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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루 The Guru



" 발리우드 영화의 특성에 헐리우드식의 코미디와 로맨틱을 적절히 버무려낸 영화 "

2002년, 영국/미국, 로맨틱 코미디, 94분

감 독 : 데이지 V.S 메이어
각 본 : 트레이시 잭슨
제 작 : 팀 베번, 에릭 펠너, 마이클 런던
촬 영 : 존 드 보먼 l 음 악 : 데이빗 카르보나라

출 연 : 헤더 그레이엄,마리사 토메이,지미 미스트리,마이클 맥킨

개 봉 : 2004년 1월 30일(금) 개봉 l 관람등급 : 18세 관람가
수입/배급 : 그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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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난 스타가 될거야,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처럼!'
 

섹시한 마카레나 춤으로 동네 아줌마들을 사로잡은 라무(지미 미스트리). 하지만 그에겐 보다 큰 야망이 있었으니 바로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뮤지컬 영화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처럼 되는 것이다. 라무는 드디어 걱정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당당히 미국 뉴욕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그의 이상을 꺾으려 하고, 택시 운전기사나 웨이터가 아닌 진짜 꿈을 찾아 포르노 영화의 오디션을 본 라무는 어설픈 연기로 망신을 당하지만, 포르노 전문 배우 샤로나로부터 감동적인 조언을 듣게 된다.


'인도의 댄스강사, 뉴욕의 섹스 구로로 등극하다!'
 

그날 밤 뉴욕의 갑부들이 모이는 파티장에 갔다가 우연히 인도의 수행자 '스와미 부'의 대역을 맡게 된 라무. 그는 얼떨결에 샤로나(헤더 그레이엄)에게서 얻은 조언을 그럴듯하게 인용해 영적 치료사로 오해 받게 된다. 한편 명상과 요가에 빠진 갑부의 외동딸 렉시(마리사 토메이)는 라무의 추종자가 되어 그의 지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동분서주하게 된다. 얼떨결에 섹스 전도사가 된 라무는 샤로나에게 정식 강의를 받게 되고 'The Guru(정신적 지도자)'라는 호칭을 얻으며 사교계 인사들의 섹스 상담자가 되어 유명해진다.


'이건 환상일 뿐이에요. 진짜처럼 느껴지겠지만 진실이 아니죠.'
 

아무것도 모르는 샤로나는 라무에게 자신만의 섹스 철학을 전수하고, 순수한 그녀의 친절에 라무는 죄책감과 함께 묘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한편 약혼자 러스티에게 자신이 포르노 스타임을 숨기고 늘 거짓말을 하던 샤로나 역시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친절한 라무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유명해진 라무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얘기를 팔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본 샤로나는 실망하게 되고, 라무는 그녀에 대한 사랑과 함께 진실하지 못한 꿈은 소용 없는 것임을 깨닫고 샤로나의 결혼식장으로 뛰기 시작하는데….

프로덕션 노트

영국 박스오피스 정상에서 <맨 인 블랙2>를 밀어낸 흥행작!
 

2002년 영국에서 개봉된 인도풍의 화려한 로맨틱코미디 영화 <구루>. 개봉 주말 150만 파운드를 벌어들이며 <맨 인 블랙2>를 따돌린 이 흥행작은 발리우드와 헐리우드의 장르적 특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영. 미 합작 작품이다.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 발리우드의 춤과 노래, 감상적인 요소들이 잘 섞여있는 영화로,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최고봉 워킹 타이틀과 헐리우드의 유니버셜 픽처스가 함께 제작해 작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특히 매번 차별화된 개성으로 로맨틱 코미디 전문 제작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의 노하우가 집약된 <구루>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어바웃 어 보이>,<노팅 힐>,<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신나는 춤과 음악이 있다! 화려한 파티 같은 영화!
 

