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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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그린 일종의 공포 소설이다.



이 책에 실린 두개의 소설은, 모두 좀 기묘하면서 애매한 느낌을 준다. 분명한 무언가를 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막 감추고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과 그 경과는 그래도 분명한 편이며, 그가 겪는 사건이 비롯된 존재가 무엇인지도 어느정도 묘사하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치 않은거다.

첫번째 단편 ‘런’이 해석의 여지를 둔채 끝내버려서 그렇다면, 두번째 단편 ‘그분이 오신다’는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서 그런 것에 가깝다.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의 서사는 사실 곁가지라 할 수 있다. 그가 겪은 굴곡이나 그러면서 엿보게 되는 인간에 대한 혐오스러움, 사회비판적인 것으로 해석될만한 모순적인 모습 같은 것들이 사실은 다 맥거핀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뒤로 갈수록 의미를 잃고, 종국에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다만 본격적인 끝으로 가는 단 한번의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맞딱뜨린 후의 일이, 거기에 있었던 기묘한 사실이, 후반의 것으로 제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것인 것도 아니다. 그것 역시 아무런 중요도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대체 뭘 얘기하려는 거냐는 의아함이 꽃피기도 한다.

이걸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의 특징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게, 딱히 기괴한 소름끼침이나 공포, 종말론적이라 할만한 분위기같은 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느닷없다는 것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개별 단편집으로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걸까.

이 책 속 이야기들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푸르게 빛나는’과 묶음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쇼-트’라는 기획으로 담기엔 양이 좀 되서 어쩔 수 없이 쪼개며 픽스업이 되길 바란건데… 글쎄다. 그러려면 각권이 개별적인 완성도를 갖고있으면서 또한 다른 걸 궁금해 할만큼 흥미를 돋워야 하지 않나. 그렇다기엔 너무 두루뭉실한 모호함과 난해함이 있어서 다른 반쪽까지 볼만한 동력을 주지는 않는다.

차라리 쇼-트 시리즈가 아닌, 개별 단편으로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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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분석관K : 미래범죄 수사일지
소현수 지음, 이미솔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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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분석관K: 미래범죄 수사일지’는 2094년 미래를 배경으로한 범죄 사건을 그린 SF 소설이다.

EBS 공상 토크쇼 ‘공상가들’을 원작으로 한 이 소설은, 그 중 2021년 말에 인기리에 방영했던 3회분의 파일럿을 기본으로 그에 살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주인공을 일종의 형사라 할 수 있는 사건분석관으로 설정하고 여러 사건들을 돌아보게 하는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구성한 것은,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방송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회차마다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가져와야하는 토크쇼였기 때문에 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상상을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구성이기도 하다.

애당초 방송 원고를 쓸 때부터 소설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 말이 무색치않게, 방송을 원작으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글의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는 처음부터 방송작가가 아닌 SF작가를 스토리 담당으로 하고, 그가 그대로 소설까지 담당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다.

미래 범죄들을 통해 보여주는 SF적인 상상력도 볼만하다. 비록 그 자체는 이미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지만, 마인드 업로딩과 안드로이드라는 주요 소재를 각 에피소드에서 잘 다루었고, 그를 통해 개별적이면서도 통일감있는 이야기를 만든데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해서 수준이 꽤 괜찮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라고 평하기는 좀 어렵다. 하려던 이야기를 채 다 풀어내지도 않은채 그저 다음을 위한 떡밥만을 뿌려두고는 불완전하게 끝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으로 한 것이 3회짜리 파일럿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시범적인 것이었던만큼 이야기도 많이 풀리지 않았는데, 거기에 고작 살만 조금 덧붙인 정도로 단권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추길 바란다는 건 애초에 어이가 없을 얘기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충분히 덧붙여 장편으로 내놓자니, 자칫 차기 방송의 스포일러가 되버릴 공산이 크다. 방송과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남은 건 시리즈로 낼 것을 확정해두고 그 1권으로 내는 것이었느나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이야기를 하다말고 갑작스레 끝내버린 최악의 형태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럴거면, 기왕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채택했겠다, 차라리 번외적인 이야기를 새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후속권 출간이 전혀 가망없는 일은 아니라고 위안해봐도, 도저히 잘 기획된 책이라고는 봐주기 어렵다.

