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마녀의 태블릿 블랙홀 청소년 문고 26
차무진 지음 / 블랙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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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마녀의 태블릿’ 마법의 태블릿을 소재로 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설정이 꽤 재미있다. 이제는 구식이 되어버린 오래된, 심지어 정품같지도 않아서 수상한 태블릿에 원하는 사람의 사진을 넣기만 한다면 비록 일주일 뿐이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말이다. 심지어, 원하는 조건을 추가해 그런 설정으로 있는다든가 주변인들이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해준다는 마법같은 부수효과까지 있다. 단지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까칠하고 냉정해 보이는 도서관 사서라서 ‘학도 마녀’로 불리는 선생님으로부터 마법의 태블릿을 빌린 아이들이 불러내는 사람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엄마는 물론 좋아하는 아이돌, 친구까지. 그러나 누구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의 사진을 태블릿에 넣고 그들을 불러내지는 않는다. 태블릿을 아무한테나 대충 빌려주는 것 같지만, 어쩌면 학도 마녀는 그런 아이들인지를 확인하고 그들에게만 태블릿을 빌려주는 일종의 심사관이랄까 면접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만남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뭔가를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걸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걸 조건으로 얘기하기도 하니까. 심지어 엄청나게 만족스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 불편하거나 불만스러운 감정까지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만남은 당사자들의 부족했던 마음을 보완하고 내적으로 중요한 것을 남겨줌으로써 불안정했던 감정 등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각자가 가진 상실과 상처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에 대한 위로를 건내고 그를 통해 성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등 이야기가 꽤 괜찮다.

거기에 살짝 미스터리 요소를 넣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풀리도록 구성해서 너무 뻔해지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만한 거리로 만든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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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별들의 징조 5 : 잊힌 전사 전사들 4부 별들의 징조 5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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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4부 별들의 징조 5: 잊힌 전사(Warriors: Omen of the Stars #4 The Forgotten Warrior)’는 시리즈 4부 다섯번째 책이다.

4부는 예언의 고양이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내세우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계를 흔드는 등 이전과 달리 훨씬 더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을 보여주면서, 강렬했던 빌런을 다시 등장시키기 위한 빌드업을 참 착실히 쌓아온 시리즈였던만큼 개별 권에서는 딱히 빌런이라 할만한 등장인물이 없어서 조금 무난한 드라마같은 느낌도 들었었는데, 그걸 의식해서였는지 이번권에선 좀 뜻밖의 빌런이 갑자기 등장한 감이 있다. 다시금 등장하긴 하겠다 싶은 그런 애긴 했지만, 이런 시점에 이런 식으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제까지의 빌드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당히 소비할 빌런으로 이만한 애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딱히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적잖은 파문을 잘도 일으키는 그런 부류라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싫어하는 종류라서 등장할 때마다 짜증이 일기도 했다만, 전부터 보여줬던 마치 정치인같은 그 모호한 화법을 이용한 민심장악과 그를 통한 판 흔들기는 의외로 종족 고양이들에게 적당한 시련을 주면서 새로운 생각과 성장을 하게하는 괜찮은 자극이 된다. 따져보면 꽤나 괜찮은 빌런인 셈이다.

계속해서 쌓아왔던 빌드업도 한층 더 강화했다. 특히 생과 사, 종족간의 경계, 소속감이나 충성심 같은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나 두려움 같은 걸 느끼게 하면서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4부 완결도 이제 1권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키워놓은 것을 과연 어떤식으로 해소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리지는 않아야 할텐데.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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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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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는 사형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작가가 처음 모티브를 얻고 구상을 시작했을 때로부터 수년이 흐른 후에 나오게 된 것인데도 놀랍도록 현재에 들어맞는 그런 이야기다. 최근의 거지같은 여러 사건들이 절로 사문화되어있는 사형제의 부활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런 시의성만 따라줬다면, 그저 유행에 따른 소설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설은 단지 사형제라는 큰 틀의 화두 하나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당연히 얽혀있을 수 밖에 없는 정부와 그걸 꾸려나가는 정치인들의 이야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 등을 덧붙이고, 거기에 ‘마지막 식사’라는 살짝 가볍다고 해야하나 얼핏 엉뚱해 보이는 상상을 덧붙임으로써 소설적인 재미가 있도록 만들었기에 꽤나 볼만하다.

