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핫토리 고유키.핫토리 분쇼 지음, 황세정 옮김 / 더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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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 고유키(服部 小雪)’, ‘핫토리 분쇼(服部 文祥)’의 ‘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はっとりさんちの狩猟な毎日)’는 도시 속에서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생각해보면 참 독특한 가족이다. 굳이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사는 것도 그렇고, 그걸 도시 속에서 살면서 한다는 것도 그렇다. 심지어는, 보통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것에서 벗어났다는 것까지 그렇다. 누가 도시에서 살면서 수렵생활을 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이 딱히 무슨 그런 삶의 가치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런다는 그럴듯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활은 어디까지나 취미와 취향 때문일 뿐. 그래서인지 남들이 뭐라건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또 좋다.

물론 가족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서, 깊게 빠져있는 듯한 남편 분쇼를 제외하면 모두 조금씩이나마 불편이나 불만스런 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실랑이가 생길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까지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코미디가 가미된 일상툰을 보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그런 생활의 중심에 있는 남편이 아니라 그 옆에서 가볍게 참여하거나 휘둘리기도 하는 아내 고유키의 입장에서 써서 희석되기도 했거니와, 신경도 쓰이고 불만스러워 할 때도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의외로 즐기는 듯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그렇다.

주 배경이 집이라서 위험과는 거리감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들의 생활은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과 위험함을 동반하고 있다. 실제로 남편 분쇼는 활동중에 크게 다치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그것 자체보다는 가족 이야기라는 범주 내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딱딱하지거나 하지 않는다.

어려움과 고생했던 것은 축약한만큼, 산행의 즐거움이나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의 좋은 점 같은 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가축이 함께하는 삶 역시 옛 시골에만 있던 정취를 떠올리게 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절로 ‘아, 이런 삶도 좋구나’ 싶다.

그저 철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에는 생각거리나 교훈도 있다. 사냥을 하거나 기르던 가축을 죽이고, 직접 해체하고 그 고기를 먹는 것이 현대의 정갈하게 포장된 생활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죽음과 삶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해주는 것도 그 하나다. 이런 건 본디 인간이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던 것들이었는데, 확실히 도시화가 되면서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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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백 마리
정선엽 지음 / 시옷이응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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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백 마리’는 초단편 29편을 엮은 책이다.

초단편이란 한편의 길이가 극히 짧은 단편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는 이솝우화같은 걸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분량이 짧으므로 자연히 핵심 부분만을 쓰고 나머지는 비워두게 되는데, 이게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해석의 여지를 두는 장치로 사용될 수도 있어 길이와는 달리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고 여운을 짙게 남기는 포맷이기도 하다.

그러나 묘사를 충분히 더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장면’만 남고 뭘 말하려는 것인지는 조금 모호해보일 수도 있는데, 이 소설집에 수록된 것들이 좀 그런 편이다.

전체 이야기를 요약한 형태가 아니라, 긴 이야기에서 일부만을 잘라 붙인 듯한 모양새라서다. 이런 이야기겠거니 싶으면 뜬금없는 설정이 튀어나와 느닷없게 하기도 하고, 뭔가 일이 벌어지려나 생각하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뭔가 다 읽지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수록작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을 띄고 있다. 꽤 실험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뭔가를 계속 연상시키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고, 상세를 생략하고 당장의 장면만이 있기 때문에 뒷 배경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나 대중적인 화재거리는 아니지만 의외로 공감점이 있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단지 일부 장면만을 보는 느낌이라서 이야기로서는 좀 애매해 보인다. 완성된 구성을 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하나 드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소설을 읽었다기 보다는 기묘한 꿈을 연속해서 꾼 것 같은 느낌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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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화한 생물 도감 너무 진화한 도감
이마이즈미 타다아키 지음, 고나현 옮김 / 사람in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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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이즈미 타다아키(今泉 忠明)’가 감수하고 ‘모리마츠 데루오(森松 輝夫)’가 그린 ‘너무 진화한 생물 도감(やりすぎいきもの図鑑)’은 몇몇 생물들의 독특한 모습과 특징을 담은 생물 도감이다.


이 책은 구성면에서 공룡을 주제로 했던 ‘너무 진화한 공룡 도감’, ‘좀 더 진화한 공룡 도감‘과 유사하다.

대신 현존하는 생물을 다뤘다는 점이 다른데, 대상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기 때문에 공룡도감을 볼 때처럼 신기한 느낌도 많이 든다. 책에 실은 동물들이 모두 독특한 외형과 특징을 갖고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현존하는 생물을 담았으면서도 사진대신 일러스트만을 수록한 것은 조금 아쉬울 수 있는데, 그래도 일러스트를 꽤 사실적으로 잘 묘사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다.

가장 큰 장점은 생물들의 흥미로운 특징들을 잘 찾아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진짜로 있는 생물인가 싶은 것도 있을만큼 개성이 강한 것도 있는데, 이런 신기함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생물의 특징을 ‘진화’라는 관점에서 본 것도 재미있다. 과장된 동물들의 외형은 얼핏보면 이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도 많아서 과연 그런식으로 진화가 된 것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아쉬운 것은 다 그런식으로 잘 정리가 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독특한 특징이 왜 생기게 된건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도 있어서, 보다보면 그저 독특한 생물들을 살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진화라는 이 책만의 관점이 좀 옅다는 거다. 이는 각 장의 주제 역시 그러해서 왜 이 생물을 해당 장에 넣은 것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컨셉이나 구성을 조금만 확실하게 다잡았으면 더 좋았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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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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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한 여인의 숨막히는 일상과 희망을 그린 소설이다.


