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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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롤라 라퐁(Lola Lafon)’의 ‘17일(Mercy, Mary, Patty)’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유명한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거의 변조없이 그대로 사용했지만,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르포’가 아닌 ‘소설’이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 엄밀하게 말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다 알고있을 이야기를 꼽고 시작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70년대 미국과 프랑스의 이야기라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실과 가상의 구별이 잘 안되게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알려지지 않은 뒷 얘기를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스톡홀름 신드롬 사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소설은 그녀가 납치되었을 때부터 했던 발언 등을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과연 그녀의 행동이 이후 재판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세뇌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아쉬운 것은 그게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하려는 얘기가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웠다.

대신 소설은 새로운 관점을 많이 풀어놓는다. 바로, 패미니즘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명의 여자를 통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이야기하는 패미니즘은 꽤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꽤 만족스러울 만하다.

문제는 너무 거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보니 이야기는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는 거다. 당장 퍼트리샤의 행동이 썩 일관성있게 풀이가 되지 않는다. 확고한 신념과 태세전환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서 더 그렇다.

잘 읽히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나온다) 알 수 없는데다, 마치 편지를 쓰듯이 2인칭 대명사인 ‘당신’을 많이써서 읽을 때마다 인물과 관계의 해독을 요한다. 다분히 정치적인 내용들이 쉽지 않아 더 그렇다. 엄연히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저자가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입맛대로 변조한 것 같아 좀 껄끄럽기도 하다.

꽤 의미있는 이야기이긴 하나, 호불호는 좀 크게 갈릴 듯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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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이솝 지음, 최인자 외 옮김, 로버트 올리비아 템플 외 주해 / 문학세계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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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원작에 ‘로버트 템플’과 ‘올리비아 템플’이 해설을 붙인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Aesop: The Complete Fables)’은 알려진 것 중 가장 완전한 전집에 가까운 이솝 우화집 중 하나다.


옛날 이야기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이솝우화다. 짧막한 이야기가 가볍게 보기도 좋을 뿐더러, 재미도 있으면서 교훈까지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이솝 우화는 원본과는 좀 다르다. 본디 어른들을 위한 우화집이었던 것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바뀐데다가, 우화의 수 역시 온전하게 실리지 않았다. 원본에는 외설스럽거나 현실의 냉혹함을 담은 것들도 있었는데, 이것들이 당시의 종교적인 가치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대에 와서 다시 원본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 중 하나다.

로버트 템플과 올리비아 템플 부부에 의해 복원된 이 판본은 프랑스에서 1927년에 출간된 에밀 샹브리의 판본을 기본으로 하고있다. 특징으로는 (현재 이솝 우화 전집으로 여겨지는) 358개의 우화가 실려있으며, 그리스어 제목에 따라 알파벳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는 것이다. 제목이나 본문을 임의로 수정하지 않고 가능한 원본을 정확하게 옮기는데 공을 들였다고도 한다. 그리고 소소하게 해설을 붙여 우화에 대한 이해를 더하도록 했다.

한국어판은 프랑스판의 영어 번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스어판에서 바로 번역한 게 아니라, 여러번 중역을 거친 것이라 오역 문제도 있을 것 같지만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이야기도 대체로 볼만하다. 재미도 있고, 짧지만 강렬한 교훈을 주는 것도 많아서 읽고나선 꽤 여운도 남는다. 과연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싶다.

템플 부부가 우화 밑에 덧붙인 것으로 보이는 교훈 정리는 사실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걸 그렇게 해석해? 라는 감정 차이가 느껴지는 게 꽤 많아서다. 그런 해석만이 옳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해석도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나을 듯하다.

편집도 좀 아쉬운데, 한국어판에서는 우화의 순서를 임의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화의 순번도 원래 판본의 것을 버리고 1번부터 새로 붙는데, 대체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텍스트에 관하여’에서 그것들에도 의미가 있음을 얘기하기에 더 그렇다. 게다가 전집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집는 것인데, 굳이 그리스 신화적인 이야기가 더 친숙할거라고 앞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최소한 번호라도 살리던가.

문단이 밀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제목과 그림이 겹쳐 레이아웃이 깨진 것도 있다.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테두리를 넣은 것 까지는 좋은데, 기본적인 편집도 쫌 더 꼼꼼했으면 좋았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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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기 위한 백 걸음
주세페 페스타 지음, 김난주 옮김 / 할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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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페스타(Giuseppe Festa)’의 ‘날기 위한 백 걸음(Cento passi per volare)’은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할 때 때로는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자칫 마음을 상하게 한다거나 할까봐 평소처럼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면은 장애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또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건 혹시 자기에게 장애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어쩔수 없이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는 거다.

소설의 주인공인 ‘루치오’도 그렇다. 그래서 가능하면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고, 그럴 수 없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혼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좌석이 비었는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건드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립심이 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만, 다르게 보면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을리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안타깝게 볼 수 밖에 없는데, 어느 날 고모와 함께 찾아간 돌로미테 협곡에서 뜻밖의 만남과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모두가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라는 교훈은 어찌보면 진부한 주제다. 그래서 더 그걸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는지가 중요했는데, 소년과 소녀가 만나 서로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깨닫는지를 나름 잘 그려냈다. 시각 장애인의 이야기를 잘 담았고, 알프스 산맥과 독수리 이야기도 볼만하다.

