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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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라타 사야카(村田 沙耶香)’의 ‘무성 교실(丸の内魔法少女ミラクリーナ)’은 정상과 상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수록된 네개의 소설은 모두 일상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러면서 또한 지극히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콤팩트를 가지고 다니며 때때로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서른여섯살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는 수록작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편이다. 마음 속에 일종의 판타지를 품고 있는 것, 힘겨운 현실을 망상으로 도피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 아닌가. 그래서 여기까지만 했으면 흔한 망상 일기 정도가 될 수도 있었는데, 친구와 그의 남자친구의 관계에 휘말리며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거기서 각자가 보이는 행동과 반응들이 더해지면서 망상(판타지)에 대한 꽤 독특한 이야기가 되었다. 반짝이는 마법소녀가 하나도 반짝이지 않는 이야기다.

‘비밀의 화원’에는 그보다 좀 더 비정상적인 첫사랑과의 감금 생활을 담았다. 꽤나 철저하게 준비해놓았기에 현실이라면 꽤나 소름돋을만한 상황이지만, 합의하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그런 긴장감을 날려주어 오로지 왜 주인공이 그러한 감금을 제안하게 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풀리고 나서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드는데, 나름 유효한 해법이었다는 것이 그 하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해 잘 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다른 하나다.

‘무성 교실’은 성정체성이라는 것을 꽤 흥미롭게 다뤘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말로 있을법한 교실을 배경으로 성정체성이라는 게 무엇이고, 과연 타고나는 것인지, 심지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까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도 미스터리가 있는 로맨스로 꽤 흥미롭게 잘 끌어간다. 그러나, 끝까지 등장인물들의 성을 모호하게 그리지는 않았고, 정체도 좀 전형적이어서 그 전까지 보였던 성정체성의 무용함이나 무관함이 많이 희석된다.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변용’은 전혀 핍진적이지도 않고 딱히 그런 면모를 갖추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일종의 ‘기묘한 이야기’인데, 아이디어와 전개가 꽤나 흥미롭다. 정말로 그런 세상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게도 하는데, 작품에서처럼은 아니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남이나 사회 흐름에 동조되어 변하는 경우가 많기에 현재의 나라는 정체성에 작은 파문을 던진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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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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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유익한, 나의 조각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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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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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는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두번째 책이다.



이 책을 펼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의심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으로 과연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젓가락이란 게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그저 녹아있는 흔한 것이고, 그렇기에 별 특별할 것 없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런 흔한 소재에서 시작해 문화와 역사로 연결하고 그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로 그러모으는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글솜씨에 새삼 놀라게 된다.

더 좋았던 것은 이런 얼핏 교양수업같은 내용들이 전연 지루하지가 않다는 거다. 단순히 관련된 사실 늘어놓기의 연속이 아니라 흥미를 끌만한 화두를 던지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야기들을 잇는 것을 잘 해서다.

그렇다보니,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마치 그의 말이 하나의 가능성이나 가설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또한 동감할 수 있게 쓴 솜씨도 훌륭하다.

소재와 주제가 그렇다보니 얘기 중에는 다소 국뽕스럽다 할만한 것들도 있는데, 그것들도 비난 혹은 자조스러운 의미의 국뽕이 아니라 일종의 자부심이 느껴지도록 적절한 수위를 지킨 것도 좋다. 이것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들과 더불어 저자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참으로 가진 것을 소홀히하는 존재다. 좋다 하고 결정하면 쉽게 받아들이고 바꾸는 한국인은 더 그렇다. 그래서 점차 잊혀져가는, 오랜기간 쌓여왔기에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한국적인 문화와 정취같은 것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이해를 더할 수 있어 좋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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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셋의 힘 6 : 일출 전사들 3부 셋의 힘 6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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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3부 셋의 힘 6 일출(Warriors: Power of Three #6 Sunrise)’는 이전권들을 다시 돌아보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3부의 마지막 책이다.

전사들 시리즈는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좀 식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점점 식상해는 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게 좀 더 올바를 것이다. 종족이라는 테두리, 전사의 규칙이라는 제약 등이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어느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도 주었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3부는 조금 실험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조상들의 연혼인 별족이라던가 아홉개의 목숨이라던가 하는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야생 고양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이전 이야기들과 달리, 3부는 처음부터 개별 고양가 별의 힘을 가졌다는 예언으로 시작하는데다, 전개 역시 그들이 자신의 힘을 점차 각성해 나가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그것처럼 흘러가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디서든 별족과 통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고양이의 꿈에까지 찾아갈 수 있는 제이페더의 힘 때문에 더 그러했다.

반대로 그렇게 시작한 것 치고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 고양이를 계속해서 미숙한 고양이로만 그리는게 좀 못마땅하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이 새롭고 큰 변화를 가져올 세 고양이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기존 전사들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너무 해치지는 않으려고 한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3부 전체에 미묘한 복선을 깔았던 것도 그렇다. 이것들은 얼핏 보았을 때는 그저 약간의 걸림같은 것 정도로만 보이는데, 그것들이 계속해서 무얼 내포하고 있었는지를 6권에서 드러냄으로써 이전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되새김질 하게 하고 3부가 전체적으로 좀 더 계획적으로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게 꽤 좋았다.

4부로의 연결은 이미 언급되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좀 억지스러워보이는 면도 있었는데, 한편으론 왜 3부가 이렇게 애매한 이야기였는지를 좀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4부에서 이를 어떻게 이어받아, 못내 갈증이 있던 부분들을 해소해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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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일본문학 베스트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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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太宰 治)’의 ‘사양(斜陽)’은 전후 몰락해가는 귀족 가족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은 자칫 사양(仕樣)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현대 한국에서 ‘저물어가는 해’를 의미하는 한자어 사양(斜陽)은 전혀 실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같은 걸 가리키는데 석양(夕陽)을 사용한다만, 글자의 의미가 이 둘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굳이 익숙한 석양으로 바꾸지 않고 낯선 사양을 사용한 게 아닌가 싶다.

서서히 바래져가며 저물어 간다는 점에서 한 귀족 가족의 몰락을 그린 이야기의 제목으로는 꽤나 잘 어울린다. 돈도 다 떨어진 마당에 딱히 생활을 이어나갈 수단은 없고, 심지어 인간 관계마저 어찌할 수 없이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암울한 기색을 띈다.

이는 ‘인간실격’같은 저자의 다른 작품과도 좀 통하는 면이 있는데, 이게 더욱 그가 얼마나 힘겨운 생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새삼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고 마냥 어찌할 수 없는 음울한 몰락과 그 과정에서의 헛된 몸부림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들의 행동에는 일종의 처절함이 깃들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하며, 꿋꿋하게 삶을 이어나가려는 의지를 단적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꽤나 희망적으로도 읽힌다. 모든게 어긋나고 실패한 것만 같지만, 설사 꺽여버렸다고 해도, 살아갈 이유가 있고 살아갈 수 있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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