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 세이브
이진서 지음 / 피톤치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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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 세이브(Blown Save)’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중년 아재들의 현주소를 묵직하게 담아낸 단편 소설이다.

‘블론 세이브’란 야구 용어로, 세이브 조건에서 동점 혹은 연전 당할 경우 마운드 투수에게 주어지는 말이다.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치욕스러운 스러운 명칭이기도 하다. ‘세이브를 날렸다’니, 뜻만 봐도 노골적이지 않나.

대부분 실패한, 또는 실패하고 있는 중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 정말 잘 어울린다. 그들이, 한번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는 암울함으로 이어지는,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정체절명의 순간들을 맞고 있으며, 그렇게 맞은 순간들에서 실패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고 짊어져야 할 무게가 사라지는 게 아니고, 현실의 팍팍함 역시 수그러들지는 않는다. 또 다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할지언정, 다시 마운드에 서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는 마운드에 설 수 없는 날이 오게 되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그 외에도 이런 식의 비유를 꽤 사용했는데, 다들 왠지 모르게 곱씹게 되는 적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공감도 되고, 내가 투영된 것 같은 이야기에선 가슴아픔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자기 경험을 담아 소설집 한 권을 우려먹었으니 이제 자기는 끝이라는 자조적이 이야기를 한다. 끝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이거밖에는 하지 못했다는 회환인 거다. 하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경험이 담기지않은 그저 만들어낸 이야기로 과연 이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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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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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中山 七里)’의 ‘네메시스의 사자(ネメシスの使者)’는 현대 형벌제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사형제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인권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제대로 보장되기는 어렵다. 남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 손쉽게 자신의 이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근현대에 이르러 많은 논의와 노력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심지어 범죄자라도 기본적인 인권만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상태다.

그래서 수사나 재판 때도 이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교도소에서 생활을 개선하고, 사형의 폐지를 주장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 쯤에서 조금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좋아 인권이지, 그저 돈있고 힘있는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인권이라니,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심지어 애초에 그들이 무시했던 인권은? 그들의 인권과는 다르게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2차, 3차 피해에 대해서는 왜 얘기하지 않는가. 그렇게 무시당한, 보상받지도 못할 인권에 대한 대가는 과연 누가 치르는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당초 형벌의 의의도 퇴색되는 건 아닐까.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여전히 웃으며 살아가는 가해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추가적인 고통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럼 내가 벌주겠다’고 하는 자가 나오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볼 법하다. 복수, 또는 정의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소설은 그걸 매력적인 등장인물로 흥미롭게 잘 그려냈다. ‘네메시스’를 단순한 ‘복수(復讐)’가 아닌 ‘의분(義憤)’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사건을 더 큰 주제로 이끈 것도 꽤 괜찮았다. 그게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한편, 일본의 사법 체계를 흔들어 사형제도, 더 크게는 형벌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만든다.

딱히 사전지식이 없어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게 법적인 내용이나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의견 등을 실은 것도 나쁘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은 좀 딱딱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단어가 많아서 더 그랬다. 일단 ‘원죄’라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누명’을 더 많이 쓰며, 원죄는 대게 종교적으로 ‘최초의 죄’를 일컫는데 쓴다.) ‘사분’이나 ‘의분’ 같은 것도 그렇다. 이것들은 비록 사전에도 나오고, 딱히 다른 적당한 단어가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바로 잘 와닿지 않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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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엄마의 숨결 - 남아메리카 편 세계 속 지리 쏙
고은애 지음, 김민준 그림 / 하루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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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엄마의 숨결’은 남아메리카 지리를 담은 ‘세계 속 지리 쏙’ 시리즈 8번째 책이다.

남아메리카라고도 하는 라틴 아메리카는 라틴 민족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다. 특히 에스파냐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대다수가 에스파냐어를 쓰며, 비슷한 문화적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남아메리카를 조류학자인 사랑이 아빠와 사랑이가 ‘고대새’를 찾는다는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큰 줄기로 하고 있다.

