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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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올리리(Beth O’Leary)’의 ‘셰어하우스(The Flatshare)’는 집 공유를 소재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과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먼저 소재가 좀 독특하다. 소설 속 동거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태라서다. (다른 픽션이나 해외 소식 따위에서도 꽤 들어봤단 걸 생각하면, 외국에서는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심지어 ‘서로 보지 않는다’를 제1 규칙으로 하는 동거라니. 과연 이 동거가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했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저자가 그걸 굉장히 잘 풀어냈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울만한 조금은 과한 설정도 인물간의 관계나 개인의 성향 등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일들도 조금은 느린 호흡을 통해 서서히 진행해 나갔기에 꽤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이라 할만큼 다른데, 그게 의외로 합도 잘 맞았다. 그건 그들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때론 진지해졌다가,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같이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긴 내용을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어, 각자의 시선에서 1인층으로 그린 것도 좋았다. 그게 두 사람의 이야기와 심정을 이해하는데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기술한 형태를 다르게 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묘하게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야기도 좋았다. 어찌보면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이고, 세부적인 것들도 딱히 그 자체로 새롭거나 특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굴곡을 잘 짠데다 그 가운데서 각각의 캐릭터도 꽤 잘 살렸기 때문에 보는 맛이 좋았다.

서로 다른 몇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하기에 때때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하나 그렇다고 유별나게 튀어 어색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톡톡 튀는 발언들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오글거리는 장면 역시 ‘어우~’하면서 귀엽게 봐줄만 했다.


연인관계에 있어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이슈를 다루는 것도 좋았는데 단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어거지로 넣은 게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 녹여서 잘 풀어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패미니즘적인 언급들은 좀 거슬리기도 한다. 분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알만한데도 구태여 한마디를 더 덧붙인 모양새인데다, 심지어 그게 지나치게 노골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해’라며 불편하게 밀어붙인다는 말이다.

그에 반해서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 그들의 관계나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뿌연 회색지대를 느끼게도 한다. 당연히 따라야 할 이해와 공감 저 너머에 희미한 의문과 변명거리도 함께 남긴다는 말이다.

주요 이슈인 가스라이팅(Gaslighting)도 그렇다. 그로인한 결과를 분명하게 규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게 어떤식으로 행해졌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데, 그게 이걸 조금 뜬구름 속 애기처럼 느끼게도 만든다.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게 먹히겠어?’ 싶게 한다는 얘기다.

가스라이팅이 어떤 것이며 왜 잘못된 것인지를 보이고, 그러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도를 담으려 했던 것이라면 살짝 실패한 셈이다.

문제의 인물을 단편적으로만 묘사한 것은, 그의 태도가 후반에 갑작스레 바뀐 것처럼 보이게도 하는데, 전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모습은 캐릭터가 붕괴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된 것은 새로운 만남과 그를 통해 이뤄가는 것들이 더 중요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그 외 것들은 충분히 생략될 법 하기 때문이다. 그게 이미 용어가 붙었을 정도로 유명한 것에 관한 거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이 소설은 그것 자체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회 비판 소설이 아니라, 로맨스가 아니던가.

다만, 그로인해 생긴 점들 때문에 마음껏 분노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공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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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에마 퀴글리 지음, 김선아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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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퀴글리(Emma Quigley)’의 ‘머니게임(Bank)’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은행을 운영한다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꽤 멋지게 그려낸 소설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그것도 학교 내에서만 운영하는 은행을 세운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조금 장난같다. 왜냐하면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잘 운영되고 있는 은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누가 굳이 개인 은행에서 빌리려고 하겠느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환수나 수익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생각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툭 던진 한마디로 시작된 이 은행이 그렇게 잘 될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보다보면 이게 꽤나 재밌게 흘러간다. 생각보다 잘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엄청.

물론 그건 어쩌다가 시기좋게 빌리려는 쪽과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허술한 관리가 그렇게까지 잘 될리가. 하지만, 거기엔 또한 작은 성공에만 안주하지 않고 떡잎이 보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투자 얘기를 꺼낸다던가, 때론 위험해보이는 일에도 발을 들이민다던가 하는 과감함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이들이 다음엔 무슨 일을 벌일지, 그게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한다.

