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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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조이 파울러(Karen Joy Fowler)’의 ‘부스(Booth)’는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부스 가문은 미국 최고의 명문 연극 가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다른 이유로 더 유명한데, 바로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자가 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부스 가문의 셋째 아들이었던 ‘존 윌크스 부스’다. 그는 대체 왜 링컨을 암살하기에 이르른 것일까.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라면, 사건의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쓴 것에 가깝다. 부스 가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나 범죄 후 그들이 어떤 삶을 보냈는지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으로써 단지 당시의 사회 분위기나 사건의 경과같은 것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게 한다.

이런 경우 우리는 보통 무리를 모두 싸잡아서 ‘범죄자 가족’으로 구분짓곤 한다. 범죄자 가족이 된 사람들은 설사 자신이 거기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을 나누어 가져야 하며, 사람들의 미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게 된다. 냉정하게 보면 좀 억울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타인과 함께 가족을 욕하고 미워하며 그러한 구분에서 냉정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는 단지 괴물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종교의 그것을 떠올리게도 하는 이 딜레마 상황에 작가는 명시적으로 판단을 내리거나 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다룸으로써 독자가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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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와 별의 소녀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 지음, 조경실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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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Kiran Millwood Hargrave)’의 ‘잉크와 별의 소녀(The Girl of Ink and Stars)’는 신화적 이야기를 나쁘지않게 재해석한 소설이다.

일종의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신화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고, 주요인물들이 관련 경험을 겪는다는 식의 묘사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놓고 판타지적인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역사적인 이야기처럼 볼만한 구석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사건의 배경이나 그 원인이 다분히 혼동을 줄만한 요소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극히 왕도적인 모험판타지라고 할 수도 있고, 또 다르게 보면 판타지적인 모험과 신화적인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로 해석하려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양 측면을 미묘하게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관대하게 생각하면 조금은 있을법도한 신비한 이야기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묘한 사건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시작해 섬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사건으로 발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게 그렸다. 지도 작성이라는 소재도 흥미롭게 사용해 주인공의 활약을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하며, 모험을 통해 상실과 성장, 희생 같은 것도 잘 보여줘서 이야기로서 전체적인 보는 맛은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장면 묘사가 그렇게 좋지는 않으며, 일부 이야기 전개가 다소 편의적이거나 무리한 것도 있어서 완성도 높게 잘 짜여진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세부적인 설정 등을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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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클럽 20 - 알로하, 하와이! 암호 클럽 20
페니 워너 지음, 효고노스케 그림,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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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의 여행을 통해 여러 관광지들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알게 된 돌고래 가출이나 하와이 최후의 전사의 실종 사건들에 대해서도 쫒으며 암호클럽다운 활약을 하는 게 볼만하다. 이야기가 일단락 되는 느낌이라서 더는 볼 수 없나 싶은데,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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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곱슬 이대로가 좋아 Wow 그래픽노블
클라리벨 A. 오르테가 지음, 로즈 부삼라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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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벨 A. 오르테가(Claribel A. Ortega)’가 쓰고 ‘로즈 부삼라(Rose Bousamra)’가 그린 ‘곱슬곱슬 이대로가 좋아(Frizzy)’는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어떻게 보면 겉으로 보이는 인종차라는 걸 문화 사회적으로 많이 느끼거나 그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 문제를 겪을 일이 많지않은 한국인들에게 이 책이 얘기하는 바는 그리 깊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책에서 주요하게 부각하는 갈등 요소인 곱슬머리가 흑인에서 유래했다는 인종적 정체성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인공인 ‘마를린’은 혼혈 2세라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꽤 오래 전에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린 흑인의 후손이지만 단지 다른 친구들이나 친척들에 비해 비교적 흑인의 특징적인 형질이 진하게 발현된 것 뿐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놀림의 대상이 되고 다른 모습으로 꾸며야 하는 싫음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건 대체 누구를 위해 왜 해야하는 것일까.

요즘의 소위 PC짓들을 생각하면 이런 주제는 좀 불편할 수 있다. 자칫 시류를 탄 선동스런 것의 하나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야기 구성이 괜찮다. 마를린의 자존감과 본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핵심으로 삼으면서 그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 사람들이라든가 그 근원이라 추정할 수 있는 흑인 문제까지를 조금씩 넓혀가며 잘 다뤘고, 그 서사도 앞뒤가 잘 드러맞아서 유사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나 갈등이 너무 쉽게 해소되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도 잘 보여줘서 주제 전달과 이야기의 완성도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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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시티 보안관 디어루 블랙홀 청소년 문고 27
최영희 지음 / 블랙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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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시티 보안관 디어루’는 블랙홀 청소년 문고 시리즈 27번째 책이다.




가상세계, 메타버스 같은 소재들을 이용한 이 소설은 일종의 SF라고도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흐릿해할 정도로 발전한 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세계에서의 실종 사건을 쫒는 이야기는 꽤나 고전적인 SF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나름 흥미를 끈다.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들어낸 가상세계 유니시티도 나름 매력적이다. 현실처럼 사회 시스템이 완성되어있으며 마치 개별 국가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구획별로 나뉘어져 서로만의 테마로 조성되어있는 것이나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며 맞물려있는 세계는 무엇이든 덧붙일 수 있는 도화지같은 배경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도 한다.

거기에서 보안관인 주인공 ‘디어루’가 보안관이라는 신분을 숨긴채 가상세계 유니시티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밀스럽게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는 일종의 형사물이나 모험물의 느낌도 풍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활약에 집중하며 여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이야기 구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좀비 게임과 같은 묘사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디어루가 수사하는 실종 사건의 단서들과 하나씩 맞아 들어가면서 하나로 합쳐지게 한 것이 꽤 괜찮다.

다만, SF적인 부분은 많이 아쉽다. 메타버스라든가 로그아웃같은 용어들만 그렇게 썼을 뿐이지, 정말 가상세계를 소재로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설정 등이 이야기의 주요 전개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로 SF적인 소설이라기보다는, SF라는 스킨을 입힌 이세계 판타지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몇몇 부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상해지는 부분까지 있어 더 그렇다.

이전에도 가상세계를 그런 식으로 그린 소설을 보고 안타까웠었는데, 이 소설 역시 SF적으로 받아들이만한 부수적인 설정없이 그저 편리한 장치로써 가져다 쓴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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