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개의 바다 : 바리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뜰boo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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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개의 바다 : 바리’는 바리데기 설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의 원전인 바리데기 설화는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설화 중 하나다. 시련을 극복하고 대성을 이루는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의 틀을 갖추고 있으며, 저승이라던가 부활이라던가하는 판타지 요소도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 큰 틀을 차용하거나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작품도 많다.

이 소설은 그런 ‘영향을 받은’ 것들과 달리 아예 바리데기 설화를 그대로 가져와 다시 쓴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들을 현대적으로 바꾸었는데, 그걸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잘 그려낸 느낌이다. 현대의 기계들을 조금 다르게 구현해놓은 듯한 장치들이 있는 13층으로 이루어진 저승 바다도 나름 흥미롭고, 그곳을 바리가 아닌 그의 어미 공덕이 해쳐나간다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주인공이 주요한 역할을 가져가면서 원전의 주인공이었던(그리고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바리가 소홀해지지 않는 것도 좋다. 그녀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유와 계기이기도 하며 주요한 장면에서도 활약을 함으로써 이야기 전개는 공덕이 하나 바리 역시 여전히 주인공 중 하나임을 느끼게 한다.

현대 소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야기의 완성도에는 좀 아쉬움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동화적인 이야기라 그런지 몇몇 부분을 설렁하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 원전 속 바리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얘기를 꺼낸 것도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소설 속 바리 역시 딱히 별 다른 당위성 없이 오히려 더 치기어린 이유로 행동하는 것 같아 아쉽다.

연출적인 면에서 다소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나 통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좀 아쉬웠다. 이런 묘사는 소설을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처럼 느끼게도 하나, 단편적인 장면에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기위한 영상적인 표현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은 그것이 다분한 과장되어있기에 역시 좀 이상하고 글만이 가진 맛 역시 포기하는 것이라서 결론적으로는 그리 좋지 않다.

제대로 퇴고되지 않은 이상한 문장이 많은 것도 아쉽다. 앞뒤를 통해 어떤 문장을 쓰려 한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되나, 좀 더 마무리에 신경썼으면 좋았겠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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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동물 도감 - 만약에 인류가 멸종한다면 만약에 도감
두걸 딕슨 지음, 김해용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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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걸 딕슨(Dougal Dixon)’의 ‘미래동물 도감(After Man: A Zoology of the Future)’은 미래에 있을법한 동물을 상상하여 담은 동물 도감이다.

먼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인만큼 단순히 현재를 길게 늘이기만 하는 것은 재미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류가 없어진 지 5,000만 년이 지난 지구’라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을 추가했으며, 그로인해 바뀌게 될 환경과 그런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좀 더 사실감있게 묘사하기 위해서 단순히 개별 동물들의 새로운 진화 모습만을 상상해보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행동이라던가 먹이사슬같은 생태까지도 일부 채워넣어 사실감을 높였다.

저자가 써낸 새로운 생물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익숙한 것은 그것들이 (당연한 얘기지만) 현존하는 생물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린 변화들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뤄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 생물들 역시 수천년 전에 살던 생물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딱히 불가능한 변화일 것 같지는 않다. 각각의 서사를 꽤 그럴듯하게 그려냈기에 더 그렇다.

현대 생물 종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낸 듯한 미래종들은 꽤나 흥미롭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미래생물이 아니라 과거 생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지구 환경 변화에 인간이 많은 원인을 제공해왔고 그것이 사라짐으로써 어느정도 과거와 같은 환경으로 돌아갔다는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새삼 적절한 느낌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모두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래도 적응이라는 진화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책 속 생물들은 꽤나 과학적이기도 하다.

다만, 어째서 그런 진화를 이뤘느냐까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진화라는 것 자체가 워낙에 긴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일어나는데다 지나치게 많은 변수와 가능성이 있다보니 굳이 책에서와 같은 진화를 할 당위성 같은 것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나) 좀 부족해 보여서다.

그래도 그런 가능성 중 하나를 구체화하여 잘 보여주기 때문에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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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입원했습니다 - 요절복통 비혼 여성 수술일기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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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입원했습니다’는 수술 투병기를 담은 만화다.


