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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미 투 헬 - Drag Me to He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친구의 급 호출로 대학로 CGV에서 봤다.
공포영화라 생각해서 거듭 거부했지만 끝내 재진을 뿌리치지 못하고 봤다
근데, 어라?
영화는...
여러가지 궁금증을 만들었다
영화는 간단하게 말하면, 은행 대출 전담 직원인 여주인공이 집시인 엄청 나이든 할머니의 대출연장을 거절하며, 모욕을 받았다고 느낀 할머니의 저주를 받고, 그것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얘기이다. 공포영화치고는 뭔가 색다른 느낌을 주는 스토리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크게, 평범한 시민인 여주인공의 현실 스토리와 할머니의 저주로 인한 공포, 이렇게 두 면으로 생각하게 한다.
1. 왜 하필 그녀야?
영화의 시작은 여주인공이 차안에서 발음연습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투리 심한 사람이 표준어 연습하는 모습? 그렇게 직장(은행)에 도착한 여주인공은 비어있는 팀장자리를 탐낸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남자 직원과 팀장자리를 두고 다투는 꼴. 점심시간, 심리학과 교수인 남친에게 간다. 교수연구실에서 같이 밥먹고 나오다 우연히 들은 남친과 남친 엄마의 전화통화.
그 시골애 그만 만나고 변호사인 누구 소개 받아봐라.
그리고 어릴 적 뚱뚱했던 자신에 대한 거부로 지금은 채식주의자, 말라깽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알콜중독자.
여주인공은 별다를 것 없이, 적당한 불행과 적당한 행복을 가지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다.('적당한'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지만, 결국 개개인의 아픔은 나에게는 특별한 것이지만, 알고보면 너도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하나쯤 있는 상처이지 않을까? 암튼,)
왜 하필 그녀일까?
그녀가 저주를 받는 순간은 욕심을 내는 순간이다.
비어있는 팀장 자리, 더 높은 자리로 오르려는 그로인해 안정된 삶을 누리려는 욕망. 그러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그만큼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바꾸고,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계속 할머니에게 나 역시 직원일뿐이다, 결정은 상사가 내린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등과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영화 끝에서 그녀는 말한다. 모든 것은 나의 결정이었다고. 그것이 잘못일까?
스포...라고 하기엔 좀 허술하지만 그래도 어쨋든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말하자면,
그런 말 끝에 결국 지옥으로 끌려가는 그녀의 모습이 여러가지 면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 저주, 역시 개인적 결정
영화 시작에 짧은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남미인인 영매에게 마찬가지로 남미인 가족이 찾아온다. 아들이 삼일째 환청을 들으며 앓고 있다는 것. 영매는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캐묻는다. 아들은 마을에 온 집시의 짐에서 목걸이를 하나 훔쳤고, 그로인해 저주를 받았다. 영매는 그 아들을 저주에서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아들은 지옥으로 끌려가고 만다.
흔한 말로, 오늘내일 하는 할머니는 집만이 가진 전부이다. 30년간 살아온 집 밖에 없는 그녀는 그것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여 산다. 벌써 두 번이나 대출 연장을 했지만 그녀는 돈을 갚을 길은 없고, 대출을 연장해주길 바란다. 누런 틀니를 빼고 사탕을 먹고, 마련된 사탕을 가방에 쏟아넣는 할머니. 고집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모습이다. 그녀는 끝내 안된다는 여주인공의 말에 무릎을 꿇고 여주인공의 치마자락에 입을 맞추며 부탁한다. 그러나 놀란 여주인공은 소리지르며 거부하고, 경비원들이 달려온다. 사람들의 눈총을 받은 할머니는 넌 날 모욕했다는 말과 함께 물러난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 나타나 그녀의 외투 단추에 저주를 내린다.
흑염소의 모습을 한 악마 라마나에게 3일간 시달리다 결국 지옥으로 끌려가야하는 저주이다.
여주인공의 결정이 구조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할머니의 저주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오히려 여주인공의 결정보다 할머니의 저주가 더욱 개인적이다.
목걸이 하나 훔친 것이, 대출 연장 거부하고 놀란 것이
지옥으로 끌려가야 할 만큼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숨긴 혹은 인정하지 않은 그 속내에 대한 저주일까?
안타깝게도 영화에서는 그 점에 대해 잘 보여주지 않아서, 그저 할머니의 저주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게 한다.