영화 <구루>는 비주얼한 화려함을 우선시 하는 발리우드 영화의 특성에 헐리우드식의 코미디와 로맨틱을 적절히 버무려낸 영화다. 1930년대의 헐리우드 뮤지컬과 발리우드식 뮤지컬이 묘하게 어우러진 이 영화는 서로 다른 문화와 영화적 기법을 결합시켜 좋은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 부담 없이 마음을 열고 웃을 수 있는 코믹한 요소들이 한자리에 펼쳐지며 신나는 파티를 연상시킨다. 인도 영화만의 특징이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 영화들에는 일찍이 <춤추는 무뚜>, <발리우드 할리우드>가 있었지만. 영국의 떠오르는 신예 지미 미스트리와 최고의 섹시 스타 헤더 그레이엄이라는 스타파워를 앞세운 <구루>는 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흥겨운 춤과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라무와 샤로나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영화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주류 영화 시장을 정복한 퓨전 발리우드 영화의 힘
 

미국에 헐리우드가 있다면 인도에는 인도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발리우드(Vollywood) 가 있다. 발리우드는 인도 영화 생산의 중심인 뭄바이(옛 봄베이)를 지칭하는 말로 인도의 상업성 짙은 영화를 일컫는다. 인도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장르의 복합성이라 할 수 있는데 드라마와 액션, 코미디 장르에 춤과 노래가 있는 뮤지컬 형식을 더해 인도 영화 특유의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장르의 인도 영화를 '마살라 (masala) 영화'라고 하는데, 복합적인 양념이 가미된 인도 음식 마살라처럼 웃음과 슬픔, 사랑과 증오, 공포와 평안, 연민과 열정 등 9가지의 감정요소가 혼합된 구성을 취한다. 따라서 인도에서는 장르별로 나뉘는 헐리우드 영화보다 여러 장르가 한데 복합되어 있는 발리우드식 마살라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산만한 구성에 내용과는 상관없이 삽입되는 노래와 춤이 당혹스러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발리우드 영화의 장점을 고스란히 계승한 영화 <구루>는 헐리우드의 치밀한 작업 시스템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최근 서구의 주류 대중문화로 진입중인 발리우드 영화의 열풍을 이어받아 영국 정부는 영화 <구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 색다른 퓨전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더불어 올해 제 7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발리우드 들여다보기'라는 테마로 다양한 발리우드 영화들이 상영되어 국내 영화 팬들에게 환영 받기도 했다.


미국 상류층의 테라피 문화에 대한 야유
 

<구루>에는 현재 미국 상류층이 즐기는 문화를 알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가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 '구루(Guru)'는 (정신적)지도자, (어떤 분야의)전문가, 권위자를 뜻하는 말이다. 주인공 라무는 어느 날 우연히 상류층 인사들의 파티에 갔다가 위대한 구루로 오인 받게 되는데, 평범한 배우 지망생의 몇 마디 대사에 의해 그를 정신적 지도자로 믿는 것은 바로 돈 많은 권력자들이다. 그럴듯한 말 한마디와 행동하나에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부여하고 신봉하는 그들의 속물 근성은 유쾌한 음악과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드러난다.

한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재인 '섹스 전도사'는 최근 미국 상류층에서 불고 있는 테라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테라피(Therapy)'는 단어 앞에 명사가 붙어 '~치료법'으로 표현되는 단어로 Color Therapy, Aroma Therapy, Music Therapy 등이 있다. 말그대로 색과 아로마 향, 음악을 통해 사람의 병을 치유한다는 의미이며, 이 영화에서 라무는 Sex Therapy를 통해 영혼과 성생활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섹스 지도자로 유명해진다.

