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양이를 봤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4
전윤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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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고양이를 봤다’는 높은 현실감이 매력적인 하드 SF 소설이다.


소설은 많은 사람들의 똑같은 고양이를 보면서 시작한다. 아. 살짝 스포를 하자면, 소설에서 고양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웃음)

한순간 고양이 얼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것은 말로만 들으면 그저 한번 깜짝 놀라고 말 신기한 현상같지만 이게 실제로 초래한 것은 장난아닌 연쇄 사고다. 그 자체에 놀라 쇼크로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운전중이던 사람은 그대로 추돌사고를 일으켜버렸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고양이 얼굴은 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순식간의 재난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사건에 주목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거기서 맞딱뜨리게 되는 시련은 또 어떻게 해결하게 되는가.


이 부분에서 저자는 굉장히 현실감있는 SF를 보여준다. 그래서 캐릭터 구축이나 이후 이야기 전개에서 조금 부족한 모습이 보여도 딱히 상관없을만큼 매력을 느끼게 한다.

현실감이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과학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스포라 생략하지만,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따져보면 딴지를 걸만한 (의문스러울만한) 점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F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이론 전개가 아니다. 그걸 얼마나 그럴듯하게 잘 보여주느냐다. 내가 그토록 실망했던 SF 판타지 소설에서도 문제였던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온전히 서술과 상상력이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런 SF 소설의 미덕을 이 소설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여준다. 전기컴퓨터공학 박사이며 IT 분야에서도 30여년간 다양한 기술을 접한 저자의 경험이 소설에 굉장히 잘 녹아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요건만 갖춰진다면 실제로도 구현할 수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며, 그게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끌어올려준다.

기술적인 상상력의 그럴듯함 뿐 아니라 그걸 독자에게 전달하기위한 묘사도 좋았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실제하는 기술에 기반했다는 거고, 그건 자칫하면 설명충이 등판한 기술 설명회로 치달을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건 실제 경험은 없이 얄팍한 조사만으로 소설을 쓰는 경우에 자주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무엇을 얼마나 전달하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성급하게 해설을 나열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러 기술들도 적당히 나누어 조금씩 드러냄으로써 독자가 조금씩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이게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사건이 심화되는 것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전개도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아쉬운 것은 사건의 해소 부분이 조금 싱거웠다는 거다. 그 이전에 충분히 깔아놓은 것이 있어서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나, 떡밥만 뿌리고 사라져버린 것도 있고 너무 쉽게 해결되어 살짝 김이 새는 감도 없잖다.

그래도 볼 때 빠져들어 볼 수 있었고 결말 역시 썩 나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어느 분야라도) IT 쪽에 연이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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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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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 차베즈 페레즈(Inti Chavez Perez)’의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Respekt : En sexbok för killar)’는 남자를 위한 본격적인 성교육 책이다.


흔히 ‘성교육’이라고 하면 야한 짓이나 장난스러운 것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남자들 중 일부가 그렇다.

이들이 그런다고 덮어놓고 비난하기엔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성교육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그게 필요한 시기에 그 부분을 채워주었던 것은 오로지 성적 판타지 충족을 위한 가상의 상황물 즉 포르노였기 때문이다.

미처 개념이 서기 전에 만난 성 판타지물은 자칫 잘못된 생각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그럴듯한 상확극으로 묘사를 하다보니 마치 진짜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 제대로 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면 더 그렇다.

이 문제는 성에 관한 언급을 터부시하는 문화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과거에야 문란한 성 생활을 막는데 어느정도 효과적인 선을 그어줬을 것이다. 일부만 잘 감시하면 사실상 전파 경로를 없애는 거나 다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는 통신이 발달하면서 수없이 많은 우회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구시대적인 선긋기는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성을 음지에서만 다뤄지게 함으로써 단지 올바른 성 상식을 얻지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잘못된 성 편견이나 오해를 쌓기 쉬운 환경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더욱 반갑다.

책에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남녀의 생물학적인 성 지식과 상호 존중이라는 사회적인고 문화적인 성, 그리고 성 생활을 하는데 있어 유용한 지식들이 꽤 충실하게 담겨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돌려서 비유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노골적이며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도 좋았는데 이러는 편이 훨씬 정확한 정보를 오해없이 얻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성에 대한 내용 중에는 패미니즘적인 요소도 여럿 들어있다. 예를 들면 왜 현재 사용하는 성 관련 용어 중 일부가 안좋은 것인지, 또 그걸 대체하는 다른 말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그렇다. 의외로 흘리듯 용어 자체만 들어보았을 뿐 정확한 내용은 몰랐던 사람도 많은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해설이 될 것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남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다만 일반적인 내용이 많으므로 성별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 성교육은 보통 아직 관련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도 여럿 다루므로 성인들 역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특히 ‘내가 성기 해부도 말고도 딱히 성 교육이라는 걸 제대로 받은 적이 있던가?’란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꼭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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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1
까마중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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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1’은 동명의 네이버웹툰 연재본 1~30화를 묶은 단행본이다.