3. 감독의 주제
이 영화의 감독은 <스파이더맨3>를 만든 사람이란다. <스파이더맨3>는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안에 있는 나쁜 마음과 싸우는 내용이다. 감독이 잡고있는 주제가 뭔지 어렴풋이 느껴지긴 한다. 이 영화에서도 공포보다는 조금 쓸데없다 싶을 정도로 여주인공의 개인사가 구구절절 나오는 것을 보면. (마치 공포는 잊을만하면 왁 나타나 하하하 웃게 만든다. 진짜.)
<스파이더맨3>는 흥행이 어땟는지 모르겠지만, 원작 자체가 품고 있는 주제가 있어서인지 그리 무리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무엇보다 공포를 잘 다루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왜 공포인지 알겠는데, 그걸 잘 다루지 못해서 결국 공포가 혹이 되어버렸다.
4. 그 외 사람들...
① 영매
남미인 가족의 아들이 지옥에 끌려간 이후로 30년간 그 악마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던 영매는 끝내 물리치지 못하고 죽는다. 조금 허무하다. 운명처럼, 한 번 내린 저주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풀 수 없다는 뜻을 남기는데, 글쎄...잘 모르겠다.
② 신입직원
동양인인 신입직원은 정말 얄밉다. 여주인공과 팀장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밥먹으러 가려는 여주인공에게 자연스럽게 점장의 샌드위치와 함께 자신의 것도 시킨다. 나중에 자기가 부탁한대로 사오지 않았다고 투정할 땐 정말 얄미웠다. 마치 벌써 팀장이 된 듯 행동하는 그는, 점장이 좋아하는 야구경기 vip석 티켓을 내밀고, 여주인공이 저주로 고생하는 틈을 타 그녀가 공들여 만들어놓은 프로젝트를 상대 은행에 넘겨버린다. 모든 걸 알고 따지러 온 그녀에겐 울면서 아버지에게 혼난다는 말만 하는 찌질이
③ 남친
여주인공의 남친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나온 '저스틴 롱'이라는 배우이다. 그 영화에서 귀엽게 나와 주의깊게 봤는데 이번에도 역시, 귀엽다.
남친은 심리학과 교수이다. 그래서 저주, 심령,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여주인공을 따라 점성술 가게에 가서 얄밉도록 이죽거린다. 그런데도 그는 여주인공의 두려움을 함께 하며 믿어준다.
너를 사랑하기로 한 그날 난 자신에게 약속했어. 어떤 경우에라도 너를 믿고 지켜주기로.
이런 비슷한 말을 하는데,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것을 쫓는 그녀를 믿고 지지해주는 남친, 아 사랑스럽다.
전에 친구와 이 비슷한 얘길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 말이 더욱 남았다. 나와 같은 사람이 좋은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가. 우리 둘다 결국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남친의 캐릭터는 정말, 여주인공을 부럽게 만든 하나의 이유이다.
5. 그외...
정말 허무하게도, 저주를 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여주인공에게 영화가 2/3쯤 지난 후에야, 그 저주 받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정식으로 주면 저주가 풀린다는 말을 해준다. 물론 그 물건을 받은 사람이 대신 지옥에 가는 것이다.
여주인공은 카페에 앉아 고민한다. 이걸 누구에게 줄까. 카페에 있는 많은 사람을 훑는다. 산소통을 낀 할아버지를 보고 줄까 한다.(솔직히 이건 좀 못된 생각이다. 삶이 얼마나 남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옥으로 끌려가는 영혼의 문제인데 말이다.) 하지만 곧 부인이 음식을 가져오고 두 사람이 사랑스런 눈으로 서로 바라보는 걸 보고 포기한다.
얄미운 신입직원을 불러내지만 결국 찌질한 그의 모습을 보고 포기한다. 찌질한 것이 삶의 생존 방식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다. 여주인공은 정에 약한 사람이다.
그러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이미 죽은 그 할머니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영혼의 문제이니, 영혼에게 저주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무덤으로 가 관을 열고 할머니의 입에 단추(가 든 것이라 생각한 봉투)를 넣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남친과 여행가려 기차역에 나간 여주인공.
남친이 건네는 봉투, 내 동전 봉투와 똑같아서 잘못 가져갔어. 네 단추 여깄어. 이럴수가!
놀란 그녀는 뒷걸음질 치다가 선로에 떨어지고, 열차가 오고 사람들은 그녀가 열차에 치었다 생각하지만 그녀는 지옥으로 끌려간다. 남친은 울부짖으며 그 모습을 본다.
뭥미...
6. 신문에서
신문에 이 영화에 대한 평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는 얘길 봤다. 맞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도 그렇지만, 스토리 자체도 롤러코스터 같다.
공포영화를 보고 하하하 웃으며, 놀이기구를 타고 내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다니...암튼, 재밌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