이 영화는 점잖은 체하는 뉴욕 사교계 인사들이 포르노 스타의 말을 읊어대는 라무를 존경하고, 그가 추는 마카레나 춤을 수련하듯이 경건하게 따라 한다는 설정을 통해 상류층 인사들의 가벼운 문화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In the Movie
 

섹스 구루 '라무'의 뉴욕 성공기

<구루>는 한 청년이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코믹하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따라가는 영화다. 순진무구한 인도 청년 라무가 부푼 꿈만으로 찾아온 뉴욕은 그에게 기회는 커녕 일자리도 내어주지 않고, 라무는 시궁창같은 현실 속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회를 찾아 다니게 된다. 두드리면 열린다 했던가, 어느날 우연히 라무는 포르노 영화를 찍게 되고, 그의 인생 대역전에 키워드가 될 여인 샤로나를 만나게 된다. 샤로나는 비록 포르노 배우인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여기지만, 진실한 사랑과 포르노 연기에 대한 열정에 있어서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라무에게 자신의 노하우와 섹스 철학을 전수하게 되지만 라무는 그녀의 지식을 이용해 성공을 꿈꾼다.

독특한 개성의 인물들이 펼치는 뜻밖의 반전(?)

샤로나의 금욕주의자 애인 러스티는 소방관이다. 남성적인 직업에, 우람한 체구의 러스티는 외모와는 달리 종교에 심취해 있으며,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뜻밖의 보수파. 하지만 초반에 등장하는 러스티의 동료 소방관을 눈 여겨 보자, 영화가 끝날 무렵, 그의 폭탄 발언에 의해 러스티의 비밀이 밝혀지며 뜻밖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한편 라무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그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장본인 렉시는 부잣집 외동딸로 영적 세계에 관심이 많은 아가씨. 자신에게는 영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끊임없이 인도와 티벳의 수행자들을 찾아 다니던 끝에 라무를 발견, 그에게 모든 것을 걸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그녀는 진실된 깨달음을 얻게 된다.

편견에 휩싸인 세상에서 깨닫는 진실의 힘

<구루>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서민들과 성적 소수자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여주인공 샤로나는 전문 포르노 배우지만, 소방관 남자친구에게는 초등학교 교사로 되어 있으며, 인도에서 건너온 청년들은 호텔 보이와 주방장, 택시 운전사 등으로 대부분 상류층 사람들에게 무시 받고 천대 받는 직업의 소유자들이다. 남자친구마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포르노 배우 샤로나는 자신만의 철저한 프로 정신마저도 숨기며 세상으로부터의 상처를 견디며, 유색 인종들인 라무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을 무시하던 상류층 사람들도 결국은 자신들의 속물 근성을 드러내며, 보수적이던 샤로나의 남자친구 역시 영화의 마지막, 자신의 숨겨진 정체(?)를 밝히게 된다. 결국 등장 인물들의 갈등과 편견은 라무와 샤로나의 용기 있는 행동에 의해 솔직함과 진실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감독 : 데이지 V.S 메이어 (Daisy von Scherler Mayer)
 

1995년 <파티걸>로 데뷔한 여성 감독 데이지 V.S.메이어는 두 번째 연출 작품인 <제이다 핀켓의 우>에서 이미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물에 관심을 보였던 감독이다. 최근 작품으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식당 주인 루드비히 베멜먼스가 쓴 유명한 동화책 시리즈를 영화화 한 <매들라인>. 파리의 고풍스러운 기숙학교에 사는 여자 아이들과 수녀의 생활을 그린 원작을 비교적 매끄럽게 연출 했다는 평을 받았다. <구루>의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신비한 마법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이 영화를 <제이다 핀켓의 우>에서 보여주었던 뉴욕 특유의 발랄함에 <매들라인>에서 사용했던 동화적 표현을 더해 사랑스런 로맨틱 코미디로 완성했다.

매들라인(1998) / 제이다 핀켓의 우 (1998) / 파티 걸 (1995)

출처 : http://www.koreafilm.co.kr/movie/review/guru.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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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美 유혈 시위 이래 투쟁과 희생으로

엄청난 얼룩이 지고서야 노동절은 자리를 잡아

고대인들은 5월 첫날 플로랄리아(Floralia) 축제를 열었다. 봄과 꽃의 여신
플로라를 기리는 이 축전은 단연 장미와 장밋빛 잔치였으리라. 기원전 253년
로마에서 비롯된 이 축제일에 즈음해서 현대인은 메이 데이(May Day) 행사를
치른다. 그러나 5월의 잔치답지 않게 메이 데이에는 피와 핏빛 얼룩이 가득하다.
역사학연구소가 집필한 『메이데이 100년의 역사』(서해문집, 2004)는
이런 얘기로 시작된다.

