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은 제시카

우리 형은 제시카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5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6월

제목만 봐도 이 책의 정체성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우리 형은 제시카>.

표지도 자세히 보면 남자 사람으로 추정되는 검정 선에 포니테일과 목걸이 모양의 스카프가 화려한 무지개 선으로 추가된 듯한 모습이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작가님이 쓰셨다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누군가 써놓은 결말을 읽어버려서 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결말 스포하시려거든 바로 볼 수 있는 곳에는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ㅠㅠ)

그런데 '우리 형은 제시카'를 다 읽고 난 후 작가님의 상상을 초월한 개성 있는 문체와 유머 코드가 내 취향과 찰떡처럼 잘 맞아서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형 제이슨과 영웅처럼 받들던 형의 달라진 모습에 더욱 혼란을 겪는 주인공 샘 그리고 너무나도 바쁘신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제이슨의 폭탄 선언으로 대환장 파티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우여곡절들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어 청소년 문학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어른들도 분명히 겪었을텐데 결국 머릿속에서 잊혀진 청소년기를 지금 막 겪게 되는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랜스젠더'라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룬 소설임에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순수하고 담백한 느낌의 가족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아 누군가 포근히 감싸주는 따스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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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스웨터

안녕, 나의 스웨터 ㅣ 햇살그림책 (봄볕) 35
조영글 지음 / 봄볕 / 2020년 3월

첫째 아이는 아기였을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인 지금도 애착 이불을 갖고 잔다. 아기 때부터 쓰던 애착 이불을 사실 한번 처분한 적이 있었는데(너무 낡아서 더 이상 천이라고조차 부를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힘들어해서 비슷한 느낌의 다른 이불을 마련해주었더니 그게 다시 애착 이불이 되어 지금까지 쓰고 있다.

<안녕, 나의 스웨터>는 애착 스웨터인 '봄이'를 떠나보내는 아이의 이별 과정을 아이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스웨터라는 소재에 맞게 그림에 스티치 기법(손바느질 땀)을 이용하여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한껏 살려 주었다.

아이는 '봄이'를 처음 알게 된 그 순간을 기억한다. '봄이'와의 일들도 하나하나 소중하다. 그토록 애정하던 '봄이'가 없어졌을 때 아이가 느꼈을 법한 혼돈의 카오스가 느껴졌다. 과연 아이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와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봄이'처럼 갑자기 애착 이불이 사라진다면 너무나도 슬플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도저히 떠나보낼 수가 없다고. 잘 때 뿐만 아니라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들 때도 애착 이불이 엄마가 주는 것과는 또다른 따스한 위로를 건네 주는데 어쩌겠는가. 스스로 '더이상 이 이불 필요없어요' 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애착 물건이 있는 아이, 위로받고 싶을 때 애착 물건이 있으면 좋을 듯한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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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졸라맨 2명이 손을 잡고 있는 귀여운 그림과 살인, 증오, 복수 등의 단어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던 책 <디 아더 피플>.

이 책의 띠지를 보며 '대리 살인'은 이미 영화나 만화에서 쓰였던 소재인데 괜찮을까 라는 염려를 했던 과거의 나에게 괜한 시간 낭비를 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디 아더 피플'은 피해자를 대신해서 가해자의 죄를 처단해주는 지하 조직이다. 이것만 본다면 네이*웹툰 비질란*가 연상되는데 한가지 중요한 것이 덧붙여진다. 그 대가로 의뢰자도 다른 처단 계획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매체에 나오는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가 벌을 받지 않고 그대로 사회에서 버젓이 생활하고 있다는 걸 접했을 때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조차 끓어오르는 울분을 삼키기가 힘든데, 만약 피해자 또는 가족의 입장이라면 어떻겠는가? 과연 '디 아더 피플'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복수를 한 대가를 치룰 수 있겠는가?

읽으면서 나는 게이브가 되었다가, 케이티의 입장이 되었다가, 프랜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무수한 질문과 생각이 반복되었다. 생각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면서 봐서인가 다 읽은 지금도 아직 그 세계에 있는 것 같다.

스릴러의 묘미인 치밀한 구성의 복선과 반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탄탄하면서 빠른 스토리 전개, 영화를 보는 듯한 짜임새 있는 내용이 독자들의 영혼을 탈탈 털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블랙홀에 들어간다면 이렇게 한 순간에 빨려들어가는 몰입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시간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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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떡집

소원 떡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이승현 그림 / 비룡소 / 2020년 4월

초등학교 3학년 책에 수록되었다는 유명한 책 '만복이네 집'. 그 후속편 '장군이네 집'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 <소원 떡집>을 읽게 되었다.

만복이네 집과 장군이네 집은 떡집 앞에 아이의 모습이 있지만 '소원 떡집'엔 떡집 앞에 귀여운 쥐 한마리가 있다.

이 쥐의 이름은 '꼬랑쥐'로 아홉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볼품 없는 모습과 기이하게 작은 앞니로 인해 주변 쥐들로부터 무시당하며 항상 혼자 지내는 쥐이다. 꼬랑쥐의 소원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꼬랑쥐는 '소원 떡집'에서 아이들에게 소원 떡을 배달해주면 사람이 되게 해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과연 꼬랑쥐는 '소원 떡집'을 통해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읽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책이었다.

소원 떡들의 이름과 아이들의 상황이 너무나 찰떡처럼 잘 맞아서 깜짝 놀랐다. 랩에서만 라임이 나타나는 줄 알았는데 소원 떡집 주인의 라임 솜씨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읽고 나서 나는 무슨 소원 떡이 먹고 싶은가 생각해보았는데 마음 속 '화를 전부 사라지게 하는 예쁜 화전' 정도가 지금 내 상황에 맞지 않을까 한다. (스트레스가 요즘 많은가보다.ㅠㅠ)

떡집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 떡집 시리즈를 읽지 않은 사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는 동안 떡이 계속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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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가 되는 방법

[eBook]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가 되는 방법 - 개정판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18년 9월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최수진 작가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단어와 조우하게 되었다.

'데이터 아키텍처'.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에서 본 작가님의 모습은 영락없는 문학 소녀 감성의 소유자이셨는데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가 되는 방법>에서는 IT 계열의 전설 속 인물 같은 포스를 뿜어내시고 계셨다. (좌뇌와 우뇌가 모두 전문가 급으로 발달하신 듯 하다. 부럽고 존경스럽다.)

나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고 먼 IT 계열의 일인데 내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이 쪽인지라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책을 한 권 다 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정확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무지해서 죄송합니다. 양심 고백..ㅠㅠ)

이 책은 '데이터 아키텍처' 보다는 '전문가'에 더 집중한 실전 경험과 작가님 본인의 생각을 위주로 한 에세이 느낌의 책이다. 그래서 데이터의 'ㄷ'도 모르는 컴맹인 나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고 각 분야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은지는 서로 다르겠으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느 분야이든 이 책에서 소개된 조건과 특징을 소유하거나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작가님처럼 어느 분야의 멋진 전문가가 되면 좋을 것 같은 건 너무 큰 욕심일 수 있으니 마음 속으로만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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