반쯤은 ‘놀이’이겠거니 했던 것과 달리 이들의 이야기는 꽤나 진지하게 은행의 여러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치 현실의 은행을 압축해서 그려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은행이 어떻게 발전하고 돌아가는가, 또 그 뒷면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들을 조금은 맛볼 수 있는데 그런 점도 매력적이었다.

중간 중간에 과정을 생략한다던가 하는 면이 있어서 공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학교라는 배경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도 나름 잘 살렸다.

번역은 좀 아쉬워서 때때로 이해못할 문장들이 눈에 띈다. 영어를 이용한 말장난 같은 것이 그렇다. 언어 차이가 있으니 한국어로야 마땅한 번역이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주석이라도 달아뒀으면 좋았으련만 꼼꼼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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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과학 카페
권은아 지음, 서울과학교사모임 감수 / 북트리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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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과학 카페’는 과학사를 시간여행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낸 책이다.

과학 유튜버를 꿈꾸는 청소년 미래와 우주는 어느 날 우연히 시공간을 초월해 과학자들이 넘어다니는 과학카페라는 모임에 가게 된다. 카페의 단골손님들이 21세기 청소년에 흥미를 보였는데, 말하자면 그 대표로 초청된거다. 그래서 총 15번에 걸쳐 유명한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시간여행 컨셉으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총 16명이 이뤄낸 열다섯가지의 흥미로운 업적들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는 그들이 이룬 업적과 그걸 이뤄낸 과정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 등 주변 환경때문에 겪어야 했던 어려움 등이 담겨있으며, 끝에는 그들이 후대에게 던진 질문에 미래와 우주가 편지로 답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모두 독립적이며 이어지는 내용이 없는데, 이런 특징은 이 책이 당초 ‘중학독서평설’에 시리즈로 연재했던 글이기 때문인 듯하다. 동일한 구성을 갖추되 언제 봐도 끊김없이 볼 수 있도록 매회 완결성을 중시해서 쓴 것이라는 말이다.

이야기보다는 과학사와 과학상식을 전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보니 기껏 애써 잡은 시간여행이라는 컨셉이나 과학카페라는 모임 역시 크게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미래 사람이 과거 사람을 만나 그들에게 미래를 이야기를 함으로써 불러올 수 있는 타임 패러독스도 여기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형식상으로는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쓰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그 이후를 요약한 것에 가깝다.

나름 나쁘지 않은 설정이 단지 과학 이야기를 하기 위한 물꼬를 트는데만 쓰인 셈이다. 그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기도 했는데,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역할은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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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 (한정판 양장 에디션)
박동선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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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1’은 동명의 웹툰을 책으로 역어 낸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단행본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양장본으로 나온 것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연재된 것은 아니다. 대신 책 뒤쪽에 작가인 쳐돌았군맨의 그림일기와 일종의 후기만화인 ‘혈관고 비기닝’, 그리고 미공개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기존 책과의 차이를 꾀했다. (4권 세트를 사면 틴케이스도 주므로 구매에 참고하시라.)

책의 마감을 달리해서 재판한 것이라서 그 외에는 기존과 같다. 혈액형을 단순하게 의인화시킨 캐릭터들은 지금봐도 성격이 확실해서 재미있으며, 그래서 때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내용도 있기는 하나 무려 4권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보다보면 의외로 공감가는 내용들도 꽤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은 어떻게 보면 ‘점술’과 좀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누적된 데이타를 광범위하게 늘어뜨려 놓고 듣는 사람이 그 내용을 취사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맞는 부분에 대한 신뢰를 더 강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강하다는 말이다. 따지자면 과학적이지 않은 쪽에 가깝다고 하는데도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가고 맞춰보며 흥미를 느끼는 것은 그래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흥미로 보는 내용인데도 단지 주변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의 책을 참고해서 가능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 개인 생각을 적을 때는 그렇다는 걸 명확히 밝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한 것도 좋다.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건 그만큼 캐릭터 성을 잘 살려서기도 하다. 혈액형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행동은 조금 과장되게 그려서 그들이 벌이는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다. 다시봐도 그런 걸 보니, 왜 한참 인기가 있었는지도 새삼 알만하다.