이 책은 딜리헙에서 ‘얼렁뚱땅 병상일기‘란 이름으로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만화는 연재할 때부터 4컷 만화가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컷 구성만 조금 바꾸었을 뿐 거의 거의 그대로 책 형식에 맞게 바꿀 수 있어 자연스럽다. 다만, 세로로 길게 나열하여 한쪽에 2개씩 싣는 일반적인 4컷 만화의 출판 형식을 따르지는 않았는데, 그 덕에 책에 여백이 꽤 많은 편이다.

만화는 때론 불쾌할 정도로 사실적인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중간중간 가벼운 장난이 섞인 코미디가 들어가있어 굉장히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려운 점은 내용 역시 마찬가지여서, 단순히 난소내막종과 그로 인한 투병기만을 그리지 않았다.

만화에는 여성의 질병에 대한 다소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편견이나 부인과에 출입하는 여성을 향한 시선, 불필요하게 쏟아지는 관심과 그에 반해 전혀 쓸모라곤 없는 성교육이나 몸에 대한 무지, 힘들게 살아가는 을 관계의 직장인과 그들이 받는 불합리한 처우라던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 등에서의 인간관계나, 병원(특히 대형 병원)에 한번이라도 가 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거지같은(욕나오는) 시스템 문제 등 상당히 여러가지 것들을 두루 담고있다.

이것들은 모두 큰 주제인 투병기와 주인공의 인간관계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분량 뿐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정도도 그렇다. 만화의 형식이 4컷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잘 읽히는데다 공감도 잘 되며 해당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이렇게 묵직한 내용과 주제를 담고있으면서도 재미 또한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재미야말로 만화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과하지 않은 가벼운 코미디는 분위기를 환기하여 웃으며 볼 수 있게 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것들을 가볍게 흐트러뜨리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밸런스가 잘 잡힌 만화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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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
이주경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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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는 귀여운 마녀의 사랑스러운 실수담을 담은 그림책이다.

책 속 마녀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검은 고양이 네오보다 겨우 몇배 더 큰 아직은 어린 마녀, 일컨데 초보 마녀다. 그래서 그런지 당찬 포부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계속 실패하기만 했다.

주인공 마녀는 사람들을 무섭게 하고 싶다. 왜냐하면 마녀니까. 그를 위해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등 열심을 다 하지만, 무섭고 멋진 마법을 쓰는 마녀가 되는 길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 오는 할로윈 때는 제대로 된 마법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녀의 검은 고양이 네오는 이번에도 아마 실패하지 않을까하고 짐작한다. 그러면서도 전혀 그걸 아쉬워하거나 그런 마녀를 안타까워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아마도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마법 자체가 실패하지는 않는 걸 보면, 혹시 뒤에서 그렇게 실패하도록 은밀히 마녀의 마법을 건드리고 있는 건 아닐까.

마녀는 결국 아이들을 무섭게 하는데에는 실패하지만, 여전히 멋진 마법을 선보인다. 꼬마 마녀만큼이나 귀여운 마법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서 오히려 무서운 마법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귀여운 마녀의 귀여운 실수를 귀엽게 잘 살려담은 그림책은 보고있자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밝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낸 그림도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화면 구성 면에서는 좀 아쉬운 점도 있으나, 아직 어린 학생인 저자가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다음 작품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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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헌터 (3쇄 스페셜 에디션)
노은희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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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헌터’는 세 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사냥과 박제, 종교 등 조금씩 다른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요소가 있어서일까. 분명히 별개인데도 불구하고 세 소설에서는 묘한 일관성이 느껴진다.

그것은 각 작품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록작들은 모두 상당히 음울한 편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어떤 결핍을 갖고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알아채거나 쉽게 채우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마냥 그러함에만 절어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끝에는 모종의 변화를 보임으로써 모종의 희망을 엿보이게도 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설사 조금은 어긋나 있거나, 일발의 행위로만 그칠 수도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면모는, 결국엔 끝내 회복되지는 못하리라는 느낌을 남기는 ‘트로피 헌터’에서보다 관계의 지속과 호전을 암시하는 ‘부활’이나 나름 큰 변화도 기대해볼만 하게하는 ‘똘뜨’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에 맞춰 종교색도 더 진해지는 게 재미있는데,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의지할만한 초월적인 존재를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이나 이해가 없다면 쉽게 공감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상황은 얼핏 특수해 보이지만 의외로 평범하고 대중적인 것들을 이야기를 품고있다. 그래서 이들이 보이는 관계과 집착 등은 독자에게도 자신은 어떠한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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