책은 이야기와 지리 정보를 꽤 잘 배분한 편이다. 고대새를 쫒는다는 것도 남미 각지를 방문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걸 설득력있게 해주며, 그렇게 방문하는 나라들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야기 후에 번갈아가며 나오는 지리 정보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유명인과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도 나름 깨알같은 재미였다. 물론 이야기 속 인물 자체는 실제 유명인과 큰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으며 자연스럽게 실제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지리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책이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 전체적으로 흐름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쓴 것도 좋았고, 고대새를 쫒는다는 것이나 거기에 얽힌 환상적인 이야기도 중남미의 신비로움을 담은 것 같아 꽤 괜찮았다. 완전 판타지로 쓴게 아니라 나름 현실적인 전개와 마무리를 지은 것이나, 그를 통해 가족간에 생겼던 앙금과 갈등 같은 것을 해소한 것도 나름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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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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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토미히코(森見 登美彦)’의 ‘펭귄 하이웨이(ペンギン.ハイウェイ / Penguin Highway)’는 어느 날 평화롭던 마을에 나타난 펭귄과 그걸 지켜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최신작은 아니다. 이미 2010년에 발간했던 것이라 작가의 팬이라면 이미 다들 봤을텐데, 그게 이번에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하면서 거기에 힘입어 이렇게 개정판이 나오게 됐다.

이야기는 어느 날 마을에 쌩뚱하게 펭귄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묘하게 차분하고 만사를 진지하게 대하며 연구하는 아오야마는 이 독특한 현상에 대해서도 곧 연구를 시작하는데, 곧 친구는 물론 친하게 지내던 치과 누나와도 연관이 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타게된다.

소설은 장르적으로 참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소재나 전체적인 이야기는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줬던 판타지같아 보이나, 주인공으로 명석하고 이론적인 과학 소년을 등장시킴으로써 SF에도 발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연구와 사색을 통해 꽤 깊은 얘기까지 함으로써 단지 맛을 첨가한게 아니라 양쪽 모두에 한발씩 디디고 선 모양새를 띈다. 어느 한쪽 장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한다면, 나는 이 소설을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의외로 다들 이 소설을 SF로 분류하던데, 그보다는 판타지 소설로 보는게 더 적절하고 또 좋기 때문이다.

그건, 비록 소설 내에 우주물리학에 같은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주요 소재나 그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마무리까지 모두 과학적이라기보단 판타지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다. 진지한 SF로 생각하고 이 소설을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판타지 소설로 생각하면, 과학적인 얘기를 덧붙인게 흥미를 더하기도 하거니와, 아이들의 ‘탐험’이나 ‘연구’도 왠지 모를 향수와 현실감을 더해줘 딱히 감점요인을 만들지도 않으며, 엔딩의 희망적인 이야기도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른 소설에서 보였던 작가의 장점은 이 소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묘하게 유머러스한 것이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전개도 그렇고, 애초부터 영상을 염두에두고 쓴 것처럼 화려하고 역동적인 장면묘사를 보이는 것 역시 그렇다.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 환상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나, 그러면서 조금씩 뿌려놨던 여러 이야기들을 후반에 잘 그러모아 마무리한 것도 좋았다.

볼 때 재미있고, 보고나면 괜히 미소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특색 때문에 영상화를 어떻게 했을지도 기대되는데, 나중에 한번 비교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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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대왕, 세계 최고의 문자를 발명하다 역사를 바꾼 인물들 4
이은서 지음, 김지연 그림 / 보물창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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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인물들’ 시리즈 4번째 책인 ‘세종 대왕, 세계 최고의 문자를 발명하다’는 세종의 일생과 업적을 간략하게 추린 책이다.

세종은 참 대단한 왕이다. 치세도 잘 한데다, 과학 발전 등 문화적인 발전도 신경을 썼고, 왕으로서의 마음가짐도 존경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들었다는 업적이 있다.

훈민정음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창제자가 밝혀진 글자이다. 그 뿐 아니라 왜 만들었으며 어떤 원리로 만든 것인지도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는 그만큼 창제 시기가 늦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한데, 반대로 그랬기 때문에 더 언어학적인 연구의 결과가 담길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또한 거기에서는 세종이 얼마나 백성들을 생각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말을 그대로 적을 수 있게 해, 말과 글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다는게 대표적이다. 애초에 백성들이 한자어를 익히기 힘들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지 않던가. 그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런 문제가 없는 글자를 만들어낸 걸 보면 세종의 언어학자로서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감탄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신하들과의 마찰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끝까지 훈민정음의 반포를 고집한 이유도 그가 왜 성왕인지를 알게한다. 그저 조선 글자가 있어야 겠다거나, 전하는 말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근친살해를 일삼는 백성들도 옳고 그름을 배운다면 분명 깨닫고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세종의 일대를 꽤 잘 요약했다. 이런 왕이 드물고 모두가 좋아하는 왕이기 때문인지 일부 미화된 듯한 모습도 보이긴 하나, 그래도 역사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정리를 잘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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