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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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드윗(Jasper DeWitt)’의 ‘그 환자(The Patient)’는 독자를 소석 속 기묘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책의 강점은 구성을 정말 잘 했다는 거다. 정신과의사의 고백으로 시작해서 베일에 쌓여있는 환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관련된 비밀에 접근해가는 이야기가 굉장히 현명하게 잘 짜여져 있다.



* 책의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며, 재미를 크게 떨어칠 수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이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사건에 얼마나 깊게 관여되는가에 따라 나뉘는 초반, 중반, 후반은 각각이 별개의 이야기라 해도 좋을만큼 분위기가 다르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크게 달라져서 일종의 반전처럼 느끼게도 하는데 이게 이야기를 크게 환기시킬 뿐 아니라 진짜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며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좋았던 것은 각의 부분 중 어느 한 곳에 과하게 비중을 두지도 않았을 뿐더러, 앞선 이야기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전환도 빠르다는 거다. 이게 이야기 속에 있는 사소한 티들에 집중할 틈이 없게해 책 속 사건들을 온전히 맞딱뜨리게 만들며 그 덕에 작으나마 쇼크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는 거다.

각각에서 다루는 것들이 모두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에 가까운 것들이라 더욱 그렇다. 그게 굳이 세세하거나 많이 묘사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끔찍한 장면을 절로 연상하게 하며, 혐오와 공포를 더욱 부추기기도 한다.

이런 감성에 오로지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책을 정말 잘 구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부터 에필로그까지 은근히 들이밀고 있던 전제가 무엇보다 더욱 이 소설을 공포스럽게 느끼도록 했다.

되돌아보면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쉽게 오해한채 책을 읽기 시작했던게 도리어 이 책을 더욱 실감나게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반대로 책이 어떤 이야기며 출판 배경은 어떤지 알고 본다면 나와같은 재미와 만족감은 느끼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영화든 만화든, 심지어 소설이든 수필이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읽는게 무엇보다 가장 좋은 독서 방법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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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아이 13호 라임 청소년 문학 43
알바로 야리투 지음, 김정하 옮김 / 라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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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야리투(Álvaro Yarritu)’의 ‘남극의 아이 13호(La paz de las máquinas)’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다툼과 공존을 그린 SF 소설이다.

익숙한 소재로 많이 다뤄졌던 주제를 이야기로 써내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패러디나 오마쥬를 넘어 표절이 되기 쉽고, 그런 것들은 여지없이 쓰레기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도 꽤나 위험한 위치에 있다. 소재는 물론이거니와, 전형적으로 낡은(오래된) 클리셰들을 잔뜩 사용했으며, 그걸 통해 보여주는 주제들도 모두 어디서 본듯한(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흥미롭고 나름 감탄을 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완성도가 꽤 좋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것들을 잘 이해하고 소설 속에 녹여냈다는 말이다. 덕분에 이야기가 식상하기보다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전개나 감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면을 띈다.

빠른 이야기 전개 역시 좋다. 배경이 배경인만큼 처음엔 일부 단순 나열된 설명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름 최소화했고, 남극으로의 이사부터, 새로운 학교, 새로운 만남, 그 와중에 겪게되는 사건들까지 계속해서 일이 생기기 때문에 딱히 지루할만한 지점도 거의 없다.

갈등을 부추긴 후 마무리하는 것도 잘 했다. 그게 이야기를 적절한 결말로 이끌며 작은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아쉬운 것은 연출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거다. 다르게말하면 문장력이 좀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겠다. 똑같은 이야기, 장면이라도 어떻게 조금만 더 신경써서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싶은게 많았다.

이야기 전개에서도 몇몇을 너무 과감하게 생략해린 것도 아쉬웠다. 그래서 몇몇은 설명이 부족해 보기기도 한다. 물론 이는 그보다 더 중요한게 있어서 그런거기도 하겠다만, 이런 효율적인 구성은 주인공들을 덜 인간적으로 보이게도 만들었다.

반면에, 일부러 기계적으로 묘사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들은 극적일만큼 놀랍도록 인간적으로 그렸으니 생각해보면 좀 아이러니하다.

이런 상반된 모습은 소설 속 인간과 인공지능들의 이야기를 부각해주기도 했으며, 인공지능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도 만들었기에 한편으론 또한 긍정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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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탐정 야마네코 - 예측불허 천재 도둑의 화려한 외출
가미나가 마나부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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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나가 마나부(神永 學)’의 ‘괴도 탐정 야마네코(怪盗探偵山猫)’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액션 미스터리 소설이다.


‘괴도’란 정말이지 매력적인 소재다. 그런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일이다. 괴도란 신비한 정체 불명의 도둑, 한마디로 남의 것을 훔쳐가는 도둑놈이라는 말인데 이상하게도 다른 범죄자들과는 달리 이미지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괴도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역사적으로도 종종 등장하곤 했던 의적의 이미지를 주인공에게 같이 부여했기 때문이다. ‘도둑 맞아도 싸다’는 상황 설정들은 그들의 도둑질을 얼렁뚱한 합리화해주고, 당연히 이는 주인공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거의 0에 가깝게 낮춰주기도 한다.

