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디 라마, 가장 경이로운 배우 - Wi-Fi로 세상을 이어주다
윌리엄 로이 지음, 실뱅 도랑주 그림, 하정희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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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로이(William Roy)’가 쓰고 ‘실뱅 도랑주(Sylvain Dorange)’가 그린 ‘헤디 라마, 가장 경이로운 배우(La plus belle femme du monde: The incredible life of Hedy Lamarr)’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배우이자 발명가였던 헤디 라마의 이야기를 담은 전기 만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눈에 띄는 이 미녀는 외모만큼이나 능력면에서도 대단한 사람이다.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캣우먼’의 모델이 되는 등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그 자신 역시 배우로서 활약하는가 하면, 그런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모습에서는 선뜻 생각하기 어려운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발명도 꽤 여럿 이뤄냈다.

그녀가 ‘조지 앤타일’과 함께 발명한 ‘주파수 도약 기술’은 WiFi나 블루투스, GPS와 같은 현대 무선통신의 원천 기술이라고도 할 정도니 이것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고도 할수 있겠다.

이 책은 그런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화려했던 배우 시절, 그리고 그것들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기도 하는 말년까지를 그려낸 만화다.

그녀의 삶은 꽤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그녀가 살았던 시대가 제2차 세계대전을 지난다거나, 그녀 가족이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유대인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그러한 일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 책에서도 그 부분은 그리 크게 다루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나름 운이 좋은 편이었달까.

문제는 개인적인 삶에서는 썩 그렇지 못했다는 거다. 부유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부모의 이해에 힘입어 하고 싶은 것도 꽤 자유롭게 하긴 하였다만, 그 결과가 남긴 것은 퇴폐적인 성향도 엿보이는 섹스심벌일 뿐이었으며, 기껏 이룬 가정도 평탄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배우외에 가장 열과 성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발명가 일 역시 좀처럼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의 업적이 정당한 평가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후다. 그때까지 그녀는 자식에게까지 자신의 발명가로서의 면모를 밝히지 않았는데, 그건 단지 엄마로서 있고 싶어서 였던 것 뿐 아니라 그 때의 경험이 줬던 씁쓸함 때문에 묻어두려던 마음 역시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그녀는 스스로도 기왕에 만들어진 섹스심볼로서의 모습을 이용하거나 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망치기도 하였지만, 그런 모습으로 굳어지게 만든데는 당시 여성의 지위나 사회가 품고있던 기대와 편견이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은 단지 그녀를 어떻게 비추느냐 하는 것 뿐 아니라, 때로는 그녀의 행동을 좌우하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발명가로서의 그녀를 더욱 지우게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전기 만화로서 책은 헤디 라마라는 인물의 굵직한 이슈들을 꽤 잘 요약한 편이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르게 얘기하면 생략된 것도 많다는 얘기다. 그 안에는 중요한 사실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들이 그녀에 대해 오해의 여지를 남긴다. 또 일부는 서로 상충되는 내용이 실려있어 무엇이 맞는지 헷갈리게도 한다.

그녀가 겪은 일들이 너무 여러가지다보니 책에서 그것들을 하나씩 조명하지는 않는데, 그게 그녀의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보기 보다는 마치 가십들을 흘려듣는 것처럼 단편적으로 스쳐지나게 만들기도 한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쉬움도 많다는 얘기다.

선과 색감이 독특한 그림은 꽤 매력적이다. 작가는 인물 뿐 아니라 물건이나 심지어 컷 분할에도 외곽선을 거의 쓰지 않았는데, 이게 마치 애니메이션 스틸컷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디테일도 꽤 잘 살린 편이다. 다만, 몇몇 물건들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어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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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보고 싶었어 - 친구가 보고 싶어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그림 그리다 쓴 59일간의 유럽여행기 어쩌다 보니 시리즈
오은지 지음 / 북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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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보고 싶었어’는 친구가 보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의 기억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무려 59일간이나 유럽을 여행한 기록이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이유나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별 거 아닌 것에서 시작한다. ‘나도 한번 해외 유학’이라거나 ‘영어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같은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난 곳에서 1년여를 살면서 생각보다 값진 것을 얻었는데, 그건 단지 유학경험이나 영어 능력 등이 아닌 친구다. 한국에 돌아오고 수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생각나는 그 친구들을 더는 뒤로 미뤄둘 수 없어서 만나러 가면서 이 책이 시작된다.

