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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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니(猫腻)’의 ‘경여년 상1: 시간을 넘어온 손님(庆余年 1)’은 2019년 방영했던 동명의 중국 드라마 원작 소설의 첫권이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판타지 무협 소설, 그 중에서도 이세계 환생물이다.

‘또세계물’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하까지 섞어 칭하는 이 장르물은, 워낙에 많이 나와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작가가 대부분 멍청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시대배경하며, 말도 안되는 소위 치트 능력을 이용해 깽판을 치는 이야기도 그러해서 그래도 참고 봐줄만한 상식 선에서의 전개나 개연성은 찾기 어려울 뿐더러 어이없는 캐릭터 구축 역시 절로 실소를 나오게 만든다. 단순한 설정과 캐릭터에만 의존하는 만큼 표절 문제도 심하고. 말 그대로 ‘킬링타임용’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 것들과 비교하면 이 소설은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낫다. 장르 문학의 특성상 크게 보면 설정과 흐름에서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어찌보면 사소해보이는 차이들이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 이야기를 더 그럴듯하게 만들며 그게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의 질을 크게 높여준다.

읽다보면 저자가 일부러 그런 또세계물에서의 흔한 전개를 배제하기위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볼 수 있는데, 뒷 얘기를 위한 일종의 복선으로 쓰면서도 은근히 또세계물을 돌려까는 것처럼도 보여 좀 재미있었다. 이것은 또한 저자가 그런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소설은 오로지 주인공의 활약상만을 위해 만들어낸 억지스런 세계와 인간들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되어있는 세계관과 인물들이 있는 곳에 주인공이 떨어진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것을 어린 주인공이 커가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그 한복판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역사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게 이 소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복잡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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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말라야
남일현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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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말라야’는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SF 소설이다.

인간은 참 어찌 그렇게 어리석은지. 이미 유사한 사례를 여러번 겪어왔기 때문에 그 향방이 어찌될지 뻔히 예상할 수 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그런 건 마치 남들에게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저지르곤 한다.

소설에서도 그런 인간성은 여지없이 발휘되며 그 결과 세상이 대충 망하고 일부 고지대만이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버리는 사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만들어진 고지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 그 중에서도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소설은 군상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2180년은 좀 애매한 년도다. 먼 미래가 아니라는 점은 과연 그때까지 소설에서와 같은 기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까 싶게 하고, 엄청 먼 미래도 아니라는 점은 또 지금과는 크게 다른 사회가 그렇게 급격히 생겨날 수 있을까 싶게 한다.

이렇게 어중간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은 아마 저자가 과학적인 것이나 미래상을 그리기보다는 현재의 이야기를 좀 더 직접적으로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그걸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해버리면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국가 문제나 인종차별, 언론 플레이, 권력의 사유화 같은 것들은, 미래의 특정 상황에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피부로 맞딱뜨리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걸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금으로부터 죽 이어진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그 덕에 흡입력도 있는 편이다.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현대의 주요 이슈들을 한번 다 다뤄보겠다는 양 꽤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는데도 그것들이 어색하게 따로놀지않고 서로 잘 물려있다. 다분히 현실적인 내용들을 넣었다보니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물리는 느낌도 좀 있는데, 그래도 인간들의 욕망과 인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그것을 좀 희석해준다. 특별한 상황을 맞은 미래를 그린만큼 현실을 조금 비꼬아서 그린 것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민주주의를 모순적으로 그려낸게 재미있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SF적인 설정과 사회 배경을 끼워넣은 것도 적당했다. 이런 식의 구성은 자칫 잘못하면 중간 중간 계속 치고들어오는 곁가지들이 정작 주요 이야기 흐름의 맥을 끊어버리게 되기 쉬운데, 그럴까 말까 하는 지점에서 잘 조정한 것 같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야기가 엄청 짜임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것도 있고, 맥거핀을 쓰려고 한 것 같으나 끝까지 존재감이 남아있어 미회수 떡밥이 되버린 것도 있으며, 끝에서 아직 크게 남아있는 것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나 그럴듯한 SF 설정에 충분히 있을법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뒷목이 뻐근한 억지 없이 잘 그려냈기 때문에 상당히 볼 만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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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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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대하소설이다.

솔직히 어떻게 평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막 읽기 시작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 7권으로 예전된 소설 오딧세이는 전형적인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묘사함으로써 세밀하게 그려내려 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거다.

이제 막 등장인물들이 나와 그들이 일에 뛰어든 동기나 뒷 배경을 슬쩍 내비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려고 하는 데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1권을 본 것 만으로는 이 소설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차마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려고 그러는지 꽤 기대가 된다는 것만을 말할 수 있겠다.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런 감상이 나오는 것은 ‘전주곡(Prelude)’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예수의 제자 도마의 이야기를 담은 전주곡은 거기에 앞서 길게 적어낸 서문과 이어지면서 우리가 몰랐던 도마의 삶과 그 이후는 물론 현재로는 또 어떻게 이어질지를 기대하게 한다. 단지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발견된 기록을 근거로 했다는 뉘양스를 풍겨 더 그렇다.

현재의 이야기에서도 저자는 역사와 종교, 방송미술, 그리고 건축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나름 자랑하는데, 그것들을 단지 나열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하나로 아우르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기에 과연 그렇게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이들이 진행하는 테마파크를 통해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그 연결은 또 얼마나 자연스러울지 궁금하다.

