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비(Avi)'의 '파피(Poppy)'는 뻔하지만 꽤 볼만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우화다.

주인공인 파피는 그레이 하우스라는 낡고 버려진 집에서 살고있는 생쥐다. 생쥐 가족의 원로라고도 할 수 있고 이장같은 역할도 하는 아버지 렁워트를 두었으니, 어떻게 보면 귀한 집 딸자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파피에겐 가족에게 내려온 규칙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는, 외부에서 온, 래그위드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와 함께 외출을 했다가 뜻하지 않는 사건을 맞딱뜨리게 되면서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험을 하게 된다.

그레이 하우스의 생쥐 가족은 좋게 말하면 '잘 사회회된 인간 집단'을 보여준다. 전부터 내려오는 규칙을 중시하며, 그것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살려는 모습이 그렇다. 당연히 그런 집단의 단점도 극단적으로 보인다. 오래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점은 그러한 집단에서 나고 자라온 파피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래그위드와의 만남이 있었고, 그것이 그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는 거다. 거기에 래그위드와의 사건으로 떠밀리듯 행동을 강요받은 거도 있어서 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결심을 하게 되는데, 결국엔 그게 이제까지 갖고 있던 오래된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소설은 그걸 마치 영웅 탄생기처럼 그려냈다. 처음엔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를바 없었던 파피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틀을 깰 수 있었는지를 꽤 재미있게 그렸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은 다양한 인간상을 담고 있기도 해서 꽤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당장,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믿어버리는 오래된 편견이라는 것 부터가 그렇다. 깊게 들어가면 의외로 가볍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다만,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치밀하지는 않다. 의외로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도 있어서다. 예를 들면, 미스터 오칵스와의 싸움이 그래서 별 다른 인과관계도 없이 나버리는 결말엔 조금 황당기도 하다. 적어도 두 인물의 성격 등 개성으로 인해 일이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진다던가, 모험 중에 얻은 지혜나 관계를 통해 극복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았을까.

기껏 그린이를 따로 두었는데, 컬러 삽화도 아니고 삽화의 수가 적은 것 역시 아쉽다.

그래도 전체 줄거리는 고개를 끄덕일만 하고, 인간군상을 담은 것 등도 나름 잘해서 우화로서 꽤 괜찮은 소설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 데카르트 역에서 들뢰즈 역까지
황진규 지음 / 달의뒤편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는 서양 철학과 철학자들을 가볍게 훑어보는 책이다.

철학은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어 ‘가볍다’는 말과 잘 안붙는다. 실제로 여러 철학자들이 내놓은 여러 이론들은 인간과 그 속에 숨은 본성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있어 곱씹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그만큼 함축적인 말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것들을 저자는 쉽고 이해하기 좋게 잘 설명한다. 출퇴근하는 10분에 하나씩 읽는다는 컨셉에 맞게 어려운 문장도 없으며, 각각의 개념에서 꼭 필요한 용어만을 꼽아 설명하고 그를 통해 철학자가 얘기하고자 했던 개념이 무엇인지를 잘 풀어냈다. 거기에 철학자가 왜 그와 같은 개념을 생각하고 중요시했는지도 덧붙여 철학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철학자도 인간이다보니 보다보면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블레이즈 파스칼’의 이유가 특히 그랬는데,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남긴 철학자가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다는게 정말이지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 철학자 본인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에 실린 서양 철학 대표 인물 20인의 주요 개념들은 군더더기없이 핵심만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되있다. 거기에 문장이나 분량도 부담없어 가볍게 읽기에도 좋다. 그래서 여러 생각들을 궁격하는게 의외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철학이 궁금했던 사람이나 철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어떤 철학이 있었나 아는데 꽤 좋은 시작을 열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 - 괴짜 물리학자의 재미있는 핵물리학 강의
다다 쇼 지음, 이지호 옮김, 정완상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다다 쇼’의 ‘원자핵에서 핵무기까지’는 생활은 물론 군사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핵 물리학을 설명한 책이다.

컨셉은 무기를 물리학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원자 등으로 시작해서 끝에는 핵무기를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핵폭탄을 만드는 ‘나쁜 물리학자’로서 긍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라며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엔 핵폭탄으로 끝난다는 게 묘하게 역설적이다.

책은, 어려운 핵 물리학을 다뤘지만, 다행히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잘 풀어낸 편이다. 애초에 대중 강연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지 때때로 별 상관없어 보이는 가벼운 이야기도 해가며 부담없이 볼 수 있게 신경썼다. 핵심은 담으면서도 너무 어려운 이야기는 피하도록 지식 수준을 잘 조절하기도 했고, 양성자를 소녀들의 관계로 표현하는 등 웃으며 볼 수 있게 비유도 나름 잘했다.

구성도 가장 기본적인 원자 이야기부터 점차 복잡한 내용으로 꼬리를 물며 이었기 때문에 순서대로 보다보면 핵 물리학과 핵무기의 기본 원리 등을 어렵지않게 이해할 수 있다.

