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헤이팅 게임
샐리 쏜 지음, 비비안 한 옮김 / 파피펍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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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쏜(Sally Thorne)’의 ‘헤이팅 게임(The Hating Game)’은 꽤 볼만한 직장인 로맨스물이다.



참 유치찬란도 하다. 다 큰 성인이, 그것도 공적으로 일하러 회사에 나와 자리에 앉아서는 사사건건 맞부딪히며 너는 어쩠네 나는 저쩠네 이번엔 너의 승리네 흥이네 해대는 게 마치 ‘초딩’들이 그러하는 것 같아서다.

누가보면 철천지 원수라도 되나 싶겠다만, 사실 이들이 이러는데는 별 다른 이유가 없다. 굳이 꼽자면 어쩌다가 합병된 두 회사의 두 CEO의 각기 상대편의 비서라서 뭔가 좀 겹치는 위치에 있다는 거랄까. 소위 말하는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라는 말이다. 지금 당장은 두 CEO가 공동으로 존재하고 비서도 서로의 일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둘 중 하나는 정리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직업적 긴장감은 별 다른 설명도 없고 딱히 그래야만 할 이유가 없음에도 이들의 은근한 경쟁과 경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잘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게 쪼그맣고 좀 특이한 주인공 ‘루시 허튼’의 유별날 수 있는 점들을 은근히 잘 뭉개준다.

사실 주인공 루시는 그렇게 현실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모든 것을 게임으로 바꿔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착각에 쉽게 빠지는 점이나, 스스로의 자존감이 낮은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순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것까지도 다분히 만화적이기 때문이다. (저런 인간이 있을 수 있나 싶을만큼 매력적인 상대방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지만.)

주인공이 이렇다보니 소설은 자연히 착각물의 성격도 띄는데, 저자는 이걸 이용해서 대놓고 독자들은 알아챌만큼 힌트를 퍼주면서도 정작 등장인물들의 본심이나 관계는 잘도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고전적인 장치들은 전형적이라서 어떻게 될지가 좀 뻔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다고해서 그게 극의 재미를 크게 깍아먹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한 마음 없이 편안하게 티격태격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대부분의 상황을 가볍게 그려내면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장점을 잘 살려서 이런 류를 좋아한다면 나름 재미있게 볼 만하다.

아쉬운 것은 주인공이 자신의 진심을 깨닫게 되는 것이나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겉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 않다는 거다. 마치 특정 사건 하나를 기점으로 바뀌 것처럼 그렸기에 얼마나 쌓인 감정이 있었는지 그래서 그것이 마침내 터져나온 것인지가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말투 번역이 어색한 것도 한몫 한다. 철저하게 존댓말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친구처럼 자연스레 반말을 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

주인공들의 심리 문제를 너무 허무하게 넘기는 것도 단점이다. 그게 그렇게 쉽게 해소될 거였다면 애초에 그정도로 심각해져선 안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주변인들이 있었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좀 쓸데없이 덧붙인 요소로 비치기도 한다.

나름 인기를 끌어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상화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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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은 ‘다음’을 가르칩니다 - 건강, 즐거움, 권리, 관계 맺기, 동의, 안전, 다양성, 몸, 감정
이유정 지음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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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은 ‘다음’을 가르칩니다”는 보다 제대로 된 다음 성교육을 위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성교육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교육학과 성교육과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일종의 에세이에 가깝다. 성교육계에 관한 얘기나 교육 방침에 대한 얘기도 꽤 많이 나오므로 어느정도는 성교육학을 다룬 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현재 성교육에 대한 불만 등을 담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제를 하긴 했으나 그간 관련 교육을 해오면서 느꼈던 현재 성교육의 문제점들을 꽤 진심으로 토로했다. 물론 그 후에는 그것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관계부처와 예산, 시행 상의 허섭함 등을 통해 얘기하는 한국 성교육은 도저히 수준이 낮지 않을 수 없음을 누구든 알수 있을만큼 심각해 보인다. 어쩌면 제대로 된 성교육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역사에 대해서 그러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는 날이 오기는 하련지.

책에서는 교육 자체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성에 관한 주요 쟁점이나 이슈들도 얘기한다. 그 중에는 어설프게 알았기에 오히려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도 있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있는지 저자의 교육자로서의 생각은 어떤지 등을 적어서 읽어보면 좋다.

어떤 것은 잘못을 꼬집는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도 있는데 어떤 주제든 정답이란 게 명확히 보이는 것은 아니라서 여러번 되새김하며 생각해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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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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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살인의 예술(The Simple Art of Murder)’은 사실적인 범죄 미스터리 단편 다섯 개를 담은 소설집이다.

