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이별하는 법 - 아이스너 상 수상 에프 그래픽 컬렉션
마리코 타마키 지음, 로즈메리 발레로-오코넬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마리코 타마키(Mariko Tamaki)’가 쓰고 ‘로즈메리 발레로-오코넬(Rosemary Valero-O’Connell)’이 그린 ‘이별과 이별하는 법(Laura Dean Keeps Breaking Up with Me)’은 연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만화다.

연애에 있어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만, 자칫 잘못하면 자극적이어서 잘 와닿지 않는 만화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일반적인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자는 굳이 주인공들을 성소수자로 삼은데다가, 본문에서도 성 정체성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꽤 언급하기 때문이다. 그게 자칫 이야기를 엇나가게 만들어 정작 중요한 주제를 가리게 될 수도 있었다.

단지 설정 뿐 아니라 이야기에서도 그런 점이 보인다. 소위 막장요소로 치달을 것들이 있어서다. 그래서 의외로 ‘설마 이러려는 건 아니겠지?’하며 조마조마 하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그런 요소는 작가가 의외로 쉽게 빠져버릴 수 있는 함정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끝까지 그런 짓은 벌이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핵심적인 내용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야기도 주제 전달에 적합하게 잘 완성해냈다. 돌아보면 시작부터 전개 과정, 그리고 마무리까지 참 깔끔하게 구성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가 주제를 잘 부각시켜주고, 주제 역시 이야기를 잘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주제 자체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그것을 깊게 생각하고 좀 더 공감하게 한다.

이야기를 잘 쓴것 뿐 아니라 묘사도 훌륭하다. 등장인물들이 각 상황에서 보여주는 태도나 미세한 표정도 좋고 고개를 돌린다던가 몸을 튼다던가 명암을 달리한 것 등이 적절하게 잘 쓰였다. 전체 컬러가 아니라 흑백톤에 분홍색으로 일부만 강조했는데 그것도 좋았다.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기 때문에, 앞에서 ‘굳이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했었는데, 그건 사실 반대로 성소수자들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전혀 다를바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오히려 그들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이나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것은, 말로는 아무리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사실은 오히려 그들을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일반에서 멀어지게 만드는데, 그런 것들에 비하면 이 책이 훨씬 성소수자들에게도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레이스 맥코이(Horace McCoy)’의 ‘그들은 말을 쏘았다(They Shoot Horses, Don’t They?)’는 우스꽝 스러운 대회를 통해 삶의 허무를 그린 소설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엔 지금으로선 생각하기 힘든 기묘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소설의 소재인 ‘댄스 마라톤(Dance marathon)’도 그 하나다. 이 대회는 1시간 50분 동안 서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소위 ‘댄스’를 하고, 그 후 주어지는 10분동안에 먹고 자고 싸면서 몸을 추스리는 일을 반복하는 일종의 인내 게임이다.

꼭 격하게 몸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해서 쉬워 보일 것 같지만 잠깐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전혀 쉴 수 없기 때문에 쓰러져버리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극한까지 사람을 몰아부치는 고문과 같은 대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뭘까. 수차례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재도전하고, 심지어 출산을 앞두고 있어 크게 부풀어오른 배를 감싸않은채로도 그러는 것은 그만큼 당시가 먹고 살기조차 막막했던 시기기 때문이다. 주최측에서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우승상금 뿐 아니라 숙식도 제공했는데, 그게 사람들을 끌어들인거다.

큰 빈부격차 속에서 부자들의 유치를 위해 치러진 대회가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은 그저 댄스가 아닌 힘겨운 경주를 벌이는가 하면 볼거리 제공을 위해 결혼식까지 올리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거의 무작위로 벌어지기 때문에 소설은 끝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꽤 좋아서 한번 읽으면 내리 읽어내려가게 한다. 사형죄의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간에 벌어진 일들을 회상하는 식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보는 것에 가까운데도 앞서의 특징(종잡을 수 없다) 때문에 꽤나 흥미롭기도 하다.

이런 감상은 내가 미국의 당시를 잘 알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대회, 인간들의 이야기 역시 실제로는 암울하기 그지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일종의 소동극처럼 가볍게 보이기도 했다.

시대상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들이 당도하게 되는 우울과 허무가 잘 와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진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지막에서야 마침내 꺼내 보인 것에 가까워서 더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뜬금없다.

왜 그 얘기를 받아들였느냐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대사로도 나오는 제목의 문장(그들은 말을 쐈지, 안 그래?) 역시 별 공감대가 없다. 만약 이게 그들이 빠져있는 감정을 비꼬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대단히 성공적인 셈이다.

소설 속 인간들의 행태는 사회 비판적인 면이 많은데, 그건 지금에 대입해봐도 꽤나 유의미하다. 인간들은 여전히 그때와 별 다를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은 사람들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책이다.

역사의 한 장면을 다룬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철학책에 더 가깝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왜 그래야하는지를 다루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인물들이 모두 철학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더 그렇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가 하면, 혹자는 세태에 휘둘리다 결국 신념을 잃어버리고 탈선해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물론 결과만 놓고보면 탈선한 이들 뿐 아니라 신념을 지킨 이들 역시 꼭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잘못된 길을 간 사람들이 당대에는 떵떵거리고 살았던 예도 많다.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정답 역시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들이 남긴 행보는 최소한 우리가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떻게 생각해야 하며 무엇을 선택해야할지를 결정하게 해주는 지침이 된다.