이후 이야기에 따라 1권에 대한 평고 크게 갈리게 되겠다만, 일단 흥미를 끌고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첫권으로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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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여왕
가와조에 아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청미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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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조에 아이(川添 愛)’의 ‘수의 여왕(数の女王)’은 수론(數論)을 주제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학문을 문학으로 쓰려고 하는 시도는 의외로 많다. 어렵고 그래서 꺼려지기도 하는 학문일수록 그러하다. 문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흥미를 갖고 가깝게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수학이 특히 그런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현실세계와의 접점보다는 논리세계의 이론을 중심으로 집약된 학문이라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양쪽을 모두 만족하기가 어려워서다.

자칫하면 소설로서의 이야기와 수학적인 내용이 부족하기도 쉽고, 비유적으로 얘기한다는 게 그만 수학과는 동떨어진 얘기가 되버리는가 하면, 거의 교과서를 그대로 담아낸 수준이라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아서 어떻게 보든 어중간한 물건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애초에 접근을 참 현명하게 했다. ‘기본적으로는 소설’이라는 것을 전제에 두고, 신기해서 흥미로운 현상이나 정리, 추측 중에서 이야기와 어울리는 것만을 선택한 점이 그렇다. 교과과정이나 목표 독자의 교육수준 등에 구애받지 않고 난이도에 상관없이 골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수학적인 내용이 꽤 많을 뿐더러 심지어 그걸 거의 원래 그대로 노골적으로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흥미를 돋우기까지 한다.

이건 그만큼 작품에 등장하는 수와 수식을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으로 잘 비볐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세계관에서부터 수가 중심인 세계를 정말 잘 구축한데다, 운명수같은 것도 절묘해서 보다보면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작품 속 수는 ‘정해진 운명’이나 ‘영혼’처럼 이미 익숙한 것들을 짙게 연상시키는데, 이것이 수를 계산하거나 변형하는 것을 자연스레 운명을 주무르거나 개척하는 것으로 생각케 하며, 수식 역시 마법이나 주술적인 의식을 연상케 한다. 마치 종교와 신화를 수를 이용해 다시 해석한 느낌인데,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비유와 표현이 적절하고 재미도 있다. 이렇게 현실과 책 속 세계간에 유사점이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때론 집착까지 하는지를 더 잘 와닿게 만든다.

이건 이야기가 전형적인 선악구조와 메시지, 거기에 익숙한 동화적 프레임을 사용해서 더 그렇다. 특히 중심인물인 왕비가 그러하다. 이런 점은 이야기의 전체 구성과 흐름을 쉽게 파악하게 해준다.

익숙한 구성인데도 지루하긴커녕 흥미롭고 이 작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수를 이용한 세계관 등 설정이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물 구성과 묘사도 잘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극 중에서의 역할 역시 분명하다. 그런 각자의 성향과 역할이 맞물려 자연스레 그런 흐름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잘했다. ‘왜 거기서 꼭 그래야 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앞에서 미리 던져놓는데, 그냥 적당히 나올만한 이야기 정도였던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생각하면 소설 역시 마치 수식처럼 잘 짰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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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2 - 사라진 발명품 탐정 클럽 2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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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워너(Penny Warner)’의 ‘탐정 클럽 2: 사라진 발명품(Magic & Mystery 2: The Phantom Files Of Phineas Farnsworth)’은 쌍둥이 마술사 & 탐정 콤비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마술과 탐정, 그리고 유령. 어떻게 보면 참 조합이 기묘하다. 마술이야 추리물이 미스디렉션과 트릭, 즉 일종의 마술을 사용한 악행을 파헤치는 장르라는 걸 생각하면, 또 탐정이 때론 역으로 범인들을 속이는데 트릭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름 자연스러운 조합이다만, 오컬트는 좀 아닌 것 같아서다.

유령은 그 존재 자체가 과학적인 것과는 좀 거리가 있을 뿐더러, 자유롭게 벽을 넘어다니며 (미흡하나마) 안보이는 상태에서 물리적인 영향도 줄 수 있는 존재는 자칫하면 과학이라는 마술과 추리의 기반을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도 그걸 의식했는지 유령은 어디까지나 코미디 역의 감초로써, 또 일종의 조언자로서 뒷켠에 서 있을 뿐 거의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없다. 차마 그럴 수 없도록 여러가지 제약을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온전히 쌍둥이들에 의해서 진행되며 조사와 해결 역시 이들에 의해서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의심하고, 단서를 찾은 후, 그것들을 통해 범인을 찾는 것도 잘 담았다. 나름 추리물로서의 형태는 갖춘 셈이다.

캐릭터도 흥미롭게 구성했다. 당장, 쌍둥이부터가 그렇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것에 특별한 흥미와 재능을 보이기에 이야기거리가 쉽게 나온다. 거기에 왈도와 쌍둥이들의 언니인 바이올렛도 개성이 강해서 이들이 벌이는 소동과 모험만으로도 나름 볼만하다.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추리의 비중이 낮다는 거다. 한국어 제목 때문에 좀 기대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보더라도 트릭과 그 해소가 너무 단순하다.

시리즈의 주요 측면 중 하나인 마술은 비중에 비해 이야기와 크게 연관이 없다. 그래서 좀 따로노는 느낌도 든다.

전체적으로 여러 인물들이 소소하게 만들어내는 소동을 그린 와중에 약간의 추리가 더한 느낌이다. 더 본격적인 걸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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