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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감정 사용설명서 - 이별 후 찾아오는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1년 11월
평점 :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처음보다 덜 아플 것 같아도, 나이를 먹어도, 점점 더 아파오는 것이 있다. 남들은 이것을 어떻게 견뎌내지 싶고, 이것이 무서워 새로운 만남이 꺼려지기도 했다. 나만 어른이 되지 못했는지, 회사에서도 혹은 버스에서도 갑자기 울컥 감정의 봇물이 터질 때가 있었다.
이 책 <이별 감정 사용설명서>는 이별 후에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이별로 인해 자연스레 찾아오는 감정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주제로 한다. 누구나 현실 부정, 감정의 폭발, 이별 극복, 새로운 관계 준비의 이별의 4단계를 겪게 된다. 이 중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단계는 감정을 폭발하는 2단계이다. 상대에 대한 분노와 슬픔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후회, 절망, 불안과 함께 때로는 신체적인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무력감이 커지는 시간.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상대는 나에게 이별을 통보할 수 있지만, 나의 감정을 컨트롤 할 권리는 나에게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3단계에서 소개한 애도 의식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애도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우려가 들었다. 완전한 이별을 위하여 약 6시간 정도의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그 사람을 추억하다가, 오히려 겨우 벗어난 2단계의 고통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혹은 다시 그 사람을 놓고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거나 놓치 못하면 어쩌지. 아무쪼록 외면했거나 억눌러 온 감정들의 밑낯을 드러내어 바닥을 쳐야 새로 올라갈 수 있다는 메시지이리라. 더 이상은 나를 떠난 그를 위해 울지 말아야겠지.
지금 이별한 상태가 아님에도 글을 읽으며 예전에 겪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슴이 저릿하였다. 울면서 다시 이 책을 펴 드는 일은 평생 없으면 좋으련만. 가족도 연인도 가까운 친구도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조금 울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