시작에서 알 수 있듯, 나름 ‘여행 에세이’지만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전혀 그 나라의 멋진 모습이나 맛있는 음식, 또는 우리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여행을 떠나 만난 사람(때로는 동물)이 중심에 있다.

그러다보니 무려 59일이나 유럽을 돌아다녔다는 것 치고는 꽤 내용이 적다. 거기에서의 경험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와의 만남을 위주로 책을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정도는 일기 같은 성격도 띈다.

또한 다시 만나 좋았던 친구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 같은 것이기도 한데, 그런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있어서 보면 괜히 미소짓게 된다.

각각의 경험들은 장황하지 않고 짧고 굵게 적었으며 거기에 적당한 장면을 글 하나에 그림 하나 정도로 실었는데, 그게 이 책을 좀 더 가볍고 그림책 보듯이 볼 수 있게 해준다. 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발랄해서 더 그렇다.

중요한 것들만을 간추린 저자의 글솜씨도 나쁘지 않으며, 단순해 보이면서도 제대로 상황이나 감정 등을 묘사한 일러스트 역시 매력적이다. 표현이 코믹해서 그 자체로도 보는 맛이 있다.

현대에는 사실 친구라는 게 좀 흐려진게 사실이다. ‘친구’가 무엇인지 자체가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점차 그 말이 갖는 무거움이나 실제 관계는 좀 옅어졌다는 말이다. ‘이웃 사촌’이라고 하던 이웃이 이제는 그저 내 집 옆에 사는 사람으로 바뀐 것처럼 변해가는 것 같달까. 그래서 더욱 문득 친구가 사뭇 그리워질 때도 있는데, 이 책도 보고나면 그런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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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아른핀 콜레루드 지음, 손화수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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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핀 콜레루드(Arnfinn Kolerud)’의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Snillionen)’은 뜻하지 않게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면서 겪게되는 일화를 그린 소설이다.

갑자기 큰 돈이 생기게 되면 무얼할까. 허무한 상상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혹자는 거금이 들기에 그동안엔 쉽게 해보지 못했던 세계여행 같은걸 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좀 더 큰 집이나 빠른 차, 또는 큰 TV 같은 것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드물게는 이제까지 해보지 못했던 큰 기부를 하겠다는 놀라운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 이제까지와 다름없이 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대부분이 그럴지도 모른다. 급격한 변화가 어떤 일을 초래하게 될지 두려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제까지의 삶도 그렇게까지 초라하고 고통스럽거나 나쁜 것은 아니어서 그렇다. 지금의 집, 주변 환경, 심지어는 직장에서의 보람까지도 나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거다.

이 소설의 주인공, 프랑크의 엄마도 그런가보다. 무려 2,400만 크로네, 한국 돈으로 약 30억 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받게 되었는데도 전과는 다른 사치를 하거나 생활을 바꾸는 것 없이 일상을 계속하길 원한다.

문제는 그 사실이 온 마을에 퍼져버렸다는 거다. 그때부터 이들 가족에겐 괴로움이 시작된다. 말도안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돈을 요구하는 인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현실에도 그런 예가 많았던지라 이 부분은 꽤나 현실적이었다.

마을이 점차 이상해지는 것도 그렇다. 여기서는 작가가 가진 인간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는데, 나 자신도 작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꽤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은 미스터리한 면이 있어 더 그렇다.

다만,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지중해에서의 이야기는 속이 터질 듯 답답하기도 하고 공감도 잘 안되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풀어놓았던 미스터리를 거의 방치하다시피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작가가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과 그것들을 통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게 무엇인지가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잘 드러났기에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야기의 마지막도 나쁘지 않다. 이 사건이 결국 무엇을 남겼는지를 생각하면, 프랑크의 엄마는 어쩌면 크게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번역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제목은 쫌 긴가민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원제인 Snillionen이 사전에서 검색되지 않는 걸 보면 저자가 만들어 낸 합성어인가 본데, 저자는 어떤 제목을 붙였던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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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자 이야기
아리시마 다케오.오가와 미메이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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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모자 이야기’는 ‘아리시마 다케오(有島 武郞)’와 ‘오가와 미메이(小川 未明)’의 대표작을 모은 동화집이다.