아쉬운 것은 재판인데도 불구하고 오류가 수정되지 않았다는 거다. 많지는 않지만 몇몇 부분에서 그림과 맞지않는 글이 달려있다거나 한데, 해당 내용은 그 장면에서만 언급하는지라 그 중요성이 높다는 걸 생각하면 꽤 큰 단점이다.

책이 오염방지를 위해 비닐포장되어있는 것과 달리 내지에 붉은 선이 찍혀있었던 것도 아쉽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 저자의 그림일기를 더한것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그 자체로야 나름 볼만하기는 하나, 책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그려 추가할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그냥 거기까지만 하는 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님 별책으로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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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의 왕자들
김대웅 옮김, 아미르 후스로 델라비 원작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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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 후스로 델라비(Amīr Khusrow Dehlavī)’ 원작의 ‘세렌디피티의 왕자들(Travels and Adventures of Three Princes of Serendip)’은 기대했던 딱 그런 옛스런 이야기 책이다.

중동이라는 지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전체적으로 아라비안 나이트 느낌이 물씬 난다. 옛날 스타일의 이야기는 현대의 소설과 비교하면 비록 기교나 긴장감, 그리고 현실성 등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서 더 신비롭기도 해 나름의 매력을 갖고있기도 하다.

세밀한 묘사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에 빈 곳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그 때문에 딱히 이야기가 모자라 보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 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어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데, 세밀하게 묘사한 현대의 소설들이 오히려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 걸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이런 특징들이 소설을 꾸준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게 만들며, 기상천외하게 튀는 이야기도 다음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소위 ‘선인들의 지혜’라는 것을 담고 있는 것도 옛 이야기 답다. 다만 왕자들의 모험과 이야기꾼들의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지혜들은 옛 이야기라서 그런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말장난 같은 면이 있다.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하거나 그 기발함에 감탄할만한 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시대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다보니 아무래도 문화차이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앞서 이 책을 ‘아라비안 나이트’ 같다고 했는데, 그건 단지 분위기만 그런 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어느 정도 그렇다. 이야기의 일부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액자식 구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왕에 의해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시작 된 것이라던가, 그 안에 묘하게 왕을 꼬집는 내용이 있는 것도 그렇고, 그를 통해 종국엔 갈등이 원활하게 해소된다는 내용 역시 꽤나 닮아있다.

다만 그 끝이 썩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는데, 이야기가 단지 그 뿐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기껏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도 왕에게 교훈적이라 할만 했는데, (비록 뻔한 전개지만) 좀 더 현실에 영향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래도 어쨌든 재미있다. 게다가 내가 기대했던 딱 그런 책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감도 높았다.

다만, 소설 외적으로는 썩 그렇지 않았는데, 너무 뻔한 속셈들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BTS를 언급하는 게 그렇다. 굳이 소설과 별 상관도 없는데 굳이 그러는 건 어떻게든 유명세를 업어보겠다는 질낮은 짓 아닌가.

제목을 ‘세렌디피티의 왕자들’이라고 해논 것도 그렇다. 원저대로 페르시아식 지명인 ‘세린딥(Serendip)’이나 그 원래 의미인 ‘실론(Seylon)’을 쓰던가, 좀 무리여도 현재 국명인 ‘스리랑카(Sri Lanka)’까지는 그래도 좀 봐줄만 했겠다. 이것들은 그래도 모두 같은 지역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모두 버리고 뜻은 물론 형태도 많이 변질된 ‘세렌디피티’를 쓴 건 대체 왠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이 세렌디피티의 어원인걸 절로 알게 할만한 이야기인 것도 아니어서 더 그렇다. 막말로 왕자들은 부왕이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외국에 보낸 것 아니던가. 그들이 그곳에서 보인 지혜들도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하게 발견’한 게 아니라, 놓치기 쉬운 것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들을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분석해서 얻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세렌디티피란 말은 그들의 지혜와 성취를 우연한 것으로 곡해하고 낮잡아 봐서 생긴 차별적인 용어인 셈이다.

그러니 딱히 이렇게까지 대단하게 부각할 가치가 있었는지 더 모르겠다. 하더래도 소설이 끝난 뒤에 저자의 말을 넣으면서 간단하게 언급 정도만 하고 넘어가면 족하지 않았을까. 그걸 지나치게 밀어대니 좀 눈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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