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탁빈관 - 대한제국판 스파이 액숀
정명섭 지음 / 인디페이퍼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손탁 빈관’은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소설이다.

현대 국가라면 정보원, 소위 스파이가 없을 수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조작하여 혼란을 주고, 때로는 뒷공작을 통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작업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건 억압에 짓눌려있던 대한제국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스파이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 제국익문사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장소, 인물을 상당수 가져오고 거기에 허구라는 살을 붙여 가상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 내용들은 상당수가 사실이거나 사실에 기반한 것이 많다. 겉으로만 통신사였을 뿐 실제로는 정보기관인 제국익문사라던가, 급을 나누어 비밀스럽게 활동한 통신원들, 그리고 그들이 사용했다는 화학비사법처럼 얼핏 픽션같은 것도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이런 사실 위에 이야기가 얹어졌기 때문에 소설은 더 흥미롭다.

당시의 사실들을 적절히 변조하고 짜집기하는 것 뿐 아니라 거기에 픽션 요소도 나름 잘 집어넣어 둘이 서로 어색함 없이 어울리도록 했을 뿐더러 그렇게해서 완성한 전체 이야기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소설에는 역사적으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일종의 의혹이나 추정이 있는 것들을 일부 반영하기도 했는데, 이런 음모론같은 점들은 관련 내용을 알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존재가 알려진 비밀기관을 뭉개버리고 그들의 공작을 막으려는 일본측과 그들을 속여가며 황제의 밀명을 완수하려는 통신원간의 수 싸움이라던가,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때때로 보여지는 액션도 나름 볼만하다.

역사 전문가인만큼 뒷편에는 소설에 나온 이야기들 중 무엇이 실제 역사이고 어떤것이 일부 변경하여 사용한 것인지도 정리해두어 실제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것 뿐 아니라 픽션을 팩트로 잘못 알게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도록 한게 눈에 띈다. 이것은 또한 관련 내용을 굳이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되서 독자를 좀 더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다른 팩션들도 이런 서비스 정도는 좀 해줬으면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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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강아지
케르스틴 에크만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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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지고 다시 돌아오는 강아지의 이야기를 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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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강아지
케르스틴 에크만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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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스틴 에크만(Kerstin Ekman)’의 ‘길 잃은 강아지(Hunden)’는 혼자가 된 한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여기 숲 속 어딘가에 남겨진 강아지가 있다. 강아지는 그 주인이 데리고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으로 스스로 찾아갈만큼 성장한 것도 아닌데다, 그가 남겨진 곳 역시 집과 그렇게 가까운 곳이 아니다보니 도저히 스스로 집을 찾아갈 수도 없고 주인 역시 강아지를 쉽게 발견해내지도 못한다. 그렇게 강아지는 혼자가 된다.

어쩌면 눈이 쌓인 추운 숲속에서 강아지는 쉽게 명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숲속에는 강아지를 쉽게 해칠만한 야생 동물들도 많지 않던가. 하지만, 뜻밖의 천운에 힘입어 강아지는 숲 속에서 꿋꿋이 생존해난다.

대게 홀로 떨어진 개의 이야기라고 하면, 대체 어떻게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주인의 흔적을 찾아 집으로 되돌가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가장 널리 알려진 개에 관한 (인간에게 있어서) 감동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와는 달리 숲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때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나, 그 후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꽤나 그럴듯해서 사실감이 있다. 그 점에는 강아지가 아직 어릴 때 숲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나 사냥개였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해서 그게 강아지가 숲 생활을 기꺼워 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문비나무를 일종의 기점으로 사용하는 듯한 모습이 마치 주인이 언젠가 돌아오기를 희망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강아지가 결국 사람과 다시 정을 나누게 되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렇게 되는 과정도 꼼꼼하게 잘 그렸는데, 크게 경계하던 강아지가 먹이와 소리를 통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은 마치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은 상처받은 유기견이 다시 믿음을 회복해나가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찡하다.

소설은 대부분 강아지의 시점에서 서술되어있는데, 그것을 1인칭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듯 그렸기 때문에 소설은 일종의 관찰기같기도 하다. 이것은 이 이야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게도 하는 한편 감정적인 부분없이 사실들을 담백하게 나열해 좀 심심하기도 하다. 그래서 소설적인 재미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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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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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내용이 독특한 호러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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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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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엔리케스(Mariana Enríquez)’의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Los peligros de fumar en la cama)’는 저자의 대표적인 공포 단편들을 담은 소설집이다.



익숙한 호러 소설집을 생각했다면 좀 물음표를 띄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벗어난 불안정함 등으로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나, 혐오스럽거나 끔찍한 것을 통해 생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혹은 나에게도 닥칠 수 있으리란 현실 가능성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던 기존의 익숙했던 호러 소설들과는 꽤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딱히 긴장감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배재한 채, 마치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라도 되는 듯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자체에서는 쉽게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 편이다. 오히려 보통의 호러물이었다면 공포감을 느꼈어야 할 대상에게 안타까움이나 안쓰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이야기에 인간들의 이야기가 꽤 진하게 녹아있는 것도 특징이다. 때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문화나 역사를, 또 때로는 사회의 일면을 담아낸 이야기는 소설이 단순히 이형의 존재들로 인해 벌어지는 호러물이 아님을 알게한다. 현실의 연장에서 벌어지는 각박함이나 뒤틀림, 그를 통해 느껴지는 고통 등은 몇몇 이야기를 다분히 사회 비판적인 소설로도 읽히게 한다. 아마 이런점이 무엇이 공포스러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한국인에겐 다소 낯선 라틴아메리카의 일면들을 담고 있기도 한데, 얼핏 비슷해보이면서도 낯선 이야기들도 꽤 흥미롭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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