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강
이인휘 지음 / 목선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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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강’은 상처입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이야기는 느닷없는 만남에서 시작한다. 딱히 전담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맡겨진 전기기사로서의 일, 그 때문에 들렀던 주점에 기묘한 인연이 생겨 잠시간 머무르게 되면서 그곳 사람들과도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고 보듬어주기도 하면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는 것은 전형전인 로맨스 소설로 읽힌다.

그들의 상처가 사회나 인간적인 면으로 인한 것이다 보니 조금은 사회 소설같은 느낌도 들기도 한다. 여기엔 작가의 경험이나 이제까지의 목소리가 조금은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자체보다는 아픔의 치유 쪽에 더 중점을 두어 로맨스로 연결짓는다.

부론을 담자는 제안을 하고 거기에 응하며 각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 소설은 또한 조금은 관광 소설같은 느낌도 있다. 두 사람이 인연이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돈독해진다는 시놉은 영화 연풍연가를 떠올리게도 했다. 저자가 자신이 애정을 갖고있는 부론 지역을 꽤나 열심히 담아서 보다보면 실제론 어떤 모습일지 한번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는 무난한 편이고, 문장 등은 꽤 좋게 꼽을만한 점도 있다. 그러나 몇몇 지점에서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있어 매끄럽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예술가로서의 이유로 움직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들의 감성이나 이유가 잘 와닿지 않다보니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좀 예스러운 느낌도 있는데, 그것도 좀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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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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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야기 아야코(宮木 あや子)’의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婚外恋愛に似たもの)’은 일본 여성들의 팬덤 문화를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소위 ‘아줌마’다. 거기엔 회사를 경영하는 상위 1%에서부터, 부르주아라고 불릴 정도로 부유한 전업주부, 흔한 동네 아줌마는 물론,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렇게 가까이 하고싶지 않을만한 첫인상을 지닌 바닥 인생까지 있다.

이렇게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서로 다른 계층과 환경의 여인들은 그럼에도 한가지 ‘디셈버스’의 유닛 ‘스노우화이트’의 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게 쉽게 스치고 지나갔을 법한 이들의 작은만남을 인연으로 만들고 함께 모여 팬심을 공유하는 사이로 만든다.

작가는 그걸 개별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5편과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1편, 총 6편을 옴니버스로 담아냈다. 각각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전 에피소드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어떻게 그들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지 얘기하면서 볼륨을 키워가는데, 이 과정을 꽤나 잘 그렸다. 그래서 대부분 우연에 의존하는데도 불구하고 별 황당함이나 어색함이 없다.

더 좋은 것은 이런 관계를 억지로 보여주기 위해 얄팍한 연결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번째’처럼 묘한 곳에서 공통점이 있을음 계속 드러내는데다, 적어도 다른 1명에게는 큰 관심이 있음고 그게 서로 물리는 식으로 관계를 짜서 생각보다 이들 모임이 꽤 자연스럽고 탄탄해 보인다. 이는 자연히 소설이 하나의 큰 줄기로 잘 짜여져있다 느끼게 한다.

팬심도 그리는 방식도 좋다. 각자가 서로 다른 인물을 최애하는데다 그 방식마저 달라서, 그 자체로도 보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중에 하나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법 하게 짰다는 얘기다.


물론 소설에서 보여주는 팬덤 문화는 한국과는 꽤 다른게 사실이다. 당장 소설 속 연예인들의 모티브로 보이는 자니스와 그 팬덤 자니오타부터가 한국인에겐 썩 익숙하지 않으니, 진짜로 ‘내 이야기’처럼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게, 과장된 인물설정 등과 함께, 이 소설을 좀 판타지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팬심 자체는 한국에서도 똑같이 통하는 공통된 면모가 있어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

팬심과 개인 이야기의 배분도 잘해서 팬심을 잘 보여주는 것은 물론 드라마도 자연스럽다. 다소 과장된 인물 설정도 있으나 이야기를 해치지는 않으며, 생각보다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구성과 이야기 모두 잘 만든 소설이다.

일본 dTV에서 동명의 드라마(2018-06-22 ~ 08-10)로도 만들었는데, 과연 소설 속 인물들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하다. 기회를 봐서 정주행을 해봐야 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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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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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 슈트(Nevil Shute)’의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A town like Alice)’은 한 여인의 놀라운 삶을 그린 소설이다.

1950년 출간작인 이 소설은 크게 2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면서 겪게 된 강제 행진을 담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호주에 정착하면서 모두가 떠나가던 마을을 바꿔놓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전쟁 경험을 그린 것은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운나쁘게 전쟁 포로가 되어버린데 그치지 않고, 포로로서의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이곳 저곳으로 끌려다녀야만 했던 고난이 잘 담겼다. 거의 고문에 가까운 강제 행진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는 이야기 등은 당시 일본군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전쟁 피해국인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말랑해 보이기도 했다. 딱히 행진 외에는 별 다른 핍박을 받은 것 같지 않아서다. 이들은 생각보다 일본군과 대화도 많이하고 그를 통해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현지인들에게서도 강제 착취가 아니라 거래라는 형태로 물자를 가져간 것처럼 그려졌다. 게다가 부분적이나마 인간적이거나 명예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한국인이 흔히 생각하는 일본군과는 인상이 많이 다르다.

