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픽션 걷는사람 소설집 11
최지애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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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픽션’은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저자의 첫 소설집이다.

우리는 픽션을 읽을 때, 대부분 모종의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인 ‘해피엔딩’으로, 설사 주인공들에게 얼마나 심각하고 많은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그 끝은 그것을 보상해줄만한 것이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그렇게 많고 어려운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후에 맞이하게 될 결말이란 썩 긍정적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훨씬 더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사람들은, 과정이나 경과야 뭐가 어찌됐든 해피엔딩만은 있기를 바라는 걸까.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고난을 겪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그 고난때문에 비루한 삶을 겨우 이어가거나 최악의 경우 비참한 최후를 맞기 쉽다.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한다는 반전같은 건 없는 거다.

그렇기에 인간은 픽션에서라도 그러한 반전이 있길, 그럼으로써 초라한 거짓 위로라도 주어지길 희망한다. 일말의 ‘달콤한 픽션’을 원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표제와 달리) 전혀 독자의 그런 얄팍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를 꽤나 진실되게 담아냄으로써 그딴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날리는 것 같을 정도다.

그렇다고 수록작들이 대단히 냉정하고 염세적이냐 하면, 또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가까운 것은 체념적인 것으로, ‘이런 것도 인생이지 뭐’ 하며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낸다는 식인 것에 가깝다.

오랜동안 여러 곳에 게재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니만큼, 다양한 인간 핸태를 보여주면서 때론 사회비판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인 생각거리도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은 결코 쉽게 읽히지도 않고 그 자체로 읽는 재미를 주는 그런 부류의 것도 아니지만, 꽤나 볼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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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다카야마 마코토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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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마코토(高山 真)’의 ‘에고이스트(エゴイスト; egoist)’는 소수자의 상실과 위로를 그린 소설이다.

제목은 번역하면 ‘이기주의자’라는 말이다. 이기주의자는 이기주의를 주장하거나 그에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다시말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말한다. 개인에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만, 이기주의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과 다른 사람의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설사 그것이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한 소위 공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이익 쪽을 선택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소설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는 연애 소설이기도 한데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단순하게는, 주인공인 ‘고스케’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류타’와 만나서 그와 하는 거의 대부분을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한다. 자신이 가진 어머니와의 일, 그 때문에 생긴 감정을 해소하고 충족하기 위해 류타를 이용하는거다.

그렇다고 그가 마치 숨쉬듯 그런 짓을 저지르거나 그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밑바닥의 진심에는 그런 저의도 담겨있음을 잊지 않으려는 것에 가깝다.

그는 어떤 선택이나 무슨 제안을 하든, 설사 그것을 류타가 기꺼워하고 고마워할지라도, 그것은 단지 자신의 욕망을 위한 것이라고 끝없이 되새김질한다. 마치 목적은 이미 달성하였으니 그것이 어떤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괜찮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이기주의는 제3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본심을 굳이 숨기고 자칫 부정적일 수 있는 결과를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갑옷, 예방주사인 셈이다.

그렇게까지 한 그였기에 그것이 무엇으로 이어졌는지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받았을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자책, 후회, 슬픔 모든 것이 그렇다. 그와 그들의 관계를 이해해주는 사람과 그를 통해 얻게되는 위로 역시 그렇다.

그런 장면 중에는 일부 과장되어 보이는 점이 있기도 하나 전체적인 표현과 묘사가 좋아서 과잉되게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은 고스케와 류타의 이야기를 통해 소수자가 겪어야만 하는 차별과 배척, 사회적 약자가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 그것들 때문에 더 클 수밖에 없는 상실을 보여주며 그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구한다.

좀처럼 얻을 수 없던 것을 상실을 간직한 자들끼리서야 비로소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 좀 아이러니 하면서도, 냉정한 현실을 꼬집는 것도 같다.

소설은 최근 동명의 영화(2023)로도 만들어졌는데, 두 사람의 사랑과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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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 인간 파란 이야기 13
방미진 지음, 조원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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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 인간'은 비누 인간 삼부작의 마지막 권이다.




특별한 인간들을 내세우는 시리즈인만큼 이번 권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인간 설정을 선보인다. 주요하게 등장하는 '도플 인간'은 '도플갱어(Doppelgänger)'에서 온 용어로, 유례가 된 도플갱어의 개념처럼 완전히 똑같은 개체가 여러 객체 존재하는 인간들을 다른 인간과 구분해 부르는 말이다. 그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인간의 욕심에 의해 생겨난 존재들이었는데...

시리즈 내내 계속해서 흥미로운 설정과 그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해 얘기했던 작가는 이번권에서도 실망하지 않을 이야기를 보여준다.

시리즈인만큼 전편부터 등장했던 '진화 인간'이 나오고, 주요한 이야기들이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다, 일부는 전권을 보지 않았다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만, 그러면서도 단권으로서의 완결성도 있도록 만들어서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어도 책을 보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이전 시리즈의 인물들이 나오는만큼 어느정도 스포성이 있으므로 순서대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도플 인간 문제는 마치 외계인과의 조우처럼 극도로 발달한 과학이 전제되어야만 일어날 (지금으로선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일 것 같지만, 그걸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에 갖다 붙여도 일대일로 대치할 수 있을만큼 직유적으로 그린 문제이다. 노골적으로 현재에 대한 비판점을 담은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특징은 소설 속 상황과 등장인물들이 처한 문제 등에 쉽게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그렸으면서도, SF라는 상상의 재미 역시 놓치지 않았다.

동화라는 짧고 함축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와 사회비판, 생각거리를 모두 잘 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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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낳은 흙 이야기 미운오리 그림동화 10
오니시 다케오.류사와 아야 지음, 니시야마 료헤 그림, 고향옥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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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걸 그림책으로도 잘 담아내서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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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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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은 밤이슬이라는 특별한 것을 모으는 수집사와 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밤이슬’은 죽음에 처한 인간에게만, 특별한 조건이 만족됐을 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이슬이다. 이 이슬은 구하기 어려운만큼 놀라운 효능을 갖고있기도 한데, 그 때문에 예기치않게 여러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그놈의 불안정하고 어떻게 튈지 모르는 감정 때문이다.

소설은 불행하게 살아가던 ‘이안’이 우연한 기회로 밤이슬 수집사 ‘묘연’을 보좌하는 밤이슬 집사가 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밤이슬 수집 대상인 ‘루인’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들여다보고 조건에 따라 개입하기도 하면서 그들로부터 밤이슬을 수집하고 적절히 사용하기도 하면서 뭉쳐있는 사연을 해소하기도 한다.

이런 전체 이야기 구성은 꽤 자주 사용되는 소위 저승사자물과 유사하다. 그걸 그대로 답습하지않고, 저승사자와는 다른 존재를 설정해서 새롭게 세계관과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게 만든 건 나름 긍정적이다. 그것이 이 이야기를 좀 더 색다르고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완전히 개별적인 루인들의 사연을 그저 늘어놓기만 하는 식으로 하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들에 연결점을 두어서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든것도 좋은 점이다.

그러나, 설정과 이야기 구성이 그렇게 치밀하지는 않다. 일부 이상하거나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이야기가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문장과 대사도 좀 아쉽다. 다소 유치하고 과장된 면이 있어서 이야기와 감정에 잘 이입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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