한국과 일본은 근대의 기억때문에 서로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서로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은 기묘한 관계이기도 하다. 소위 ‘까’ 뿐 아니라 지나친 친일파라 할 정도인 ‘빠’도 많다는게 그 단적이 예다.

그건 서양 뿐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유독 일본의 문화와 감성이 한국인의 그것과 잘 맞아서 그렇다.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네 이야기같고, 그래서 쉽게 감정이입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 역시 그렇다. 동화이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인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이 중요하고, 그래서 그게 어긋나면 ‘대체 왜?’ 싶으면서 갸우뚱 하게 되는데 이 책에 실린 동화들엔 그런 점이 거의 없다.

특히 아이들의 일화를 그린 ‘아리시마 다케오’의 동화들은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 대다수가 겪어봤을법한 감정이나 상황을 그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맞아’ 혹은 ‘나도 그 비슷한 적 있어’ 싶은 기억을 끄집어낸다.

선과 악 어느 것에도 치우쳐있지 않아 오히려 어느쪽으로든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에는 곱씹으며 쓴맛을 느끼기도 하는 아이 특유의 감정 묘사도 잘 했다.

마치 어렸을 때의 실제 경험을 그린듯한 이 이야기들은, 대신 보통의 동화라면 품고있을 깨달음이나 교훈 같은 면이 좀 덜한 편이다. 끝도 (경험담이 대게 그렇듯) 똑 부러지게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는 그와 정 반대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신화나 우화의 모습을 한데다, 끝맺음도 확실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것도 좀 더 뚜렷하다.

책에는 비록 대표작 몇개만 실려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작가들의 매력이 전해진다. 기회가 있으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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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 쏙닥쏙닥 - 개념을 만화와 애니로!
아우라디자인연구소 그림, 강주원, 골든벨 R&D 발전소 기획 / 골든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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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 쏙닥쏙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기 전자에 관한 개념을 알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전기 전자에 대해 알려면 그에 관한 개념 뿐 아니라 공식이나 화학, 물리 지식까지 어느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모든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비로소 전기가 발생하고, 우리사 사용하는 전자기 회로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지만은 않은 분야인 게 사실이다. 그걸 이 책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접근 난도를 낮추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나름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그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설명 뿐 아니라 관련 기기나 회로도, 수식 등도 많이 쓰이는데, 만화는 그걸 보여주는 역할로도 쓰인다. 그래서 실용적으로 꽤 괜찮은 접근이기도 하다.

책은, 전기 전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쓴 것인 만큼, 기본적인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전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자기적 현상이나, 회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걸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간단한 것에서부터 하나씩 추가해가며 설명한다. 조금씩 지식을 쌓아가며 따라가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쉬운 건 전기 전자의 기본 개념과 그 상세 내용을 만화에 녹여내 담은 게 아니라, 만화를 삽화같은 수준으로만 사용했다는 거다. 이게 꽤 의도적이어 보이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각자에 맞는 대화문이 아니라 거의 설명지문을 그대로 나누어 붙인 수준에 불과해서다. 그게 만화를 보고 있지만 만화를 보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며, 세명의 케릭터가 나와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 역시 묻히게 만든다.

만화와 함께 강조했던 애니메이션의 수준도 낮다. 설명 음성 없이 단순히 추가 설명 등이 있는 화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단순한(없어도 큰 상관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동영상 캡쳐한 듯한 것만이 이어져서 딱히 이게 인쇄본보다 더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도 않다.

거기에 오타까지 많다. 중요한 수식과 그 설명에도 잘못된 내용이 있는데다, 그 중에는 다른 책을 보고 배끼면서 잘못 쳤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오타도 있어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책을 볼 때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이게 오타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면 좀 그렇지 않을까. 해당 내용에 대해서 배우려고 책을 보는 것인데 그럴려면 책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니, 그럼 나는 어디가서 이게 맞는지를 배워와야 하나.

책이 추구하려던 방향 자체는 나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낮은 완성도는 그것들이 전혀 빛을 보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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