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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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소재 때문에 일단 SF로 분류하기는 한다만, 막상 읽어보면 이 소설을 SF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SF적인 배경과 설정이 썩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사탕비라는 소재부터가 좀 그렇다. 사탕비는 90년대 말, 소위 세기말이라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나왔던 (지금보면 말도 안되는) 작품들의 오마주처럼 느껴지는 판타지적인 설정이다.

인간들이 작위적인 활동으로 그들 자신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나, 그것이 핵과 같은 파괴적인 것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 그로인해 극히 협소한 생존환경만이 남겨졌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소설은 그렇게 변화된 환경에서 만들어진 유해 물질들이 뭉쳐 유해성이 있는 우박 형태의 비, 소위 사탕비가 내린다는 설정을 더하고, 한술 더 떠서 그게 사실은 전혀 새로운 굉장한 신약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걸 이용해 사실상 선택적인 불노불사까지 가능하게 되었다고 설정했는데, 이게 너무 판타지 적이라서 SF, 그러니까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말해, SF적으로는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거다.

그건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요 요소 중 하나인 미스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마치 인간 사이에 ‘캔디 인간’이 섞여있어 그를 색출해내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을 하면서 과연 캔디 인간은 누구일지를 추리해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서바이벌, 두뇌 게임인 것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걸 제대로 그리지도 않으며 심지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조차 않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컨셉도 실패하고 이야기의 구성까지 망가진 소설인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작가가 그런 것에 중점을 두지 않았기에 그렇게 된 것에 가깝다. 애초에 ‘앞으로 할 이야기는 결코 추리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도 마치 그런 이야기인 것처럼 전개를 해 나간 것은, 그런 경험과 생각을 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려는, 좀 의도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를 통해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얘기하고, 생각해보게 하기에 의외로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방사능과 방사선, 방사선물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든가, 안드로이드와 휴머노이드, 사이보그를 구별해 부르는 것을 무시하고 지칭하는 듯 한다든가 하는 등 SF적인 개념 같은 게 부족해 보이는 것은 이야기를 보는 내내 계속해서 뭔가 걸리게 만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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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거짓말쟁이들 - 살아남기 위해 속고 속이는 생물 이야기
모리 유민 지음, 이진원 옮김, 무라타 고이치 감수 / 키라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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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유민(森 由民)’이 쓰고 ‘무라타 고이치(村田 浩一)’가 감수한 ‘숲속의 거짓말쟁이들(ウソをつく生きものたち)’은 생물을 독특한 시점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제목이 상당히 관심을 끈다. 왜냐하면 그런 게 있어? 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다. 거짓말이란 소위 고등한 지적 활동을 한다는 머리큰 포유류, 그러니까 인간이나 그에 준하는 생물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사회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서 그렇다.

이는 일종의 인간 우월주의에 의한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충보면 대체로 맞는 직관인 것도 사실이다. 흔히 생물의 행동을 본능과 이성으로 나눈 것도 규칙적으로만 행동하느냐 그것을 뒤틀 수 있느냐를 구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패턴을 벗어나 착각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폭넓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런 행동은 소위 고등 생물들이 더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같은 종끼리만 통용되는 제한적인 것일 확률이 높다. 거짓말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사기 행위만 봐도 그렇다. 인간끼리, 같은 언어, 유사한 가치관까지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니까.

그렇기에 이런 거짓말은 대부분 자연 속에선 완전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원초적인 것들은 언어 뿐 아니라 종까지 뛰어넘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들어, 다른 생물이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의태’처럼 말이다.

이쯤되면 좀 눈치를 챘겠지만, 이 책 제목의 ‘거짓말’은 좀 잘못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속임수’가 더 적절하다.

생물들의 속임수는 실로 다양한데, 종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을 다룬 것도 좀 재미있다. 곤충 등은 대부분 의태같이 겉모습에 의존한 속임수를 다뤘다면, 개에 이르러서는 시각적인 것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속임수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거짓말을 함으로써 인간의 그것 역시 개와 같은, 그 연장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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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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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는 정조의 비밀 편지를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편린만을, 심지어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굳이 말하자면 순도 100%의 허구라 할 수 있다. 역사 소설이라고 하면 쉽게 기대할법한 역사 고증같은 것 보다는 순수하게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이 소설이 가진 한계이면서, 또한 장점이기도 하다.

실제 역사의 편린을 가져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의 한계는, 역시 실제 역사(보다 정확하게는 정설로 여겨지는 역사)와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다. 이 소설은 당장 캐릭터 설정부터가 꽤나 그렇다.

반대로 장점이라면, 애초에 역사 고증을 뒤로 넘겨둔 것인만큼 그런 것에서 자유로운데다, 정사의 미묘한 의문점들을 부각시키며 흥미를 돋구고, 만들어낸 이야기인만큼 소설적인 완성도가 비교적 더 괜찮기 쉽다는 거다.

