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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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 크라머(Sofie Cramer)’의 ‘메시지가 왔습니다(SMS für Dich; Text for You)’는 문자를 통해 시작되는 인연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아마 허투로 보고 지나칠만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소재나 시놉이 좀 뻔해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배송된 편지같은 것으로 인연이 싹을 튼다든가, 그게 목소리나 모습을 볼 수 없는 제한적인 수단이라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기는 장치가 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다가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게 된다는 흐름 역시 솔직히 좀 많이 우려먹힌 소재와 이야기 전개니까. 지금에와서는 고전적인 클리셰라고 해도 될 정도다.

연인과 헤어진 슬픔이라든가, 잘 풀리지 않는 직장이라든가, 사소한 장난, 뜻밖의 우연에 끌리는 것 같은 캐릭터의 기본 설정같은 것도 좀 그렇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표지까지 단순해서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다보니 더 그렇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면 꽤 볼만한 소설이라는 걸 곧 알 수 있다. 소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두가지,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가 충분히 괜찮기 때문이다.

클리셰적인 설정들도 단지 두 사람을 잇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이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기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그렇게 시작한 서사도 조금씩 흥미를 잃지않게 유지하면서 꽤 풀어내서 등장인물들의 심정이나 생각같은 것에도 이입하며 볼 수 있게 한다.

특별한 소재나 전개, 반전같은 것은 분명 그 자체로 신선한 맛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괜찮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2009년작인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SMS für Dich, 2016)로도 만들어져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았었는데, 그걸 이번에 새로 리메이크한다고 하니 또 어떤 각색과 연출로 둘의 이야기와 로맨스를 담았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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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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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핀 베르톨롱(Delphine Bertholon)’의 ‘밤을 걷는 여자아이(Celle qui marche la nuit)’는 한 소년의 기묘한 경험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대도시에 살던 소년이 가족 사정으로 한 시골마을로 이사하면서 시작한다. 친구와도 헤어지고, 심지어 대도시 인프라라고 할만한 것들과도 멀어지게된 소년은 처음엔 불만스러웠던 이모의 선물 일기장을 실로 유용하게 잘 써먹는데,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를 띔으로써 일종의 체험기처럼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일종의 공포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이 이런식의 구성을 택한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다. 마치 ‘진짜로 있었던 일’인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게 이야기가 가진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주인공에게 더 이입해서 보도록 만든다. 몰입감이 중요한 이야기에서 이런 회고록 형식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야기가 1인칭으로 진행된다는 것도 주요한 장점인데, 앞서 말한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러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면서 과연 어떤 사실들이 숨어있을지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뒷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안그러면 뒷심이 빠져 자칫 짜친 느낌을 남길 수도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작은 유령소동으로 시작해 과거의 이야기로 이어졌다가 마침내 유령과 과거, 그리고 주인공의 이야기까지가 무난하게 해소되도록 만든 구성이나 그 이야기 전개가 꽤 괜찮은 소설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공포물로서의 정도가 좀 약하기는 하지만, 중간에 유명 공포물을 연상케 할만한 좀 섬뜩한 장면들도 있어서 이쪽 장르로서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에 떡밥도 좀 남겼겠다, 시리즈물로 이어가도 괜찮겠다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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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코드
캐럴 스티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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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스티버스(Carole Stivers)’의 ‘마더코드(The Mother Code)’는 아포칼립스와 인공지능, 인간성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대충 멸망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신인류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마더’라는 로봇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존을 도모하고 자기와 같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그 하나고,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를 구인류 어른들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가 다른 하나다.

둘의 시기 차가 얼마 안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둘은 딱히 철저하게 구분되어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것 자체가 아포칼립스 이후를 말하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래도 이것을 단순히 시간 순으로 이어붙이지 않고 둘을 교차해 보여주는 식으로 흥미를 끌어올리고,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데까지 끌고가는 것도 잘 했다. 덕분에 딱히 신선한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꽤 괜찮다.

2020년 작인 이 소설은, 2019년 이후 많은 소설들이 그래했던 것처럼 다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서 영감을 받은 느낌을 풍긴다. 다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차용하지않고 나름 고전적인 소재라 할 수 있는 생화학병기와 연결지음으로써 차별점을 두기도 했다.

