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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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사키(村山 早紀)’의 ‘해피엔드 에어포트(風の港)’는 공항을 중심으로 한 동화적인 이야기 네편을 담은 연작 소설이다.

소설에 수록된 네개의 에피소드는 모두 별개의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겐 딱히 어린 시절의 추억같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 없다. 다만, 공항이라는 공통된 공간 배경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그 덕으로 우연한 만남을 갖게되는데, 저자는 그걸 이용해서 마치 연속되는 이야기인 것처럼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점과 화자를 옮기며 자연스럽게 전환을 한다. 소설로 묘사하는 이런 시각적인 연출이 좀 재미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마치 아침드라마스러운 흥미위주의 막장 요소가 있지도 않고,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거나 하는 거창한 걸 거론하지도 않으며, 오해나 엇갈림 같은 것도 뒤늦게 통곡할만한 그런 것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사건을 뒤돌아보면서 그때의 심정과 그와는 조금 달랐던 객관적인 사실들을 따져보고 상대방이나 자신의 진심같은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정도다.

진폭이 크지 않아서 잔잔한 파도나 살랑이는 바람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데, 그러면서도 심심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극적이지 않다 뿐이지 캐릭터도 꽤 개성있고 그들의 서사도 나름 흥미롭기 때문이다. 과하지 않은 사연은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걸 풀어내는 솜씨도 괜찮아서 읽는 맛이 있다.

다소 운명적인 우연에 기댄다거나,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용하기도 하고, 결말부를 최대한 이상적으로 맺으려 하기 때문에 소설은 다큐보다는 일종의 어른 동화에 더 가까운데, 이게 인간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면을 부각하고 감동을 느끼게도 하기에 나쁘지 않다.

동화적인 성격상 실제 현실의 그것과는 좀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만, 그런것에 취향을 타지만 않는다면 꽤나 재미있는 볼만한 인간 드라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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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크루시블
제임스 롤린스 지음, 황성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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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롤린스(James Rollins)’의 ‘크루시블(Sigma Force #14 Crucible)’은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인공지능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약인공지능, 강인공지능, 그리고 초인공지능이다. 우리는 아직 이 중에서 약인공지능밖에 경험한 적이 없지만, 이미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강인공지능과 초인공지능을 간접체험해본바 있다. 마치 새로운 인종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 안드로이드라거나, 논리를 거듭해서 인간을 (여러가지 의미로) 특별하게 취급하려고 하는 매트릭스나 스카이넷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한때는 인공지능에 의한 디스토피아가 유행을 한 적도 있을만큼 우려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인공지능을 추구하고 또 그만큼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SF 소설쪽에 흡수가 되면서 인공지능의 근간 기술이나 발전 등의 묘사가 더 구체적이 되었다.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관련 기술들을 엮은 묘사는 먼미래의 또는 다소 판타지 같던 과거의 인공지능과 달리 보다 현실적이고 근미래적인 무언가로 느끼게 한다.

이 소설에서 그리고있는 인공지능 역시 그렇다. 좋은 것은 저자가 길을 잘못타거나 벽돌을 잘못 올리지도 않는다는 거다. 간단하게 예를들어, 바둑만을 하라고 만든 알파고가 어느 순간 자연적으로 강인공지능을 넘어 초인공지능이 되어버렸다는 식의 비약이 없다. 이것이 이야기를 단순히 재미있는 한가지 상상을 펼쳐낸 것이 아닌, 현실적인 것에 기반한 SF로 느끼게 한다. 이것이 소설에서 던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므로 긍정적이다.

대단히 미래적인 SF에 마녀라는 요소를 더한 것은 좀 호불호가 갈릴듯해 보인다. 중간이 비어있는 듯한 것도 독자를 다소 어리둥절하게 할만한데, 이건 이 책이 ‘시그마 포스(Sigma Force)’ 시리즈의 14번째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렇다.

시그마 기호가 의미심장하게 쓰이는 것, 시그마 포스라는 단체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이 별다른 소개도 없이 등장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 등은 애초에 이 소설의 독자는 이전 시리즈를 통해 익숙하리라고 가정하고 있어서다. 이것이 한국 독자에겐 좀 더 아쉬움이 남게 한다.