꽤나 심리학적이고 인류학적인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도 좋아서, 그가 휩쓸리게 된 사건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미묘한 심리 싸움, 일종의 두뇌게임 같은 것을 벌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며 역사물이면서도 꽤 현대적인 픽션의 재미도 잘 살렸다.

역사와 허구를 꽤 잘 엮어낸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100% 허구라 할 수 있다만, 일단은 역사적 사실을 기본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정조의 비밀 편지 일부를 파편적으로 인용하며 그걸 소설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게 가상의 이야기에 묘한 실제감을 부여해주고 반대로 이러한 뒷 이야기가 그런 비밀 편지가 있게 만든 것은 아니냐는 상상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역사 소설은 좀 어려운게, 늘 왜곡 문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당시나 시대상을 철저히 재현해 담아낼 것이 아니라면, 아예 소재로만 삼고 고증에서 벗어나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확실히 잡은 게 좋았던 것 같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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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나 - TRACK 2.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달리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3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김영옥 옮김 / 사파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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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레이놀즈(Jason Reynolds)’의 ‘파티나(Track 2: Patina)’는 ‘트랙 시리즈(Track Series)’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시리즈에 이어, 이번 책에서 주인공으로 초점이 맞춰진 아이는 ‘파티나’다.

그녀에겐 집안에 애로사항이 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급작스럽게 아빠가 죽은데다, 심지어 그 이후까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심에 빠져서였는지 엄마가 심한 당뇨에 걸리게 되면서 결국 두 다리까지 절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투석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행히 삼촌과 숙모가 그녀 자매를 맡아주면서 투석 치료를 위한 병원 이동이라든가 학교 생활을 도와주기도 한다만, 언제나 파티나에겐 이 상황에 대한 묘한 불만감이 있다.

그러나, 동생도 돌봐야 하고 얹혀사는 신세이기도 해서 그녀는 그런 심정을 해소하는 대신 안으로 꾹꾹 담아두기로 한다. 그래서 겉으로는 성실히 맡은 일을 하고 주변과도 크게 부딛히지 않으면서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어딘지 불안한 구석을 보이며, 그것이 조금씩 새어 나오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녀의 사정은 그녀에게 무력감을 주기도 하는데,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들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승부에서 이기고 자신을 증면하는 것에 조금은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마음 상태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대신 그녀가 생활하면서 겪는 일들과 그것들에 대한 반응 등을 통해 자연스러우면서 공감가게 잘 그렸다.

트랙 팀이나 학교 친구, 삼촌과 숙모, 그리고 동생이나 엄마와의 일화를 통해 생각이 조금이 바뀌어 가는 것이나 억눌러 담고 있던 것을 해소하는 것 역시 그러해서, 주인공의 성장도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그래서 끝을 다소 불확실하게 맺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완결성은 꽤나 좋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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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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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는 뒷골 땡기는 가족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라고 하면, 살짝 거짓말이다. 일부만을 좀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반은 그러 전제를 깔고, 그리하여 뱉게되는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로 시작하기 때문에 거의 후반까지는 그렇게 여겨지며, 더불어 한국사회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현대사적인 드라마처럼 보이기는 한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딱히 소설이 끝날때까지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예상 외의 지점에서 뜻밖의 방향으로 들어가서, 심지어 그걸 생각보다 깊게 풀어놓는 것은 생각지 못한 거였다.

이것이 이 소설을 다른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느끼게 한다. 뭐랄까, 해당 내용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설화’라는 도구를 택한 것 같기도 하달까. 소설에서 언급하는 사회의 부조리함 같은 것들은 그래도 등장인물의 서사에 속한 것으로 여겨진다만, 본격적으로 ‘오빠 새끼’가 저지른 일이 드러나는 장면의 내용들은 그보다는 일종의 강의나 시사 칼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부정적으로는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든다. 소설을 집어든 사람은, 대놓고 소설로 써낸 XX학 같은 게 아닌 이상에야,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그 전까지 보여주었던 등장인물들의 서사나 성격같은 것들이 결국 그에 다다르게 했음을 이해할만 하다는 거다. 과거 회상을 통해 두서없이 돌아본 것 같았던 것들이 일종의 복선이 되어 그러한 결말에 다다른 것은 꽤나 핍진성있다.

일부러 노리고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꽤나 그럴듯한 사기수법을 얘기하며 일종의 경각심같은 걸 갖게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다만, 실제 사기수법을 참고하고 거기에 괜찮은 캐릭터와 이야기까지 보여줬던 사기 만화 ‘검은 사기’에 비하면, 드라마와 지식전달(호통?) 부분이 자연스럽게 섞여있지 않고 너무 큰 색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솜씨나 마무리가 나쁘지 않아 전체적인 읽기 경험은 양호한데, 2년동안 무려 8편의 소설을 집필해 조만간 하나씩 출갈할 거라고 하니 다른 책에서는 어떤 색과 이야기를 보여줄지 꽤 궁금하다.

기대해볼만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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