악몽이나 비상을 그린 것은 좀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루치오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아쁜 것도 아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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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싶은 의학상식 - 전문의가 답하는 25가지 건강 질문
박창범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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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싶은 의학상식’은 전문가가 비교적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에 관한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건강은 굉장히 뜨거운 이슈다. 한때의 유행이나 특정 부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의학이 발전한 것은 물론 이용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의 수도 늘고 의료서비스의 질 역시 좋아지면서 전에 비해 기대수명은 물론 실제 수명 역시 크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사는 동안에 겪는 병치레는 더욱 많아지게 되었고, 병으로 인한 타격 역시 커지게 되었다. 쉽게말해 아직 살날이 한참 더 많이 남았으므로 몸을 함부로 굴릴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신경 안쓰는 척 하려 해봐도 자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이 책은 그런 현대인들이 궁금해할만한 건강 질문 25개에 답을 준다. 질문 중에는 당장에 흥미를 끌지는 않는 것도 있기는 하다만, 무엇 하나 버릴게 없을만큼 유익한 편이다.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거나 궁금해 했던 것도 있어 흥미도 끈다.

관심이 있던 주제는 자연히 전에 들었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과도 비교해보게 되는데, 일반인을 위한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알던(또는 짐작하던)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 아무리 못된 놈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려는 노력도 잘 먹히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런 얘기를 하는데 있어서도 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인지 따진다는 거다. 관련해서 무슨 조사와 연구가 있었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만약 잘못된 정보가 있었다면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잘못된 결론(해석)인 것인지를 함께 얘기해서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25가지 질문 외에도 중간 중간에 관련 이야기를 많이 실어서 다양한 읽을 거리와 상식을 더할 수 있게 한 것도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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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실격 1
와카마츠 타카히로 지음, 원성민 옮김, 노다 히로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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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히로시(野田 宏)’ 원작, ‘와카마츠 타카히로(若松 卓宏)’ 그림의 ‘이세계 실격 1(異世界失格 1)’은 이세계물을 재미있게 비튼 이세계물이다.



현대 판타지물에서 이세계물은 지나치게 흔하다. 오죽하면 또세계물이라느니 하는 식의 비하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그만큼 피로도가 심하다는 거지.

원래라면 이세계물 자체는 딱히 그렇게 욕먹을 게 아니어야 한다. 충분히 판타지 장르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세계물이라고 하면 일단 3류 느낌이 드는 이유는 최근 작가와 출판시장의 정신나간 표절 행태 때문이다. 기존 성공작을 그대로 배끼거나 짬뽕한 팬픽수준의 이야기를 새로운 작품이랍시고 내놓고는 변명이랍시고 한다는 얘기가 고작 클리셰라느니 하는 것이니, 그들이 뱉어낸 것들의 수준이 어떤지는 새삼 따져볼 것도 없다.

이런 게 워낙 팽배하다보니 독자 뿐 아니라 저자들도 이런 전형적인 이세계물 클리셰들을 스스로 비꼬기도 하는데, 이 만화는 그것을 주요 컨셉 중 하나로 채택한 일종의 안티-클리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을 허무에 휩쌓인, 죽음을 희망하는 자살 실패자로 설정한 것부터가 그렇다. 모든 면에서 일반적인 이세계물의 주인공 상에서 벗어나 있는 그는 이세계에서의 제2인생 역시 전혀 다른 행보를 걷는데 이게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뜬금없는 것이 많아서 ‘거기서 그러냐’는 식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염세적이고 죽음을 소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행동과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코믹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행동들은 일종의 시위같은 것으로 보일 뿐 진지하게 파멸을 추구하는 것으로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캐릭터가 개성있고 서로 캐미를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선생을 단지 설정만 번드르르 할 뿐 실제로는 흔해빠진 주인공과 다를바 없게 만든 게 아니라, 나름 일관성있고 개성이 분명하게 만들어두고, 그런 그의 성격에 휘둘리거나 충돌하는 캐릭터를 추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딴죽을 걸며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러한 기본 성향은 사건이 벌어졌을때도 크게 변모하지 않아서 이야기 진행 역시 나름 개연성있어 보이게 한다.

이세계물에 대한 안티-클리셰 작품인데도 그러한 점에만 집착하지 않고 왕도적인 이야기 흐름을 사용한 것도 좋다. 클리셰와 안티-클리셰를 적절히 섞고 부딛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해준다.

작화 수준도 좋고, 이야기와도 잘 어울린다. 만화인만큼 캐릭터는 단순화를 많이 했지만 배경 등은 세밀하게 그린 것도 많아서 꽤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제목도 ‘이세계 실격’이고 선생도 대놓고 ‘다자이 오사무’인데다 본문에서도 그의 작품을 언급하기는 하는 등 이 만화는 일종의 ‘인간 실격’ 패러디 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딱히 감흥이 없거나 무슨 말인가 싶은 대사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딱히 그러한 패러디가 주요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일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주석으로 왜 그런 대사가 나오는 것인지 정도는 좀 언급해줬으면 좋았으련만, 편집이 아쉽다.


인쇄 상태도 그리 좋지 않다. 이 만화는 여백없이 큰 그림을 사용한 컷도 있는데, 그런 것 중에 바깥이 잘려나간 것도 여럿 눈에 띈다. 전자책을 내거들랑, 그건 짤리는 것 없이 잘 내줄려나.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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