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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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난 우주 정찰선과 그의 전 주인 손녀의 모험을 그린 SF 소설이다.

아이디어가 괜찮다. 버려진 우주선의 이야기라니. 미래에 응당 있을법한 자동 항법 시스템, 그것이 더욱 발전된 형태인 인공지능, 그것이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그것만으로도 흥미로운 SF를 기대하게 한다.

그걸로 펼쳐낸 이야기도 꽤 괜찮다. 애초에 인연이 있는 소녀와 만나면서 여행을 떠나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았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반목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는 이런 이야기는 여러 측면에서 왕도에 가깝운 것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서로 알아가는 이야기는 종족(또는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남성형인 안드로이드와 소녀의 만남은 전형적인 Boy meets Girl 클리셰라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지게 된다는 사연으로 결국 화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나, 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빌런에 해당하는 상대가 나타나면서 서로의 진심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 역시 전형적이다.

이런 점들은 소설은 조금 로맨스물과 유사하게 보이게도 한다. 하지만, 우주선인 ‘티스테’의 성장과 인간에 대한 고찰,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해를 더 주요하게 다루면서 그런 쪽으로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티스테를 소년으로 만들고 로맨스 요소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흩어지거나 흐려지지 않았으니 잘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지구와 우주에서의 생활을 그린 것이나 SF적인 설정도 꽤 괜찮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SF는 이들의 사연과 모험과도 잘 어울린다. 이야기에 실린 메시지나 주제의식도 괜찮은데, 이야기에도 잘 녹아있어 어색하게 튀거나 낯간지럽지 않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부분에 꼼꼼하지 못한 설정(또는 전개)을 보이는 것이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밝히지는 않는다만, 이건 전체 이야기와도 연관이 있어 소설의 좀 완성도를 갉아먹는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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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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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은 독특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사실 문자 그대로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다.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소재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설에 사용한 주요 설정과 플롯 중에는 이미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보았었기에 익숙하고 그래서 보면서 자연히 비교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단지 이전 것을 연상케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한데보여 이 소설만의 세계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나 매력있게 보인다.

그래도 이것 뿐이었다면 그저 그런 소설에 그칠 수도 있었을거다. 이야기가 부족했다면 말이다.

소설은 뻔한 드라마와 뒤집기가 몇번 반복되는 형태로 짜여있다. 뻔한 드라마는 다르게 말하면 대중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어느정도 이어지다가 순식간에 뒤집기를 하고 다시 대중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 뒤집기 순간이 참 절묘하다.

단지 뒤집기만 그런게 아니라 그 전 후 이야기 역시 충실하다. 어느 한쪽을 소홀하게 취급해 버려지지도 않으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 읽히고 꾸준히 흡입력도 있다.

전체 구성도 잘했다. 이것 역시 쉽게 들어와서 보고나면 ‘아 이래서 이렇게 했구나’하게 된다.



복선도 상당히 잘 사용했다. 앞에서 은근슬쩍 뿌려두는 것들이 뒤에서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 꽤 있는데, 이걸 잘 맞아떨어지게 배치했기 때문에 어설프지않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독자가 복선을 놓치지 않도록 굉장히 친절하게 사용한 건 좀 독특했는데, 깔때도 이것이 떡밥입네 하면서 대놓고 깔고, 회수할때도 정확하게 무슨 떡밥을 회수하는건지 친절하게 다시 언급해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암시적인 복선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건 자칫하면 복선이 지나치게 얕아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만, 깔고 회수하는 시점도 적절하고 이야기와 어울리게 쉽게 읽히게 하기 때문에 따지자면 이 역시 장점으로 꼽을만 하지 않나 싶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 회수하지 않은 복선을 남겨 둔 것이 더 걸리기도 한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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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지구 그린이네 문학책장
정명섭 외 지음, 최용호 그림 / 그린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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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지구’는 환경을 주제로 한 SF 연작 소설이다.

이 소설집에 담긴 4개의 단편들은 모두 별개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하지만, 그들 각자의 이야기는 공통된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런 구성 덕분에 책 속 단편들이 좀 더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소재와 이야기지만 공통된 배경과 주제를 얘기하는 것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단점은 관계가 강해진만큼 모순도 커진다는 거다. 같은 시간, 같은 행성에서의 일을 그렸다는 점 때문에 별 것 아닌 설정들도 서로 충돌해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한다.

어디에서는 꼭 전지구적인 사막화가 일어난 것처럼 그렸는데 다른데서는 영화 워터월드(Waterworld, 1995)처럼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가 없어진 것처럼 그린다던가, 어디서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적응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다른데서는 적응할 수 없을만큼 변해버렸다고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더 이상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행성이 된 것처럼 얘기하는 게 있는가 하면 얼마든지 테라포밍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있는 것 등이 그렇다.

