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인생 앤드 앤솔러지
권제훈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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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인생’은 전세를 소재로 한 단편집이다.

‘전세 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세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면서 또한 애증섞인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좋아서 또 원해서 전세를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는 여러 문제들을 동반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는 금액을 매꿔넣느라 벌이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데다 애초에 부족했던 목돈 마련을 위해 졌던 빚을 갚아나가기까지 해야해서 전세 살이를 하는 대다수의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허덕인다는 생활고적인 문제는 물론이요,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이를테면 유일한 재산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쉽게 돌려받지 못하고 묶이면서 불필요한 손해를 보게 된다든가, 심하면 사기를 당해 다 날릴 상황에 놓이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있어왔지만, 특히 최근에 안그래도 힘든 경제상황에 몰양심적인 집주인과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기까지 하며 더욱 문제시되고 있기에, 참으로 시기 적절하게 내놓은 앤솔로지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딱히 최신의 세태에 대해서만 늘어놓는 일종의 뉴스같은 그런 소설집은 아니다. 최근에 대두되었든 말든 이런 문제는 늘 있어왔고 그럼에도 계속 당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딱히 시의적이라기보다는 그냥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안타까워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슬픔 웃음을 짓게한다.

전세에 묶여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는 과연 집에서 살고있는 걸까 집을 위해 살고있는 걸까. 집은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고, 빈 집은 넘쳐난다는데, 내가 살 집은 없는 현실을 씁쓸하게 곱씹어본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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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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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 S. 호버트’의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공중에 떠 있는 집’은 독특한 능력자들의 세계를 그린 모험 판타지 소설이다.




처음 드는 생각 중 하나는, 꽤나 익숙하다는 거다. 왜냐하면 기존의 대중적인, 마법과 우정이 함께하는 어린이 판타지 모험극에서 많이 봐왔던 설정같은 것들을 여럿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중요한 존재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현실 너머에 감춰진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든가,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외형을 갖추고 특별하고 신기한 힘을 사용하는 것, 누구나 공감할만한 말 그대로 악역인 인물의 등장과 주인공들과의 대립, 꽤나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흑막, 보통이라면 외면할지도 모르는 어려운 길을 가려하는 극히 정의로운 주인공 등 많은 것들이 꽤나 클리셰적이다.

다만, 그것들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니라 새 시리즈만을 위한 새로운 설정과 세계를 만들고, 등장인물들에게 개별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했으며 그를 통해 자연히 맞물리며 이야기가 흘러가게 만들었기에 익숙하면서도 또한 온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느껴진다.

시리즈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세계과 마법 설정도 흥미로운 편이다. 일반인인 ‘폴로’와 구별되어 완전히 다른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법사 ‘라이톤’의 존재와 폴로와 라이톤의 미묘한 관계는 이들의 근원이 되는 배경 즉 창세신화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후속작에서 이런 내용이 다뤄질지 궁금하다.)

새로운 용어와 배경 설정을 이야기와 함께 조금씩 풀어나가는 걸 잘 해서 설명조로 지루하게 한다든가 또는 이건 뭔가 하며 의문스럽게 만들지 않으며, 이야기의 전개도 자연스러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읽힌다.

엄밀히 따지자면 좀 허술해 보이는 지점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한 편이라서 크게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인공인 ‘이안’의 서사를 중심으로 가족간의 사랑과 친구끼리의 우정, 옳은 것을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한다는 정의로운 마음 같은 것들도 잘 담았다.

몇몇 캐릭터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등 서사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이 이야기가 시리즈의 시작을 여는 것이라서 그런 것이라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다음 이야기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또 밝혀지게 될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겹쳐진 세계라는 것은 완전히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을 상정하는 중세시대물이나 이세계물같은 것보다 현실과의 접점이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그래서 이런 연결성은 계속 갖고있는 게 좋은데, 폴로들의 세계를 ‘퍼머루트’까지의 여정에만 한시적으로 이용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도 연결되어있는 세계로 그리는 것 같아 맘에 든다.

이후 이야기는 라이톤들의 세상인 퍼머루트에 폴로들의 세상이 포함되며 무대가 넓어져서, 과연 두 세계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들이 어떻게 이어지며 하나로 이어질지, 그러면서 등장할 새로운 캐릭터는 누구고, 그 중에 힘 없는 폴로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도 있을지, 다소 미지근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는 ‘블락’들과의 대립이나 얼핏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라이톤 무리의 의견차는 어떻게 될지, 과연 중립 세력같은 또 다른 무리도 있을지, 처음부터 너무 강한 듯 보이는 주인공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지, 자칫 파워 인플레같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룩스’에 대한 예언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게 될지,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한다.