한쪽에는 100달러짜리 지폐로 담배 말아 피우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7~8달러의 주급으로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개들의 세계는 절대로 그렇지 않으렷다. 이런 세상은 바뀌어야 하기에 미국노동총연맹(AFL)은 하루 8시간 노동을 내걸고 1886년 5월 1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시카고 시위에서는 3일 파업자에 대한 경찰 발포로 4명이 죽었다. 4일 헤이마켓 광장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 폭탄이 터져 경관 7명이 숨지고, 대응 사격으로 20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노조 지도자 8명을 범인으로 기소한 당국은 이듬해 처형 4명, 종신형 2명, 옥중 자살 1명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그것은 재판이 아니라 재판을 빌린 살인이었다. 피고인들의 성향이 무정부주의자라는 것뿐 어떤 유죄 증거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후 진술에서 그들 중의 하나는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 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27쪽)고 외쳤다. 그는 또 “우리의 침묵이 오늘 우리의 목을 매다는 당신들의 사형 명령보다 훨씬 강력해지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28쪽)라는 말을 남기고 교수대에 올랐다. 오죽했으면 런던에서 버나드 쇼가 “세상이 8명의 인민을 잃느니 일리노이 주 대법원의 법관 8명을 잃는 편이 낫다”고 직격탄을 날렸을까. 뒷날 재조사로 주지사는 그들의 혐의를 벗겨주었으나 6년 전에 가져간 목을 돌려줄 수는 없었다. 제2 인터내셔널은 1890년 5월 1일을 기해 ‘만국 노동자의 시위’를 선언했다. 메이 데이의 효시였다. 정작 유혈로 메이 데이를 연출한 미국은 9월 첫 월요일을 ‘노동의 날’로 정해 딴판을 벌이고 있다.

메이 데이는 박래품(舶來品)이지만 반갑게도 이 책은 ‘메이 데이의 한국사’를 들려준다. 식민지 조선 노동자의 메이 데이 행사는 민족 해방을 위한 투쟁의 장이었다. 일제는 메이 데이 탄압에 혈안이 되었으며, 1924년 5월 2일 조선일보는 “시가에는 기마 순사의 말 자취 소리가 요란하고 사상 단체의 사무소 앞에는 사복 형사가 지켜 서서 무엇인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무산자는 소리 없이 압박에 묻혀 있고 그 대신에 경관대가 메이 데이를 축하하는 듯하더라”(57쪽)라고 썼다. 일제가 전쟁 준비에 광분하던 1938년 메이 데이도 ‘근로일’로 창씨 개명을 한다.

해방 공간에서 노동 운동을 주도한 것은 좌익계 전평(全評)이었다. 군정은 진보적 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등 ‘정치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1947년 전평을 불법화했다. 대한노총이 이승만 정권의 충복이 되었는데, 일례로 1956년 메이 데이 개회식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노동자의 은인인 이승만 박사를 절대 지지하자”(123쪽)고 용비어천가를 읊조릴 정도였다. 메이 데이는 공산 괴뢰 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대한노총은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생일을 바꾼 것이다.

1963년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개칭했다. 근로자란 지칭에는 천황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일제의 통치 음모가 배었다고 한다. 군사 정권의 시녀를 자임한 한국노총은 박정희의 유신 정변이 “구국 통일을 위한 영단”이고, 전두환의 독재 연장 기도마저 위기 해소를 위한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잡는 데는 전태일의 분신과 김경숙의 죽음에서 6월 대항쟁까지 엄청난 투쟁과 희생이 따랐다. 드디어 1989년 재야의 민주 노동 세력은 “민주적인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탄압의 상징인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 불명예의 날’로 규정함과 아울러 메이 데이를 우리의 진정한 노동절로 엄숙히 선포한다”(208쪽). 그리고 1990년 메이 데이 기념 100년 만에 민주노총의 누룩 전노협이 결성된다.