다른 시리즈도 발행할 계획이 있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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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녀탐정록 2 책 읽는 샤미 25
신은경 지음, 여나라 그림 / 이지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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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녀탐정록 2: 삼짇날 꽃놀이 사건과 추리 천재 홍조이의 활약’은 추리 로맨스 역사 동화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이 꽃놀이를 갔다가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쉽게보면 흔한 자살 사건인 것 같지만,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자살로는 보기 어려운 여러 정황들이 보이기 때문에 살해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조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것도 양반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 되어버리면서 어떤 씁쓸함을 남기게 된다.

사실, 이 사건에는 안타까운 뒷이야기가 있었는데…

사건의 의문점을 집어내고 그 뒷배를 찾아내는 것 등에서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꽤 잘 쓰였다. 주인공과도 관계되어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떻게 그렇게 진실을 쉽게 알아내게 되는가에 설득력을 더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야기의 시작에서는 물론 그 후에도 큰 줄기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소설 전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들이라든가 그 속에서 활약하는 주인공과 그의 성장을 보여주고, 그것들을 통해 여성서사를 전하는가 하면, 주요 인물들간의 관계를 통해 은근한 로맨스도 느끼게 하는 등 꽤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중 하나를 기대하고 본다면 좀 약하다고 느낄만하다. 그러나 그것들의 조합이 나쁘지 않고, 이야기도 잘 끌어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양호하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나 뒷 이야기 모두 시대배경을 잘 느끼게 하는데다 현대에도 유효한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해서 일종의 역사 소설로서의 면모 역시 살아있다.

꽤 볼만한 역사 동화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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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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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은 한 포차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심야식당을 연상케 하는, 꽤나 거창한 이름의 ‘심심포차’는, 그러나 그 발음이 전해주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뭔가가 있거나 일어나는 그런 곳은 아니다.

뜻밖의 인기척에 불안감을 느낀 화자가 도망치듯 도착한 그곳은 폐업이 얼마 남지않은 곳으로 단골처럼 보이는 사람들만 와서는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게 은근히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이라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그런 정도의 재미가 있는 정도다.

전말을 알고나면 ‘에이, 그런 거였어?’할만큼 시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어찌보면 소소한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설은 전체적으로 좀 가볍고 잔잔한 인간 드라마처럼 읽힌다. 한때 (지금도 조금은) 꽤나 인기있었던 소위 힐링 드라마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화자가 무엇을 하는지 또 그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일종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화자의 이야기 역시 맞춰지도록 했는데, 이렇게 별개의 이야기에 연관되는 일관된 주인공을 넣음으로써 이야기가 이어지게 만드는 구성도 꽤나 익숙한 것이라 더 정형적인 일상물처럼 보이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중간 중간에 좀 미묘하게 걸리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떡밥으로서 꽤나 잘 회수한다. 그래서, 전체 이야기를 다 보고난 후에 다시보면 이 걸리는 것들이 계속해서 뭘 얘기하고 있었는지가 새삼 다시 보이게 된다.

이야기나 구성이 나쁘지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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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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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무를르바(Jean-Claude Mourlevat)’의 ‘거꾸로 흐르는 강: 토멕과 신비의 물(La Rivière à l’envers: Tomek)’은 한 소년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개략적인 줄거리만 요약해서 보면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어찌보면 충동적인 이유로 모험을 떠나, 현실에서 벗어난 그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겪게되는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반 정도는 헝풍쟁이의 모험담같은 느낌도 좀 있다.

나머지 반 정도는 조금 어린왕자같은, 여행을 통해 전혀 다른 문화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것을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두가지는 어느 한쪽도 더한 것 없이 균형을 잡고있기 때문에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꽤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극히 가벼운 망상적인 모험극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애초에 이야기의 시작이 대단히 중요한 물음이나 이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서다. 심지어 주인공인 ‘토멕’ 뿐 아니라 ‘한나’의 서사 역시 다소 그런 (허술한) 면이 있기에 더 그렇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그것이 오히려 왜 이런 얘기를 써는지 의아해하며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는 거다. 소설은 이에 대해 딱히 어떤 답을 주지는 않으며, 그것을 대부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야기의 의미를 떠나, 현실에서 벗어난 환상성이 가미된 소년의 모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꽤 흥미롭게 볼만해서 거꾸로 흐르는 강이라든가 존재를 지우는 숲 등은 꽤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단순한 모험물, 판타지 소설로서도 꽤 볼만하다.

소설은 꽤나 인기를 끌어 만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독서 경험이 괜찮았다면 만화도 봐보는 걸 추천한다. 소설의 내용이나 묘사를 꽤나 잘 그려내 보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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