이게 생각보다 좋았던 것은, 인간짓을 함으로써 멸망을 초래한다는 점이라든가 계속해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려는 것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포칼립스 상황과 그 이후의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것들의 연결성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게 이야기가 너무 우연에 기댄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해서 나쁘지 않게 짜여졌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상한 것이나 의문스러운 것도 있고, 쓸데없이 나왔다가 아무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이나 저자가 성의없었다고 할만한 부분도 있어 좀 밟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매끄러운 편이라 잘 읽히고, ㅈ간, 바이러스와 백신, 유전자, 인공지능, BCI, 모성애 같은 소재나 구인류와 신인류, 어른과 아이같은 식으로 대비되는 요소 등을 꽤나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에 끝까지 괜찮게 볼만하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나 분명히 오역으로 볼만한 것이 남아있어 좋진 않았다. 문맥을 통해 유추할 수 있기는 하다만, 고유명사를 틀리는 건 좀. 교정때라도 걸러냈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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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iPE 2 : 튤립의 여행 팡 그래픽노블
소피 게리브 지음, 정혜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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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게리브(Sophie Guerrive)’의 ‘TULiPE 2: 튤립의 여행(Les voyages de Tulipe)’은 튤립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여행기 같은 것도 아니고 튤립을 중심으로 한 것도 아니라서 좀 의아할 수도 있는 이 책은, 단발적인 여행이 아니라 삶이라는 긴 여정의 일면에 대해 담고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꼭 게으름뱅이같아 보이기까지하는 튤립은, 오늘도 어제 역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애정하는 나무 밑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 조금 달라지긴 했다. 새해를 맞아 그도 새롭게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도 하지 않기로.”

한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말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널리 쓰이던 때가 있었다. 이것은 지금도 좀 남아있어(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나), 자신의 늘어지고 싶은 상태나 심정을 표현할 때 종종 쓰이곤 한다.

이 말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빡빡한 현실 때문에 갈수록 더욱 지쳐만 가는데도 많은 것들이 게으름거리로 취급을 받는 세태 때문에 혹시나 비난을 받게될까 꺼리게 되면서 도저히 정신적 여유를 찾을 수 없던 꾹 눌러진 마음을 콕 집어서 시원하게 대변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튤립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러한 생각에서조차 벗어나겠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까지 애써 어떻게 해야한다는 식으로 하려 한다니, 따져보면 여유는 무슨 조금도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만을 드러내는 씁쓸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마저 떨쳐낸 튤립은 세삼 더 여류롭고 편안해 보인다.

책은 이런 꽤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거리들을 마치 가벼운 농담따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믹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얼핏 시트콤같지만, 심리나 상황에 대해 곱씹을만한 점이 많아서 어느순간 진지한 사고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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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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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벤더(Aimee Bender)’의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The Particular Sadness of Lemon Cake)’은 독특한 능력을 지닌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로즈’가 가진 독특한 능력 때문이다.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 그것을 만드는데 관여한 사람들, 멀게는 식재료를 만든 사람부터, 유통을 위해 가공한 사람, 가깝게는 그걸 요리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녀만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걸까. 혹시 착각인 것은 아닐까. 단지 기분의 문제라거나, 어쩌면 정신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기에, 스스로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로즈는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그걸 따라가는 독자 역시 왜 그런지 생각해보게도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그걸 아는 것은 물론 그런 능력 자체도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즈의 능력은 설사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마주하도록 만드는 장치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느닷없이 다가오는 타인의 날것에 가까운 감정은 그것 자체로도 기분 나쁠 수 있어 문제가 될만하나, 그게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것이라면 훨씬 심각해진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까 하는 것에서부터, 그 사람과 터놓고 얘기할지나,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지까지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개개인의 은밀한 비밀을 다루기 때문에 다소 판타지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신비롭거나 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때문에 좀 무거운 편이다.

그걸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솜씨가 꽤나 좋다. 전체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중간 중간의 장면들도 꽤나 인상에 남는데, 그게 이야기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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