그러니 후속권, 후속권을 내라!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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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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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프게 실감나게 다가오는 정치적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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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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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퓌 리바넬리(Zülfü Livaneli)’의 ‘마지막 섬​(Son Ada)’은 튀르키예(Türkiye)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정치적 우화다.



애초에 목적이 분명한 글인만큼 소설은 꽤나 노골적인 얘기를 담은 편이다. 대놓고 전 대통령이 등장하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물론 그가 어떤 짓들을 행해왔는지도 거의 직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설사 튀르키예의 정치 상황을 모르더라도 그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그렇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읽는 맛이 떨어지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일종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는 섬을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이룬 공통체가 무슨 완성을 이루었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서서히 망가져가는가를 실로 섬뜩할만큼 잘 그렸기 때문이다.

독재 권력자가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소설 속 전 대통령은 무력을 앞세운 독재자라고 딱 잘라 얘기할 수 있지만, 그의 통치는 놀랍게도 전혀 일방적인 통보 같은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토론을 하며 회의를 통해 소위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그렇게 결정된 것을 철저하게 따른다. 민주주의라는 껍질을 입고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의 허상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모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50% + 1명의 다수가 나머지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고작해야 조금 다를뿐인 또 하나의 독재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치 구조나 권력자 뿐 아니라, 책은 또한 무관심한 국민들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선주민인 섬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힘이 있었고, 새주민인 전 대통령이 자기만의 주장으로 이상한 짓을 벌였을 때 얼마든지 항의하거나 협의하여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전 대통령의 행위를 인정하고 나아가 그가 더한 것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다.

이런 비판은 한국이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겪었고 또한 지금도 겪고있기 때문에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에 민주적 운동이 있었고, 그것이 큰 분기를 만들어냈던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잊히고 잘못이 반복되는 꼴을 보고있자면, 쓴 웃음이 절로 아니일 수 없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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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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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은 인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려낸 사극 판타지 소설이다.

처음 저자의 소설을 손에 쥐었던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그의 여러 활동이나 생각을 들으면서 꽤 긍정적인 호감을 갖게 되었기에, 그런 그가 쓴 소설은 과연 어떤 내용과 이야기를 담고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인상은 좀 아쉬웠었다. 의미있는 글이었다고는 하나 소설로서의 재미가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글솜씨가 이제는 상당히 물이 오른 것 아닌가 싶다. 괜찮은 소재를 선정해서 흥미롭게 살렸을 뿐 아니라 그것 재미있는 이야기로 실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인어와 인어를 먹음으로써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오래되고 또한 많이 화자돼온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물론 작품 분위기에 맞게 살짝 뒤튼 것까지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아온 사람이라면 또 인어고기 이야기를 들고나왔다는 게 과연 어떨지 좀 우려스러울만도 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가 그린 인어와 그들과의 연을 담은 묘사는 꽤나 빛이난다. 현재와 과거를 그린 두개의 물줄기로 인어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심화되어가는지를 그린 이야기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서도 또한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변형도 잘했다. 시각적인 표현도 좋아서 꽤 매력적인 판타지로 보인다. 그것이 저자의 인어 이야기를, 다분히 예상이 되는데도 흥미롭게 따라가게 한다.

살짝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끼얹은 것도 좋았는데, 그것 자체가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하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를 풍부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잘 하기 때문이다.

당초 말하려던바도 잘 담았다. 일관된 캐릭터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일차원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등장인물들을 충분히 공감할만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이 엮여 자아내는 이야기도 꽤나 괜찮은 몰입감을 준다.

똑같이 인어와의 연을 쌓았지만 서로 다른 결정을 하고 다른 결말을 맞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 각자의 사연과 주제를 강조하고 생각거리를 주기도 한다.

마무리도 나름 깔끔한 편이다.

이걸 전작들과 달리 몇개월만에 뚝딱 써냈다니. 이젠 유명인이 쓴 소설로서 화자되는 게 아니라, 그냥 소설가로서 얘기되도 충분한 정도에 이르른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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