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블러드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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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는 멸망해가는 지구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SF 소설이다.


일종의 장르라 할 수 있는 흐름을 사용하고 있는만큼, 이 소설에는 익숙한 내용이나 장면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좀비와 다른 행성으로의 대규모 이주다.

처음 이 둘을 들었을 때, 그래도 아직은 판타지 크리쳐물에 더 가까운 좀비물과 과학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SF를 어떻게 섞어냈을까 궁금했는데 읽어보니 괜한 우려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구 전역을 휩쓴 대규모 재난이라는 상황과 그 때문에 이뤄지는 이주라던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위협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짓들에도 꽤 적절한 변명이 된다. 새삼 좀비 아포칼립스 물이란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장르를 막론하고 더 없이 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존 좀비 아포칼립스물의 장점만을 답습한 게 아니라 SF도 꽤 잘 그렸다. 이주를 떠나게 된 배경과 과정, 두 방주가 만나게 되는 것은 물론 좀비 바이러스 문제도 나름 그럴듯하게 그렸다. 몇몇 설정은 상세를 생략하고 개략적으로만 다루었는데, 그렇게 ‘미지’에 기댄 것도 꽤 좋았다. 오히려 어떻게든 설명해보려고 했다면 억지스러웠을 것이라 오히려 적절해 보였다.

이야기를 일종의 용병이라 할 수 있는 ‘이도’를 중심으로 전개한 것도 좋았다. 이 약간의 밀리터리적인 면모는 이야기의 액션성을 크게 높여준다. 주인공 일행이 일종의 강화시술을 받은 초인들이라는 점은 이 소설을 조금은 판타지 무협 소설로 읽히게도 하는데,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로만 설정해서 SF의 연장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활약해나가는 모험물로서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에서는 적절히 생략하고 축약한 것처럼 말했지만, 이건 다르게 보면 제대로 된 설명을 이야기에 녹여내는데는 실패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완결성이 있지않고, 마치 맥거핀처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결론이 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것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이야기에 메시지가 잘 녹아있는 것은 아니어서 메시지를 담은 부분이 그 이전의 이야기들에 비해 좀 튀어보이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여러가지 설정과 이야기들을 상당히 잘 어우러냈기에, SF 모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재미있게 볼 만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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