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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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단편집이다.

딱히 컨셉을 두고 만든 소설집은 아닌 것 같다. 출판사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서성이는 이야기’라고 소개를 한다만, 딱 그런 이야기인 것은 또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그런 분위기랄까 뉘앙스를 갖고있기는 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는 왠지 알 것 같다.

책에는 미스터리에서부터, SF, 판타지, 드라마까지 여러 장르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상당수가 꽤 큰 굴곡, 반전, 전환점 같은 걸 갖고 있어서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 그 지점에 마딱뜨렸을 때의 반응, 그 이후의 이야기 등도 꽤나 잘 엮었다. 그래서 읽다가 걸리는 부분이 없으며, 대부분이 흥미롭다가 재미있게 마무리된다.

단편인만큼 뒷이야기 같은 게 궁금한 것도 있고, 연출이 살짝 아쉽게 느껴지는 면도 있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뭔가 부족하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각각의 단편들은 그것만으로도 꽤 완성도가 있다.

‘숲을 벗어나려면 다른 길로 가라’의 크게 크게 바뀌는 이야기 전개, ‘안티 바이러스’의 묘하게 연결되는 엔딩, 영화 ‘메멘토’를 생각나게 하는 ‘조작된 기억’의 전체를 재구성해보는 재미, 뭔가 짠한 공감대를 일으키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도 좋았다.

뭐 하나를 꼽으면 다른 것도 눈에 밟혀서, 어느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꼽기 어려울 정도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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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중의 정원
김다은 지음 / 무블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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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중의 정원’은 훈민정음 언해본을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이다.

이야기는 뜻밖의 연서, 즉 연애편지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깟 연애편지따위가 뭐 그리 중대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게 무려 왕의 후궁이 보낸 것이라면, 심지어 그 연애편지의 상대가 무려 왕의 조카라면 이건 더 이상 가볍게 넘길만한 그런 일이 아니게 된다.

역사에서는 사건의 전후 등을 짧게만 기록하고 있는 이 ‘소용 박씨(昭容 朴氏), 덕중(德中)’의 연서 사건은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부분들도 눈에 띄는 쫌 의문스런 사건이다.

작가는 거기에 살을 붙여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실제 역사와 당시의 정세를 엮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덧붙이면서 전체적으로 꽤 흥미로운 소설로 완성해냈다.

역사를 재구성해서 전개해 나가는 것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연애편지로 시발되는 사건을 그린 것인 만큼 실제로 주고받았을법한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써내서 마치 비밀 서신을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재밌다.

역모의 흔적이 훈민정음 언해본에 숨겨져있다는 상상은 얼핏 들으면 좀 엉뚱하기도 한데, 계속 듣다보면 괜히 솔깃해지게 되는 소위 음모론스런 비밀결사 이야기는 어떤 점에서는 파편적인 역사와 사실들을 통해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실로 흥미로운 상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2010년 ‘모반의 연애편지’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소설의 개정판인데, 원작을 접할 수 없던 독자의 불만에 이렇게 다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문장을 가다듬거나 한 정도가 아니라 구성과 내용까지 바꿔서 거의 개작에 가깝게 다시 써 나온 것이다. 말하자면, 리메이크판인 셈이다.

원작은 프롤로그 등을 제외하면 총 84통의 서찰로만 구성되어있다고 하는데, 서간체 소설은 또 그만의 맛이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접해보고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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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품고 슬퍼하다 - 임진왜란 전쟁에서 조선백성을 구한 사명대사의 활인검 이야기
이상훈 지음 / 여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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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품고 슬퍼하다’는 사명대사의 생애를 그린 역사 소설이다.

