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Maylis De Kerangal)’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Réparer les vivants / The Heart)’는 장기기증과 이식을 소재로 한 의학 소설이다.

특정 분야를 다룬 소설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전문 지식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제아무리 인간 드라마가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어렵고 지루해지기 쉬워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는 완급 조절을 잘했다. 전문 지식에 대해서 다루며 관련 용어도 여럿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읽던 걸 멈춰야 할 정도로 크게 방해되거나 하진 않는다. 의학적인 내용을 소재로 했고 그 과정도 꽤 신경 써서 묘사했으나 그것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거기에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에 더 신경을 썼다.

장기이식에는 다양한 인간들이 얽혀있다. 먼저 장기를 제공하는 자와 받는 자가 있고, 그들의 가족과 연인이 있으며, 그들에게 이식 수술을 하는 의사와 그들을 돕는 간호사가 있고, 마지막으로 이들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가 있다. 이들에겐 모두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있는데, 책은 이걸 장기이식 과정을 따라가며 하나씩 풀어낸다.

> 어떻게 해야 할까, 니콜라이? 죽은 자들은 땅에 묻고 살아 있는 자들은 고쳐야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인지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이나 주장을 정론으로 내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각자에겐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지는 않으며 그 외 이슈들도 대부분 언급한다. 이식용 장기를 목적으로 한 살인이나 방조 같은 기증자 입장에서의 불안 문제도 그렇고, 어디 서부터를 죽은 것으로 볼 것이냐 하는 원론적인 문제, 장기기증 의사의 추정 원칙에 대한 법적인 면은 물론 남겨진 사람들의 거부감 같은 것도 함께 얘기한다.

죽은 자를 이용해 죽을 자를 살린다는 것은, 즉 죽은 자의 부품으로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한다는 것은 다분히 재활용을 떠올리게 한다. 심각한 장기 손상으로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사람에겐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고, 육체 하나를 이용해 여럿을 살릴 수 있는 데다, 어차피 놔두면 썩어 없어지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장기이식은 분명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일종의 자원으로 보는 이런 시각은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이 미묘한 거부감은 장기기증이 기증자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에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장기이식의 일종이면서도 죽음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 신장이식이나 골수이식, 헌혈 등에 대해서는 기증에 대해 그렇게 큰 거부감이 없는 게 그 증거다. 이것은 다시 말해 아무리 시간이 흘러 사회 인식이 바뀌어도 장기기증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만약 실물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 장기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인간으로부터의 장기 이식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기증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식할 장기의 수급 면에서도 인공 장기가 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곧 올 것은 아니기에 그 전까지는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통해 장기기증과 장기이식 절차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유익했고, 거기에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삶과 죽음에 걸쳐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좋았다.

아쉬운 점은 번역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내용을 떠나서 형식이 그렇다. 처음 보면 특이한 걸 넘어서 이상하고 그릇되어 보일 정도다. 추가 서술, 장면 전환 등을 괄호로 나눈 것도 이상하고, 보통의 서술에서부터 단순한 단어의 나열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그렇다. 책에 대한 평 중에는 작가의 ‘시적인 문체’가 돋보인다는 것도 있더라만, 아쉽게도 한국어판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기 어렵다. 조금은 짜증스럽기도 하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리 프랑스어가 한국어와 크게 달라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절망 독서’는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 독서가 왜 필요하고 어떤 책이 좋은지 추천해주는 일종의 안내서다.

저자는 먼저 절망이 왔을 때 왜 독서를 해야하는지 그것도 왜 절망이 담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얘기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게 더 좋기 때문이다. 그 예로 작가 자신을 든다. 그의 경험은 불치병이라는 점 때문이 특별하기도 하지만 그의 절망 전체를 두고 봤을때는 누구든 한번쯤 경험하고 생각해봤을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얘기가 거부감없이 다가온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도 않는다. 동질감을 느낄만한 개개인 뿐 아니라 그 외 사람들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동질효과와 이질효과라는 이론을 통해서 왜 그게 더 좋은건지 한번 더 설명한다. 설명도 참 잘해서 정말 절망 독서의 필요성에는 대해서는 이견이 없게 만든다.

그 중 특히 “멋대로 영향을 받아서 불쾌해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슬픔을 억압해서 마음을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는 문구가 참 맘에 들었다. 이게 그렇게 맘에 들었던 이유는, 나도 일전에 그런식의 반응을 받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들은 얘기는 “오바하지 마”라는 거였다. 내 딴엔 내가 느꼈던 괴로움, 고통, 슬픔을 표현했던 거였는데 왜 그렇게까지하냐는 듯 과하다며 오바하지 말라는거다. 당시엔 나도 어리고 깊게 생각하지 못해 그저 내가 과했나 하며 넘기고 말았지만, 후에 진중히 생각해보고 나서는 ‘오바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걸 괜스리 꺼려하는 사람이 있든 말든, 그렇게 오바할만큼 힘들었던것은 사실이고, 그러는 동안 그 슬픔과 괴로움은 잦아드니 오히려 오바함으로써 그걸 무난히 넘길 수 있는 시간을 버는것 아니겠냐고. 그러니 오바 따위 좀 한들 뭐 어떠냐고. 같은 얘기를 시간이 흘러 책을 통해 읽게 되니 신기하다. 그리고 또 나의 그 생각이 전혀 틀리지는 않았다는것을 알게되어 좋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은 절망’독서’지만, 딱히 책만을 대상에 두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는 라쿠고(일종의 오디오북) 까지 다양한 종류를 가리지않고 소개한다. 단순히 소개만 하는게 아니라 어떤점이 좋았고 뭘 느낄 수 있었는지도 함께 얘기하는데, 그래서 조금 리뷰를 보는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하나하나 충실히 소개를 하지만, 그 덕에 소개하는 작품의 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모르는것이 많았는데, 기회가 되면 하나씩 접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것은 역시 가장 마지막에 소개한 ‘7층’이다. 초반 소개만봐도 대충 이후 전개가 예상 되기에 그렇게 신선하진 않은데 그럼에도 강한 끌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발행되지 않은 듯한데, 단편이라 제목으로는 잘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영어본은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정 못찾으면 그거로라도 함 봐볼까 싶다.

