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호실의 기적
쥘리앵 상드렐 지음, 유민정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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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앵 상드렐(Julien Sandrel)’의 ‘405호실의 기적(La chambre des merveilles)’은 코마에 빠진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도전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12살 소년 루이에게 어느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생기면서 시작한다. 싱글맘으로 늘 바쁘게 일에 매달리던 그의 엄마 델마는, 자신과 함께 길을 가던 중이었는데도, 아들이야말로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소중히하지 못했다는 것에 크게 후회한다.

그렇게 비관에 빠져있다가, 우연히 아들의 침대 매트리스 아래서 비밀스런 노트를 발견하게 되고, 아들을 위해 그것들을 이루어내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에는 아들의 소소한 소망들이나 때론 황당한 망상들을 엄마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해쳐나가는 일들로 채워져있다.

이건 사실 냉정하게 보면 아들을 잃게 될 상실감에 빠져있는 엄마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종의 자기 위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행동이 코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 다소 황당한 일들도 대단히 의미있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그건 작가가 이를위해 약간의 장치를 걸어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엄마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절실함이나 아들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실제로도 아들의 상태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희망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져가는 엄마의 행동과 생각이 던져주는 메시지도 좋다. ‘가족주의’를 담은 흔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렇게 강조하고 자주 얘기되며 익히 알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보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치부할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걸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통해 잘 공감할 수 있게 그린 것도 좋다.

시선을 조금 바꾸면, 소설은 현실에 치여살던 델마가 자신과 가족을 찾아가는 성장 소설로도 읽히는데 이것도 묘하게 채 제대로 자라지 못한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과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도 했다.

소설 일부에 불필요하게 페미니즘적인 내용들을 집어넣은 것은 안좋았는데, 딱히 소설 주제와도 연관이 없을 뿐더러, 앞뒤 문맥과도 상관없이 뜬금없이 등장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제대로 이야기를 해도 공감이 갈까말까한 것을 그냥 그런식으로 툭 던져놓다니. 쓸데없는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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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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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리콕(Stephen Leacock)’의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Sunshine Sketches of a Little Town)’은 작은 도시 마리포사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린 소설이다.


캐나다의 가상의 도시 ‘마리포사’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작은 소도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듯한 등장인물들은 서로 부대끼면서 소소한 사건 사고들을 만들어내는데, 그게 전체적으로 익살스럽게 그려졌다.

소설은 비록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인물들의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의외로 현실적인 점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이 우리네의 모습을 꽤 제대로 담고있기 때문이다. 꽤 시대차이가 있는대도 사람들의 모습은 의외로 변함이 없어서 보다보면 이런 사람들 꼭 있다며 한숨을 쉬고 혀를 차거나, 어쩌면 괜히 뜨끔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딱히 큰 일도 없고, 특별한 일도 없이 무난한 시간들이 흘러간다. 어떻게 보면 개인으로서는 꽤 커보이는 문제들도 작가는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 넘기며, 오히려 그래서 결국엔 어떤 면에선 나아진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때론 몽매한 군중들을 비꼬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들과 그들이 모인 작은 마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느낌이 묘하다.

책에 담긴 11개의 이야기들은 계속 같은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는 만큼 연결성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 떼어놓아도 각각이 완결성이 있어 개별적인 단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걸 최종적으로는 독자까지 엮으면서 하나의 테두리안에 집어넣는데, 이런 구성도 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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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논어 옛글의 향기 6
공자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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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논어’는 논어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완역본이다.

사서삼경의 하나로 꼽히며 유가의 대표 경전 중 하나인 논어(論語)는, 공자(孔子)와 그 제자들이 나눈 대화를 발췌해 담은 것이다. 공자의 어록 외에도 논어에는 그의 모습이나 행동을 기록한 글들도 있는데, 이런 점들이 이 책을 일종의 일상기록물처럼 보이게도 한다.

이런 기록들은 그들이 철학자이고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여서 공부에 관한 말들을 주고받기 때문에 (또 그런 것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유가 사상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것들을 책에는 때론 공자의 말만을 발췌하여 실었는가 하면, 제자의 질문과 함께 싣기도 하고, 거기에 그러한 대화를 나누게 된 배경을 짧막하게 적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은근히 기독교의 성경을 떠올리게도 한다. 자제들에 의해서 기록된 것이며, 스승의 가르침을 담은 것이라는 점이 비슷해서다.

