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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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하타 유스케(角幡 唯介)’의 ‘극야행(極夜行)’은 오랜 준비끝에 극야를 지새고 온 경험을 담은 논픽션물이다.

‘극야(極夜)’란 고위도나 극점 지역에서 오랫동안 해가 뜨지 않고 밤만 계속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연관 용어로 ‘백야(白夜)’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반대로 밤이되도 어두워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둘 다 인간에게 썩 이로울 것이 없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역시 극야가 훨씬 더 힘들 것 같다. 그만큼 빛이란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극야를 나겠다니,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다. 무려 몇개월이나 지속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곳은 극지방이 아닌가. 추위는 물론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므로 식량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하고, 그곳에 사는 사나운 짐승들로부터 몸을 지킬 수도 있어야만 한다. 웬만한 모험심이 아니고서야 쉽게 결정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수년동안 그를 준비한 것도 이해가 간다. 얼핏보면 먹을 것이나 지내면서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준비해놓고 가기에 그래도 비교적 순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저자의 기록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히려 더 확실히 준비하지 않은게 아쉬울 정도다.

그러면서도 꿋꿋이 여행을 해 나가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결국 그를 이겨내고 여행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위말하는 인간 승리같은 면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그걸 과장해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논픽션물이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는 겪었던 경험위주로 서술했는데, 오히려 그런점이 담백해서 더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이는 또한 여행을 풀어낸 문장력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록 실제로 그곳의 경험이 어떠한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기는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를 맛볼수는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지 모험심에서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여행을 인간이나 가족, 아이의 탄생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철학서도 아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자체가 어떤 진한 교훈 같은 것을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의 경험과 그를 통해 느낀 바들을 보면서 나의 ‘여행’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도 된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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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2
솔르다드 브라비.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맹슬기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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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다드 브라비(Soledad Bravi)’가 그리고 ‘도로테 베르네르(Dorothée Werner)’가 쓴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Pourquoi y a-t-il des inégalités entre les hommes et les femmes?)’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은 만화다.

성차별은 예전부터 얘기가 많았고 지금에 와서는 아주 뜨겁게 달아오른 듯한 말 그대로 핫한 주제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던가를 주제로 한 것도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사상적인 면을 떠나, 인간이 초기에 무리를 이루고 살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성차별을 해왔는지 그 역사를 담아내었다.

그 중 일부는 역사적인 기록이나 증거가 없어서 추정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도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역사 기록에 따른 사실에 기반해서 썼고 거기에 저자의 생각이나 특정한 단체의 생각들을 과하게 덧붙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차별이라는 무고 감정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 치고 책 자체는 꽤나 담담하게 읽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좋았는데, 특정 단체의 생각을 담은 것은 자칫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 중에는 일부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도 있어 더 그렇다. 그런 점에서 사실 위주로 기술한 이 책은 그런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어 좋았다.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 자연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직도 남아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반성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프랑스인이라서 그런지 책 속 내용 중 대부분은 프랑스 역사와 관련이 있는데, 이건 한편으로 장점이면서도 아쉽게도 느껴졌다. 장점인 것은 프랑스 인들에게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을 거라는 거고, 아쉬운 것은 프랑스 역사가 세계사와도 닿은 면이 있는 것과 달리 동양사와는 꽤 다른면이 많다는 거다. 그래서 자연히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의 관련 역사가 궁금해졌다. 책 앞에 붙어있는 ‘여성 역사 연대표’에 한국 내용도 조금 실려있기도 한데, 한국판 같은걸로 좀 더 본격적으로 풀어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편집은 연속된 4컷만화 같았던 원작과 달리 컷을 2~3개씩 나누어 좌우로 번갈아가며 놓는 형태로 바꿨는데, 덕분에 여백이 늘어 읽기에 나쁘지는 않으나 나래이션과 그림, 그리고 말풍선의 읽는 순서는 꼬이게 되어 독서 경험이 썩 좋지는 않았다. 주석때문에 공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을 생각해도 글자 크기 등을 조절하면 충분히 원작같은 편집도 가능했을텐데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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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 클럽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13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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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 클럽’는 선진국을 보는 기준으로 내세우는 동명의 용어를 화두로 한국과 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변국들의 근현대 모습들과 그에 대한 평을 담은 소설이다.

일단 ‘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펼쳐보면 이 책은 전혀 소설같지 않다. 애초에 작가인 홍상화가 자신의 지인인 김교수와 나눈 대화를 엮은 것을 1, 2부, 이교수와 나눈 대화를 엮은 것을 3, 4부로 정리해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형식도 대화를 나누게 된 과정과 전체적인 개략을 소개하고 그 후로는 죽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만 나온 대화록의 형태를 띈다.

내용도 한국 근대사와 그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기에 대한 간단한 평 등 의견을 나눈 것이라 정치적인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보다보면 한국을 다시 돌아 볼 수도 있고 그에 대한 평도 볼 수 있어 나름 유익하기는 한데, 워낙에 이런 부류의 얘기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리기 때문에 저자와 생각이 다르다면 불편하겠구나 싶은 점도 많았다. 긍정적인 것과 소위 ‘국뽕’의 경계도 조금은 아슬하게 왔다갔다 한다.