저자는 그걸,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여전히 어리고 부족한게 많은 현대의 청년 40대들을 대상으로, 꽤 잘 풀어냈다.

책을 통해 전하는 결론이 다소 뻔해 보이기도 하다만, 그건 다르게 얘기하면 그만큼 오랜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의해 꾸준히 얘기되어 온 대중적인 사상이라는 말이기기도 하다. 그래서 대체로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한국사 뿐 아니라 중국사도 많이 인용했는데, 과거부터(선조들도) 많이 인용해와서 그런지 의외로 어색하지 않다. 사자성어 등에 익숙하다면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클래스메이트 1학기 + 2학기 - 전2권
모리 에토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리 에토(森 絵都)’의 ‘클래스메이트(クラスメイツ〈前期〉〈後期〉)’는 풋풋한 중학생들의 성장을 그린 연작 소설이다.

중학생, 참 귀여운 나이다. 갓 초등학생을 벗어나 이제 막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작은 것 하나로도 크게 마음을 상하기도 하는 여린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이들에게도 여러가지 고민들이 있고, 그것을 새롭게 들어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인숙해져가며 더 고민하고 체념하거나 이겨내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이 작가는 정말이지 그런 부분을 잘 풀어낸다. 별 거 없어 보이는 일상들을 이어가면서도 그 속에 각자의 사연이 드러나도록 이야기를 짤 뿐 아니라, 그게 전혀 억지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전개나 연결도 잘 하며, 무엇보다 누구든 한번쯤 해봤을법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도 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같은 나이대라면 몰입하게 하고, 이미 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에겐 추억이 되살아나게 만든다.

총 24명인 1학년 A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명씩 돌아가면서 하는 연작 소설로 쓴 구성도 좋았다. 이게 예상외로 여러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사연의 집중도다. 몇몇 아이들만을 주인공 무리로 설정할 경우엔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가 집중된다. 그래서 도저히 보통으로선 겪을 수 없는 사연이 한 사람에게 쌓이게 되고, 그게 등장인물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공감도를 떨어뜨린다. 대게의 순정만화 주인공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아이들은 많아야 두어개 정도의 사연만을 갖고있어 흔하고 평범하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건도 훨씬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은 어떤 사건이 벌어져서 커지고 해소되는 과정이 연이어 있지도 않으며 투명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소설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신적인 관점으로 기술하거나 뛰어난 인물을 등장시켜야만 한다. 이 소설은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실었기 때문에 실으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한 아이의 시점에서 있었던 사건의 뒷 이야기를 다른 아이의 시점에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독립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면 때문에 전체 이야기는 또한 하나로 이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을 몇몇 아이만이 중심이 이야기가 아니라 1학년 A반 클레스메이트 전체의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새로운 학교, 학년, 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에서 만남의 만족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남기는 마지막까지로 이어지는 소설의 구성은 그래서 굉장히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풋풋한 아이들의 가벼운 이야기 뿐 아니라, (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긴 하지만) 때론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 덕에 아이들의 고민이나 성장도 더 잘 와닿는다.

수가 많다보니 몇몇 아이는 마치 징검다리처럼 그냥 건너가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상당히 감탄하며 봤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 더 진화한 공룡 도감 너무 진화한 도감
고바야시 요시쓰구 지음, 고나현 옮김 / 사람in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바야시 요시쓰구(小林 快次)’가 감수하고 ‘가와사키 사토시(川崎 悟司)’가 그린 ‘좀 더 진화한 공룡 도감(もっと やりすぎ恐竜図鑑)’은 공룡의 독특한 특징에 초점을 맞춘 공룡 도감이다.


‘너무 진화한 공룡 도감‘의 후속작인 이 책은,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전의 책과 크게 유사하다.

그래도 수록한 공룡이 대부분 다르고 같은 공룡을 실었더라도 전의 책과는 다른 일러스트와 설명을 실었기 때문에 전에 보지 않았던 것처럼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공룡들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일러스트와 설명도 여전히 좋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책은 공룡들은 종류별로 묶어서 실음으로써 비슷한 특징이 있는 공룡들은 이어서 볼 수 있게해 왜 그 공룡들이 같은 묶음으로 분류되는지를 알게한다.

거기서 공룡들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것이 더 빛이 나는데, 얼핏 비슷해 보이면서도 왜 객체차가 아닌 다른 종으로 분류한 것인지도 잘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만큼 특징을 잘 살린 일러스트가 적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해서, 보다보면 설명이 부족한 점도 느끼게 된다. 목소리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뭘 보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는지는 얘기하지 않는다던가, 가장 키가 크다고 소개한 공룡 다음에 더 큰 공룡이 나와서 전체 크기와 키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없다던가 하는 점 등이 그렇다.

일러스트도 화질이 썩 좋지 않다. 단지 일부만 안좋은 식으로 품질이 고르지 못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안좋아서 선명한 일러스트가 오히려 손에 꼽을 정도다. 작은 그림을 억지로 늘린듯한 일러스트들은 대부분 흐리게 뭉개져 있어서 그림을 보는 게 주요한 재미 중 하나인 도감의 가치를 좀 떨어뜨린다.

시리즈 자체는 매력적인데, 다음 책에서는 좀 보완이 되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