이렇게 된 상황이니, 혀를 내두르게 하는 도둑질 솜씨나 신출귀몰한 능력만이 부각되게 되고 자연히 히어로의 일종으로서 호감을 갖고 매력적으로 보게 되는거다.

그에 비하면, 이 소설 속의 야마네코는 전통적인 히어로적 의적형 괴도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스스로부터가 오로지 돈 때문이라며 떠벌리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의적처럼 행동하고 다니느냐고 의문스러울 수 있는데, 그것도 야마네코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로 설명한다. 이런 점들이 판타지의 범주에 있던 괴도라는 캐릭터를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들게 한다.

그 밖에도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허구(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잘 넘나든다. 절도와 강도의 차이를 얘기하며 절도범들에게도 나름의 불문율같은 규칙이 있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과장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현대 보안의 허점(또는 맹점)을 잘 파고드는 것같은 묘사도 그런 느낌이다. 이런 것들이 이 소설을 그럴듯하면서도 재미있게 꾸며준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꽤 완성도있게 괴도 소설을 잘 만들어낸 셈이다.

거기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솜씨 역시 좋다. 때론 무거운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가볍게 써내려 가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데다, 속도감있는 전개가 꽤 흡입력도 있어서 독서 경험이 좋다. 따지자만 전형적인 클리셰들을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만, 이야기 구성이 괜찮아서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편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화로 봤을 때는 의외로 아쉬움도 많이 느꼈었는데, 소설로 볼 때는 그런 게 훨씬 덜 느껴지는 점도 좋다. 그만큼 이야기를 소설에 맞게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날 때 대놓고 후속작에 대한 떡밥을 깔아놓기도 하는데, TV드라마로도 만들어질만큼 인기를 끈 시리즈물이 된 만큼,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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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백천수 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0
손서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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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백천수 씨’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탈과 그를 통한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이 왜 하필 ‘착한 아이’인지 모르겠다. 소설 속 백천수씨는 소위 ‘착하다’고 하면 의례 떠올리는 그런 인물상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벗어나 있느냐 하면, 그것도 또한 아니다. 그가 못내 뱉어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기도 하는 것을 어떻게 보면 ‘착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성은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일이 꼬이고 안좋게 흘러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어째 착하다는 걸 반쯤은 비꼬듯 욕처럼 사용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각자가 나름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우연히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저자는 꽤나 흥미롭게 잘 그렸다.

단지 현재의 이야기 뿐 아니라 과거 어느 시점에서 벌어졌던 일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것도 좋았는데 이게 두 이야기가 모두 어떻게 진행되고 연결될지, 그래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더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첫 인상과는 달리 소설 속에 담아낸 주제들이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데, 단지 생각해볼만한 거리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과도 닿은 면이 있어 더 그렇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기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게 그렸다.

책에는 주 주제 외에도 인종이나 문화, 정체성, 테러같은 것들도 많이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갈등을 부추기거나 이야기를 급진전 시키는데에만 소모적으로 쓰이는 느낌이 드는 건 아쉽다.

따져보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자면 앞뒤를 맞춰볼 수 있겠으나, 완성도에 부족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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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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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즈미 다카시(魚住 孝至)’의 ‘미야모토 무사시: 병법의 구도자(宮本武蔵 「兵法の道」を生きる)’는 진짜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와 그가 남긴 사상을 담은 책이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 武蔵)’는 천하제일검으로 대변되는 캐릭터로 유명한 인물이다. 여러 작품에서 그의 캐릭터를 재창조하면서 당대 최고의 싸움꾼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는데, 그는 단지 싸움에만 능했을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일종의 득도의 경지에 이르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가 남겼다는 오륜서(五輪書)는 그걸 집대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 오륜서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를 위해 먼저 무사시의 생애를 살펴보는데, 오륜서에 담긴 여러 내용들이 그가 살았던 시대나 생애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륜서가 단지 그가 정리한 싸움법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철학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이미 무사시의 생애가 다양하게 그려진바 있기 때문인지 저자는 이를 전기처럼 나열한게 아니라 진짜 무사시의 생애는 어떠했을까를 되짚어 보는 식으로 구성했다. 그만큼 무사시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지 근현대의 소설 뿐 아니라 과거의 기록까지도 의심하면서 년도나 당시 역사기록을 비추어봤을 때 무엇이 더 사실에 가까운지 추측했다. 그럼으로써 비록 소설 등에 비하면 좀 밋밋하기는 하나 훨씬 더 현실적인 역사 속 무사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다만, 무사시의 생애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주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히 엉성한 편이며, 그에 반해 년도나 지역, 인물명, 고유명사 등은 잔뜩 나오기 때문에 이 당시 역사를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썩 읽기 편하진 않다. 이 점은 꽤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오륜서의 내용은 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읽어볼만 할 듯하다. 당시의 싸움 방식(유행)에서 어떤 검술을 펼칠 수 있는지나 소위 무사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과 대치했을 때의 대응법이나 마음가짐 등은 다분히 철학적이어서 자기계발서의 일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 현대에도 유용한 가르침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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