저자는 소위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거장이다. 이 말은 그의 작품이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것이기도 한 한편,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오래됐다는 얘기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 역시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수사기법이 발전하고 정립된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급격하게 발전한 현대의 과학수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원시적이며 그렇기에 탐정이 범죄를 수사해나가는 과정도 다소 투박하다. 어떻게든 상상력을 발휘해 가설을 세운 후 그걸 확인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딛히며 발로 뛰고 때론 목숨까지 걸어가며 증언과 증거를 얻기위해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무슨 화려한 액션이 나올 것만 같지만, 그의 소설에 그런 건 없다. 다만 주먹과 총알만이 담백하게 한방 한방 오갈 뿐이다. 범죄와 가까이 있기에 당연한 듯 폭력이 나오면서도 그것을 재미나 연출을 위해 과장하거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그린 드라마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꿋꿋이 살아남는 주인공의 운과 능력을 보면 여지없는 픽션임을 느끼지만 말이다.

별 다른 자극이 없이 평탄하게 이어지지만 현실감이 느껴지는 범죄 드라마를 그렸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볼만하다. 거기에 얽힌 인간들의 관계나 서사, 범인은 왜 그런 식의 범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것을 밝혀내는 약간의 퍼즐, 그 한 가운데서 활약하는 탐정의 존재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한 재미를 보여준다.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비록 짧기에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감이 있고, 그래서 미스터리에서는 아쉬움을 느낄만도 하다만 그냥 하드보일드 범죄소설로만 읽어도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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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온 왕국과 하늘을 나는 아이들 아이들판 창작동화 11
함기석 지음, 김우현 그림 / 아이들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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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온 왕국과 하늘을 나는 아이들’은 불연듯 떠나게 된 판타지 세계에서의 모험을 그린 창작동화다.

꽤나 전형적인 아동 판타지 소설이다. 낯선 세계에 들어가 그곳에 닥친 위기를 친구들과 함께 해처 나가며 종국에는 대 활약을 펼쳐 일약 유명인이 되지만 결국은 환상의 세계에 안주하지않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다소 전형적인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매개로 동화 속 세계로 떠난다는 설정도 그렇다.

이렇게 기존의 유명 판타지에서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소재, 이야기 형태를 하고 있기에 이 소설은 처음 접하면서도 꽤나 낯익은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단지 그것만으로 재미가 떨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만의 판타지 세계를 나름 개성적으로 그려냈기에 더 그렇다. 한국인 작가가 썼기에 이 소설 속 세계에는 한국적인 요소들도 꽤 많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한글을 이용한 말장난과 의미 만들기 같은 게 그렇다. 상형문자라 그림같기도 하여 한자를 부적이나 주문처럼 쓰는 경우는 많아도 한글은 소리글자라서 그런지 그렇게 쓰는 경우는 잘 없는데, 나름 크게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잘 그려낸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서 그런지 마왕과의 전투라던가 하는 부분은 역시 좀 억지로 순화시킨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 싸움의 전개나 결말이 썩 와닿지 않는달까. 이건 주인공 ‘원흥’의 활약도 뭔가 미묘하게 느끼게 한다.

그 외에도 삽화가 글로 묘사한 것과 미묘하게 다른 점, 동화에 담으려고 했다는 우리 말과 글을 잊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가 썩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그런 메시지를 전제로 썼으면서도 몽골어에서 온 귀화외래어 ‘가리온’을 썼다는 점 등도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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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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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는 한 인간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그린 소설이다.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다. 저자가 말하자면 입담으로 꽤나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인문학 책을 내고, 그것들 역시 많은 인기를 누린 유명한 저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뱉어낸 소설이라니, 대체 어떤 내용을 어떻게 써냈을지 궁금했다. 또 얼마나 만족스러울지도.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나쁘지 않다. 좋다고 딱 잘라서 얘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기대감이 부풀려진 면이 있어서다. 그런 것에 반해 소설은 보자마다 또는 보면서 계속 감탄을 하게하는 내용이나 문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역사 등에서 따온 듯한 이야기나 전개는 전형적인 (그리고 인기있는) 것들을 버무려 적당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처럼 보일법도 하다. 심지어 조금 다른 분위기의 후일담을 그린 것까지도 지금에 와서는 클리셰적이니까.

그런데도 딱히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낸 이야기의 완성도가 꽤 좋기 때문이다. 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의 서사라던가, 그가 휘말리게되어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준 전쟁의 민낯을 그린 것, 은원이 섞이면서 일종의 복수극의 양상이 그려지는 것 등 소재도 괜찮고 그것을 마치 진짜 역사의 일면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짜임있게 써낸 것도 좋다.

그런 그럴듯함은 이후 영웅의 타락을 그린 것에서도 계속되어 보다보면 안타까우면서도 그 심정이 이해도 가면서 그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인간임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판타지에서 종교, 역사, 철학까지 보면 참 여러가지를 담았다. 그래서 몇몇 부분은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갑자기 세계가 바뀐 것 같은 갑작스런 변화가 느껴지기도 한다만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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