이렇다보니 이것들이 진짜로 똑같은 지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같은 설정에서 출발해 각지의 변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것까지는 좋았다만, 그럴거였으면 처음부터 모든 이야기를 아우를 수 있는 지구를 분명하게 설정해두었어야 하련만, 이때는 이런 지구, 저때는 저런 지구를 얘기하니 혼란스럽다.

그래도 개별적인 이야기는 나름 나쁘지 않다. 지나치게 소수로 지구로 가는 것이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우주복을 너무 쉽게 내팽개치는 것 등은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런 극적인 상황에서의 이야기를 그렸기에 변해버린 지구와 환경의 중요함도 더 잘 와닿는다.

주제를 잘 살린 소설집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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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뭐예요? - 초등학생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천체 물리학
미네시게 신 지음, 구라베 교코 그림, 전희정 옮김 / 이성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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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시게 신(嶺重 慎)’이 쓰고 ‘구라베 교코(倉部 今日子)’가 그린 ‘블랙홀이 뭐예요?(月刊 たくさんのふしぎ 2019年7月号: ブラックホールって なんだろう?)’는 블랙홀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은 그림책이다.

우주는 아직 미지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밝혀진 것보다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블랙홀도 그 중 하나인데, 그래도 상당한 추측과 관찰, 연구가 진행되서 과거에 비하면 어느 정도는 ‘블랙홀이란 대략 이러한 것’이라는 정도는 얘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내용을 가능한 쉽고 간단하게 요약해서 담은 것이다.

블랙홀에 대해 알려면 중력을 알아야 하고, 중력을 아는데는 무게와 인력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왜 ‘블랙홀’이라고 불리는지를 아는데는 빛의 속도와 중력의 세기간의 관계가 필요하며,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관측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력의 범위와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블랙홀을 이해하는 게 어려운 것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해가 필요할 뿐더러 그것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물리 법칙까지 깊게 파고들어야 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그럼 이건?’이라는 의문을 남겨 ‘잘 모르겠다’로 이어질 수 있어서 어느 정도로 깊고 넓게 다룰 것이냐를 잘 정해야 하는데, 이 책은 블랙홀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위한 정도를 꽤 잘 맞췄다. 블랙홀에 대한 기본 개념도 꽤 배울 수 있고, 일부 궁금증을 남기는 것도 ‘부족한 것’이 아니라 ‘더 알아볼만한 것’으로 느끼게 한다.

아쉬운 것은 블랙홀을 예전의 상상도인 ‘검은 구멍’으로 그렸다는 거다. 과거와 다른 블랙홀의 모습이 이미 널리 알려졌고 심지어 실제로 그와 유사한 것을 관측까지 했는데 기왕이면 최신의 모습을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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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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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브 블룸(Yoav Blum)’의 ‘우연 제작자들(The Coincidence Makers)’는 우연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우리는 보통 현실이란 생각보다 인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많은 것들이 우연으로 이뤄진다고 보는거다. 자연의 변화는 물론, 남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그렇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역시 다분히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느낀다. 차마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비 효과’로 유명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통해 설사 그것을 추적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에서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게 한 다양한 원인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설사 그것이 여전히 ‘우연’으로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고, 한가지 행동이 불러올 일들을 훨씬 더 명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어쩌면 우연처럼 보이는 것들을 겹쳐 의도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소설은 그걸 꽤 잘 담아냈다. 그런데에는 적당히 디테일을 챙기면서도 또한 과감하게 생략한 것이 주요했다. 저자는 우연을 다루는 이론들은 마치 정리된 학문처럼 보여주는 반면, 그것들을 이용한 공작은 어떻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는 생략하고 대부분 어떤 우연들의 겹칩이 벌어졌는지만을 그렸다. 그럼으로써 우연 제작이라는 게 실제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감을 높이면서도, 자칫 드러나기 쉬운 미묘한 어긋남들은 모두 생략한 저 편으로 감춰지도록 했다.

그 덕에 현실에서는 벗어난 판타지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기는 한다만, 대신 이 조심스러운 설정과 캐릭터들이 김세지 않고 다음에는 또 어떤 우연과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이야기 자체도 꽤 괜찮았다. 현실의 사건들을 우연 제작자들의 공작으로 그린 것도 재미있었고, 나름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드라마도 볼만했다.

편집은 조금 아쉬웠는데, 이상한 오타도 있고 어색해서 번역을 의심케 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을 다룬 것인만큼 더욱 거기서 튀어나오는 대사가 ‘이렇게 연결되나’싶은 감탄을 자아내어야 하는데, 전혀 연결이 안되서 ‘대체 뭔소린가’ 싶게 만드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은 ‘아이라 모스코비츠(Ira Moskowitz)’의 영어 번역본을 이용한 중역본인데, 아무래도 그러면서 원래 문장이 갖고있던 말장난스러운 부분 같은 게 날아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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