책의 내용 중에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도 꽤 있는데, 지금 다시보아도 새삼 참 옳은 얘기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그러나, 누구에나 그럴만한 가름침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한국사람은 어떻게 보면 유교라는 바탕이 깔린 문화 위에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어서다. 대한민국의 전신인 조선은 유교국가가 아니던가. 어쩌면 그 때문에 논어의 가르침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논어의 내용 중에는 시대에 따른 예법이라 지금과는 맞지 않는 것도 있다. 마냥 보편적인 가르침을 담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공자의 가르침들에는 분명 지금 시대에도 통용될만한 인간의 본질 또는 더 나은 인간상을 꿰뚫는 것들이 담겨있는 게 많다. 그것들은 자연히 왜 그래야 하는가, 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하게한다.

그런데, 정작 그 핵심에 있는 가르침들은 잊혀지고 고리타분하며 상하 나누기만을 중시하는 꼰대같은 가르침으로 여겨지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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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인류 진화 이야기 재밌밤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서현주 옮김, 우은진 감수 / 더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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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키 다케오(左巻 健男)’의 ‘재밌어서 밤새 읽는 인류 진화 이야기(面白くて眠れなくなる人類進化)’는 인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게 정리한 책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것보다는 일련의 흐름이 있어 이유나 당위성이 있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나도 수많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그것들은 주로 ‘신화’의 형태를 띄었는데, 왜냐하면 당최 어떻게해서 인간이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도 신화적인 창조로 인간이 생겨났다고 믿지 않는다. 대신 진화를 통해 인간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의 발생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가까운 곳에서부터 최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꼭 ‘인류’로만 한정지어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원시인 등으로 불리는 ‘인류’의 연결 고리를 파트1에서 살펴본 후엔 포유류와 양서류, 공룡, 더 나아가는 최초의 생물까지 거슬러 올라가본다.

책 제목은 ‘인류 진화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담은 것에 가까운 셈이다. 대신에 그런것들을 다룰 때에도 인류와의 연결고리를 계속 유지한다. 손가락이라던가, 폐, 털, 눈 처럼 현재 인간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기관들의 탄생이나 변화를 다룬 것들이 그렇다. 이런 구성이 나름 전체적으로 인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느껴지게도 한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거다. 나름 전문 지식을 다루는 것이지만 읽을 때 막힘이 없도록 문장이 편하다. 부담스럽지 않도록 문장도 잘 간추렸다. 주요한 내용을 담으면서도 늘어지지 않도록 축약해서 얼핏 부족해 보일 때도 있지만,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컨셉을 꽤나 잘 지킨 셈이다.

아쉬운 것은 최신 정보까지는 담겨있지 않은 듯 하다는 거다. 유인원을 구분하는 용어부터 '최근엔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고 주석을 단 걸 보면 그렇다. 아무래도 처음 출간된지 5년여가 지난 책이라서 그런 듯하다. 그간에 새롭게 발견된 것이나 바뀐 내용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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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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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존 그린(John Green)’의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An Abundance of Katherines)’는 독특한 영재 콜린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콜린’은 특별하다. 어려서부터 신문을 읽어내는가 하면, 온갖것을 다 기억하고, 할줄 아는 언어도 십수개나 된다.

하지만, 썩 특별하지는 않다. 소위 ‘천재’들처럼 어려서부터 어떤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그마나 잘한다고 믿었던 것들도 마치 거북이에게 따라잡히는 토끼처럼 조금씩 추월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의문,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 콜린을 떠나지 않는다.

거기에 ‘캐서린’에게까지 버림을 받았다. 벌써 19번째다. 그는 늘 캐서린이란 이름의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얼마 안있어 당연한듯이 그녀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럴때면 괜찮은 척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좀 심각했다.

그런 콜린에게 단 하나뿐이라 할 수 있는 친구 ‘하산’은 여행을 제안하고, 둘은 누구든 비꼴만한 자동차를 탄채 별다른 목표나 목적지도 없이 가는대로 떠나간다. 그리고 자동차 운전이 지겨워질 즈음, 떠날때와 마찬가지로 무작정 들른 곳에서 특별한 만남을 갖게된다.

언어에 특출한 능력을 보이고, 시도때오벗이 애너그램을 만들며,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만남과 헤어짐도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콜린은 정말이지 독특하다. 소설은 그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그의 그런 면모를 꽤나 잘 보여주는데,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콜린이 의외로 웃음을 자아낸다.

콜린의 독특한 면만이 그런게 아니다. 그와 함께 장난을 치는 하산이나 그걸 받아넘기는 린지도 그렇다. 아직은 어린 청소년의 모습을 담뿍 담은 이들의 모습은 소설을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만든다. 이들의 이야기가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이라 더 그렇다.

그 안에 나름 진지하고 깊이 있는 내용도 잘 담았다. 조금씩 성장해 가는 주인공들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도 의외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보면, 끝에 다다라서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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