애초에 국민소득 3만달러에 인구 5천만을 영어로 표현했을 때 쓰는 숫자(30 Thousand, 50 Million)에서 따온 ‘30-50 클럽’이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이 용어의 전신인 ‘20-50 클럽’ 자체가 연구나 조사 등을 통해 나온 게 아니라 조선일보에서 어느 날 들이밀은 것인데다, 그 내용도 모든 것을 뭉뚱그려 단지 GDP와 인구수만을 놓고 보기에 ‘선진국의 조건’이라는 것이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전에 20-50으로 한 것도, 지금 30-50이라 하는 것도, 그리고 앞으로 40-50을 얘기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한국의 GDP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더 그렇다. 그런데도 ‘클럽’이라느니, 가입했다느니 하면서 얘기하는게 조금 우스워 보인달까.

그 외에 몇몇 예민한 얘기들 중에도 나와는 생각이 다른게 꽤 있었다. 하지만, 하나하나를 집으면서 세세하게 얘기하거나 주장한 것은 아니라서 그저 ‘나와는 생각이 다르군’하고 넘어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건 책이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나와 토론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비슷한 두 사람이 그저 얘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책에서 얘기하는 여러 내용들은 살펴보고 또 찾아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의견이 다른 것은 왜 그런지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해 보는 것도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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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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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는 시간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소설은 미로를 중심으로 한 2041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나, 그의 아버지인 닥터 클린워스가 쓴 소설 등을 오가면서 때로는 현실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소설 자체와 ‘인터벤션’이라는 게 오가는 구성을 사용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데, 이 마치 영화 코멘터리같은 서술은 마치 소설 속 소설 같기도 하고 설정집 같기도해서, 이게 지금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인지 뭔지 더 묘하게 느끼게 하기도 했다.

소설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이 ‘인터벤션’은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확실하다. 이야기 진행만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과거나 속사정 등을 알 수 있어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중간에 시시때때로 끼어드는 이 구성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뒤돌아보면 ‘별 진행은 없었네’ 싶게 해서, 조금 장황스럽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하게 한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인 만큼 여러 발전된 장치나 개념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썩 미래과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는데, 그건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러 개념이 조금은 판타지 적이고 기억이나 인간, 신, 운명 등에 대한 이야기도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게 때때로 이 소설을 난해하게 느끼게도 했다.

그래도 소재나 그걸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과연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사실과 진실은 무엇일지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게 중간중간 ‘이러면 어떨까’ 싶은 생각의 가지를 펼치게도 만들기도 했고, 그와는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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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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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은 우주인을 꿈꾸던 샐러리맨이 우연히 발견한 우주인 선발 공고에 지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우주는 많은 인간들의 꿈이다. 그건 배, 비행기 등을 통해 지구를 자유롭게 오가게 된 인간이 거의 가보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일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우주는 일종의 해방감을 주는 것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직장, 사회, 국가, 지구, 그리고 모든것을 끌어당겨 답답하게 얽어매는 중력으로부터 말이다. 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또 행해보는 것은 그런 일상에서의 벗어남을 주는 일종의 일탈을 제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꿈꾸는 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기만 할까. 지구를 벗어난다지만 우주인도 결국엔 인간이며, 우주인 학교와 우주센터도 모두 알고보면 바깥과 별로 다를 것 없는 관계와 경쟁, 정치에 둘러 쌓여있다. 그것들이 꿈꾸던 그곳에서도 그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만은 없게 만든다.

소설은 생각보다 그런 점들을 꽤 주요하게 다루었다. 소년만화처럼 꿈만을 그리지 않은 이야기는 그래서 조금은 답답하고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인이라서 마주하게 되고 겪어야 하는 일들을 담았기에 더욱 그렇다. 이게 우주인을 꿈이 아닌 현실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다.

이야기 중간에 긴장감을 더하려고 했던 것인지 인물들간에 오가는 감정이나 오해 같은 것을 부각시키기도 했는데, 이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전체 이야기와 주제에 크게 중요한건 아니라서 그런지 묘한 오해가 생기게 하면서 몰아가다 해소하는 식으로 꼼꼼하게 처리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걸 굳이 몇번 반복해서 보여서 더 그렇다. 그저 그 정도에서 그칠 것이면 차라리 조금 심심해 보이더라도 잔잔한 드라마를 죽 유지하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만화 ‘우주 형제’를 많이 떠올렸었다. 오랫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우주인이 된다는 꿈을 품고 모집에 지원한다는 것이나, 우주인이 되기 위해 겪는 일들을 다뤘다는 점 등 초반 전개가 많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면서 자연히 비교해보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미래를 배경으로 비교적 유쾌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은 ‘우주 형제’에 비해 이 소설은 현재(또는 과거)를 배경으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그게 우주인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고, 몇몇 이야기나 전개에선 아쉬움도 남기지만 나름의 매력도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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