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 - 물 고르는 법부터 안주 고르는 법까지, 장 전문의가 말하는 음주의 지혜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정지영 옮김 / 책밥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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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고이치로(藤田 紘一郞)’의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腸」が喜ぶお酒の飲み方)’은 장 전문의가 의학에 근거해서 알려주는 올바른 음주법을 담은 책이다.


음주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특별한 방법을 통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만, 이건 사실 조금만 맞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저자는 기본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량의 술을 마실 것’을 모든 이야기의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적당량은 쉽게말해 주종에 따른 컵을 이용한 1~2잔 정도를 말한다. 소위 ‘맛만 본다’고 하는 정도인 셈이다.

전제가 이렇다보니 나머지 이야기들도 좀 필요가 없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든 독이 되려면 일정량 이상을 넘어야 하는 것, 술을 적게 마신다면 그 외의 주의사항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아서다.


이쯤에서 조금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서 술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의 전문 분야인 장(대장, 소장)과 먹거리를 중심으로 건강에 관학 지식과 건강 유지를 위한 방법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에 가깝다. 널리 알려진 관련 속설이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인지와 반대로 잘못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얘기해주기도 한다.

책의 컨셉을 살려 그것들을 다양한 술 정보와 함께 담아내면서 술을 먹었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원인(성분)은 무엇이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를 들면, 어떤 안주를 먹으면 좋을까 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점이 일반적인 건강서보다는 좀 더 가볍고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아쉬운 것은 한국어판의 번역과 구성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문장 자체를 읽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잘 안읽히게 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나 유효한 제품, 통계 등을 그대로 사용해서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을류 소주’나 ‘본격 소주’ 같은 일본 업계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보다는 어차피 같은 의미라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 ‘약주’ 등으로 바꾸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하이볼이나 사케, 일본인 통계, 일본의 특징 등을 다룬 부분도 그대로는 큰 의미가 없는 바, 한국의 것으로 바꾸거나 한국의 경우는 어떤지 첨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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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살의 - JM북스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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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요시 리카코(秋吉 理香子)’의 ‘유리의 살의(ガラスの殺意)’는 기억 장애를 가진 살인 자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 ‘메멘토(Memento, 2000)’다. 주인공이 앍고 있는 장애가 영화에서의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가상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 아니라, 실제하는 질환을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기억과 관련해 주인공이 보이는 모습도 어느정도 그와 비슷하다.

자연히 그의 말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이야기의 대부분은 범행에 대한 전체 과정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거나 부정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소재에서부터 예상됐듯 이 과정에서 반전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게 꽤 재미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신선하거나 상상도 못할 것이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반전에 앞서서 그러한 가능성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충분하게 깔아두기 때문에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더 먼저 나온다. 그래서 반전물로서의 확 깨는 맛이랄까, 그런 것은 그리 없는 편이다.

그래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기억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꽤 잘 그렸기 때문이다. 짧은 주기마다 새롭게 되새김질해야하는 주인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계속해서 반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언제든 필요할 때에 갈등을 유발하고 고조시키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쉽게 해소시켜버리기도 한다. 이게 이야기를 더욱 널뛰는 듯 느끼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몰아가기위한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기도 한데, 거기에 작은 장치를 더해 어색함을 덜고 흐름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게 했다.

개중엔 좀 불필요하거나 과해서 어색한 것도 있기는 하다만, 등장인물들이 가진 사연 역시 사건과 그 주변 배경에 조금씩이라도 물려있도록 잘 구성했다.

이야기 마무리도, 좀 급진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니나, 적절하게 잘 지었다. 만약 더 했다면 사족같거나 늘어져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번역은 좀 아쉽다. 전체적으로는 딱히 이상한 것도 없고 잘 읽히기도 하나, 몇개 문장과 대사에서 전에 없던 단어를 들먹여 어색하게 튀고 수월히 이어지지 않는 게 있기 때문이다. 원문 자체가 문제인 것인지 번역 실수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쪽이든 오점은 오점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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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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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지 메구(郡司 芽久)’의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キリン解剖記)’는 기린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기린 연구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기린 연구자로서 진로를 정하고 기린 목의 주요 특징 중 하나를 정리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그려낸 일종의 회고담이다.

당연히 기린의 목에 대한 연구 경과와 그 결과도 함께 들어있다. 그래서 이 책은 시점에 따라서는 일종의 연구 결과서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학술적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는 게 논문과 다를 뿐이다.

어떻게 연구자가 되었고, 연구자가 되어 한 활동은 무엇인지를 적었으므로 이 책은 또한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점이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해부학, 그것도 대부분은 별 관심이 없을 기린 해부학을 꽤 흥미롭게 접하게 해준다.

