨, 록펠러 왕조, 뉴에이지 운동, UFO의 비행, 바코드의 사용 등을 들 수 있다...."(p171) "현대사는 프리메이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계는 프리메이슨의 전략에 따라 움직여지게 될 것이다."(p191) 프리메이슨의 루시퍼 숭배에 관한 설명이나 바코드에 대한 설명, 그리고 시온 장로 의정서에 대한 설명은 가히 충격적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위험한 생각일지는 모르겠는데, 시온 장로 의정서로 알려진 그 문서를 읽으면서는,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그들이 오랜 역사를 통해 박해를 받아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비밀조직이니까 그 조직원이 아닌 외부 일반에 조직의 성격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조직원으로 알려진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보고 있는 것 이면의 진실을 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 역시 당연하지 않은가... "제3차 세계 대전은 시온주의자와 아랍인 사이에 일루미나티 알선자가 양측 의견 차이를 꼬투리 잡아 일으키게 된다. 세계적인 분쟁의 확대를 프리메이슨은 계획하고 있다."(p191)  메이슨의 교황이라는 앨버트 파이크가 마치니에게 보낸 비밀 서신 중의 일부라는데, 그 예언이 틀리기를....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깊이 관여했던 비밀 조직들에 대한 소개가 담긴 책. 하지만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지는 독자 개개인이 내려야 할 것 같다.

 

 

 

 덧붙임 ; 번역서가 아님에도 잦은 오자(誤字)는 책 읽기를 방해하는 요소였다.

185쪽 4줄 :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1290년 8월 17일, 오빠인 오스트리아 황제 레오폴드 2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218쪽 18줄 : 유대인이 이스라엘에 돌아가려는 운동에 대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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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 그리고 이순신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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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역사를 잘 모르는 터라 이순신에 대해서도 원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다. 그나마 이순신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니까 남들 아는 정도로는 안다고 생각해왔고, 원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이순신과 원균을 대척점에 놓은 설명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얼마 전에 읽은 역사서에서는 이순신이 그간 알려진 것처럼 마냥 "성인군자에다 영웅"만은 아니며, 그를 모함했다고 알려져온 원균이라는 인물이 실은 그렇게 나쁜 면만 가진 인물이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있어서 "그간"의 두 인물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득 시소 생각이 났다. 이켠의 사람이 올라가면 저켠에 앉은 사람은 내려가기 마련인... 시소가 수평을 유지하기는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니라. 원균과 이순신. 두 이름을 나란히 놓고보니 두 사람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시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은 간신의 전형인 냥, 또 다른 이는 충신의 전형으로 더할 나위 없는 칭송을 받는 인물.. 그렇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썼다는 이 책을 받아들고는 잠시 망설여졌다. 지금까지 알려져 온 이야기가 실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일 터인데, 그렇다면 이순신은 성웅이 아니란 말인가...?  간신의 전형이라는 원균은 그동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가 되겠다. 이런 관점은 추천사(신대봉/전 옥포성역화사업 추진위원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관점에서도 겁장, 졸장으로 매도되고 있는 그 분의 역사적인 조명은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p9) 이순신은 분명 임진왜란의 영웅은 맞지만 드라마나 소설 등을 통해 그간 그려져온 것처럼 "성웅"은 아니다. 이순신과 원균은 분명 전쟁의 과정에서 때때로 의견 대립을 보였지만 그렇게 된 것은 간신배 같은 원균의 일방적인 잘못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이순신 쪽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 그리고 후대 역사에 원균은 간신배의 전형으로, 이순신은 충신이자 손색없는 영웅의 표본으로 그려져 온 것은 [선조수정실록]이라는 왜곡된 역사기록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 되겠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선조수정실록"은 인조대에 대제학으로 있던 이식이 "선조실록"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이에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서인들의 적극 지지로 수정된 실록이라고 한다. 선조수정실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순신과 전공을 놓고 심하게 다투었던 원균이 왜곡되어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임진왜란 초기에는 도망만 다닌 인물로, 이후에는 이순신을 모함한 인물로 묘사하였으며, 원균이 드디어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하자 그동안의 공적을 깎아 내리기에 이르렀다."(p19)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원균의 모함 때문이라고 알려진 이순신의 투옥에 대해서는 "누구의 모함도 아니었으며 오로지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한 투옥인 것이다.이러한 네 가지의 죄명을 두고 원균과 결부시켜 모함 운운하는 것은 결코 타당한 논리라 할 수 없는 억지이다."(p106)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원균은 어느 전투에서나 선봉에 나서 적에 대항했던 그야말로 용장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편파적인 시각에 의해 왜곡된 역사의 희생양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관점은 다르더라도, 정확한 사실을 보고 싶다는 욕심은 어쩌면 당연한 욕심일지도.. 내가 본 이 책 [원균 그리고 이순신]은 이순신보다는 원균 쪽에 좀 더 힘을 실어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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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인생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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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이 분은 꼭 한번 직접 만나 뵈어야겠다 생각이 드는 작가가 있다. 작년이었던가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를 읽고서는,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도 무척 관심이 갔지만 'Mr.도(?)'보다도 'Mr.도(?)'의 인간적인 모습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아는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훨씬 더 커졌더랬다.  고려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시라는데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쓰시는 분이라면 강의도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러시아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 도강이라도 좋으니 그 강의를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여건으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의 석영중 교수님의 수업을 도강하겠다는 나의 계획은 잠시 보류 중.. 그러던 차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책의 제목을 듣게 되었으니, 그 책이 바로 이 책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이다. 이 책이 바로 한 권의 책으로 내게 도강의 유혹을 안겨주셨던 그 분, 앞서의 그 책을 쓰신 석영중 교수님의 책 되겠다.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데다 쉽게 읽히는 책은, 독서량의 부족 탓인지 요 몇 개월 사이에는 이 책이 처음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이름은 작가의 이름과 그들의 대표작을 나열해두고선 관계 있는 것끼리 연결하시오 따위의 문제를 간신히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문학적 배경지식 밖에 가지지 못한 내가, 이렇게 유쾌한 방법으로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리라.