아쉬운것은 강연 내용을 기본으로 간추려 책을 만든 게 아니라 강연을 거의 그대로 책으로 옮긴 스크립트와 같아서, 강연에서나 적절할 듯한 분위기 전환용 이야기나 말투 같은 것이 그대로 남아있어 글로 읽을때는 조금 어색할 때도 있다는 거다. 이것은 또한 지식서로서 답지않게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지는 않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실물을 별로 담지 않은 인물 초상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딱히 사진 대신 그림을 넣는 것을 컨셉을 잡은 것도 아닌데(사진도 여럿 있다), 이정도로 안닮을거면 차라리 그냥 사진을 붙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원자모형 등 다른 그림들은 이해가 쉽게 잘 표현한 편이라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원자 이론에서 그 실제 활용까지를 이어서 볼 수 있어 핵 물리학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 유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에드거 월리스(Edgar Wallace)’의 ‘공포의 천사(The Angel of Terror)’는 천사같은 소악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그의 미스터리 작품 중 하나로 소개된다만, 엄밀히 말해 ‘미스터리’라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다. 딱히 소설 내에 어떤 대단한 비밀이나 범죄의 흑막 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의 처음부터 대놓고 범인을 드러내고, 그들의 은밀한 대화나 행동까지 모두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들이 그런 뒷내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주인공 뿐이다. 그래서 이야기도 자연히 주인공이 우연과 주변인들의 도움을 통해 그러한 위기들을 극복하고 조금씩 진상에 근접해 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그걸 보면서 독자들도 왜 그걸 모르냐면서 살짝 똥줄이 타며 지켜보게 된다. 말하자면 서스펜스 범죄 드라마인 셈이다.

무려 1922년에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꽤나 많다. 당장 범인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 부터가 그렇다. 작품 내에서는 그 방면에서 대단히 치밀하고 대담한 것처럼 그려지나, 우연에 기댄것도 많을 뿐더러 자신의 활동 범위 안에서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 허술한 면모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좋고 순진하기만 한 주인공은 그렇게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오래 전에 쓰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가져야 할 매력 점들을 꽤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천사같은 겉 모습과는 달리 악마와 같은 심성을 가진 범인 부터가 그렇다. 범죄를 종용할 때 그럴듯한 ‘좋은 의도’로 꾸며 직접적이지 않게 얘기하는 점이나 범죄에 대한 사상같은 것들도 소악마처럼 묘사해 그만의 개성을 느끼게 하며, 그에 맞서는 인물도 전형적이지만 마치 정의의 사도 같아서 관심을 끄는 건 물로 쉽게 공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꽤나 읽는 재미가 있다.

후반으로 가면 조금 흉계들이 패턴화 되는 모습도 보이는데, 마침 딱 그럴 즈음에 마무리도 잘 지었다. 다만 그 끝이 조금은 모호하게 뭉개는 느낌도 있어서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제목 역시 소설을 다 보고 나서도 왜 저런지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이게 단지 한국어판에서만 그런게 아닌지 ‘The Destroying Angel(죽음의 천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더라. 소악마같은 ‘진’의 케릭터를 생각하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쪽이 훨씬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는 청년 탐정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청년인 탐정, 그것도 한국 청년을 다룬 것이다보니 자연히 직업 문제가 등장하리라는 것이 쉬 예상된다. 당장, 제목부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단지 그런 것만 담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시작도 청년 탐정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추락해 버려 시청률에만 목을 매는 한물 간 프로파일러와 전문 지식은 물론 열정까지 살아있는 젊은 추리 동호회 회원간의 대결이라는 꽤 재미있는 구도로, 미제로 남은 실종사건을 파헤친다는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탐정 이야기는 그에 대단한 기대는 하지 않는 실종자의 가족이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의뢰하면서 생겨난 조금은 곁가지같은 에피소드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TV쇼를 계기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 두 그룹의 대결이라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전개가 조금 느린감이 있다. 무려 2년이나 지난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라 단서도 적고, 제대로 된 수사권이 없는 민간인들이 하는 것인지라 그나마도 제한적인데다,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집어가며 보여주기까지 해야해서다. 거기에 탐정 이야기까지 해야하니 오죽하겠나.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우려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셈인데, 사건이 꼬여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 치고는 너무 진상이 단순한데다 그걸 밝혀내는 과정이나 놓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좀 허무한 감이 있어서다.

미스터리를 탐정과 프로파일러, 그리고 동호회 회원들이 추리를 통해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입장에서 밝혀 버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건, 이전에 다른 미스터리 소설을 읽었을 때도 얘기했었지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으로는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그 부분은 범인과 독자들만 아는 비밀로 떼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기왕 진상을 모두 설명해줄 케릭터가 있었는데, 그를 이용해 풀어냈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너무 주요 인물을 여럿 내세워서인지 각각에 대해서는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소설을 보고 남는 인물이 감건호 뿐이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만큼 나머지는 별 개성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끝에 가서는 붕 뜨는 인물도 있었다.

인물 묘사 부족은 특히 실종 사건 관계자들이 심했는데, 그게 이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기에 사건을 만들려고 작가가 좀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느낌도 남았다.

그런 면은 마지막 장에서도 좀 보였는데,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듯한 대사와 상황 등은 너무 작위적이서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좀 낮뜨거웠다. 멋진듯이 하는 얘기도 의외로 뜬금 없었고.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진 알겠다만, 전혀 적절한 예가 아니니 좀 뻥찔 수밖에.

청년 탐정 이야기도 소설 전제척으로 보면 사족같았다. 굳이 필요했나 싶었다는 말이다. 이들이 처음 조사하던 여고생 의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제목에 넣을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차라리 탐정을 빼고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의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다지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 탐정이 고군부투 끝에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 거다.

그래도, 비록 여러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 벌린 일들을 팽개치지 않고 그러모아 마무리한 것은 나름 괜찮았다. 한국 미스터리에서는 썩 잘 하지 못하는 지역과 지형 등의 소개를 이야기에 어우르는 것도 나름 잘했다. 이전에 고한 추리마을을 소재로 한 소설집을 봤을 때는 막상 지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게 아쉬웠었는데 이 소설이 그때의 아쉬움을 좀 채워줬다. 고한읍이 추리체험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란 걸 생각하면 더 의미있는 것 같다.

딱 부러지지 않는 엔딩은 별로 취향이 아닌데, 더 나아진 후속편으로 돌아와 아쉬웠던 것들을 날려 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