해부학자의 삶은 어떻고, 해부에 사용되는 동물은 어디에서 오며 그 일이 실제로는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등과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하거나 알기 어려운 것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 속에 그린 삶은 대부분이 기린 해부에 몰두되어있는데, 그것을 적당히 축약해서 지루하지 않게 정리도 잘했다. 이건 기린 목 연구와 그 결과도 마찬가지여서 해부학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상세까지는 모르더라도 대략 어떤 느낌인지를 잘 담았기 때문이다.

쉽게 읽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걸 왜 이제껏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사소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연구를 완성하고 논문을 발표한게 겨우 몇년 전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까지 오래 걸렸는지에 대해서도 그 바닥을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좀 의아하다. 이런 점은 확실히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축약해서 생긴 반동이 아닌가 싶다. 얼마나 힘든 조건 속에서 연구를 하는지나 그렇게 쌓은 연구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대신, 그런 것들을 쳐낸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기린의 독특한 구조도 흥미롭다. 이런 새로운 관심이 저자가 이 책을통해 바랬던 것임을 생각하면, 꽤 잘 만든 책이라 할만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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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컬러링북 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 시리즈
황미나 지음 / 용감한까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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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 컬러링북 시리즈’는 추억이 서려있는 명작 순정만화를 소재로 만든 컬러링북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인기 만화를 컬러링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은 셈인데, 그런만큼 단순히 컬러링을 위한 책이 아닌 원작 자체를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요소도 많이 담았다.

원작 만화가의 컬러 페이지가 수록한게 그 하나다. 물론 다른 컬러링북도 컬러링 예시의 하나로서 컬러링이 완료된 그림을 함께 싣기는 한다만, 이 시리즈는 원작 만화의 것을 한쪽에 모아 실었기 때문에 조금은 화보집의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만큼, 컬러링을 위한 그림으로 일러스트 컷 외에 만화 일부를 직접 싣기도 했다. 명대사나 명장면을 꼽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게 그 때 그 장면과 느낌을 떠올리게 해 생각보다 추억을 자극한다.

유명한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해서 단지 그것들을 보여주는데만 급급하지 않고 컬러링북으로서의 기본도 꽤 잘 챙겼다. 선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 그렇다.

일러스트 컷의 경우 애초에 색칠을 전제로 그리기 때문에 일부는 생략하고 그리기도 한다. 그 중 경계가 모호한 것들은 원본을 보지 않으면 어떻게 색을 칠해야할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 시리즈에 실린 밑그림은 선을 새로 따서 채웠다. 주 경계와 세선도 모두 분명하게 다시 그려 색칠 영역이 확실하게 구분되도록 했다. 그림도 예뻐서 각자만의 매력이 있어서 색을 채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사소할 수 있으나 2쪽 그림이 많으면서도 활짝 펴기 좋은 제책방식은 아니라는 것은 좀 아쉬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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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월드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7
엄정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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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일월드’는 하드SF 스페이스 오페라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과학을 기반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력을 발휘해 써낸 것이기 때문에 많은 SF 작품들이 판타지와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막말로 똑같은 것도 주문을 통해 구현하면 판타지, 기계를 통해 만들어내면 SF가 된다고 해도 될 정도다. 마치 게임의 스킨처럼 속은 껍데기만 살짝 다른 그런 느낌이랄까. 오죽하면 사이언스 판타지라고도 하겠는가.

하드SF는 그런 ‘상상력만을 사용한 판타지’에서 좀 더 과학적인 개연성을 높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차를 등장시킨다면 거기에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무엇이고 그게 어떠한 이유로 충분히 공급되는지를 명확히하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이 소설은 좀 하드SF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당장 독특한 레일월드의 실존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 얘기가 없는데다, 뒤로가면 과학과는 좀 동떨어진 일종의 미스터리 크리쳐물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뭔가 거대한 톱니바퀴의 일부를 파헤친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지만, 막상 그 실체는 모호하며 왜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도 제대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어찌 고차원적인 존재의 생각을 저차원인 자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는식으로 뭉개버리기 때문에 결국엔 꽤 많은 물음표를 남기며 껄적지근하게 끝나버린다.

후반부에 이르기 직전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이 갑자기 증발해버리기도 한다. 결말부에 다시 꺼내 조금 봉합을 하기는 한다만,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일을 벌였는지를 잊었다는 듯 행동하는 구간이 있어서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네모낳고 평평한 판타지스러운 세계를 레일월드라는 SF 세계로 잘 만들어낸데다, 그 세계 속 세부 모습이나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레일월드 사람들에비해 훨씬 더 발전한 과학문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러 이유로 나름 고군분투하도록 만들어 일종의 모험물같은 분위기를 띄게 한 것도 좋았다.

딱히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지는 못하나 그렇다고 단지 시류에 휩쓸리기만 하지않고 나름대로 활약상을 보이기에 캐릭터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3부작으로 생각해서인지 이야기를 뭔가 하다만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한데,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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