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여우와 오리 이야기 [배고픈 여우 콘라트]

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지음, 율리아 프리제 그림, 지영은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09년 12월

 

   배고픈 여우 콘라트.

 

    조카를 위해 재미있는 동화나 한편 읽어볼까 하고 펴든 책인데, 기존에 보던 동화책과는 그림의 분위기도 글도 무척 달랐다. 동화책이라면 일반적으로 둥글고 순한 그림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의 그림은 다소 날카롭고 거칠다. 여우의 빨간색과 오리의 노란색은 따뜻함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 둘의 조합이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만은 아니라고 느꼈던 건 나뿐이려나...큼지막한 글자를 기대했던 나와 조카의 바람과는 반대로 글자도 제법 빽빽한 동화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 쯤은 되어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배가 무지 고팠던 여우 콘라트는 어미오리와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그의 거친(!) 접근 방식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 어미오리가 도망가느라 놔두고 가버린 오리 알 하나. 오리 알 볶음이라도 해 먹을 작정으로 깨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오리 알을 집으로 가져왔지만 집에 와서 보니 이 녀석은 벌써 아기오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기오리는 세상에서 자신을 처음으로 맞아준 여우 콘라트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수컷이었던 우리의 콘라트는 얼결에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고 수정해주고 만다. 그리고 녀석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로렌츠"라고..  눈치빠른 독자들은 벌써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각인이론을 주장한 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이름을.... 각인이론이라는 용어를 동화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될 줄은 상상 못했었다. 뭐 어쨌거나, 배고픈 여우와 그런 여우를 아빠로 생각하는 아기오리 로렌츠의 기묘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콘라트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다면 얘기해주고 싶다. 넌 오리 로렌츠의 아빠가 아니라 한 마리의 배고픈 여우일 뿐이라고.. 그렇게 자꾸만 기회를 놓치다 보면은 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배고픈 콘라트는 로렌츠를 "키워서" 잡아먹기로 작정한다. 어느새 로렌츠는 여자친구를 아빠에게 소개시켜줄 정도로 많이 자랐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콘라트는 또 다른 마음을 먹는다. 로렌츠의 여자친구를 잡아먹기로... 하지만 역시나 기회를 잡는데는 둔하기 짝이 없는 이 녀석은 또 때를 놓치고 만다. 자꾸만 때를 놓치고 여전히 배가 고팠던 콘라트...  

    배고픈 여우 콘라트의 생이 "불쌍(?!)"하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마는 나..  하지만 콘라트 자신은 정작 자신의 삶을 불행했다고 느꼈을까... 보통 여우와는 다른 삶에서 그는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어린이보다는 어른이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동화 [배고픈 여우 콘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