새 시리즈의 시작을 나쁘지 않게 연 것 같다. 부디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도 마무리까지 괜찮게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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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반스케치 - 하루 한 그림, 펜 드로잉부터 수채화까지
드로잉샤론(김미경)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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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반스케치’는 그림 그리기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어반스케치 입문서다.

참 쉽게 그린다. 많이 그려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그리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품만 놓고 봤을 때는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지 두려움부터 느낄만한 작품도, 어떻게 거기에까지 이르는지를 하나하나 알게되면, 어쩌면 나도 그려볼만 하겠다는 생각 역시 쉽게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어반스케치에 대해 그런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어반스케치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도시 그림 그리기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얘기해보면, 실제 풍경을 그려야 한다든가 야외에서의 실제로 직접 보면서 그린다든 하는 식으로 나아가는, 단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식으로 그리느냐하는 활동적인 측면까지 포괄하는 미술운동이다.

그렇다고 당장 나가서 시작할 필요까지는 없다. 최소한의 공부정도는 이 책을 보며 따라하는 정도로도 괜찮기 때문이다. 어반스케치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너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스스로를 한명의 어반스케쳐라고 자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은 단순한 사물 그리기부터, 동작에 중점을 둔 인물 그리기, 건물을 그릴때의 투시법이나 구도 잡는 법 등 그림을 그릴 때 기본이 될만한 것에서부터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각각을 그릴 때 주의해야 할 것이나 표현에 도움이 될만한 그리기법 같은 것도 잘 설명하고, 그것들을 통해 어떻게 어떤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지도 잘 보여주는 편이다.

기본적인 내용들은 일반적인 그림 그리기에도 사용되는 것들이라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만, 다시금 되새기는 것도 좋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는 것도 좋으므로 이 책에 관심을 둘만한 초중급 정도의 입문자라면 처음부터 하나씩 실습하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모두 충분히 익힌다면 웬만한 것들은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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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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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은 시간을 건너는 집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시간을 건너뛸 수 있는 신비한 집을 소재로,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 문제의 해소를 그렸던 전작은 원래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썼던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후속작을 내게 된 이유는, 다시금 제대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정말 잘 해냈다.

현실은 전혀 판타지가 아니다.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거나 해소되는 법도 없고, 고통과 시련 후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안락과 행복이 찾아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문제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건, 위로와 위안이 되는 건 무엇일까. 그를 위해 우리가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얼까.

소설은 서로 다른 환경, 문제에 처해있는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다.

시리즈의 주요 배경 설정인 시간을 건너는 집이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다, 문제들을 은근슬쩍 건너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에 적작은 좀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비록 원래 설정을 일부 건드리기는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소를 보여줘 완성도가 더 좋아진 느낌이다.

마법적인 힘을 이용해 도망치는 것이 아닌,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로잡는 이야기도 좋았다. 소중한 것을 알고 그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은 충동적이거나 일시적이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을 알게 하며 이젠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만족감을 준다.

그런 선택과 성장이 따지자면 딱히 별 건 아니기에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로도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얘기로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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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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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지유’가 뉴욕에 유학을 갔다가 ‘끌로이’를 만나 빠져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이미 파탄난 현재를 지나며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지유를 이끌고 관리하려고 하는 엄마와의 일화를 덧붙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후 만나게되는 ‘미지’와의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 끌어가며, 관계란 얼마나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래서 기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으며, 쉽게 허물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혀 다른 것으로 변질되기도 쉬운 얄팍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그건 상대를 잘 못 알고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어떤 관념이나 이상, 기대를 씌워서 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두려워하거나 우상화하기도 하고, 그건 자기 자신의 마음까지 잘 못 보게 만들기도 한다.

지유는 몸은 어른이지만, 채 다 자라지 못한 아이와 같다. 특히 정신적인 면이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의 문제를 거기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아 보충하려고 한다.

그것이 모든 문제들을 만들어내지만, 결국 모든 갈등에 대한 해소법을 알게하기도 한다. 단지 꼬이기만 한 줄 알았던 경험들에서 몰랐던 것을 깨닫고 그녀는 이별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미련했던 관계를 정리한다.

주요 캐릭터들이 다소 과장되어있어 쫌 비현실성을 느끼게도 하지만, 주인공의 서사와 심리 묘사는 나쁘지 않고, 실수를 해서 관계가 틀어진다든가 상처를 주는가 하면 받기도 하는 등 흔히 있을 수 있을법한 상황을 그린 것이 접점을 만들기에 의외로 공감점이 있기도 하다. 그것이 소설을 썩 나쁘지 않게 보게한다.

미성숙했던 사람이 자신을 찾아 성장하는 이야기는 마치 청소년 소설같다고도 느끼게 하는데, 캐릭터와 결말부를 생각하면 꽤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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