임진왜란하면 퍼뜩 떠올리는 이는 단연 이순신이다. 그의 절절했던 생애, 누구도 다시 이루지 못할만한 전과, 안타까운 마지막 등이 그를 둘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 한국인들이 그의 업적과 이야기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또한 널리 퍼뜨리면서 그의 영웅성을 계속 공고히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무려 ‘사명대사’라고까지 칭하며 추앙하고, 그가 세운 전공과 대일 강화 조약 등의 공훈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인정하는데 반해 생각보다 그의 서사를 재생산하거나 그의 영웅성과 고뇌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극의 한 등장인물 정도로 나오거나, 특집 다큐멘터리 정도에서 그나마 깊게 다루는 정도다. 그렇기에 그를 주인공으로, 그의 생애를 재구성해 그린 이 소설은 꽤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당연히 소설적인 각색도 했다. 가상의 인물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은 얼핏 보면 좀 사족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저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단편적인 인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도 품고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리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점 중 하나는, 사명대사의 생애가 꼭 거대한 흐름을 탄 것처럼 보이는 점들이 있다는 거다. 조선은 유교 국가인데 불교가 부흥했던 것에서부터, 여러 일들을 겪으며 불교에 귀의한 것이라든가, 왜란이 일어나 앞서의 흐름에 이어 자연스럽게 의병을 일으킨다든가 하는 것 등이 그렇다. 작위적이라 할만한 사건과 전개들이 그의 서사를 마치 소설처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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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2 - 인연이 이어주는 만남과 마음 사자 츠나구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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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辻村 深月)’의 ‘사자 츠나구(ツナグ) 2’는 죽은 자와의 해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후속작이다.




영화화도 될만큼 인기를 끌었던 전작은 그 자체로 완결된 구성을 가진 이야기였다. 사자 츠나구라는 존재로 이야기를 시작해 간절한 마음에 이끌려온 사람들의 인연과 사연들을 하나씩 풀어내기만 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연결해 다시 츠나구의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완성도는 좋았지만, 후속작이 나오기는 좀 애매해지게 된 측면도 생겼다. 더 엮어낼만한 사연이 없기 때문이다. (막장으로 만들 게 아닌 이상, 없어야 하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거나 하는 식으로 외전을 썼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원작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반에는 살짝 그런 느낌이 있기도 했는데, 완전한 후속작이어서 오히려 반갑기도 했다.

다만, 그렇기에 다소 평이해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고, 실제로 그랬기도 했다. 다만, 그것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류의 소설에 기대하는 딱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작의 캐릭터를 슬쩍 등장시키는 한편, 새로운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소설 속 세계를 좀 더 보여주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쉽게 공감할만한 이야기과 감정들은 보는 사람을 절로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실적인 면을 갖고있기도 하지만, 이런 점에서는 정말 판타지를 잘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쉽게 생각할만한 뻔한 구성이지만, 그게 기대하던 것 중 하나라서 꽤나 만족스러운 후속작이다.

다음 이야기가 더 있을까.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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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예들
심아진 지음 / 솔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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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예들’은 영웅의 후예들을 독특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몇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당연히 소재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지금은 취소된 ‘우랄-알타이 어족(Ural-Altaic languages)’과 그로부터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는 범투란주의(Pan-Turanism)를 긍정하는 배경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말하는 영웅이란 소위 ‘투란족’을 일컫는 것이며, 제목이자 주인공들을 가리키는 후예란 것도 그들로부터 이어진 혈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캐릭터적인 정체성을 근현대 이전의 고대 것에 두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자연히 좀 샤머니즘적인 분위기를 띄기도 하는데,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그러한 존재들이 등장해서 후예들과 말을 나누는 등 상호작용을 하거나 마치 예언처럼 미래에 대한 암시를 남기기도 하는데다, 후예들이 다분히 샤머니즘적인 능력을 지닌 것처럼 묘사하기에 더 그렇다.

몇몇 이야기들은 투란주의라는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어렵게도 느껴지만, 그런 배경지식을 면밀히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몰라도 읽어나갈 만하다. 대충 한국의 무속신앙과 그 근간 중 하나인 유목민 조상을 모티브로 한 걸로 퉁쳐서 봐도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좀 더 과감하게는 배경이 없어도 큰 상관없어 보이기도 한다. 배경이 세 주인공 캐릭터를 좀 더 꾸며주고 해설하기도 하나 그것이 그들의 서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하는 것까지는 아니어서다.

세 주인공의 꼬인 삶과 그것에 대항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얽히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 등은 투란주의없이도 구성을 갖춘다.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서술 방식이다. 화자자에 대한 설정도 그렇고, 현실과 맥락에서 다소 벗어나 카메라 바깥에서 배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그려진 장면도 이야기가 마치 몇개의 중첩된 차원하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것은 배경과 함께 때때로 소설을 의아하거나 난해하게 느껴지게도 만든다.

그러나,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흥미 유지를 위해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넣기도 했으나, 그것도 처음부터 꽤나 분명한 편이라 소위 반전미같은 것은 없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추구한 것은 아니라 자연히 무엇이 남느냐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무엇을 생각하게 되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은 공통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정답은 없지만, 그렇기에 실수하고 실패하고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뿐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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