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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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은 스물여덟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은 것을 적어 에세이로 분류하기는 한다만, 거기에서 뻗어나와 만들어지는 것들은 꼭 저자의 삶이 아닌 온전히 만들어진 이야기로 읽히기 때문에 책은 일종의 소설집으로도 보인다.

작가는 명사와 동사 중 일부 단어를 선택해 그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마치 식물이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 새로운 곳으로 뻗어가듯 이어지는 이야기도 종잡을 수 없이 이어진다. 어떤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단어로 이어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단어에서부터 풀려나온 이야기가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해가기도 한다.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듯한 이야기를 보는 것은 꽤 색다른 경험이다. 책에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실려있는데,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볼 수 있어 흥미롭다.

‘단어의 중력’이 즉흥적인 일종의 단편 소설집이라면, ‘사물의 노력’은 말 그대로 저자의 신변잡기와 생각을 담은 에세이 그 자체다. 각각의 사물들에 얽힌 저자의 일화들은 낯설기도 하면서 또한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를 것 없어 쉽게 다가온다.

에세이는 앞선 단편들과 문장부터가 다른데, 흥미롭기는 하나 조금은 난해한 느낌이 있었던 단편과는 달리 일상을 그린 것이라서 그런지 훨씬 읽기도 좋고 잘 들어온다. 수록된 일러스트들도 적당해서 잘 어울린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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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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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ぬるい眠り)’은 9개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2008년 소설집이다.

2022년 리커버판으로 새로 출간된 이 책은,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작품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시기만 생각하면 꽤나 지난 작품들인데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처짐이 없으며, 부드럽고 잘 읽히는 문장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기도 하다.

작품집으로 모았다고는 하지만, 딱히 어떤 방향성을 생각하고 쓴 작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수록작들은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넓게 보면 인간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이라서 묘하게 일관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것은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같아서 보다보면 슬쩍 미소 지어지는 것도 있고, 마치 일상을 적당히 녹여낸 듯 별 다른 일이 없으면서도 꽤나 묵직한 공감이 가는 것도 있으며, 어떤 것은 복잡한 관계에 쉽게 이해할 수 없을만큼 독특한 감정들을 담아내 잠시 생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을 특정 이야기를 위해 소비하는 용도가 아닌, 실제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법한 인물들로 만든다는 작가는 이 작품집에 이전작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를 싣기도 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살고있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전작을 읽은 사람에게 반가울만하다.

수록작 중에는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고, 생각보다 담긴 이야기가 많아 장편으로 느긋하게 풀어내도 괜찮을 것 같은 것들도 있다만, 모두 단편의 맛을 잘 보여주기에 지금으로서도 부족하지 않은 완성된 작품으로 읽힌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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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스탠드 꿈꾸는돌 32
추정경 지음 / 돌베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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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이해에 대해 잘 풀어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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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스탠드 꿈꾸는돌 32
추정경 지음 / 돌베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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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스탠드’는 이해를 주제로 한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VR이다. 그것도 꽤나 발전된 형태의 그야말로 미래 VR, 여러 작품에서 ‘다이브’라느니 ‘체감형 VR’ 등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그런 녀석이다. 다만, 마치 이세계로 가는 문과 같은 수단으로 사용하는 가벼운 판타지 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은 좀 더 현실에 뿌리를 둔 채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장치로서 사용된 느낌이다.

VR이 다소 근미래적인 SF 요소로 그려진 것과 달리 주제와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VR과 그것이 가져오는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또 체험하는 사람들과 그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이해란 무엇인지, 과연 인간은 서로 이해라는 걸 할 수 있는 것인지를 꽤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데, 단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꽤나 깊은 부분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 저자 역시 주제에 대해 담다르게 사유하고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간과 관계, 이해에 대해 여러 상황과 말들을 얘기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보다는 이런 것에 가깝지 않을까 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어설프게 한 단면만을 잘라내 정의하는 것보다 나은 방식으로 보인다.

이해라는 말 Understand를 Under와 Stand로 나누어 아래에 섬으로써 비로서 알게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게 좀 독특했는데, 생각보면 이것도 작품 전체에서 이야기하는 이해의 한 표현으로 어울리기도 한다.

단지 주제만 잘 담은 게 아니라, 구성과 이야기의 완성도도 꽤 괜찮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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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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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카오리(長谷川 馨)’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死神の絵の具 「僕」が愛した色彩と黒猫の選択)’는 인간의 영혼의 색채에 심취한 사신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사신은 인간들의 영혼을 수집한다. 정확하게는 영혼에 새겨진 기억의 조각, 여러가지 경험과 감정들이 새겨져 각자의 독특한 색채를 발하는 그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거다. 그것을 아교액과 물에 녹여 물감으로 만든 후 그 아름답고 유일하다 할 수 있는 색채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의 취미라 할 수 있다.

소설을 그런 사신이 다양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그들이 가진 사연들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거기에 깊은 공감을 하기도 하면서 인간 드라마를 보여주는 구성을 하고 있다. 죽으면서 남기는 일종의 미련 또는 그 사람이 품고있던 가장 아름다운 기억들, 그리고 남겨진 감정이나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은 꽤나 전형적이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대중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잘 읽힐 뿐 아니라 감정이입과 몰입도 잘 되는 편이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 같은 설정과 흐름으로 여러 이야기와 감성을 담은 것이 소설과 잘 어울린다. 사람들이 가진 여러 측면들을 무리하게 엮지않고 각기 보여주기 때문에 억지스럽지도 않으며, 끝이 정해져있기에 질질끌지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사신의 이야기도 잘 섞었는데, 이게 소설을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 처음과 끝이 분명한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엮어주기도 한다.

영혼의 조각에 그만의 독특한 색이 깃들기에 그것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설정은 조금 익숙하면서도 꽤나 신선했는데, 절로 내 영혼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 어떤 기억일지 그것은 또 무슨 색일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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