이 책은 치열한 시대에 대한 치열한 보고서이다. 그래서 오늘의 눈으로 읽자면 다소 튀는 부분도 없지 않다. 1904년 4월 레닌은 “낡은 러시아는 죽어가고 있다. 자유로운 러시아가…다가오고 있다”(178쪽)고 치열한 레토릭의 메이 데이 기념사를 썼다. 2004년 4월 그 자유로운 러시아는 어디 있는가? 그것도 역사의 간지(奸智)라면 해방 공간에서의 함성대로‘노동자 환희의 날 메-데-’가 자본가의 대액일(大厄日)일 필요는 없으리라. 장미는 핏빛도 아름다우니!

정운영 논설위원
2004.04.30 21:04 입력 / 2004.04.30 21:33 수정
출처 :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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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ㄱ ㄴ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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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때문에 살 마음이 생겼고, 제목 때문에 책을 샀다. 앤서니 기든스의
『노동의 미래』(을유문화사, 2004)가 그 책이다. 원제(Where Now For
New Labour)를 보고 내용이 토니 블레어 주연의 영국 ‘신노동당’모험담
임을 알았다.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치하 11년, 존 메이저 집권 7년 동안
노동당은 철저하게 깨졌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97년 정권을 쟁취한
노동당의 승리 교본이다. 그렇다고 절치부심(切齒腐心)이나 와신상
담(臥薪嘗膽)의 비장감이 전편에 흐르는 것은 아니고, 주조는 오히려
블레어의 얼굴 같이 ‘두루춘풍’이었다.

우파 학자가 ‘사민주의 세기의 종언’을 고하고, 좌파 지식인들마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시대에 영국 노동당이 보여준 18년 만의 집권 시범은 그야말로 ‘사민주의의 마술적 복귀’라고 할 만하다. 그 마술은 손수건을 흔들어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따위의 눈속임이 아니라, 기든스에 의하면 노동당 지도부가 취한 철저한 ‘실용주의적 쇄신’의 결과였다. 거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클린턴식 미국 민주당이 영국 신노동당의 모델이었다”(28쪽)는 설명에는 갸우뚱하고 고개가 돌아간다. ‘클레어’니 ‘블린턴’이니 하며 양자가 짝꿍처럼 지낸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무어래도 클린턴이 사민주의자는 아니지 않은가?

기든스는 ‘제3의 길’ 전도사이고, 블레어의 노선 코치이다. 제3의 길은 심각할 때도 나오고, ‘심심할’ 때도 나와 다소 식상한 메뉴가 되어 버렸다. 1945년 종전 이후 제3세계 지도자들이 자본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닌 제3의 길 건설을 외쳤고, 1960년대 동유럽에서 시장도 아니고 계획도 아닌 제3의 길 꿈을 가꾼 적이 있었다. 그 뒤에도 모방 간판들이 속출했다. 책에 붙은 ‘사회민주주의의 쇄신’이라는 부제로 미뤄 기든스의 제3의 길은 자본주의와 ‘낡은 사민주의’틈새에서 어떤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인 듯하다. 그러나 사민주의가 벌써 고전적 좌파 이념을 탈색한 것이니 그의 ‘새로운 사민주의’는 고전의 재탈색이 된다.