절망을 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추천한것도 좋았고 작품을 추천하는것도 좋았다. 절망에 대해 얘기하는 에세이로도,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가이드로도 꽤 괜찮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은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의 이별에 대한 짧은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별을 다루고 있는데, 흔히 이런 관계의 이별 이야기가 다루는 것과는 형태와 느낌이 좀 다르다. 육체적인 이별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별을 다루기 때문이다.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머릿속은 때론 어둡고 불투명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려면 오랫동안 헤매야 할 때도 있다. 하나씩 되짚고 되새기면서 말이다.

이미 여러 가지 것들이 더는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지만, 그 와중에도 너무 소중해서 잊고 싶지 않은 것들, 그것들을 가능한 한 오래 붙들고 싶어 하는 노인의 심정이 애처롭다. 모두 잊어버릴 나중이 되거든 자신에게 다시 얘기해달라며 노인은 손자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무엇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되돌아본다. 거기에는 추억과 사랑이 있고 또한 후회와 아쉬움도 있다.

이것은 노인과 손자의 대화를 중심으로, 노인이 되돌아보는 과거를 겹치고,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현재를 비추며 펼쳐진다. 작가는 이를 굉장히 몽환적이며 시각적으로 그렸다. 노인의 이야기는 마치 SF나 판타지에서 상대방의 꿈 또는 정신 속으로 들어가 그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장면 전환도 마치 영화를 보듯 주변 환경이나 등장인물들의 나이, 모습이 대사와 함께 변해가는 게 눈에 그려지게 묘사했다.

작가의 묘사는 또한 비유적이기도 해서 노인의 풍경을 기억 속 장소와 사물, 비와 수해(水害)로 그렸는데 이게 노인의 상황과 심정을 너무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았다. 머릿속 혼란, 사라져가는 기억,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심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면서, 그를 바라보는 남은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그’라고 할 수 있는 기억, 성향, 생각이 없다면 그걸 과연 ‘그’라고 할 수 있을까. 그를 앞에 두고도 그를 그리워 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그가 없기에 그를 그리워 하는 것보다 더한 슬픔일지도 모른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런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책 자체는 짧은 단편이라 맘먹으면 한나절 만에도 가볍게 읽어내기 좋다. 하지만, 담고 있는 것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오히려 무거운 생각 거리를 남겨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는 페리테일(정헌재)이 직접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거기에 글도 쓴 감성 에세이집이다.

책은 사진집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사진이 장마다 있다. 때론 하늘, 때론 바다를 찍은 사진 위엔 작가의 그림과 손글씨가 있으며 그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다른 한쪽에 실었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며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작가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는데, 사진도 좋고 글과 그림도 잘 어우러져 보기 좋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에세이 같기도 하면서 또 시 같기도 하다. 일상에서 느끼고 깨달은 작고 소소한 것들을 얘기들을 하는데, 그렇다고 사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원래 갖고 있었지만 평소엔 잊고 지냈던 감성을 더 쉽게 불러일으켜 준다.




거기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한몫해서, 아팠던 이야기가 ‘또 봄을 받았다’는 말에 더 깊이를 준다. 봄을 타는 것처럼 그저 잠시 감상적이 된 게 아니라 얼마나 큰 감사와 기쁨에서 나온 말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사진도 보고 글도 읽으면서 급박함 없이 마음이 차분해져, 왠지 감성적인 휴식을 한 기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cm 경제학 - 살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 수업
연합인포맥스 한컷경제팀 지음 / 다산3.0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cm 경제학’은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적인 분석 대신 쉽고 가볍게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이다.

약 280여 쪽 분량의 꽤나 두꺼운 이 책은, 하지만 컬러 프린팅과 편집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아니,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마치 ‘경제에 대해 넓고 얕은 지식’을 전달해 주겠다는 듯 여러 가지 경제 용어와 관련 시사를 사진과 함께 최대한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방향이 그렇다 보니 편집도 사진을 먼저 겹치지 않도록 배치하고 각 사진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사진 사이의 공간에 적당히 퍼트려 놓는 식으로 되어있다. 마치 사진 에세이집 같은 모양새다.

그래서 내용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예를 들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그렇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가 불황이라 실업률이 높아지는데 물가까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한국이 딱 그 시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용어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한 후 “분명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할 때”라며 바로 끝을 맺어버려서, 정작 이걸 벗어날 방법은 뭐고 개개인은 어떻게 해야 대비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경제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은 이런 것 때문이기도 한데, 정작 중요 한데서 발을 뺀 느낌이다.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풀어낸 것은 정말 좋았으나, 그를 위해 내용을 너무 ‘최소한’으로 줄인 건 아닌가 싶어 또한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경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썩 나쁘지 않은 입문서가 아닐까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2-07-0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