화자는 군식구다. 따로 일을 하지 않고 집 안에 안주하고 있으며, 식구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동생 역시 두 아이들과 떨어져 온종일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그녀가 집안에서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하거나 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이렇게만 보면 화자가 마치 무능하고 기생적인 식충이 같다. 그러나, 시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상황이 보인다.

화자의 꿈은 시인이다. 뒤늦게 깨달은 그 꿈을 위해 공부도 하고 노력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책을 보고 필사를 하고 자기만의 글을 쓰는걸 계속했다. 그러나 그것도 가족을 위해 포기해야만 한다.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어리고 정신없는 두 아이를 보살피는데는 온 시간과 정신이 다 들기 때문이다. 잠투정이 심한 아이들은 밤중에도 쉽게 쉬거나 시간을 내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화자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고도 할 법도 하다. 거기에 자신은 없고 오로지 가족만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군식구인 화자가 대수롭지 않거나 마뜩지 않고, 반대로 화자에게는 자신은 없이 힘들게 이어가야만 하는 일상이 못마땅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숨막히는 현실만이 존재하는 거다.

화자에게 몰입한다면 작품 속 그의 지지자를 따라서 ‘왜 당신만 그래야 하냐’고 쉽게 뱉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상황은 딱히 빌런이 없더라도, 모두가 원하고 또 인정한 상황에서도 곧잘 만들어지곤 한다. 인간은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금세 익숙해지고 종국에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상황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작은 선택과 결정들이 어떻게 틀어지나 하는 것도 그렇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아 숨막히는 현실이 되어가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갑정이입도 쉽게 된다.

갈등 상황의 해소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굳이 억지스럽게 극적인 화해나 꿈의 도약을 그리지 않은 것도 마땅하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갈등도 해소되지 않고, 꿈도 여전히 제자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생각보다 완성감이 있는 소설이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생략한 것도 있으나 그것 역시 묘사의 부족이 아니라 각자에 맞게 해석할 여지로 보인다.

때때로 작가가 소설의 길이에 따른 분류에 휘둘려 (자기 이야기가 얼만큼의 분량이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쓸데없이 늘어지거나 묘사가 부족한 소설을 내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 소설은 딱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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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물 백과 -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류싱 지음, 이지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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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싱(刘星)’의 ‘세계 괴물 백과(惊奇与怪异: 域外世界怪物志)’는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전적으로 ‘괴상하게 생긴 것’을 의미하는 ‘괴물(怪物)’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자연에서 벗어나 보이는 생김새와 생태가 끊임없이 의문과 호기심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로지 그러한 목적만으로 괴물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있었던 괴물들은 모두 그래야만 했던 사정이란 게 있다. 바로 역사와 문화다.

인간은 예전부터 현상을 맞딱뜨리면 굳이 마주하고 또 해명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다.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발전 수준 등의 이유로 당시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것들도 있었는데, 그럴때 인간은 신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말하자면 ‘이것은 신(인간을 넘어선 자)의 영역’이라며 도망친 셈이다. 하지만 그 덕에 신화가 발전하게 됐다.

인간의 정복과 해설 욕구로부터 만들어진 신화(종교)는 인간 사회가 변화하고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면서 바뀌어 간다.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뀌는 것이 신들의 세대교체와 남신들의 대두로 나타나고, 다른 민족을 침략하고 정복했던 것이 고대신들이 신격을 잃고 일개 몬스터나 악마로 전락하는 것으로 바영되는 식이다.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대표적인 신화와 전설 속 괴물들을 소개하면서 함께 다룬다. 특히 신화들끼리 영향 받은 것을 많이 언급하는데, 영락없이 어디 신화 속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어느 신화로부터 왔는지 보는 것은 꽤 흥미롭다.

당시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관념을 갖고 있어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거나, 타 민족을 융합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은 아쉽게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전파가 된 것이라고 하는 것도 어떻게 그게 거기서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는지나 왜 그런 변조가 이뤄진 것인지 자세히 싣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작가가 괴물들 사이의 유사성만으로 미루어 짐작한 것인지 아니면 역사나 유물 전파 등의 학술적인 연구의 결론을 적은 것인지 좀 헷갈린다.

괴물들의 모습은 대부분 유물이나 과거 작품(또는 삽화)를 통해 보여주는데,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 꽤 괜찮다. 그러나 개중엔 형태가 잘 안보이는 것도 있고, 사진을 한점씩만 실어 다양한 모습을 볼 수도 없다. 괴물이 시대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언급했으니 기왕 그것들을 비교해서 실었으면 어땠을까.

여러 괴물들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나 개별 신화를 넘나드는 시각은 나쁘지 않으나, 개별 괴물에 대한 내용(분량)이나 시각적인 만족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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