변신은 집권을 위한 긴급명령이었다. 당헌에서 공적 소유 조항을 폐기하고, 당내에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한 블레어는 전통적인 노동 계급을 넘어 다양한 직종의 중간 계급에 의지했다. 승리를 위해 이념과 계급을 ‘쇄신한’ 노동당은 정부 서비스의 민간 개방, 평등 대신 기회의 평등 보장, 사회 정의보다 경쟁력 향상이 앞선 조세 정책, 역기능 방지를 위한 복지 축소 개혁 등 ‘노동당의 뉴딜’을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사민주의의 성형 수술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이다. 이것을 왜 제1의 길이 아니라 제3의 길로 불러야 하는지 나로서는 적잖이 의문이다. 아무튼 이를 바탕으로 기든스는 2001년 중임에 이은 블레어의 3기 연임을 자신한다.

발은 우향우로 돌면서도 입으로는 ‘새로운 중도 좌파’라니 미칠 노릇 아닌가. 그러니 반대파에게―예의 ‘낡은 중도 좌파’에게―쇄신은 전향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터이다. “좋은 사회란 국가가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사회이다”(75쪽), “평등은 이뤄질 수 있는 것을 제한한다”(79쪽), “세금 인상은 성공에 대한 체벌로 널리 인식된다”(82쪽), “가난한 사람들의 참여는 경제 성장을 통해 이뤄진다”(133쪽) 등등의 대목은 그 전향의 물증이 될 만하다. 우파가 들으면 무릎을 치며 지당한 말씀으로 모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기는 블레어가 대처 스쿨의 우등생으로 대처의 신임을 받는다는 소문도 있었으니….

그의 비판자들이 야유하듯이 확실히 기든스는 ‘적이 없는 정치’를 설교한다. 그러나 내부에 적을 만들고 있다. 이를테면 “의심할 여지없이 좌파의 일부는 좌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보다 우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 더 행복해 한다”(33쪽)고 해당(害黨) 발언조차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우파가 정권을 잡아야 공격이 쉽고 좌파의 결속이 잘된다고 믿는 당내 ‘불평 분자’들에게 엿이나 먹으라는 말인데, 이거 좀 심한 것 아냐? 그러니 좌파보고 어쩌라는 거야? 스스로 불행을 참고라도(?) 좌파가 이기도록 하라는 거야, 좌파의 행복을 위해서(!) 우파가 이기도록 하라는 거야?
천사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정치에는 적이 있다.

19세기 중엽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를 적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20세기 말기의 ‘노동당 선언’은 고전적 사민주의, 전통적 중도 좌파 겨냥에 힘을 빼고 있다. 밖의 적이 비키는 대신 안에서 적이 자란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승리를 위해 한발 물러서느냐, 장렬한 전사를 무릅쓰고 신념을 지키느냐? 역사는 항상 문제만 제기할 뿐 그 대답은 사람이 찾아야 한다. 노동당 간판을 앞세운 정당이 단군 이래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한 즈음 이 책은 8000원 본전의 몇 곱이나 되는 교사의 지혜와 반면교사의 경고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2004.04.16 17:36 입력 / 2004.04.16 17:43 수정
 
자료출처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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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을 만나서 그런지 지난 연말부터 ‘수 틀리는’ 일들이 부쩍 잦았다.
장창 꼬나들고 풍차로 달려드는 400년 전의 짓거리를 다시 써먹기도 뭐하고,
그러니 스스로 화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어름에 지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상선여수(上善如水) 훈도가 다가왔다.

그래 물처럼 살자! 이 판에 누가 책을 한 권 보냈는데, 아 글쎄 거기 “물 흐르듯
산다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139쪽)라고 했더
라니까. 토머스 머튼의 『장자의 도』(은행나무, 2004)가 그 책이다.

장자 독법은 여럿이다. 1960년대의 김동성은 “이와주자(以瓦注者)는 교(巧)하고
이구주자(以鉤注者) 탄(憚)하며 이황금주자(以黃金注者)는 혼( )하다. 기교일야
(其巧一也)이나 이유소금(而有所衿)이면 즉중외야(則重外也)라. 범외중자(凡外重者)는 내졸(內拙)이라” 식으로 유장하게 읽었다. 이를 김달진은 “기와 쪽을 걸고 내기 활을 쏘면 용하게 맞고, 허리띠 장식이라면 마음에 걸려 조금 덜 맞고, 황금을 걸면 마음이 어지러워 맞지 않는다. 그 기술은 다 같지만 마음에 아끼는 것이 있으면 바깥을 중하게 여기게 된다. 밖을 중히 여기면 대개 속은 보잘것없는 법이다”라고 단아하게 풀었다.