사형이라는 게 존재만하지 실제로는 시행되지 않은지 오래 된만큼 어떤식으로 행해지는지 등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그 과정 등을 보여주는 것도 지식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이렇게 담담하게 사형수와 사형집행 이야기를 본 것은, 개인적으로 사형제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 감춰진 사연속에 담겨있는 인간 드라마 같은 것에 그렇게 감정이 동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렇기에 소설이 갖고있는 미스터리, 반전미 같은 게 약하게 느껴진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긴 분량이 아니기에 이야기가 너무 집약된 느낌도 있다.

흥미로운 소재를 나쁘지 않게 풀어내긴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밝혀지고 난 후가 감춰져 있을 때보다 아쉬운 느낌도 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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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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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보험사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꽤나 조사를 잘 한 것 같다. 보험이 대게 무슨 약관상 허점을 갖고 있는지나, 사기꾼들을 그걸 어떤 식으로 이용해 먹는지를 꽤나 잘 그렸다.

배경 지식이라 할 수 있는 손해보험과 그를 팔아먹는 손해보험사, 손해사정 회사와 보험조사원 등의 관계와 큰 금액의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조사가 행해지는 과정 등은 물론 어째서 같은 약관에 같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더라도 누구는 보험금을 지급받고 누구는 지급받지 못하는지, 보험업체와 병원은 보험을 어떻게 악용하고 이것이 돌고돌아 사회적인 문제를 만드는 지도 분명하게 담은 편이다.

그래서 소설은 보험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하는 유익한 면도 있고 현 보험들의 문제점을 꼬집는 비판적인 면도 있다. 사회소설적인 성격이 있는거다. 이건 보험사기에 얽혀있는 뒷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화재가 되었던 문제도 나쁘지않게 반영했다.

이상한 추락사고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보험조사원인 주인공이 파헤쳐나가는 전개는 꽤나 흥미로워서, 권한이 사실상 없다시피한 일개 보험조사원이 과연 어떻게 조사를 해나갈 것인가를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그런 소재의 사용과 전개의 흥미로움은 거의 초중반에 있으며 뒤로 가면서 캐릭터와 서사의 핍진성이 떨어져 장면이 좀 작위적이어 보이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에도 잘 이입이 안된다.

전체적인 흐름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후반부가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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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건너온 약속 오늘의 청소년 문학 39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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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건너온 약속’은 간토대학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일본은 여러모로 나찌 독일을 연상케 하면서, 또한 지금의 독일과 비교되는 나라기도 하다. 전범국이라는 점이 그렇고,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인들의 기묘할만큼 잔인했던 행위들도 나찌 독일 당시의 독일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인 ‘악의 평범성’에 실로 잘 부합한다. 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関東大震災朝鮮人虐殺事件)’으로, 군부 등 권력층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에 의해 저질렸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소설은 간토대학살이 어떤 과정으로 벌어졌으며, 그 배경에 대해 어떤 의견들이 있는지, 사건 후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나 일본 정부의 이후 대처, 사람들의 망각과 부정, 그런 모든 것들에도 사라지지 않은 진실과 그것들을 추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나 잘 담았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이 부분에 신경 쓴 듯하다.

충분히 공분할만한 일이지만 흔히 화자되는 극우들의 발언처럼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거나 하지 않고 여러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루 다룬 것도 좋았다.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쉽게 소비되며 편견을 가중시키는 극우들의 그것과는 다른 일본의 다른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후에도 계속 이어진 권력과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양심에 따르며 진실을 밝힌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울림이 있다. 소설의 모티브인 낭독극 ‘약속은 지금도(約束は今も)’도 좀 그렇다.

타임슬립물로서는 좀 설렁설렁한 부분도 있는 등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나, 그것 자체가 주요한 것도 아니고, 앞서 얘기한 요소들이 긍정적이기에 전체적으로는 꽤나 괜찮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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