전쟁 피해와 그에 대한 혐오에서 새삼 온도차가 느껴진다. 특히 명예 어쩌고 하는 부분에선, 과연 일본을 오리엔탈 판타지로 대하는 서양인이 쓴 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면모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그린게 아니라 소설로서 다시 썼기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배경을 말레이로 바꾼 것도 역사에서 자유롭게 쓰려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덕분에 이야기는 상당히 잘 읽힌다. 주인공의 활약도 더욱 두드러지며, 그 속에 피어나는 희생정신이나 동정심, 로맨스도 아름답다. 호불호가 있을법한 기독교 판타지도 자연스럽게 녹아서 이야기를 더욱 꾸며준다. 여기서의 경험과 만남이 호주로도 그대로 이어져, 서로 다른 이야기임에도 통일감을 유지한다.

‘유산’이라는 꽤나 익숙하고(그러나 한국인에게는 괴리감이 큰) 고전적인 장치를 사용하긴 했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 자체가 그런 사람,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잘 표현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읽힌다.

다만, 찝찝한 점은 호주에서의 이야기가 전형적인 서양식 개척물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그것이 당연하고 올바른 것처럼 만들기 위해 호주에 사는 사람들이나 호주 원주민들은 좀 무책임하거나 무능하게 그려졌다. 굳이 낮추거나 하지는 않는다만 장사나 무역, 사회와 경제 거의 대부분에서 모두가 주인공 하나만 못해서 인종과 국가간의 급 차이를 지능적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주인공의 선지안이나 진취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래 보이게 된 것도 있긴 하다만, 그걸 감안해도 좀 과한 느낌이 있다.

이야기는 상당히 괜찮다. 잘 읽히는데다 재미도 있고 구성도 잘 했다. 그러나 역사물이나 시대물로서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 출간일을 생각하면 아마 전쟁 후 남아있던 감성이 이런 판타지를 그려내게 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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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핫토리 고유키.핫토리 분쇼 지음, 황세정 옮김 / 더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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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 고유키(服部 小雪)’, ‘핫토리 분쇼(服部 文祥)’의 ‘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はっとりさんちの狩猟な毎日)’는 도시 속에서 자연과 가까이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생각해보면 참 독특한 가족이다. 굳이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사는 것도 그렇고, 그걸 도시 속에서 살면서 한다는 것도 그렇다. 심지어는, 보통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것에서 벗어났다는 것까지 그렇다. 누가 도시에서 살면서 수렵생활을 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이 딱히 무슨 그런 삶의 가치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런다는 그럴듯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활은 어디까지나 취미와 취향 때문일 뿐. 그래서인지 남들이 뭐라건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또 좋다.

물론 가족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서, 깊게 빠져있는 듯한 남편 분쇼를 제외하면 모두 조금씩이나마 불편이나 불만스런 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실랑이가 생길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까지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코미디가 가미된 일상툰을 보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그런 생활의 중심에 있는 남편이 아니라 그 옆에서 가볍게 참여하거나 휘둘리기도 하는 아내 고유키의 입장에서 써서 희석되기도 했거니와, 신경도 쓰이고 불만스러워 할 때도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의외로 즐기는 듯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그렇다.

주 배경이 집이라서 위험과는 거리감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들의 생활은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과 위험함을 동반하고 있다. 실제로 남편 분쇼는 활동중에 크게 다치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그것 자체보다는 가족 이야기라는 범주 내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딱딱하지거나 하지 않는다.

어려움과 고생했던 것은 축약한만큼, 산행의 즐거움이나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의 좋은 점 같은 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가축이 함께하는 삶 역시 옛 시골에만 있던 정취를 떠올리게 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절로 ‘아, 이런 삶도 좋구나’ 싶다.

그저 철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에는 생각거리나 교훈도 있다. 사냥을 하거나 기르던 가축을 죽이고, 직접 해체하고 그 고기를 먹는 것이 현대의 정갈하게 포장된 생활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죽음과 삶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해주는 것도 그 하나다. 이런 건 본디 인간이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던 것들이었는데, 확실히 도시화가 되면서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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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백 마리
정선엽 지음 / 시옷이응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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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백 마리’는 초단편 29편을 엮은 책이다.

초단편이란 한편의 길이가 극히 짧은 단편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는 이솝우화같은 걸 떠올리면 될 것 같다. 분량이 짧으므로 자연히 핵심 부분만을 쓰고 나머지는 비워두게 되는데, 이게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해석의 여지를 두는 장치로 사용될 수도 있어 길이와는 달리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고 여운을 짙게 남기는 포맷이기도 하다.

그러나 묘사를 충분히 더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장면’만 남고 뭘 말하려는 것인지는 조금 모호해보일 수도 있는데, 이 소설집에 수록된 것들이 좀 그런 편이다.

전체 이야기를 요약한 형태가 아니라, 긴 이야기에서 일부만을 잘라 붙인 듯한 모양새라서다. 이런 이야기겠거니 싶으면 뜬금없는 설정이 튀어나와 느닷없게 하기도 하고, 뭔가 일이 벌어지려나 생각하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뭔가 다 읽지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수록작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을 띄고 있다. 꽤 실험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뭔가를 계속 연상시키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고, 상세를 생략하고 당장의 장면만이 있기 때문에 뒷 배경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나 대중적인 화재거리는 아니지만 의외로 공감점이 있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단지 일부 장면만을 보는 느낌이라서 이야기로서는 좀 애매해 보인다. 완성된 구성을 하고 있는 것도 있긴 하나 드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소설을 읽었다기 보다는 기묘한 꿈을 연속해서 꾼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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