그리고 머튼 식이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활을 쏘면/ 재능을 한껏 발휘하지만/ 놋쇠고리를 바라고 쏘면/ 이미 긴장한다/ 금상을 걸고 활을 쏘면/ 눈이 흐려져/ 과녁이 두 개로 보이니/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그의 기교는 변함이 없지만/ 상이 그의 마음을 갈라놓는다”(163쪽). 그러니까 이 책은 동양 사상에 심취한 영국인 사제가 장자에 나오는 숱한 해학·우화·경구 가운데 그 정수를 가려내 62편의 시로 번안한 ‘시편’이다. 그는 무엇에 취해 장자를 영어로 옮겼고, 벽안의 독자들은 또 무엇에 반해 지난 40년 동안 25쇄나 찍어가며 이 책을 읽는 것일까?

역자 권택영 박사는 영문학 전공의 여교수다. 장자-영문학-여교수의 조합에 따르는 행여 어떤 삐뚜름한(?) 선입관일랑 붙들어매시라. 각 편에 역자의 단상이 딸렸는데 이것이 심상찮다. 예컨대 “왕십리역에서 국철을 갈아타지 않으려고 슬피 울 까닭도 없고, 왕십리역에 미처 다다르지 않았는데 먼저 내려서도 안 될 것입니다”(64쪽)라는 삶의 관조라든지, “만가(輓歌)도 시도 없고, 슬픔조차도 없이 그저 하얀 돈 봉투만 있습니다. 그리고 이유 없이 목을 잘린 수많은 국화송이들이 슬픔을 대신합니다”(58쪽)라는 장례식 소묘는 그야말로 장자의 경지 아닌가. 게다가 “텔레비전의 9시 뉴스는 스포츠 뉴스나 다름없습니다. 온갖 분쟁을 보여주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31쪽)라니. 어허, 이 책은 탄핵 소추와 촛불 시위 전에 나왔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누구나 한번쯤 들었으리라. 장자가 냇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기쁨을 안다고 하자, 혜자는 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고, 장자는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으니 이는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너도 안다는 뜻이 아니냐고 대꾸하는 그 유명한 얘기를. 이 논쟁에서 머튼은 물론 장자 편이다.

그러나 역자는 “장자는 기표(記表)와 기의(記意)의 틈새가 무한히 열려 있음을 아는 포스트모더니스트요, 혜자는 하나의 기표가 하나의 기의만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리얼리스트이다”(148쪽)라고 풀이함으로써 기원전 4세기의 장자한테서 포스트모던 징후를 읽어낸다. 그러니 이 책은 장자와 저자와 역자의 공저(!)라고 해야 옳으리라.

고백컨대 나는 이 책의 ‘부실 독자’다. 먼저 “장자의 시는 하루에 아무리 많아도 두 편 이상 읽지 못합니다”(35쪽)라는 역자의 경고를 이 글을 쓰느라 어겼고, 또 “나는 그저 스스로 평화롭기 위해 장자를 읽고”(9쪽)라는 역자의 평화가 대체 내게는 언제 오느냐고 계속 보채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장자 말씀대로 살려고 하면 나라는 어쩌고 경제는 어쩐다지? 김갑수 교수는 『장자와 문명』(논형, 2004) 서문에서 장자 독서에서 무위의 자연 못지않게 유위의 문명에 주목하라면서, 장자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현실을―이 풍진 세상을―고민한 실천적 지식인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마음놓고 책을 읽자!

*** 정운영

서울대 상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벨기에 루뱅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대 교수이며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겸하고 있다.
2004.04.10 14:33 입력

자료출처 :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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