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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쓴이 마르크 함싱크.
"1973년 부산 출생 / 7살때 벨기에로 입양.......현재 영국계 보험회사에 근무 중이다. / 모국어인 네덜라드어 외에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어어 등 현대 언어는 물론 그리스어, 라틴어, 한문 등 총 13개 국어에 능통한 멀티링구어이다." 책 앞날개에 소개된 이 책의 저자 마르크 함싱크의 이력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접했을 때,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다룬 책이라는데, 사도세자와 "마르크 함싱크"라는 이국적인 이름이 쉽사리 연결 되지 않아서 호기심이 더 크게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책을 받아들고 저자의 간단한 이력을 읽고나서는 책도 책이지만 글쓴이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져버렸다. 인터넷 포털을 통해 찾아낸 저자에 대한 정보는 그러나, 책에 소개된 간단한 이력과 별다를 바가 없다.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라는 것, 그리고 이 책이 첫 작품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 부시 일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베이비 시터"라는 소설도 썼었다는 것 정도를 새롭게 알아냈을 뿐이다.
이야기의 시작.
"시작은 단순한 보험 조사였다...... 중략....... 극동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대략 18세기 경에 쓰인 <진암집(晉菴集)이라는 책 역시 그런 절차를 밟기 위해 내 손에 들어왔다."(p5) 글쓴이는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아주 예전에 읽어서 지금은 내용조차 희미해져버린 책 [영원한 제국]의 시작이 생각났다. "취성록"이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우연찮게 정조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는..... 그러고보니 사도세자는 정조의 아버지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비극의 주인공들. 알려진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극적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 즈음의 이야기는 가려진 게 많은 것도 같다. 정파간의 이해관계로 당시의 사정을 알 만한 기록이 많이 소실된 듯....
간단히 말하자면.
소설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영조시대 정승을 지냈던 이천보, 그리고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에 대해 정사에는 지병에 의한 죽음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그들의 죽음이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서 죽은 것은 맞지만("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는 광고문구는 그러므로, 이 책의 내용과 다소 앞뒤가 맞지 않긴 하다.) 지금껏 알려져 온 바대로 노론 소론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립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자신의 동복동생이자 역성혁명을 꾀하고자 했던 화완옹주의 계략에 휘말려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한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늘 궁금했었다. 사도세자는 왜 그렇게 고립된 상황에서 죽어야 했던가가... 왜 자신의 생모인 영빈 이씨마저도 왜 사도세자 편을 들지 않았던가가 무척 궁금했었다. 이 부분에 대해 글쓴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아들은 구하기 틀렸지만 남은 딸은 살려야 한다. 지금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화완옹주의 처소에서 세자가 한 기행이 폭로될 것이고 중신들은 옹주도 연루시킬 것이 분명하다. 둘 다 잃느냐, 한 자식만 잃느냐? 그것으로 다가 아니다. 이를 방치하면 자신마저 무사할 수 없다. 자식 없는 늙은 후궁이 젊은 중전의 투기라도 받으면 그것이야말로 최후가 된다."(p293)고... 음... 그랬던 걸까.. 과연 그랬던 걸까... 글쓴이의 의견에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
책을 덮으며.
믿기지 않는다! 정녕 외국에서 자라 이 땅의 문화 밖에 있엇떤 사람의 글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적인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당시 조선에 대해서뿐만 이나라 중국 일본과의 관계며 동양문화에 대한 글쓴이의 앎은 이미 상식 수준을 넘어선다. 모국어(?)가 네덜란드어라는 글쓴이의 글이 이렇게 정서적인 이질감없이 읽혀지는 것은, 번역자의 공일까...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도세자의 죽음과 그 즈음의 조선의 역사의 진실이 궁금하다. 잘 짜여진 이야기의 구성이 참 흥미로웠던 책. [충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