 

   각설하고 본론으로.

이 책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는 톨스토이의 역작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살펴본 톨스토이의 개인적인 삶과 그의 작품의 전반적인 성향과 그가 추구했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하고 많은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톨스토이의 삶을 고찰한 이유를 글쓴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톨스토이를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안나 카레니나]는 안성맞춤이다. 이 소설은 세계 명작 리스트에 반드시 오르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사랑, 결혼, 종교, 윤리, 예술, 죽음, 인생에 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중년의 위기 이후 톨스토이가 인류에게 전하려고 했던 교훈적인 메시지는 이미 이 소설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10)고... 그렇구나. [안나 카레니나]를 미리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책의 프롤로그부분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톨스토이의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의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1부의 제목은 "나쁜 삶" 2부의 제목은 "좋은 삶"이다. 1부와 2부를 가르는, 그러니까 나쁜 삶과 좋은 삶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톨스토이의 삶 그 자체인 듯... 대부분의 당시 귀족들이 그러했듯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낸 청년 톨스토이와 도덕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청년기 이후의 톨스토이의 삶을 나쁜 삶과 좋은 삶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글쓴이는 "나는 개인적으로 작가의 은밀한 사생활에는 별 관심이 없다."(p43)고 말하지만, 나는 많이 궁금하다.! 모든 예술에는 필연적으로 예술가의 진짜 삶의 모습 일부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 같은 것 때문일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글쓴이도 동의.. "그러나 그 사생활이라는 것이 대문호의 소설과 직결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p43)라고.. 글쓴이는 그래서 톨스토이의 생애를, "좌우간 톨스토이와 관련됐던 사람들은 모두 다 무언가 썼다. 부인도 쓰고 아이들도 쓰고 제자들도 쓰고 지인들도 쓰고 비서도 쓰고 주치의도 쓰고 가정교사도"(p113) 써서, 사후 대중에게 세세한 부분까지도 다 까발겨진 톨스토이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 톨스토이의 그 수많은 작품들은, 그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이런 배경 아래서 탄생된 것이구나.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글쓴이의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나는 글쓴이의 이름만으로 당연히 남자분일꺼라고 짐작하고, 글 또한 남자분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읽어나갔다..그런데 왠걸~?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분이시다.!)

 

   "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p12)는 톨스토이. 그의 삶은 모순투성이였다. 하지만 그 어떤 예술가의 삶보다도 치열하고 멋진 것이기도 했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인간적인 고뇌를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책. 톨스토이를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케 했던 책.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말하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야겠다고, 톨스토이에 대해 말하면 톨스토이를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하는 매력적인 글쓰기로 고전읽기에 용기를 북돋워주는 글쓴이 덕분에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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