이 만화 속 등장인물들은 보통의 소설이나 영화속 주인공들이 그러는 것처럼 반짝이고 그래서 찬란한 젊음을 만끽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결함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아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모여서 자아내는 이야기도 보통의 청춘물과는 좀 다른다. 그들에게선 딱히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지도 않으며, 뻑적지근한 목적의식이나 그를 추구하는 넘실대는 의지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숨을 절로 쉬게 만드는 잉여들이냐 하면, 그런 것과는 또 거리가 멀다. 옆에서 보기에는 비록 심심해보일지언정 그들의 하루하루는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고 그들이 나아가는 목표 역시 이루고 나서는 충분히 뿌듯해 할만한 것이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좀 심심하다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자가 어떤 이야기나 장면에도 별 힘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심지어 각각의 개인사를 다룰때도 마찬가지여서, 모두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게 평범한 것인냥 조용히 흘려 읽게 만든다.

이런 일부러 가라앉힌 듯한 면모는 작화도 마찬가지다. 쨍한면을 모두 죽이고 부연 색감으로 일관한 것이 묘하게 칙칙한 현실을 연상케한다.

컷 분할이나 말풍선 처리 등 작화 능력에서 아쉬운 부분도 꽤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애초에 의도한 연출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와 주제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망해가는 연극부의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시놉도 괜찮으며, 연극에 경험이 없는 주인공을 끌어들이면서 연극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꽤 괜찮게 그렸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의외로 설렁한 면이 보이기도 하나 전체적으로 큰 굴곡이 없는 잔잔한 드라마이기에 그런 면도 딱히 부정적으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아쉬운 건 단행본 편집이 별로라는 거다. 웹툰을 거의 그대로 잘라붙여 넣은 형태로 만든데다가, 각 컷의 크기도 작아서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아마도 연재를 할 때 웹툰 연재에만 맞게 낮은 해상도로 그렸기 때문에 따로 편집하거나 크기를 키워 싣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다시 그리는 것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리마스터링 정도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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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 (리커버 아트에디션)
조진국 지음, 유대영 그림 / 포춘쿠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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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소울메이트’는 연애와 이별, 사랑, 그리고 소울메이트에 관한 에세이다.


사랑에 관한 에세이는 많고, 그런데도 계속해서 꾸준히 나온다. 그건 이 주제야말로 정답이란 게 딱히 없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과 형태가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나 그에 관한 조언들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각자마다 다른 부분이 있는 것만큼이나 비슷한 부분 역시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걸 연애하다 이별하고,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스토리 텔링과 함께 풀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연극같은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분리해서 먼저 읽어볼 수 있게 한 것은 에세이에서 어떤 상황과 주제에 관해 말하려는 것인지 한정짓고 전제를 까는 역할도 한다. 얼핏 보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름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이야기 뒤에 그에 관한 에세이가 붙는 구성은 둘의 비중이 어느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을 조금은 코멘터리가 붙은 로맨스물처럼 보이게도 한다. 다만, 극 부분은 어디까지나 특정 상황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묘사했기 때문에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모두 개별 장면을 보여줄 뿐 부드럽게 하나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랑에 대한 에세이는 대체로 무난하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번 얘기됐던 내용이 당연한 듯 나오며, 어떤 건 그런 얘기와 반대되게 말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고개를 끄덕일만한 얘기가 많은데, 개인에 따라서는 공감가지 않을 얘기들도 있어서 새삼 사람은 각자가 서로 다르구나 하는걸 실감하게도 한다.

이 책은 당초 2007년에 출간해던 것을 리커버해서 다시 내놓은 것인데, 당시의 느낌과 내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본문을 건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기존의 내용 뒤에 추가로 2년 후 남자와 여자가 각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너스로 덧붙였다.

문제는 이게 잘 붙지 않는다는 거다. 편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직전 내용이 이별로 끝나는 것이어야 할텐데, 실제로는 다시 사랑을 하고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으로 끝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예전일을 새삼스레 들춰내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새롭게 찾은 연인과의 충실한 현재를 나누는 내용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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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 한국추리문학선 9
장우석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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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홉편의 미스터리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시작이 꽤나 좋았다. 나름 논리적인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을거라 기대할 수 있는 수학선생과 그가 재직하는 고등학교,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꽤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할만한 캐릭터성도 있었다. 앞서 얘기한 수학 선생은 물론 그와 친밀한 관계가 있는 경찰은 이 둘을 중심으로 한 버디물을 기대할만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쉬운, 이미 여러차례 만들어진바 있어 왕도라 할만한, 이야기 전개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W여자고등학교라는 배경만을 유지한채 때론 그곳에 재직중인 교직원을, 때론 그곳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써냈으며, 가끔은 학교와 연관이 있지만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들까지로 범위를 넓히며 단지 유사한 배경하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했다.

심지어 그렇게 써낸 이야기들이 모두 추리 미스터리인 것도 아니다. 모두 미스터리라는 범주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일종의 트릭을 이용한 두뇌게임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다분히 사회적인 면모를 비추는 게 많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한꺼풀 벗겨내고 보면, 사실상 사회소설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마냥 재미있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일단은 미스터리란 형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랄까 트릭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만 그보다는 사회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범죄와 그것에 손쉽게 빠져버릴 수 있는 인간군상을 그린 것이 더 크다.

짧은 이야기속에 그것들을 담아내려 하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너무 손쉽게 급발진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그렇게 현실성이 뛰어난 느낌은 아니다만 한편으론 그게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사소한 계기만으로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꽤 볼만한 미스터리 소설집이었다. 하지만, 기껏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시리즈물로서의 왕도를 걷어차버린 것은 좀 아까웠고, 미스터리물로서 트릭이나 묘사, 그리고 그걸 마땅하게 받아들일만한 전개가 부족했던 것도 좀 아쉬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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